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정권이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엔저 정책으로 최근 우리 수출 상황이 만만치 않다. “디플레이션에서 탈출할 때까지 무제한으로 엔화를 풀겠다”는 일본 정부의 ‘아베노믹스’에 힘입어 엔-달러 환율이 100엔 선에 육박하면서 우리경제 전반에 ‘엔저 쇼크’가 점차 현실화하고 있다. 미국의 경기 회복 조짐에 따라 달러화 가치가 오르는 것도 한국에는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 보통 달러화 가치가 오르면 원-달러 환율이 상승해 우리 수출기업에 유리하지만 최근에는 ‘강(强)달러’가 엔화 약세와 맞물려 엔화 가치를 더욱 급격히 떨어뜨리면서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원-엔 환율 하락은 우리 경제에 분명 대형 악재다. 국내 기업의 글로벌 가격경쟁력이 하락해 경상수지를 악화시키기 때문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국내 600대 기업의 원-엔 환율 손익분기점은 1185.2원으로, 4월 평균 원-엔 환율이 100엔당 1160.1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이미 상당수 기업은 엔화 약세로 적자를 보고 있는 셈이다.

   수출 전선에선 이미 올해 초부터 엔화 약세에 따른 피해가 심각한 수준이다. 한국무역협회가 최근 수출업체 322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42.8%는 엔화 약세 등 환율 변동성 확대로 수출 상담 및 계약에 차질을 빚었고, 19.4%는 채산성 악화로 수출을 포기한 적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철강 등 일본과 경쟁하는 주력 산업의 피해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4월 철강과 석유제품, 자동차의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각각 13.6%, 11.3%, 2.4% 감소했다. 해외시장에 진출한 국내 건설 및 엔지니어링 업체들의 플랜트 사업도 가격경쟁력을 잃으면서 어려움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도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지만 딱히 묘수를 찾지 못하고 있다. 외환시장에 개입한다고 해도 ‘기축통화’인 엔화의 약세 기조를 돌리는 건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100엔 대 1000원 수준까지는 극복 가능

   하지만 이같은 상황이 일본축의 예상대로 지속되지 않을 가능성도 크다. 우선 작금의 엔저 현상이 수출을 비롯한 우리경제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견딜 수 있을 수준이라고도 생각된다. 지난날을 되돌아보면 원과 엔의 환율은 대략 100엔대 1000원 수준을 유지해 왔으며, 어떤 경우에는 1000원 이하로 내려가는 경우도 많았다. 따라서 지금의 엔저 상황에 대하여는 위기의식은 가져야하지만 그렇다고 위기상황은 아니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우리의 주력 수출산업인 자동차, 기계, 철강 등에서 엔저의 영향이 상당히 심각한 것으로 이야기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산업의 어려움은 엔저 현상에 앞서 나타난 대외 경기의 불확실성이 더욱 영향을 미친 결과로, 아베노믹스가 진행되기 이전부터 공급과잉에 따른 불황이 이미 진행 중에 있었다. 따라서 100엔 대 1000원 수준까지는 우리의 노력으로 극복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물론 중소기업의 경우는 이야기가 다르다. 실제 해외진출 등을 통해 환율 위험을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는 대기업과는 달리 중소기업의 수출에는 엔저가 상당히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따라서 정부의 엔저 대응 전략도 이 부분에 집중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문제는 엔저의 지속 여부다. 과연 엔저는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 것인가? 당장 나타난 결과만 살펴본다면 엔저의 효과는 상당해 보인다. 엔저 효과로 일본기업의 수익이 늘어나면서 일본 증시는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으며, 현 시점에서 본다면 아베노믹스는 일본 경제에 어느 정도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더욱이 이같은 결과를 발판으로 아베의 지지율은 높아지고 있으며, 높아진 지지율은 아베에게 또 다른 정치적 힘으로 작용하고 있다. 말하자면 정치와 경제가 연결되면서 더 큰 시너지를 발휘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아베노믹스의 지속가능성을 의심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우선 일본의 경제는 20년 이상 장기침체를 겪고 있는데 이는 그 나름의 이유가 있다. 따라서 단순히 돈을 풀어 경기를 살린다는 정도의 접근으로는 한계가 있다. 기장 먼저 이야기 할 수 있는 부분은 바로 대외금융부분이다. 돈을 무한정 풀어 엔저를 통해 경기를 살린다는 아베의 구상과는 정반대의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실제 가파르게 진행되던 엔저가 달러당 100엔 수준에 근접하면서 주춤하고 있다. 양적 완화로 주식, 부동산으로 이어지는 자산증가 현상이 발생하면서 해외에서 돈이 유입되고, 이에 따른 엔화 수요가 늘면서 대외 금융부분의 흐름이 아베의 판단과는 반대 방향으로 흐르는 현상도 일부에서 감지되고 있다.
