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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20, ‘국제사회 중심 될 수 있다'는 꿈을 주다. ”
건국 이래 최대 최고의 행사로 치부되던 G20 정상회의가 성공리에 막을 내렸다. 이와 관련 행사 전반을 막전 막후에서 두루 관장해 왔던 이창용 G 20 기획단장은 최근 진행된 한국시장경제포럼에서 “서울 G 20을 계기로 선진국 관계자들의 한국에 대한 시각을 크게 바꿀 수 있었다”며 “이는 행사의 성공적인 결과와 함께 앞으로 우리가 이들과 다양한 국제관계를 만들어 감에 있어 매우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고 밝혔다. 이창용 단장의 발언을 요약한다.

지난해 11월 12일 막을 내린 서울 G20 정상회의는 G 7 선진국이 아닌 국가에서 처음으로 개최되는 G20 정상회의란 점에서 많은 관심을 모았다.

세계는 정상회의 준비 및 진행 과정 전반에 걸쳐 반세기도 되지 않는 짧은 기간에 선진국 부상이라는 유례없는 성과를 이룩한 한국이 이번 서울 G 20 정상회의를 통해 선진국과 신흥국 간의 가교역할을 수행해낼 수 있을 지에 특히 관심을 집중했다.

이런 세계적인 관심은 주최국인 우리에게 많은 부담으로 작용하기도 했지만 대한민국의 능력을 세계에 보여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란 점에서 회의 진행 관계자들에게 큰 힘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실제 G 20 정상회의 준비 과정에서 모든 관계자들이 ‘할 수 있는 모든 최선을 다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최고의 정성과 노력을 쏟았으며, 결과적으로도 기대 이상의 성과를 올렸다.

이번 G 20 정상회의와 관련해서는 개인적으로 느낀 점도 많다. 학계에 몸을 담고 있다 G 20 준비과정을 통해 공직에 계신 분들과 호흡을 함께 하면서 대한민국이 국제사회에서 명실상부한 선진국으로 대접받기 위해서는 무엇이 달라져야 할 것인가에 대하여도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먼저 서울 G 20 정상회의의 주요성과에 대해 간략히 말씀드리겠다. 우선 각국 정상들은 균형성장을 위한 무역불균형 해소 등의 내용을 담은 ‘서울 선언문’에 합의했다.

이는 서울 G20 정상회의 전 과정을 통해 보여준 한국의 리더십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뢰와 기대의 결과로,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상황에서 위기재발 방지와 지속성장을 위한 국제공조의 틀을 구축하는 데 있어 한국의 리더십 발휘를 국제사회가 인정한 것이다.

한국은 회의 준비과정에서 이같은 국제사회의 관심을 반영해 ‘위기를 넘어 동반 성장(Shared Growth Beyond Crisis)’을 추구하는데 힘을 집중했다.

서울대 경제학과/하버드대 경제학 박사

-로체스터대 경제학과 조교수
-서울대 경제학부 부교수
-로체스터대 경제학과 교환 교수(Visiting Professor)
-서울대 사회과학대 경제학부 부학부장

공공부분 경력
-세계은행 초청 펠로 및 컨설턴트
-재경부 금융발전심위위원회 정책분과 위원
-한국은행 조사국 자문교수
-재경부 공적자금상환기금 운용심의 위원
-청와대 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 (거시경제)
-재경부 금융발전심의위원회 증권분과 위원
-대통령직인수위 경제1분과 인수위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현재 G20 정상회의 준비위원회 기획조정단장

초기 이번 서울 G 20이 경기회복 국면에 개최되어 자칫 자국이익 추구의 각축장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지만 과도한 자국이익 우선주의가 세계경제의 공멸을 초래할 수 있음을 각국에 각인시켰으며, 이어 갈등해소 해법에 대한 공감대 형성에도 성공했다. 이같은 노력은 결국 ‘서울 선언’에 합의라는 성과로 나타났다.

G20 정상들은 환율갈등 해소, 글로벌 금융안전망 구축, 금융규제 개혁, 개발도상국 지원 등 주요 현안 의제에 대한 ‘서울 선언’에 합의했으며, 제1∼4차 G20 정상회의에서의 합의 사항을 ‘실천을 위한 실질적 행동 계획’으로 구체화해 G20을 세계 경제협력을 위한 최상위 협력체(premier forum)로 정착되는 계기를 마련했다.

선진국도 놀란 ‘코리아 이니셔티브’

구체적으로 설명 드린다면 한국은 ‘코리아 이니셔티브’로 어젠다 세팅을 주도해 개도국 지원과 글로벌 금융안전망 구축, 비즈니스 서밋 정례화 등 한국이 주도한 이슈에 대해 가시적 성과를 거두는 데 성공했다.

