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제능력 세계 7위, 315억달러 수출
한국석유산업의 현황과 과제에 대해 말씀드리겠다. 1964년 3만5000B/D의 작은 정제능력을 기반으로 태동한 국내 정유산업은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며 2010년에는 81배나 늘어난 284만5000B/D(세계 7위)의 정제능력을 자랑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석유수입(세계 6위, 232만7000bbl), 석유소비(세계 9위, 232만7000bbl)에 있어도 명실상부한 석유강국으로 부상했다. 석유산업은 여타 산업과 다른 산업적 특성도 갖고 있다. 우선 구조적으로 자본집약적 장치산업인데다 안정적인 가동률이 필요한 공익성이 높은 산업이다. 이같은 구조적 특성에 따라 정유산업은 어느 나라에서나 과점적 체제를 갖고 있으며, 높은 공익성에 따른 정부의 일정 부분 개입이 불가피한 구조를 갖고 있다.
석유산업은 연산품 특성도 갖고 있다. 정유산업의 경우 원유를 투입하면 약 14개 제품이 동시에 생산된다. 따라서 특정 유종만 생산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이에 따라 원가산정에 있어도 일정제품의 원가를 선별해 산정하는 데는 다소 어려움이 있다. 경영상으로도 여타산업과 다른 특성을 갖고 있다. 정유산업의 경우 원유를 전량(자주개발율 약 9%)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데다 국제유가, 환율 등 외부 환경요인의 변동성에 과다하게 노출 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원유수입의 경우 우리나라는 매년 8억7천만 배럴의 원유를 수입하고 있으며, 이는 상암월드컵 축구장을 56회나 가득 채울 수 있는 엄청난 양이다. 수입지역별로는 중동지역의 원유가 81.8%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는 중동지역이 세계 원유매장량의 61%이상을 차지하고 있는데다 운송에 따른 경제성도 높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정유업계는 현재 연간 약 9억3893만bbl의 제품을 생산하는 반면 국내소비는 7억9452만bbl로 약 20%정도의 공급과잉 상황이다. 업계는 수출을 통해 공급과잉을 해소하고 있다, 이같은 공급과잉으로 업계는 치열한 경쟁상황 속에 있으며, 특히 산업의 특성상 특정 유종만 생산할 수 없어 경유와 휘발유는 상당량을 수출하는 반면 LPG와 나프타 등은 대량으로 수입하고 있다.
정유업계는 상당 규모의 석유 비축을 통해 고유가 상황 속에서도 석유류의 안정적 공급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약 180일분의 석유를 비추하고 있는데 이는 세계 석유기구가 권장하는 90일분의 2배에 달하는 규모다. 전체 비축분에 대해 정부가 90.6일분, 민가이 89.3일로 거의 비슷한 비축 규모를 갖고 있어 민간의 기여도가 상당히 높은 편이다.
석유산업은 수출산업으로도 기여가 높다. 지난해 정유업계는 약 315억달러를 수출, 5년 연속 200억달러를 돌파했으며, 국가 주요수출품 중에서 석유제품은 6위를 점하는 주요수출품목이다. 석유제품은 반도체, 자동차, 선박 등과 함께 우리나라의 주력수출상품에 해당하며 세계 60여개국을 상대로 수출하고 있을 만큼 제품의 경쟁력도 높다.
정유사 마진 3% 선... 리터당 9.1원에 불과
고유가와 관련한 문제를 보다 자세히 말씀드리겠다. 흔히 사람들은 정유사들이 높은 국내 판매가를 통해 이익을 얻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는 전혀 사실과 다르다. 실제 정유사 매출액 중 정유와 비정유 비중은 8:2지만 영업이익 비중은 4:6 정도로, 정유부문보다는 비정유부문에서 훨씬 더 많은 이익을 창출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정유사들의 리터당 이익은 9.1원에 불과했다.
정유사들의 경영실적을 살펴보면 정유 4사의 영업이익률은 3% 정도로 이는 포스코(18.8%), 삼성전자(12.7%), 현대차(8.6%), 현대중공업(15.4%) 등 국내 대기업들과 비교해 현저히 낮다. 또한 4대 정유사들의 영업이익률 3%는 7~%에 달하는 해외메이저 석유회사들과 비교해서도 상당히 낮다.
따라서 최근의 높은 휘발유 판매가격을 정유사들의 마진 축소를 통해 조절할 수 있을 것이란 판단은 잘못된 것이다.
그렇다면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높은 휘발유 가격은 어디에서부터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인가.