 
 아베노믹스 효과...부정적 의견도 많아
    또 다른 하나는 일본 내 금융기관들의 대규모 자산이 엔저로 부실화 될 가능성이다. 아베노믹스의 진행에 따라 일본 중앙은행이 국채매입을 계속 확대해 나갈 경우 이는 국채 금리의 가파른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고, 이 경우 국채가격이 폭락할 수 있어 일본 국채를 대규모로 소유하고 있는 일본 금융기관들은 평가손실을 피할 수 없다. 그리고 이는 금융시장의 불안과 자금 경색을 가져 올 수 있다. 현재 일본의 국가 채무는 997조엔(한화로 1경원 이상)이며, 이는 국내총생산(GDP)의 210%를 넘고 있으며, 국채의 대부분은 일본 시중은행과 보험사, 개인들이 보유하고 있다. 더욱이 국채 이자율 상승은 막대한 재정적자에 부담을 가중시켜 인플레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또 다른 대규모 추가 제정적자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따라서 아베 정부로서는 이를 피하기 위해 소비세 인상 등 세수 확대에 나설 수 있겠지만 이는 지난 1997년에도 경험했듯이 결국 성장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일본이 초고령화 사회에 이미 진입해 있다는 사실도 부담이다. 일반적으로 기업의 이익이 증대되고 임금이 상승하고 보너스 지급이 확대되는 등 가계소득 여건이 개선되면 소비가 늘면서 경제가 성장국면에 진입하게 된다. 하지만 일본의 경우 초고령사회 진입으로 안정을 선호하는 고연령층의 소비성향이 제한적인 데다 불안정한 미래에 대한 대비차원에서 소비 확대가 더뎌 소득증가, 소비 자극, 일자리 창출 등 선순환 고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아베노믹스가 일본경제의 장기적인 성장을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고 단순히 인플레이션과 국채금리를 상승시키는 결과만 초래할 것이란 분석이 가능하다. 따라서 향후 현재 유럽이 격고 있는 재정위기처럼 국채구조조정과 은행들의 구제금융이 뒤따를 수도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이 나오기도 한다.
   상황을 종합해 볼 때 아베의 엔저 정책이 추구하고 있는 선순환 고리는 중간 중간에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경우도 문제다. 무리를 감수하면서도 야심차게 진행되고 있는 아베노믹스가 좌초할 경우 일본은 또 다시 심각한 경기침체에 빠질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이 경우 국제 금융시장의 혼란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에 다른 대비책도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실제 국제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앤푸어스(S&P)는 일본에 대한 국가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으며, IMF가 발표한 지역경제전망 보고서에서는 아베노믹스로 일본 국채금리가 2% 포인트 오를 경우 이웃나라들의 국채금리도 0.5~1.5% 포인트 상승하고 통화량이 줄어들어 지역내 경제가 위축되어 동반 침체에 빠질 수 있으며 우리나라가 가장 큰 충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결론적으로 지금의 엔저는 극복이 가능할 것이란 긍정적인 시각이 필요하다고 본다. 물론 만일의 경우까지 고려해 위기의식은 가져야 하겠지만 그렇다고 지금이 위기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 그리고 엔저의 선순환 고리가 끊어졌을 때의 국제금융 상황에 더욱 집중해야 할 때라도 생각한다.