특히 ‘개발’ 이슈를 G20 정상회의의 주요 의제로 채택하고 ‘다년간 개발 행동계획(Multi-Year Action Plans)’을 합의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한국은 그동안의 성공적 개발 경험을 바탕으로 개발 논의에서 선진국과 신흥국 간 가교 역할을 수행했으며, 특히 아프리카, 아시아, 중남미 등에서의 아웃리치(Out-reach) 활동을 통해 개도국의 입장을 적극 수렴해 이를 반영했다. 그 결과 일방적인 원조 대신 선진국과 개도국의 동반자적 관계가 강조되면서 ‘서울 컨센서스’가 개도국 지원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등장하는 계기가 됐다.

국제적 금융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새로운 방안 마련과 관련해서는 글로벌 금융안전망을 일회성 이슈가 아니라 국제통화제도의 주요 어젠다로 상정해 2011년 이후에도 지속 논의하기로 합의하는 성과를 거뒀다.
한국은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 IMF의 혹독한 국제금융으로 어려움을 경험했던 만큼 이를 바탕으로 IMF의 주요 대출제도 개선을 주도했으며,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한 국제사회의 인식 변화를 유도하고 글로벌 금융안전망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첨예한 대결 양상을 보이고 있는 환율문제에 있어도 큰 틀에서 해법을 마련했다. 글로벌 환율갈등이 고조된 가운데 진행된 서울 G20 정상회의는 2011년 상반기 중에 예시적 가이드라인을 마련하자는 논의를 가졌으며, 2011년 중에 첫 번째 상호평가 프로세스(MAP)를 실시하기로 시한을 설정했다.

환율갈등 해법의 큰 틀에 합의함으로써 갈등을 완화하는 계기를 마련한 셈이다. 이처럼 각국이 환율갈등을 해결하는 기본 방향과 틀에 합의하면서 경상수지 흑자국과 신흥국이 미국의 요구를 일정 부분 수용하고, 미국 등 선진국은 신흥국 자본유출입 규제를 용인하는 등 서로 양보했다. 물론 환율갈등 해법의 구체성, 구속력 측면에서 다소 미흡하지만 경상수지 가이드라인을 프랑스 G20 정상회의까지 마련하기로 합의하는 등 상당한 결과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세계 언론의 이목이 집중된 G20 정상회의를 우리가 성공적으로 개최함에 따라 ‘코리아’ 브랜드가 세계에 각인된 것도 중요한 성과의 하나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지정학적 이슈 및 낮은 인지도로 인한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가 상당부분 해소될 것은 분명하다. G20 정상회의 개최로 부각된 한국의 성공신화는 다수 개도국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는 계기됐으며, 회의진행 결과와 함께 한국의 경제성장 실상과 유서 깊은 전통문화가 세계 주요 언론에 노출되면서 한국 이미지가 한층 높아졌다.

FT, WSJ, CNN 등이 한국 특집을 보도했으며, 방문 외신 기자 수는 1,257명으로 지난 토론토 회의는 물론, 서울올림픽과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보다 많은 것으로 집계되기도 했다.

특히 정상회의 개최 과정에서 직간접적으로 노출된 한국의 IT 및 디지털 역량, 전통과 현대 문화의 조화 등 업그레이드된 '메이드 인 코리아' 이미지는 분명히 대한민국의 브랜드 파워 제고에 큰 역할을 했다. 더불어 G 20의 성공적 개최로 국민의 자긍심이 고취되고 '한국이 하면 된다'는 성공 DNA가 강화된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성과다.

“너희는 일본과 다르고, 동양인 같지 않다”

이번 G 20 정상회의를 준비하고 진행하면서 개인적으로 느낀 점에 대해서도 간략히 말씀드리겠다. 잘 알고 계시듯 교수직에서 공무원으로 신분이 바뀐 이번 G20 정상회의 진행과정은 개인적으로 많은 배움을 주었다.

앞서 살폈듯이 G 20 정상회의는 매우 성공적이었다. 특히 “정상회의 진행과정에서 보여준 여러 면에서 한국이 일본과 다르고 정상회의 진행 담당자들이 동양인 같지 않다”는 최고의 찬사를 받기도 했다.

이는 미국과 유럽 등 여러 선진국 관계자들은 한국이 이번 행사나 의제 선정과정 등에서 상당히 수동적으로 나올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으며, 비록 의장국이라고는 하지만 의장이 직접 나서 의제 선정과 진행에 이니셔티브를 행사하리라고는 생각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의장으로 지명된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의제에 대한 협상과 조율에 나서자 이들의 시각이 달라진 것이다. 이처럼 서울 G 20을 계기로 선진국 관계자들의 한국에 대한 시각을 크게 바꿀 수 있었다는 것은 이번 행사의 성공적인 결과와 함께 앞으로 우리가 이들과 다양한 국제관계를 만들어 감에 있어 매우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생각된다.
외교적인 면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고 생각한다. 이번 G 20 정상회의는 우리가 그동안의 변방외교에서 벗어나 중심외교로 가는 길에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지를 알려준 중요한 계기가 됐다.

