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여러 언론계 중진들을 모시고 ‘미디어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라는 제목으로 말씀 드릴 기회를 갖게 된 것에 감사드린다. 본인 역시 오랜 기간 언론계에 몸을 담아왔지만 미디어의 발전은 갈수록 그 속도를 더하며 참으로 눈부시게 달라지고 있다. 돌이켜 보면 지난 80~90년대는 인쇄매체의 전성기였다. 당시 신문과 잡지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대단했으며, 신문은 물론 매월 수십만부가 판매되는 월간지도 다수 생겨났다. 하지만 인쇄매체는 컬러 TV시대가 도래하고 이후 인터넷이 새로운 미디어의 총아로 등장하면서 90년대 이후 영향력이 감소되는 추세다. TV의 경우도 여전히 영향력을 이어오고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인쇄매체와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80년대 컬러 TV시대 도래 이후 전성기를 맞은 TV는 2000년대 들어 지상파 HD, 2012년 디지털방송 개시 등으로 새로운 시대를 맞고 있다. 하지만 막강한 지위를 누려왔던 지상파 TV 역시 새로운 뉴미디어 시대를 맞아 지난날의 명성에서는 멀어지고 있다. 반면 뉴미디어의 위상은 갈수록 막강해 지고 있다. 1995년 도입된 케이블 TV는 이미 가입자 수가 1491만명에 달할 정도로 탄탄한 입지와 비중을 확보하고 있으며, 2002년 시작된 위성방송(가입자 379만명), 2008년 도입된 IPTV(가입자 631만명), 모바일, N스크린 등이 시장에서 각축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이젠 UHD시대를 앞두고 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지금은 다매체, 다체널의 뉴미디어 시대다. 시장은 이미 신문에서 방송, 인터넷, 모바일로 그중심이 변화하고 있다. 이는 해외에서도 마찬가지로, 지상파나 신문의 퇴조가 뚜렷하다. 미국의 경우만 해도 이미 1995년 디즈니가 ABC방송을 인수했으며, 2000년에는 Viacom이 CBS를, 이어 2004년에는 유니버셜 스튜디오가 NBC를 인수했다. 2013년엔 그 유명한 워싱턴포스트지가 인터넷 갑부인 아마존 창업자에게 인수 당했다. 기존 매체의 퇴조는 매출의 흐름에서도 잘 나타난다. KBS, MBC, SBS 등 지상파의 매출은 지난 2000년 이후 물가 인상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저조한 추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뉴미디어 시대의 선두주자격인 네이버는 지난 2003년 1,663억원에 불과하던 매출액이 2012년에는 1조5,519억원으로 늘어나는 급속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방송은 장악해서도 안 되고, 장악할 수도 없다”
   방송시장의 구조도 근본적인 변화를 맞고 있다. 일반인들은 컨텐츠를 생산하는 지상파의 영향력이 이들로부터 컨텐츠를 공급받는 케이블 등에 비해 막강할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살상은 전혀 다르다. 시장은 이미 컨텐츠 사업자(지상파 3사 등)보다는 프렛폼 사업자(케이블 등)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 실제 컨텐츠 사업자인 지상파 3사로부터 무료로 직접 방송을 수신하는 시청자는 전체의 8.9%에 불과하다. 반대로 전체 시청자의 91.1%는 유료가입자로, 이들은 PP(방송체널 사용사업자), 케이블 TV, IPTV, 위성 등을 통해 유료로 방송을 재송신 받고 있다. 따라서 컨텐츠 공급권을 갖고 있는 지상파의 영향력이 이들의 방송 판매권 앞에서는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어 이제는 갑과 을이 뒤바뀐 형국이다.
   정부조직 개편과 방송위의 역할 등에 대해 간략히 말씀드리겠다. 잘 알고 계시듯 방통위는 DJ정부시절 방송의 공정성, 독립성 보장을 위해 합의제 민간기구로 출범한 이후 MB정부에서 각부처의 일정업무들을 이관 받아 규모를 키웠다. 이후 박근혜 정부들어 일부 업무를 다시 미래창조부로 넘겨주면서 다소 그 기능이 축소됐다. 현재 방통위는 ▲ 언론의 자유와 방송의 공정성. 공공성 보장이라는 민주주의 사회의 핵심가치 확립 ▲ 젊은이들이 가장 선호하는 일자리이자 창조경제 원동력인 콘텐츠ㆍ광고 활성화 지원 ▲ 휴대폰 보조금 규제, 개인정보보호, 사이버 폭력 등 방송통신 이용자 보호 ▲ 방송통신 융합에 대응하여 우리나라 핵심 동력인 ICT의 기술적 측면이 발목 잡히지 않도록 규제하자는 등 4가지를 그 주요 업무로 수행하고 있다.
   이 4가지 업무중 가장 우선되는 것은 물론 언론의 자유와 방송의 공정성. 공공성 보장이다. 이와 관련해 언론기관의 인사문제가 핵심으로 자주 등장한다. 민영방송인 SBS를 제외하고 KBS, MBC, YTN 등 방송사 인사 때마다 정부의 입김이나 낙하산 인사라는 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정부와 여당이 인사를 통해 방송을 장악하려 한다는 논란도 많다. 물론 이같은 논란이 전혀 근거가 없지는 않다. 그동안 정권이 바뀌면 공영방송 사장은 교체되는 것이 상례였고 그 때마다 노조에서는 ‘정권 낙하산’주장과 함께 파업에 들입하기도 했다.(2012년, KBS/MBC/YTN 최장기 연대 파업 170일).