한중일 FTA, TTP 참여 등 시간 갖고 추진 
   다음은 통상문제와 관련해 간략히 말씀드리겠다. 그동안 외교부가 담당해 오던 통상부분이 다시 우리부서로 넘어 온 것은 산업과 통상을 함께 추진함으로써 얻을 수 있을 시너지를 위한 것이다. 보통 통상이라면 FTA를 먼저 떠 올렸지만 FTA가 통상의 모두는 아니며 더욱 중요한 것은 산업전반을 아우르는 경제협력이다. 일례로 세계 각지에는 우리의 개발경험을 탐내는 나라들이 많다. 따라서 이들과의 경제협력과 FTA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산업협력 경험은 좋은 tool이 될 수 있으며, 이를 잘 활용할 경우 민감사안(농산물 등)에 대한 협상도 어렵지 않게 양보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일례로 인도네시아와 그동안 추진해온 경제협력 노력은 양국간의 FTA는 물론 여타 아세안 국가들과의 FTA추진에도 좋은 발판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최근 동아시아 통상환경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세계 성장동력으로 부상 중인 동아시아에서는 미국과 중국간 간 경쟁 구도 아래 다양한 지역 경제통합 노력이 중층적으로 진행 중이다. 우선 미국은 ‘Pivot to Asia’ 전략 하에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 협정)로 동아시아에 대한 영향력 확대 노력 중이다. 중국도 미국의 아시아 관여를 경계하면서, 한중일 FTA, RCEP 등 미국이 배제된 통합 논의 주도 중이다. 일본 또한 FTA 고립 탈피를 위해 아태 경제통합 논의에 적극적이며, TPP 및 일·EU FTA를 통한 FTA 허브전략 동시 추진 중이다. ASEAN도 ASEAN 중심의 지역통합을 위해 ASEAN, 한중일, 호주, 뉴질랜드, 인도가 참여하는 RCEP 추진 중이다.
   이런 의미에서 그동안 우리가 추진해 왔던 한일, 한중, 한중일 FTA와 함께 최근 미국이 힘을 쏟고 있는 TTP에 대해 간략히 말씀드리겠다. 우선 일본, 중국과의 FTA는 경제는 물론 정치 외교적인 상황도 함께 추진해야 한다. 따라서 생각처럼 그렇게 빨리 진행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 중국과의 경우 농산물과 일부 민감품목에 대한 합의가 여전히 쉽지 않을 것이며, 일본과도 마찬가지다. 최근 아베가 성정전략의 일환으로 참여를 공식 선언한 TPP도 비슷하다. 우리는 경우 이미 미국과 유럽연합 등 이미 여러 나라들과 FTA가 발효 중인 상황인 만큼 TPP가입을 서두를 필요가 적다. 여기에다 이미 발효되고 있는 한미 FTA에 대해서도 여전히 국내 의견이 정립되고 있지 못한 상태이며 여러 부분에서 여전히 갈등 구조를 갖고 있다. 따라서 높은 수준의 개방을 요구하는 TPP는 상당한 부담이다. TPP의 경우 미국은 한국도 언젠가는 가입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지금의 상황에서는 우리의 몸값을 올리는 것이 중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중국과의 FMF를 선행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중국과의 FTA역시 법제화되지 않은 많은 비관세 장벽과 농산물 부분이 문제다. 하지만 한국과 중국의 경제는 상호보완적인 부분이 많아 너무 높은 개방수준이 아니라면 충분히 협의가 가능할 것이다. 더불어 일본이 TPP에 가입하면 일본의 비관세 장벽을 미국이 굴복시킬 가능성도 높다. 그리고 이는 우리가 일본과의 FTA를 추진하는데 새로운 가능성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