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우리경제에 대해 많은 관심을 쏟고 계신 언론인 여러분들을 모시고 금융감독 방향과 관련해 말씀을 올릴 기회를 갖게 된 것에 대해 감사한다.
금융감독원의 업무가 다방면에 걸쳐있다 보니 드릴말씀이 많지만 오늘은 주로 우리 금융시장이 당면한 현안들에 대해 말씀드리겠다.
먼저 말씀드릴 것은 우리나라 금융시장의 여건이 그리 녹녹치 않다는 사실이다. 특히 걱정이 되는 것은 위기 발생이후 상당한 기간이 경과했지만 최근까지도 이렇다 할 해결방향을 찾지 못하고 있는 유럽의 경제위기 상황이다. 

시각에 따라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겠지만 유럽의 위기상황이 제대로 해결방향을 찾지 못한다면 세계경제가 함께 침체와 위기국면에 빠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다행스럽기도 최근에는 독일과 프랑스를 중심으로 근본적 해결책에 다소 근접한 방안들을 내놓고 있으며, 일각에서는 결국은 각국의 중앙은행들이 개입할 것이란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미국 등 선진국들이 정권교체기를 앞두고 있다는 점 또한 유럽위기 해소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유럽의 위기 국면이 지속될 경우 자국의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며, 결국 이는 집권당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최근 IMF를 중심으로 유럽에 대한 지원방안이 협의되고 있는 것도 이같은 맥락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유럽의 위기 국면이 그리 간단히 해결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최근 독일과 프랑스를 중심으로 EU회원국들이 위기 가능국가에 대해 재정 감축을 요구하고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강력한 제제 시행을 골자로 하는 재정통합 도입에 방안에 일단 합의를 보면서 세계금융시장이 다소 진정기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 또한 각 국의 비준절차를 남겨놓고 있는 데다 근본적인 해결책과는 여전히 거리가 멀다. 여기에다 오는 3~4월에는 대규모 국체의 민기일이 집중되어 있다. 따라서 보다 큰 그림의 해결책이 나오지 않는다면 또 다시 세계금융시장이 요동을 칠 가능성이 상존해 있다. 

이같은 상황을 반영하듯  무디스는 최근 유로존(유로존 사용국)에서 재정과 은행부문의 위기가 가파르게 고조되고 있어 모든 유럽 국가의 신용도가 위협받고 있다고 경고했다.

무디스는 “유동성 위기가 길어질수록 디폴트(채무불이행) 가능성은 가파르게 상승한다. 연쇄 디폴트는 디폴트 그 자체에 그치지 않고 유로존 이탈 가능성을 현저히 높이는 결과를 초래한다”며 지금의 유럽 상황이 얼마나 위험국면인지를 고 강조했다.

이어 “유로존 분열이 EU 회원국의 국가신용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내년 1분기 중 신용등급을 재조정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유럽과 더불어 세계를 주름잡는 다른 경제대국도 사정이 좋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미국과 일본은 막대한 재정적자 문제로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중국 역시 경제성장률이 곤두박질 쳐 경제의  ‘경착륙’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대외변수 악화... 수출/내수 모두 만만치 않아  
세계경제의 상황을 이처럼 장황하게 설명 드리는 이유는 바로 이같은 상황이 내년도 우리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때문이다. 우리경제는 지난달 사상최초로 무역 1조불의 신화를 작성하는 등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선전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내년이다.

잘 알고 계시듯 우리경제는 대외의존도가 매우 높다. 따라서 세계경제가 어려움에 봉착하면 바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지난 2009년 세계 금융위기로 수출이 급락했던 상황이 오는 2012년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다. 수출이 어려워지면 내수에 기대를 할 수 있어야하겠지만 내수부문 또한 갈수록 기반이 취약해지고 있다. 

내수위축과 관련해서는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가계부체다. 1000조원에 근접하고 있는 가계부체는 그에 따른 이자부담 등으로 우리가계의 소비여력을 급속히 잠식하고 있다. 가계부체의 급증도 문제지만 더욱 우려되는 것은 그것이 바로 우리경제의 구조적인 결함과 연결돼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같은 구조적인 문제들이 방치된 상태에서 대출 규제 등 단선적인 방법으로는 가계부체문제의 해결은 기대하기가 어렵다.

통계를 살펴보면 가계부체는 우리나라가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급증했다. 이는 달리말해 국가의 사화안전망 부족을 개인들이 스스로 해결해 오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부체가 늘어났다는 의미로, 급증한 가계부체의 대부분이 생계형 부체라는 의미다. 실제 외환위기 이후 가계부체는 평균 매년 13% 정도 늘어난 것으로 나타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같은 가계부체의 급증은 역설적으로 그간 우리경제의 성장을 견인하며 위기국면 해소에 도움을 주기도 했지만 이제는 부메랑이 되어 우리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부동산 경기 침체, 경기양극화 심화, 고령화 등이 겹쳐지면서 내수 기반은 갈수록 취약해 지고 있다.

