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몸담았던 공직을 잠시 떠났다 복귀해 보니 비록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민간부분에서 경험한 다양한 사안들이 정책결정에 많은 참고가 되고 있다.

특히 제 2차관의 주요 업무라고 할 수 있는 에너지부문은 일반국민들의 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는 만큼 민간부문에서의 경험들이 여러 측면에서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앞으로도 정책을 수립하거나 집행함에 있어 가능하면 이같은 경험들을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잘 알고 계신바와 같이 지식경제부는 지난해 달성한 1조 달러 무역시대(세계 9강)를 발판으로 무역 2조 달러(세계 5강) 시대로 도약하기 위해 열심히 뛰고 있다.

우리가 추구하는 무역 2조 달러 경제를 여는 성장전략은 결국 어디에 무엇을 팔 것인가로 귀결된다. 이를 위해 다양한 전략들이 추진되고 있지만 우리 수출의 주요 무대인 선진 거대시장의 경우 FTA가 핵심 전략이라고 하겠다.

그동안 세계 무역질서를 규율해 온 골격은 WTO다.
하지만 WTO의 경우 자유무역을 기치로 내걸고 있지만  다자간 협정을 기본으로 하는 만큼 생각보다는 제한이 많다.

따라서 우리가 상대하기를 원하는 국가와 FTA가 체결되지 못할 경우 말로는 자유뮤역이지만 실제로는 협상을 체결한 국가에 비해 배타적인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다.

반면 FTA는 해당 당사국간의 협정으로 모든 것이 결정되는 만큼 제한도 없고 당연히 WTO에 우선한다. 일례로 만일 일본이 우리에 앞서 미국과 FTA를 체결하고 우리가 하지 못했다고 가정한다면 우리는 미국과의 거래에 있어 일본에 비해 상대적인 불이익을 감수할 수밖에 없어 결국 차별을 받는 상황이 된다. 바로 앞으로 선진 거대시장과의 무역에 있어  FTA가 중요한 이유다.

선진거대 시장 못지않게 신흥시장도 중요하다. 중국을 비롯한 신흥시장의 경우 경제발전이 가속화되면서 이들은 이제 선진시장 못지않은 거대 시장으로 성장하고 있다.

이들 시장을 동시에 성공적으로 공략하기 위해서는 IT 등 그동안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한 주력산업 더욱 키우고, 녹색 / 신성장 동력을 더욱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최근 부상하고 있는 동반성장도 빼 놓을 수 없는 대목이다.

세계 시장에서의 경쟁구도는 이미 기업 대 기업의 경쟁 차원을 넘어 산업생태계간의 경쟁구도로 확대되고 있다.
이미 어느 한 기업의 힘만으로 이런 산업생태계간의 경쟁구도를 넘기란 지난한 시대로 들어섰으며, 기업과 기업, 그리고 기업과 지역 전체를 아우르는 공생발전의 중요성은 갈수록 강조되고 있다. 그리고 이같은 구조의 바탕에는 바로 에너지가 핵심 infra로 자리 잡고 있다.

에너지 96%수입... 석유 중동 의존도 82%   
앞서 언급했듯이 에너지자원의 안정적 조달은 우리경제에 가장 중요하고도 핵심적인 요소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처럼 중요한 에너지의 안정적 조달은 대외정책 환경에 많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으며, 에너지 자원 위기는 이미 상시화 단계로 접을 들었다. 수요측면을 살펴보면 개도국의 경제성장과 인구증가로 에너지 수요가 급증하고 있으며, 특히 발전부문의 천연가스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의 소비량을 감안할 경우 석유와 천연가스가 40~60년 후에는 고갈할 것이란 것이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분석이다. 에너지 자원에 대한 수요 급증은 그렇지 않아도 심한 국면으로 치닫고 있는 자원 민족주의에 또 다른 자극요인으로 부상하고 있으며, 주요 에너지 공급원인 중동과 CIS 지역의 정정불안도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최근 다소 강도가 약해지기는 했지만 국제사회의 온실가스 감축노력 또한 에너지 다소비국인 우리에게는 쉽지 않은 또 다른 복병이다. 대외 변수들과 함께 우리 산업의 구조 또한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무엇보다 우선 우리산업은 에너지 위기에 매우 취약한 경제구조를 갖고 있다.