사실 이번 정상회의는 국제 다자간 회의에서 우리가 우리의 목소리를 낼 수 있었던 최초의 경험이다. 그동안은 우리는 다양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국제사회에서 주로 양자간 형식의 접근에 치중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국제무대에서 우리의 목소리를 살리고 오피니언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다자간 외교가 필수적이며, 다행스럽게도 이런 경험의 기회를 이번에 최초로 가질 수 있었다.
개인적인 경험을 말씀드린다면 지난 2009년 12월 G 20 준비를 위한 멕시코 회의에서 다자간 회의가 어떻게 진행되고 특히 의사결정이 어떤 과정으로 통해 완성되어지는 가를 직접 경험했다.

차기 의장국인 한국의 대표로 참석한 만큼 이날 회의에서 본인은 선진국, 특히 미국과 유럽 대표국가들에 준하는 대접(?)을 받았으며, 이들은 자신들의 사전 의사결정 과정에 일정부분 참여시켜주는 특혜(?)를 베풀기도 했다. 통상의 경우라면 한국의 대표는 이들의 이면 협의과정에서 당연히 배재되었겠지만 이번에는 의장국이라는 특수한 위치로 인해 내부의사결정 과정에 참여가 가능했던 것이다.
국제회의의 의사결정 과정이 외견상 들어나는 것과는 달리 수면하에서 오피니언 리더 국가들의 사전 합의에 의해 진행된다는 것을 알려준 그때의 경험은 다소 충격적이었다.

본인이 경험에 따르면 국제회의에서의 이면 의사결정 참여 가능성은 국가의 위상, 즉 국격과 함께 개인적인 영향력도 크게 작용한다. 실제 유럽 등 선진국의 국제회의 담당자들은 십수년 이상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면서 상당한 개인적 친분을 유지하고 있으며, 평소에도 수시로 연락을 주고받는다고 한다.

따라서 이같은 개인적 친밀도가 중요 국제회의 진행에 앞서 이면 합의 등에 큰 영향력을 갖게 된다. 하지만 변방외교에 익숙해 온 우리나라의 공직사회분위기는 이와는 거리가 멀다. 특히 언어장벽은 큰 문제다. 사실 우리나라 공무원들은 매우 유능함에도 불구하고 국제무대의 경험이나 언어면에서 상당한 헨디켑을 안고 있다.
그동안 우리의 빠른 경제발전을 가능케 했던 제조업 중심의 문화가 최근 문제가 되고 있듯이 국제무대에서도 우리의 아날로그식 시스템이 문제가 되고 있다는 이야기다.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선진국 중심의 외교무대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언어와 함께 이들의 생각이나 습관들에 대한 실질적인 경험과 보다 깊은 이해가 필수적이다.

‘국격이 높아졌다’ 결코 무리한 표현 아니다

행사진행과정에서도 많은 것을 배우고 느꼈다. 서울 G 20 행사 진행과 관련해서는 전체적으로 완벽에 가깝다는 찬사를 받을 정도로 훌륭했지만 찬사 못지않게 배운 것도 많았다.

특히 선진 회원국들의 실질적이고도 세밀한 진행방법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느끼게 했다. 일례로 회의가 장시간 진행되다보니 조명이 눈부시다는 문제가 제기돼 이를 시정하기 위한 방안으로 조명을 머리위에서 수직으로 처리하는 것을 추진했다.

하지만 이 경우 TV 화면 등에 입체감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문제가 발생했다. 이를 고민하던 중 선진 회원국 경험자가 벽면의 전구의 조도를 점차 변경해 설치하는 방법을 제시했고 결과는 매우 성공적이었다. 바로 우리가 경험이 부족하고 여전히 디테일한 부분에서 약하다는 것을 다시한번 확인해 준 것이다. 홍보의 경우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이번 정상회의 과정에서 국내 홍보전문가들과 외국 홍보전문가들이 보여준 차이는 매우 컸다. 국내 언론의 특성상 홍보업무의 처리에 일정한 한계가 있다는 점을 인정하지만 외국 홍보팀은 일자별로 구체적인 홍보자료를 제출하는 것은 물론 매체의 비중에 따라 정보 노출의 수준까지도 지정하는 등 매우 구체적이고도 세밀한 홍보 진행으로 우리와는 많은 차이를 보였다.

마지막으로 이번 서울 G 20 정상회의가 회의가 실질적으로 국격을 높였다는 점에 관해서 한마디 더하겠다. 일각에서는 회의 한번으로 국격이 높아졌다는 것은 너무 무리한 표현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번 G 20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가 국격을 높이는 데 상당한 기여를 했다고 생각한다. 실제 국내에는 세계적인 수준과 견줘도 우수한 경력과 능력을 갖춘 여러 인재들이 많지만 이들이 국제기관에서 수장의 위치에 오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개인적으로는 충분한 능력이 있다고 해도 그간 우리나라의 위상에 비춰볼 때 국제기관의 수장이 되는 것은 감히 상상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G 20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우리 대통령이 선진국들의 대표적인 국제모임에서 의장으로서 이니셔티브를 행사하고 또 우리나라가 이런 대규모 회의를 성공적으로 진행하는 것을 보면서 이제는 ‘나도 국제기구의 수장이 될 수도 있겠다’는 꿈을 가질 수 있게 된 사람이 다수 나올 것으로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것이 바로 국격이 높아진 증거의 하나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