선제적 구조조정 필요성 염두에 둬야할 시점  수출과 내수 모두에서 어려움이 예상되고 있는 만큼 내년도 기업들의 경영상황은 올해보다 훨씬 심각할 것이다. 이는 바로 선제적 기업구조조정의 필요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금감원이 최근 은행들에 ‘위기 조기경보’를 울린 것은 바로 이 같은 맥락에서다. 대외의존도가 높고 금융시장이 개방된 우리나라로선 세계경제의 흔들림에 민첩하게 대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선 은행들이 대출 부실화에 대비한 대손준비금을 대폭 확충하도록 주문했다. 은행들의 부실채권비율이나 연체율 등 건전성 지표가 눈에 띄게 나빠지는 건 아니지만 현실화 가능성이 큰 ‘대형 악재’에 미리 대응태세를 갖추자는 취지에서다. 고질적으로 내수가 부진한 가운데 수출마저 나빠지면 돈을 못 갚는 기업이 늘고, 금융회사의 연체율과 부실채권비율이 상승할 우려가 있다.  기업구조조정과 관련한 통계를 살펴보면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 등 채권단의 구조조정 명단에 오른 대기업(신용공여 500억원 이상)은 2009년 79개에 달했다가 지난해 65개, 올해 32개로 줄었다. 신용공여 500억원 미만 중소기업 구조조정 대상도 지난해 121개에서 올해 77개로 감소했다. 이처럼 금융위기 이후 구조조정 기업이 줄어드는 추세지만 유럽 재정위기가 좀처럼 해결되지 않아 내년에 다시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실제  하반기 들어 범양건영의 법정관리와 신일건업, 국제종합기계(동국제강 계열)의 워크아웃이 시작된 데 이어 임광토건도 최근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업계에선 대기업 계열 건설사들도 자금 상황이 좋지 않아 그룹의 지원을 받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따라서 건설, 해운, 조선 등 기존의 경기민감 업종 뿐 아니라 항공,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그동안 우리경제를 견인해 왔던 업종이 세계경기의 위축에 즉각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보고 모니터링을 집중할 방침이다.   최근 자영업자들이 대규모로 세를 과시하며 수수료 인하를 요구하고 나서 여론의 관심을 모았던 카드업계와 관련해서도 간략히 말씀드리겠다. 최근 부각되고 있는 수수료 문제는 체크카드 사용으로 해결이 가능하다. 체크카드의 경우 이미 자신들이 소유하고 있는 구좌에서 현금이 자동으로 결제되기 때문에 과소비도 막을 수 있고 가맹점의 카드 사용 수수료 또한 매우 낮아 문제의 소지가 적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카드사들의 영업전략과 맞물려 체크카드 사용을 확대하기가 쉽지 않다. 카드사들이 체크카드 사용 확대를 환영하기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자신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카드사의 이익은 수수료 수입과 현금론에 대한 고리의 이자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체크카드의 경우 수수료가 낮고 사용자들의 현금론 사용 비율도 낮아 체크카드 사용이 확대될 경우 카드사들의 이익은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다. 따라서 카드사들은 당연히 체크카드 사용 확대엔 관심이 없다. 그렇다고 카드사의 이익을 위해 지금과 같은 상황을 그대로 두기도 곤란하다. 신용카드의 무분별한 남발과 이에 따른 신용불량자 양산 가능성, 높은 수수료 부담에 따른 영세 가맹점들의 반발 등 부작용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우선 신규카드 발급 요건을 강화하기로 했으며, 이어 수수료 체계에 대한 정비 방안도 준비중에 있다.

금융권, ‘경제적 약자’에 대한 배려 잊지 말아야  
영세사업자들의 수수료 인하 요구와 함께 힘 있는 대기업들이 카드사를 압박하는 현상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를 방치할 경우 자칫 카드사의 수익이 급감할 가능성이 있다. 일례로 최근 H사에 대한 카드사들의 수수료 인하 결정을 예로 들어 보겠다. 카드사들은 막강한 힘을 가진 H사 수수료 인하 압박에 결국 수수료율을 기존 1.75%에서 1.7%로, 체크카드는 1.5%에서 1.0%로 낮췄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는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 가뜩이나 경기양극화가 심화되고 서민경제가 어려워 영세자영업자 등이 카드 수수료 인하를 요구하는 상황에서 대기업의 수수료를 인하하면 경제적 약자와 소비자에게 돌아갈 몫은 줄어든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다른 대기업도 수수료를 낮춰달라고 봇물처럼 요구를 쏟아내면 어떻게 할 것인가. 수수료 인하의 우선순위는 경제적 약자. 대기업은 지금도 상대적으로 낮은 수수료를 적용받고 있는 만큼 넉넉한 곳이 배려해야 한다고 본다. 물론 카드 수수료는 각사들이 스스로 판단할 양식의 문제이며 금융당국이 개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수수료 인하의 우선순위는 경제적 약자다. 

저축운행 문제와 관련해서도 간략히 말씀드리고 싶다. 저축은행 문제는 지난 2008년 구조조정에 착수했어야 했지만 금융위기 발발로 이를 미루면서 결국 누적된 부실이 한꺼번에 터진 것이다. 사실 저축은행 문제는 상당부분 예견된 것이기도 하다. 그동안 저축은행과 관련한 규제는 지속적으로 완화되어 왔으며, 규모 또한 대형화 되면서 거품을 키워왔다. 반면에 서민금융으로 대변되던 저축은행의 영업은 특화되지 못한 체 오히려 대부업체 등에 잠식당하는 상태기 이어졌다. 그 결과 PF 등 새로운 시장 찾기에 나선 저축은행은 관련업계의 침체로 부실의 늪에 빠지고 말았으며, 결국 오늘날과 같은 상황에 봉착하고 말았다. 따라서 이같은 상황 속에서 금융시장에 미치는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서서히 거품을 제거하는 조심스런 구조조정이 이어져야 한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금융권의 사회공헌 활동이다. 그동안 금융권.특히 은행들은 대출, 수수료 등 서민들을 상대로 영업에서 많은 이익을 얻어왔다. 따라서 이제는 사회공헌에도 관심을 높여야 한다. 특히 그동안의 홍보위주 사화공헌에서 벗어나 양극화 해소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최근 금감원이 불합리한 수수료 관행 등을 개선토록 권고 한 것도 이런 취지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