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노동시장의 동향과 관련해 가장 관심이 높은 분야는 바로 고용시장이다. 특히 새 정부가 역대 정부 처음으로 ‘성장률’이 아닌 ‘고용률’을 국정목표로 제시하면서 고용 확대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고용시장 동향을 간략히 말씀드리겠다. 올해 취업자의 경우 세계적인 경기불안과 이에 따른 국내 경기회복 지연, 그리고  지난해 고용호조에 따른 기저효과의 영향으로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다. 상용직의 경우 임금근로자의 증가세는 지속되고 있지만 자영업는 기저효과와 과당경쟁 등으로 5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연령별로는 50대 이상의 취업자가 크게 증가한 반면 청년층은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연령별 취업자 수 변화는 인구구성비의 변화와 함께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취업자 증가추세가 이어지고 있는 50대 이상의 경우 고용정책상 수요가 큰 계층임과 동시에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늘고 있어 고용률 목표관리에 있어도 매우 중요한 계층으로 부상하고 있다. 반면 청년층의 경우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인구 구성비가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따라서 최근 청년층 고용의 감소는 인구구성비의 변화에 따른 자연적인 현상이라는 설명이 가능하다. 전체적으로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던 고용률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다소 주춤하고 있으며 과거10년 동안 고용률이 65.0%를 상회한 적이 없다. 현재는 64% 수준이다. 하지만 앞으로 추경 조기집행, 투자활성화 대책 등을 통한 정부의 고용률 70% 로드멥이 본격적으로 추진된다면 하반기에는 개선 추세가 확대될 것으로 생각된다.

    노동관계의 경우 대체적으로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에 비해 분규발생 건수, 근로손실일수 등이 감소하는 등 상반기 노사현장의 흐름은 전반적으로 안정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조선, 건설 등에서 나타났듯이 구조조정기에 있는 대규모 사업장에서 분규가 발생할 경우 심각한 문제로 발전해나갈 가능성은 여전히 상존하고 있다. 이들 대규모 사업장의 노사분규는 이제 임금투쟁에서 고용투쟁으로 변모하고 있으며, 쌍용차 사태 등에서 경험했듯이 사회문제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반면 고용부가 개입할 수 있는 여지는 매우 적다. 따라서 고용정책은 물론 노사관계에 대한 대응 또한 점차 산업구조의 변화에 대응하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할 필요가 있다.

성장과 복지의 선순환 위해 고용률 높여야 
   앞서 말씀드렸듯이 정부는 ‘고용률 70%’를 국정의 주요 목표로 제사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고용률 70% 로드멥’을 수립해 나가고 있다. 따라서 고용노동부는 이번 상반기를 향후 5년간 달성해야할 고용노동정책의 목표를 명확히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초석을 구축하는 기간으로 삼고 각종 정책들을 준비하고 있다. 하반기에는 상반기에 수립한 계획과 법, 제도 개선사항들이 국민들의 실질적인 삶의 질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정책 추진의 모든 역량을 집중한다는 생각이다.
   고용률 70% 로드맵과 관련해 간략히 설명 드리겠다. 정부가 고용률(전체 취업자 수를 15세 이상 64세 이하 인구로 나눈 수치/OECD 기준)을 중시하는 것은 이제 우리도 경제의 고용창출력이 저하되면서 성장 지상주의가 한계에 도달한 만큼 성장과 복지의 선순환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고용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지속가능한 복지국가 실현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고용률이 높아야 하며 고용률이 높은 국가일수록 빈곤층 비율은 낮고 국민의 행복지수는 높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10년간의 수치를 비교했을 때 OECD 상위 13개국에 비해 고용률이 전체적으로 현저히 낮으며, 특히 여성(69.1% 대 53.1%)과 청년(53.6% 대 23.1%)의 고용률 차이가 크다. 이같은 결과는 남성 중장년을 중심으로 소수가 회사에서 매우 오랜 시간을 보내며 별로 높지 않은 생산성으로 일하는 후진적인 고용구조 때문이다. 급변하는 지식정보화 사회에서 이같은 노동시장의 구조는 더 이상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 근로능력이 있어도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인구(300만명 상회), 조기은퇴(평균 정년 58.4세), 출산 양육으로 인한 여성 경력단절 등도 고용률 개선을 위해 시급히 해결되어야 할 과제다. 