   하지만 인사를 통한 정부의 방송장악이란 전혀 사실이 아니다. 한마디로 방송장악은 없다. 방송과 관련한 정부의 기본방침은 “방송은 장악해서도 안 되고, 장악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방송내용이나 인사는 방송사 자율적으로 결정할 사항이며, 언론의 자유는 언론인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타인의 자유나 인권을 훼손하거나 자유 민주주의 체제 자체를 부정하는 자유는 언론에도 없다는 것 또한 분명한 원칙이고 사실이다. 따라서 언론사들은 언론의 자유와 동시에 이같은 기본가치의 준수라는 측면도 당연시해야 한다. 결국 언론이나 방송에 대한 외부 간섭은 없어야 하지만 언론 또한 언론의 변하지 않는 가치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렇다면 변하지 않는 언론의 기본가치는 무엇일까.
이와 관련해서는
▲ 정확한 팩트에 기반한 객관적인 정보 전달
▲ 정의 실현을 위해 시대에 대해 균형감 있는 건전한 비판
▲ 대안과 비전을 제시하는 선도적 기능이라고 의견을 피력한 적이 있다
(3.0시대, 뉴스의 길을 찾다, 2013.9.5, 아태방송연맹 글로벌 뉴스포럼).

종편, 문제 여전하지만 분위기는 점차 개선
   최근 공영방송의 수신료 문제가 여전히 미해결로 남아있다. 이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여전히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KBS수신료는 1981년부터 33년째 2,500원으로 동결중이다. 같은 기간동안 신문구독료가 2,500원(1981)에서 15,000원(2013)으로 인상된 것을 감안한다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이러다 보니 불가피하게 공영방송인 KBS가 광고로 운영되고 있다. KBS 재원구조를 살펴보면 수신료는 38.5%에 불과하다. 이는 해외 공영방송 수신료 비중이 일본 97%, 프랑스. 독일 85%, 영국 72%인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당연한 결과로 공영방송의 공공성이 저하되고 광고 유치를 위한 시청률 경쟁으로 프로그램의 질 하락과 함께 광고주에게 영향  받을 우려가 크다.
   이같은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KBS이사회에서 수신료 인상 논의 시작하고 공청회 등 진행 중이다.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는 광고비 축소 등 KBS의 결단을 전제로 주변 언론들의 도움이 절실하다. 말도 많았던 종편은 문제는 여전하지만 생각보다는 성공적이라고 본다. 우선 종편 시청률이 1년 반 만에 평균 시청률 1%대에 근접하고 있어 나름대로 선전하고 있다는 평가를 하고 싶다. 사업 초기이기 때문에 적자가 큰 편인데다 선정성 등 각종논란도 여전하지만 품격있는 방송을 위한 정부의 노력으로 전체적인 분위기는 점차 개선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갈수록 격화되고 있는 미디어간 전쟁에 대해도 간략히 말씀드리겠다. 미디어간 전쟁은 신기술 도입과정과 직결된다. 신기술이 개발되어도 이것이 실제 방송에 활용되어 시장에서  활용되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다. 따라서 방송에서 신기술을 실제로 도입해 이를 시장에 활용하는 시점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방송에 신기술을 도입하는 과정은 국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다. 미국은 새로운 기술에 유연한 입장으로, “먼저 신기술을 도입하고, 문제가 발견되는 경우 기존 체계 내 해결이 가능한지 살펴본 후 추후에 규제안을 마련”하는 원칙을 적용하고 있다. 반면 일본은 사전 규제가 강하고, 시장에서의 자유 경쟁을 제한하는 방식이다.
  우리의 경우는 아마도 일본에 가깝지 않나 생각한다. 하지만 이는 IPTV도입이 늦어지면서 시장발전에 지장을 초례했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바람작한 방향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방통위는 신기술 대 기득권간의 알력에 따른 부작용은 최소화하면서 사업자간 이해조정 보다는 국민 편익을 최우선으로 하면서 매체 간 자유경쟁 우선, 사후규제 원칙을 확립해 나갈 생각이다. 다시 말해 기술 발전이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한 규제는 최소화하면서 국민에게 편익을 주는 신기술에는 기존 매체보다 우선권을 부여한다는 방침이다.
   마지막으로 방송통신과 창조경제에 대해 말씀드리겠다. 창조경제란 한마다로 자원이 없는 나라에서 사람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이용해 기술을 개발하고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고 또 기술과 콘텐츠를 융합해 이를 성장동력으로 삼아 경제적 부가가치와 국부를 늘여 새로운 산업과 시장, 일자리를 창출하는 경제 성장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이런 의미에서 본다면 방송이 창조경제에 기여할  여지는 매우 크다. 지난 2013년 9월 3일 방송의 날 50주년 행사에서 “방송산업을 창조경제의 핵심으로 삼겠다”는 VIP의 축사도 이런 맥락이라고 생각한다. 실제 방송 콘텐츠 산업은 대단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아바타 영화 1편 수출이 현대 소나타 약 16만대 매출에 해당할 정도라고 한다. 또한 최근 중동 등 세계 각국에서 불고 있는 드라마 대장금 열풍에서 알 수 있듯이 방송 컨텐츠는 막대한 수익과 동시에 국가이미지 고양에도 매우 효과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