우리는 에너지의 96%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그중 82%가 화석연료다. 에너지 수입과 관련한 비용도 엄청나다. 일례로 2010년의 경우 우리는 에너지 수입에 약 122억불을 지출했으며, 이는 그해 IT, 자동차, 조선의 수출액 모두를 더한 130억불과 거의 맞먹는 규모다.

여기에다 그동안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를 바탕으로 경제성장을 이뤄온 만큼 에너지 다소비산업의 비중이 높아 에너지 효율은 선진국들에 비해 매우 낮다. 취약한 에너지 수급구조도 문제로, 공급 측면에서 볼 때 수입의존도가 높은 반면 자주개발율은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우리의 에너지 수입의존도는 96%에 달하며 특히 석유의 경우 중동지역에 대한 의존도가 82%에 달하는 등 매우 편중적이다. 최근 높아졌다고는 하나 석유와 가스의 자주개발율은 13.7%로, 이는 프랑스(105%), 이태리(51%), 스페인(26%), 일본(23%) 등과 비교해 매우 낮다. 반면 우리나라는 연간 237백만톤(2009년 기준, 전세계 소비 에너지의 2.1%)의 에너지를 소비해 세계 9위의 에너지 소비국에 해당한다.

2030년까지 석유 / 가스 자주개발율 40%로  에너지와 관련해 정부가 최우선 과제로 상정하고 있는 것은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이다. 에너지는 우리경제는 물론 국민생활의 골간을 이루고 있는 만큼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우리경제는 그 근본부터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지난해 9월 발생했던 전력 일시 부족사태에서 경험했듯이 에너지에 문제가 생기면 모든 경제활동은 그대로 멈출 수밖에 없다. 만의 하나 한전이 공급하는 전기에 문제가 생겨 잠시라고 전력공급이 중단됐다고 상상해 보라. 차마 입에 담기조차 끔찍한 상황들이 일시에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발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무엇보다 에너지의 안정적인 공급을 에너지 정책과제의 제 1 과제로 삼고 있다. 정부는 이같은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을 중심축으로 삼아 ▲에너지 저소비 경제사회구조의 정착 ▲기후변화 대응체계 구축 ▲녹색산업 신성장동력화 ▲에너지자립기반 강화 등을 주요 정책방향으로 추진 중이다. 이와 관련, 정부는 오는 2030년까지 석유/가스 자주개발율을 40%(2010년 10.8%)로, 신재생 에너지 보급률을 11%(2010년 11%)로 끌어 올릴 계획이다. 또한 에너지 저소비 사회로의 전환을 위해 에너지 원단위를 2030년 0.185(2010년 0.251), 석유의존도를 33%(2010년 42.3%)로 끌어 내린다는 계획도 함께 세워 놓고 있다.    에너지 정책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에너지의 안정적인 공급과 관련해 최근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이란산 석유 수입과 관련된 미국의 제제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린다면 이 문제는 당초 걱정했던 것보다는 큰 어려움 없이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이란보다 시장에서 영향력이 적은 지난 리비아 사태 때도 국제유가가 30달러 이상 급등했다. 따라서 리비아와 비교해 석유공급 규모가 훨씬 큰 이란의 석유공급이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한다면 그 충격은 상당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런 극단적인 상황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원유수입 대금의 결제를 제한하는 미국의 조치도 슬기롭게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와 이란은 수출입 대금의 결제에 있어 다소 독특한 결제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우리가 이란에서 석유를 수입한 대금을 바로 이란측에 지불하는 것이 아니라 국내은행(기업은행, 우리은행)의 이란 구좌에 예치한 후 우리기업이 이란에 수출한 물품 대금과 이를 상계하는 방식이다. 일종의 물물교환 방식을 원용하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엄밀히 말해 이는 미국이 거론하고 있는 이란의 석유 수출대금 결제 제한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대해서는 미국도 어느 정도는 이해가 된 만큼 일단 해결의 실마리는 풀린 셈이다. 다만 이란 석유에 대한 수입규모 감축에 대해서는 계속 협의 중이다.