시간제 일자리 창출, 근로시간 단축에 초점 
    고용노동부는 고용률 70％ 로드맵 달성을 위한 하반기 핵심 추진과제로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 창출과 근로시간 단축을 잡고 있으며, 이를 기업에 적극 권유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우리나라의 시간제 근로자는 최근 지속적으로 증가 추세에 있지만 아직 주요 선진국보다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지난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국가의 시간제 근로자 비중을 살펴보면 한국은 13.5％로 일본(20.6％), 독일(22.1％), 영국(24.6％), 네덜란드(37.2％) 등에 크게 못 미친다. 반면 최근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의 63.5％(여성의 69.4％)는 시간제 일자리를 희망하고 있다. 따라서 학업이나 육아 등을 병행할 수 있고 임금이나 복리후생에서 차별을 받지 않으면서 4대 보험, 최저임금 등 기본적인 근로조건이 보장되는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가정과 사회의 균형 있는 발전을 위한 근로시간의 단계적인 단축도 중점 추진된다. 기존 근로자별 주당 법적 근로시간은 연장근무 12시간을 포함해 총 52시간으로, 그동안 토·일요일 근무시간(최대 16시간)은 연장근무시간 안에 포함되지 않고 별도로 인정했다. 주당 최대 법적근로시간은 68시간인 셈이다. 하지만 앞으로 단계적인 근로시간 단축이 시행되면 우선 연장근무시간 안에 휴일근무시간이 포함된다. 기존의 토·일요일 근무시간인 16시간을 단계적으로 단축하겠다는 것이다. 근로시간 단축이 일부 기업에게 경영상 어려움을 가중시킬 수도 있겠지만 정부는 연간 총 근무시간을 2100시간에서 2017년까지 1900시간으로 단축하겠다는 계획이다. 탄력적 근로시간제도 도입된다. 근로자가 특정한 주에 주당 법적 최대 근로시간인 52시간을 넘게 일해도 3개월간 평균 근로시간이 52시간이 넘지 않으면 법적으로 이를 허용한다는 것이다.
    사실 고용률 70% 달성은 매우 도전적인 과제이며, 열심히 노력해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더불어 생각해야할 것은 일자리 몇 만개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고용구조의 혁신과 일하는 방식·문화의 개혁을 이루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장시간 근로개선과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 창출, 일과 가정의 양립, 여성의 경력단절 없는 노동시장 참여를 위한 보육시설 확충 등 정부가 쓸 수 있는 모든 수단과 재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일하는 방식과 문화를 개혁하지 않으면 아무리 창조경제를 창출해봤자 글로벌 경제의 흐름을 올라타기는 어렵다. 다 함께 참여하고 더 나이 들어서도 일할 수 있는 노동시장이 필요하다. 동시에 너무 오래 일하지 않고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어야 생산성도 오른다. 이런 방향으로 일하는 방식과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

지금은 노사정 대타협이 매우 중요한 시점    통상임금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지만 해법은 쉽지 않아 보인다. 바로 당사자들의 이익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통상임금은 근로자가 통상적으로 지급받는 임금을 의미하며, 각종 법정수당 등 산정의 기준이 된다. 근로기준법에는 지난 1953년 연장근로, 가산수당의 기초로 통상임금 개념이 도입되었으며, 1982년 시행령에 통상임금에 대한 정의 규정이 신설 되었고, 이어 1988년에는 통상임금 산정지침이 예규로 제정되어 통상임금의 범위를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통상임금에 대한 법원의 판례는 지난 90년대 중반까지는 행정해석과 동일한 입장이었다. 하지만 이후 판례에서는 임금 이분설 폐기(95년), 정기성(1임금 지급기) 요건 완화(96년) 등을 통해 점차 통상임금의 범위가 확대되어 왔다. 이어 지난해 3월 기업의 부담이 큰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한 대법원의 판례가 나오면서 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증대되고 있다.    통상임금 문제는 현재 임금제도개선위원회를 꾸려 논의하고 있다. 전문가 위주로 논의를 진행하는데, 노사 양측의 의견을 모두 개진하고 있다. 당장은 쉽지 않겠지만 어느 정도 무르익고 의견이 접근되면 자연스럽게 사회적 대화체로 옮겨갈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하지만 우선은 노사가 판례도 참고하고, 산업현장에서 어떻게 임단협이 이뤄져 왔고, 그 많은 수당이 어떻게 생겨왔으며 정기상여금 성격이 어떤 것이냐는 것들을 모여서 함께 따져봐야 한다. 사실 통상임금은 연장근로를 보전해주기 위해 있는 것이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연장근로로 지불하는 비용이 사람 하나 더 쓰는 것보다 싸기 때문에 좀처럼 연장근로가 줄어들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논의는 후진적이고 복잡하고 불확실한 우리의 임금체계를 바로잡을 아주 좋은 기회로 생각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제까지 말씀드린 고용률 70% 달성, 장시간 근로관행 개선 등 대형 고용·노사관계 현안의 원만한 해결을 위해서는 노사정 대타협 매우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노사정 대화가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상황은 만만치 않다. 우선은 일종의 패키지딜(일괄교섭)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한다. 노동조합은 현안들을 협상 테이블에 내놓을 수 있는 만큼 발전적으로 풀게 되면 노조는 ‘우리가 정부에게 뭘 주겠다. 사용자에게 어떤 걸 내놓겠다’고 제안할 수 있다. 또 사용자 측도 과거에 노사정 대타협 했던 것처럼 ‘당신들이 이렇게 나오면 양보할 수 있다’는 협상을 할 수 있는 패키지는 충분히 있다고 본다. 판을 짜봐야겠지만 그게 바로 사회적 대화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