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 이른 더위로 전력수요가 빠르게 늘면서 올 여름을 전력 대란 없이 무사히 넘기기 위한 방안들이 범정부적 차원에서 폭넓게 검토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언론인 선배 여러분들을 모시고 절전과 관련해 말씀드리게 된 것을 대단히 기쁘게 생각한다.
그동안 우리 국민들은 전기를 별다른 생각 없이 필요할 때 필요한 만큼 편안하게 사용해 왔다. 이런 상황이 40여년 가까이 계속되다보니 대부분의 국민들은 이를 당연히 여겨왔고, 전기의 중요성에 대한 관심도 크게 없었다.

마치 공기가 우리의 생명 유지에 필수적이지만 평소에는 이를 의식하지 않고 생활하는 것과 비슷하다 하겠다.

하지만 지난해 9월 생각지도 못했던 대규모 정전사태를 경험하면서 전기의 안정적 수급은 이제 국민생활과 경제의 안정적 운영에 핵심적 사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반면 전력의 안정적 수급과 관련한 지금의 상황은 그리 녹녹치 않다.

우선 전력 수급에 가장 큰 변수라 할 수 있는 더위가 생각보다 일찍 시작한데다 최근 몇몇 발전소들이 이런 저런 사정으로 장상적인 가동을 하지 못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지금쯤이면 상당수준의 여유를 확보하고 있어야 할 전력예비율도 매우 낮은 수준이지만 전력 수급 상황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은 마땅치 않다.

결국 당장은 우리 모두가 전기를 최대한 아끼는 방안이 최선인 셈이다.  

최근 정부가 여름철 전력 수요 절감을 위한 방안을 서둘러 발표한 것도 바로 이같은 맥락에서다. 정부는 올해 더위가 앞당겨 찾아오고 원전 가동중지에 따른 전력 공급 차질로 전력 수급이 빠듯한 상황을 감안해 하계 전력수급 비상대책 기간을 작년보다 이른 6월 1일부터 9월 21일로 설정해 시행한다.

400만~500만 킬로와트(kW)의 안정적인 예비 전력을 확보하기 위해 각 기업이 휴가 기간을 분산하고 조업시간을 조정하는 등 절전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이를 위해 8월 첫째 주에 집중된 여름휴가를 셋째 주, 넷째 주로 분산하도록 피크시간을 피해 조업할 경우 전력 절감량에 비례해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제도도 시행할 계획이다.

산업계뿐 아니라 전 국민적으로 전력 절감 노력이 절실한 만큼 백화점과 호텔 등 대형 상업용 건물의 냉방온도를 섭씨 26도로 제한하고, 피크시간대에는 냉방기를 30분 간격으로 순차 중지토록 권고한다는 방안도 마련했다.

“뭐 그렇게까지” 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지난해 9월 블랙아웃(대규모 동시 정전 사태) 직전까지 갔던 전력 위기에서 볼 수 있듯이 한순간이라도 전력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 경제와 사회에 큰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런 사태를 미연에 전 국민적인 절감 대책이 이제는 상시적으로 실시돼야 한다.

7∼8월 대규모 정전사태를 다시 맞을 수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이번 여름 지난해와 비교해 전기공급 능력은 90만kW 늘었지만, 최대 전력수요는 480만kW 증가할 전망이다. 게다가 일부 대형발전소와 원자력발전소가 점검을 위해 가동을 멈췄다.

따라서 전력수요가 급증하는 7∼8월 지난해와 같은 대규모 정전사태를 다시 맞을 수도 있다. 이런 의미에서 지난해 9월 15일 순환정전이 왜 발생했으며, 예기치 못했던 상황이 우리사회에 미친 영향에 대해 살펴보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전력거래소는 우리나라 전력수급의 중심에서 전체적인 수습상황을 통제, 조절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따라서 전력의 수요가 급증하는 여름과 겨울은 매우 긴장되고 어려운 먼저 시간이라 할 수 있다. 여름철 전력 수급상황을 간략히 설명 드리면 보통 8월이 되면 전력의 소비패턴이 근무가 시작되는 시간인 9시부터 늘어나기 시작하고 이는 점심시간전인 11시30분 정도까지 지속된다.

점심시간에는 부하가 하락하고 오후부터는 다시 전력소비가 늘어나기 시작해 14~16시까지 최고로 많이 사용되게 된다. 저녁시간대는 점등하는 부하가 추가로 생기고 심야시간대는 전력사용이 작아진다. 전력은 이같은 소비 흐름에 따라 필요한 만큼 발전하게 된다. 전력은 발전하여 저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발전은 보통 발전원가가 가장 싼 원자력 발전소부터 가동되게 된다. 현재는 원자력 발전소가 21기 정도 돌아가고 있으며, 그래서 원자력 발전원을 기저부하라고 한다.

다음으로는 석탄발전소를 돌린다. 원자력이 kWh당 원가가 3원이라 하면 석탄발전소는 60원 정도다. 아침 8시정도까지는 이러한 두 개 발전원이 전력공급을 주로 담당을 하게 되고 9시부터 빌딩에 에어컨 등을 가동하기 시작하면 중유 발전소나 LNG 발전소가 가동하기 시작된다. 이어 전력소비가 최고조에 이르면 밤에 물로 저장을 하였던 양수발전소와 수력발전소가 돌아가기 시작하는데 이는 약 4시간 정도 발전할 양을 보유하고 있으며, 약 400만KW의 공급능력이다. 60년대만해도 수력이 대부분의 전원을 담당하였지만 요즈음은 거의 마지막 비상시에 사용하고 있으며, 약 2-3% 정도의 비중을 담당하는데 그치고 있다. 

