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상황이 한치 앞을 내다 볼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변화하면서 경제관련 부서에서는 자료들을 매일 매일 up-date하는 것은 물론 경제운용 기조자체를 수시로 점검해야 할 정도로 모든 것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솔직하게 말씀드린다면 최근의 흐름은 앞으로의 경기불황 국면을 예상해 약세로 돌아선 유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지표들이 우리경제에 긍정적이지 못한 상황이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지금의 위기상황은 지난 2008년의 경우와는 다소 양상이 다르다. 잘 아시듯 2008년 금융위기는 금융의 위기상황이 실물로 전이되면서 문제가 커졌다.

하지만 그때와는 달리 지금의 재정 또는 실물부문에서 시작돼 위기의 진원지를 제외한 금융시장은 비교적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우리 금융시장도 위기국면 속에서도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지난 외환위기 이후 수차 위기상황을 경험하면서 우리 금융시장의 체질이 강해진데다 금융당국과 업계가 위기확산을 미연에 방지할 방화벽 마련에 노력해 온 결과가 아닌가 생각한다. 

문제는 지금의 위기상황의 근원이 유동성 보다는 실물경제에서 시작됐다는 점에서 그 해결에는 더욱 어려움이 클 것이란 점이다. 경제의 펀드멘탈이 문제가 된 만큼 이는 일시적 대책으로 해결될 수 없으며 매우 어려운 과정과 많은 시간이 투입되어야 할 것이란 이야기다.
여기에다 현재 유럽 각국의 정치, 경제적 여건을 감안할 때 위기 해결에는 더욱 많은 장애물을 극복해야 하며 시간 또한 상당기간이 소요될 가능성이 크다.

더욱이 오늘날 불확실성은 가끔씩 발생하는 ‘변수’라기 보다는 거시 환경을 구성하는 ‘상수’가 됐다. 따라서 안정적으로 경제를 운영하는 정부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한국경제는 2008년에 비해 위기대응능력이 크게 강화된 만큼 작금의 대외충격을 무리없이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2008년 당시의 '교과서적 회복'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도 회복력이 빠른 경제구조를 유지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정부는 이미 위기에 대비해 우리 경제에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집중 모니터링 체제를 가동하고, 컨틴전시플랜을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있다.

앞으로도 관계부처 간 긴밀한 공조를 통해 필요하다면 선제적으로 대응해 나갈 것이다.

세계경제 ‘불확실성’ 오히려 커지고 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유럽재정위기 우려가 다시 부각되면서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시간이 갈수록 해결되기보다는 오히려 커지는 모습이다. 여기에는 여러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겠지만 결국은 지난 2008년 위기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미봉책에 머물렀던 결과가 아닌가 생각한다.

주요국들의 상황 또한 만만치 않다. 우선 세계 경제의 가장 중요한 축인 미국의 경우 실업률하락과 민간소비증가 등 일부 회복조짐을 보이고 있으나 최근들어 취업자증가폭이 둔화되는 등 향후 전망에 대한 기대감이 다소 약화되고 있다.

세계의 공장이라 불리는 중국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수출비중이 비중이 가장 높은 유럽지역(18%)의 경기침체로 수출둔화와 함께 성장세도 점차 약화(1분기8.1%)되는 추세다. 일본은 예외적으로 경제성장이 완만한 회복세(1분기4.1% 성장, 전기비 연율)를 보이고 있으나 높은 국가부채 등 재정악화 우려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중국에 이어 세계경제의 새로운 견인차로 부상했던 인도 또한 고물가와 인프라 부족 등으로 IT 중심의 성장이 한계에 도달하면서 경제가 급속히 냉각되고 있다. 특히 위기의 근원인 유럽은 저성장, 재정긴축 등으로 실물경기가 부진한 가운데 위기가 주변국에서 스페인, 이태리 등 중심국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각국의 정치적인 상황도 문제해결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 중국 등 주요국들이 선거 또는 정권 교체기를 앞두고 있어 경제상황이 정치로 편입되면서 문제해결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특히 위기의 진원지인 유럽의 경우 그리스가 연정구성 실패로 재선거를 실시하는 등 정치적 혼란을 이어가고 있으며, 정권이 바뀐 프랑스의 경우 성장과 고용을 강조하는 올랑드의 대통령 당선으로 그동안 긴축위주로 추진되어왔던 EU 재정협약의 기조가 흔들리고 있다.

여기에다 부동산 버블 붕괴로 금융기관들이 큰 어려움에 당면한 스페인이 새로운 대형 위기를 예고하고 있으며, 위기가 이태리로까지 번질 것이란 우려가 점차 현실화 되는 느낌이다.

따라서 이들 국가들은 향후 국제금융시장에서 자금조달에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되며, 특히 대규모 채무상환일이 줄줄이 도래하는 7월 이후에는 또 다른 심각한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우리 외환/금융시장 상대적 안정성 돋보여     
그렇다면 우리의 여건은 어떤가? 앞서 간략히 말씀드렸듯이 우리 금융시장은 상당히 안정적인 기조를 유지하고 있으며, 외화차입 여건도 양호하다.

실제 단기금융시장에서 국내 은행들의 외화차입 여건은 양호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국내은행 가산금리(bp, Libor 3M대비, 산업은행기준)은 지난 2011년말 50에서 4월말 25, 5월말 25 수준으로 양호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중장기 조달여건도 괜찮은 편이다. 중장기 외화조달의 지표라고 할 수 있는 외평채 가산금리는 CDS 프리미엄이 최근 소폭 상승하였으나 2011년 위기고조 시 보다 크게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참고로 외평채가산금리(bp, 19년만기)는 2011년 10월 201, 2011년말 130, 3월말 110, 4월말 110, 5월말 137 수준이었으며 같은 기간 CDS 프리미엄은 229, 150, 123, 121, 142 수준이다.

외환보유액 등 위기 대응 여력도 양호한 수준이다. 국내 금융기관의 외화 여유자금이 풍부하고, 충분한 외환을 확보(3,618억불, 세계7위)하고 있어 대외적인 위기 대응여력은 충분하다고 본다. 참고로 3월말 현재 총외채규모는 130억불 증가하여 4,114억불 수준이다. 이같은 금융시장의 안정은 호조세를 이어가고 있는 수출과 함께 우리경제의 양호한 펀더멘털 등에 따른 외국인채권투자(+108억불)에 주로 기인하며, 그 결과 외환과 관련한 각종 건전성 지표는 지속적으로 개선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참고로 최근 세계 금융시장의 불안이 이어지면서 국내 주식시장에서 상당수 외국투자가들이 투자자금 회수에 나서면서 외환시장에 잠시 불안감을 조성하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경제의 양호한 펀드멘탈에 국제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국채 및 우량기업 발행 채권에 대한 해외자본의 투자가 대규모로 늘어나면서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고 있다. 정부로 이같은 상황을 십분 활용하기위해 초장기 국채(30년물) 발행을 통한 안정적 외화자금의 확보를 조심스럽게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