이는 여러 요인들이 엉켜있는 만큼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국내 석유류 가격은 지난해 10월 이후 급등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국내휘발유가격은 1700원대에서 등락하며 박스권을 유지했다. 하지만 4/4분기 들면서 국제유가의 급등으로 국내 석유제품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국제 유가는 지난해 9월 배럴당 25달러 가까이 급등했으며, 국제휘발유가도 9월 80.65달러에서 2011년 1월에는 104.3달러로 급등했다. 이에 따라 국내 휘발유가격은 올해 초 2년 4개월만에 리터당 1800원을 돌파했으며, 지속적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국내 휘발유가격의 지속적인 승승과 관련, 국제유가 변동과 비교해 상승 폭과 속도가 너무 빠르고 가파르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른 측면이 많다. 실제 국제유가가 가장 높았던 2008년 7월(134.7달러)과 비교해 2011년 1월의 국제유가(104.3달러)는 약 23% 하락한 반면 국내 휘발유 판매가는 리터당 1922원에서 1825원으로 5% 하락하는데 거쳤다.
따라서 얼핏 국내 휘발유 가격이 국제유가의 변동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국내 휘발유가격의 인하 폭이 낮은 이유는 유류세 환원, 관세인상, 환률 상승 등에 기인한다. 2008년 3월 단행됐던 유류세 인하(리터당 82원)는 2009년 1월 환원됐으며, 관세 또한 2009년 2월 1%에서 3%로 조정됐다. 환률 또한 1019원(2008년 7월)에서 1120원(2010년 12월 기준)로 101원이나 상승했다.
국내 휘발유가격이 높이 형성되고 있는 데는 국내 석유제품의 가격구조도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례로 리터당 1836원에 판매되고 있는 국내휘발유 가격에서 정유사 세전공급가는 818.8원으로 판매가의 45% 선에 불과하다. 여기에 정액세인 유류세(902.4원, 50%), 정유사 마진(114.5원, 5%) 등이 더해진 가격에 소비자들에게 판매되고 있다. 특히 정유사들의 공급가에는 관세, 석유수입부가세 등과 함께 리터당 약 150원 내외의 유통비용도 포함된다.
이는 그만큼 정유사들의 마진폭이 작다는 이야기로 정유사들이 이익을 전액 포기한다 해도 휘발유 판매가격 하락폭은 리터당 10원 정도에 불과하다.
국내 휘발유 가격, OECD 일본보다 낮아
항간의 이야기와 달리 국내 휘발유가격은 국제가격과 비교해서도 높지 않다. 우리나라 휘발유 가격은 여러 불리한 경쟁 여건에도 불구하고 OECD 평균보다 저렴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다수 OECD국들은 산유국이거나 석유메이저 기업을 보유하고 있어 원가경쟁력 및 규모에 따른 구매력이 우리보다 높으며, 우리나라에 비해 원유 수송거리도 짧다. 우리나라의 경우 관세(3%), 석유부담금(리터당 16원)을 업계가 추가로 부담하고 있으며, 원유 규입시 배럴당 1~2달러의 아시안 프리미엄도 추가로 부담하고 있다.
이같은 여러 불리점에도 불구하고 2010년 소비자 가격을 기준으로 비교할 경우 리터당 가격은 각각 1979원 과 1710원으로 나타나 우리나라가 OECD 평균에 비해 269원 정도 낮았으며, 세전가격 또한 각각 837원과 809원으로 우리가 28원 정도 싼 것으로 분석됐다.
우리와 여러 가지 사정이 비슷한 일본과 비교할 경우 이런 차이는 더 크게 나타난다. 지난해 일본의 경우 휘발유 1리터당 소비자가는 1754원으로 국내와 비교해 45원 정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특히 세전가격의 경우 153원(일본 961원 한국 808원)이나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앞서 말씀드린 여러 자료들과 관련해 일각에서는 객관성을 신뢰하지 못하겠다는 시각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협회의 자료들은 구체적인 통계와 분석에 의거한 것들이다. 그렇다고 협회가 이런 자료를 근거로 고유가 논쟁의 주체로 나서거나 시민단체 등과 고유가 논쟁에 대립각을 세울 생각은 추호도 없으며, 협회의 방침은 고유가 등과 관련해 필요한 경우 해명에 나선다는 정도다.
특히 최근 고유가 노쟁의 초점이 세금(유류세)문제로 비화되는 느낌이 있지만 이는 전혀 업계나 협회의 입장이 아니다. 업계와 협회의 공식적인 입장은 우리나라의 유류세 수준이 여전히 높지 않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현재 우리나라 유가 수준은 다소 어려움은 있겠지만 우리경제가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최근 장기간 지속된 고유가로 시민들의 가계와 당국의 물가안정 노력에 협회가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는 점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하며, 앞으로 정부의 보다 합리적인 유가 결정구조 도출 노력에 적극 협조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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