말씀드렸듯이 전력거래소는 전력수요의 변화를 예의 주시하면서 수요 수준에 맞게 원자력 발전소, 석탄발전소, 중유발전소, LNG 발전소, 양수 발전소 등을 가동시키는 지시를 하고 있다. 남부발전, 남동발전 등의 발전회사는 이러한 발전소들을 가지고 있는 회사다. 원자력만 가지고 있는 회사가 한수원이고, 나머지 발전회사들은 화력, LNG, 수력, 양수 발전소들을 골고루 보유하고 있다.

문제는 1KW도 전력이 남으면 낭비 요인인 만큼 수요에 따라 정확히 발전을 시키고 송전선로를 통해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 전력거래소는 이러한 전력수급 대응 외에도 전력을 전력시장에 파는 발전회사들과 고객에게 판매하기 위해 사가는 한국전력에게 전력비용을 정산해 주는 일도 하고, 그와 관련된 시간별 전력시장가격을 결정해주는 역할도 한다.

아울러 이러한 전력시장을 운영하기 위해 전력시장운영규칙을 만들고, 전력시장을 감시하는 기능도 가지고 있으며, 장기적으로 발전소를 적절하게 공급하기 위한 장기 전원건설계획도 수립하고 있다.

저는 작년 9.15 정전이후 11월에 전력거래소에 부임했으며, 전력계통운영보다는 한전에서 발전운영업무에 40년 이상 종사 했다. 제가 경험에서 체득하고 지금도 직원들에게 바라는 구호는 365-1=0이라는 구호다.
이는 1년 365일 중 하루라도 잘못하면 모든 것이 허사(0)가 된다는 이야기로, 전력계통 운영을 위해서는 극도로 긴장하는 자세로 업무를 수행하여야 한다는 의미다.
365-1=0, 한 순간이라도 잘못하면 모든 것이 허사 
이제 지난해 9.15 정전이 왜 일어났는지를 설명 드리겠다.
그 날은 추석이 있고 이틀 후다. 이 시기는 보통 기온이 선선한 시기인데, 사고 당일은 예년보다 무더위가 찾아왔다. 가을인데도 31도까지 올라갔고 설상가상으로 미리 계획되어 있던 발전기 고장예방정비(11대의 발전기) 기간이어서 공급능력도 약화된 상태였다.

중요한 것은 기온변화가 전력수요에 영향을 상당히 많이 준다는 사실인데 날씨는 지금도 안정적 전력수급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한마디로 사고 당일 기온이 예상외로 높았던 것이 정전의 주요 원인이었다. 아울러 당일날은 추석 후 이틀째 되는 날이라서 공장중 일부가 연휴를 시행할 수도 있으리라 보았는데, 예상을 빗나가 공장가동률이 96.4%까지 오르는 높은 수준이 되었다. 이에 따라 아침시간대부터 수요가 급격히 올라가 비상사태까지 이르게 되었다.

당시 예비전력 부족과 관련해 말이 많았지만 실제 예비력은 있었다. 그런데 보도에서도 나온 바와 같이 일부 예비력은 허수 부분도 있었다. 여기서 예비력과 주파수와의 관련성을 설명해드리면, 예비력이 떨어지면 주파수가 떨어진다. 주파수를 통해 예비전력의 상황이 또한 감지된다.

우리나라는 60Hz이고 외국은 다소 틀린다. 주파수가 떨어지기 시작하면 전력이 부족해지기 시작한다는 이야기로, 58Hz 이하로 떨어지면 상당히 위험해진다. 발전과 소비는 저울에 올려놓았을 때 평행한 상태다. 그러나 발전이 소비보다 많아지거나 소비가 발전보다 더 많아지면 균형이 깨져 정상적인 주파수 범위를 벗어나게 되고, 전력수급에 어려움이 생긴다. 따라서 이러한 불균형을 예방시키는 일을 전력거래소가 실시간으로 수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특이한 전력소비구조를 가지고 있다. 계절이 4계절이기 때문이다. 봄과 가을은 전력을 가장 적게 사용하는 반면 여름과 겨울은 냉방전력과 난방전력이 과다해져 다른 계절에 비해 상당히 많은 전력을 사용한다.

여름을 예로들면 1,800만kW 정도가 봄, 가을에 비해 더 많이 소비되고 있고 이는 에어컨 가동 때문에 생기는 냉방전력입니다. 즉 이는 원자력 18개 발전기가 에어컨을 위해 사용되고 있다는 이야기다. 겨울에는 여름보다 다소 많은 약 1,900만kW의 난방전력이 피크시에 계절성으로 발생된다. 전력 요금이 너무 낮게 책정되어 있다는 것도 문제다. 요금이 저렴하다보니 국민들은 무의식적으로 전기를 낭비하게 된다.

예를 들면 닭똥을 말리기 위해서 전기를 사용하는 나라, 소를 키우는 우사에서 바닥이 차갑지 말라고 전기를 난방으로 사용하는 나라, 이런 부분에 대해 조금은 부끄러워하고 다시 한번 깊게 생각했으면 한다. 정전이 되면 제일 먼저 듣게 되는 소식은 일부 국민들이 엘리베이터에 갇혔다는 뉴스다.

이런 승강기 문제와 관련하여, 사실은 승강기는 비상전원이 별도로 있어서 정전시 해당 층까지는 비상전원으로 자동적으로 운행하여 자동으로 문이 열리게 되어 있는 점을 알려드리고 싶다. 건물별로 비상발전기의 적절한 작동을 꼭 건물주가 체크해야 한다. 우리나라 정적의 역사를 살펴보면, 1971년 9월에 전국정전이 있었다. 당시 당인리 발전소의 고장 여파로 전국 정전이 일어났었고, 그 이후에는 다행이도 대규모 정전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