낮은 에너지 요금이 비효율적 소비 유발 
앞서 말씀드렸듯이 에너지의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서는 해외 광구 확보를 통해 자주개발율을 높이는 것이 가장 안전하고도 확실한 방법이다. 이런 의미에서 이번 UAE 유전확보는 매우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미 보도된 바와 같이 우리는 지난 3월 초 UAE 유전에 대한 최종 본계약 체결에 성공했다. 이에 따라 이르면 2014년부터 생산을 개시해 일일 생산량 최대 4만 3천 배럴의 석유광구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특히 이 물량은 비상시에도 100% 도입 가능하며 향후 아부다비 국영석유회사와 공동 탐사를 통해 추가 자원량 확보도 기대된다. 이번 계약은 이같은 직접적인 사안 외에도 상당한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개인적인 의견을 더한다면 UAE와의 협력무드에는 앞서 성사된 원자력발전소 건설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생각한다. 잘 알고 계시듯이 UAE는 인구 800만명에 남짓한 소극이며, 실제 원주민은 200만명 정도다. 따라서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 운영할만한 인력 인프라가 취약해 상당부분을 우리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반면 원자력 발전소 건설 및 운영은 수십년 이상에 걸쳐 진행되는 장기적 프로젝트다. 따라서 앞으로도 UAE와 우리의 협력구조는 장기간에 걸쳐 매우 공공할 것으로 생각되며, 이는 우리의 중동지역 진출에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에너지의 안정적 공급과 관련해 누구나 인정하는 것은 우리도 하루빨리 에너지 저소비 경제/사회 구조를 정착시켜야 한다는 사실이다. 이와 관련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에너지 가격체계의 합리적인 조정이다.

사실 합리적인 에너지 소비구조를 정착시키기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은 에너지 요금의 정상화다. 잘 알고 계시겠지만 국내 전기요금은 OECD 최저 수준으로 이는 바로 비효율적인 전기 과소비를 유발하는 가장 큰 원인이다. 2009년을 기준으로 비교할 경우 우리나라의 주택용 산업용 전기요금은 OECD 평균의 51%와 54.2%에 불과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가정과 업체에서 난방을 위해 전기를 사용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전력사용량이 겨울철 아침과 저녁 시간에 전력 피크치를 기록하는 기이한 상황도 발생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력요금 정상화가 가장 효율적인 것을 잘 알고 있지만 이것이 생각처럼 간단치가 않다. 일례로 ‘전기세’라는 용어에서도 알 수 있듯, 우리국민 대부분은 전력요금을 하나의 세금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전력요금 조정에 대한 정치권의 반응도 부정적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여기 계신 언론의 도움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길지 않은 시간에 에너지와 관련된 부분을 두서없게 말씀드렸다. 결론적으로 우리나라는 기본적으로 에너지 자원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구조다. 반면 에너지 자원에 대한 공급은 갈수록 제한적이며, 가격 또한 높아지고 있다. 따라서 우리국민 모두가 합쳐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최근 세계적으로 원자력 발전에 대한 이견들이 분분하지만 여전히 우리는 원자력 발전에 관심을 가져야하며, 신재생에너지원의 발굴에 대해서도 더 많은 노력을 쏟아야 한다. 더불어 합리적인 에너지 가격체계의 수립을 통해 우리 사회전반에 보다 효율적인 에너지 소비형태가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