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계 중긴 여러분들을 모시고 우리나라 금융의 현주소라는 제목으로 말씀드릴 기회를 갖게 된 것을 매우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우리 금융의 현주소를 바라보는 시각은 보는 사람의 접근 방법과 그 방향에 따라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 만큼 그 평가 또한 다양할 수 있겠지만 그동안 30년 이상 금융에 몸담아 온 경험을 바탕으로 나름의 의견을 말씀 드리고자 한다. 경력 소개에서도 말씀드렸듯이 저는 대학졸업과 군복무, 짧은 해외 유학후 사회생활을 외국계 금융회사인 씨티은행에서 시작했으며, 잠시 한미은행을 거쳐 다시 한국씨티금융 지주의 회장으로 봉직하고 있다. 따라서 오늘 이야기의 중심은 한국금융의 중에서도 특히 외국계 은행에 대한 설명이 상당부분 포함될 것으로, 이점 이해해 주시기 바란다. 더불어 오늘 말씀드리는 내용들은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의견임도 함께 말씀드린다.   
  우리나라 금융산업의 현주소와 관련해 가장 먼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금융산업의 수익성이 전체적으로 매우 낮다는 사실이다. 보다 자세히 말씀드린다면 올 상반기 우리나라 금융업의 총자본수익률(ROA: 당기순이익을 총자산으로 나눈 수치)이 은행업 3.1%, 증권업 1.2%, 생명보험업 6.5%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한마디로 매우 저조한 실적이다. 우선 총자본수익률이 3.1%를 기록한 은행업의 경우 국가의 허락을 바탕으로 자기자본의 12배에 달하는 대규모 외부자본을 유치해 이를 운용하고 있는 만큼 올 상반기 기록한 수익률 수치는 기대이하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증권업의 경우 업종의 특성상 외부상황에 민감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 가능하겠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처럼 낮은 수익률에 대해서는 변명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보인 생명보험산업의 경우도 업종 자체의 성격이나 잠재 위험요인들을 고려할 때 높은 수익률을 올린 것으로 생각되지는 않는다.

외국계 은행 축소 움직임은 낮은 수익률 때문
   우리 금융산업의 낮은 수익성 문제를 먼저 말씀드린 것은 최근 언론에서 거론되고 금융산업에 대한 걱정들, 특히 외국계 은행의 철수, 점포 축소 등은 바로 이같은 낮은 수익성에서 비롯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영업중인 외국계 은행들이 국내은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성을 보이고 있지만 투자자의 입장에서 볼 때 이는 결코 높은 수치가 아니며, 수익성이 높은 투자처를 찾아 움직이는 것은 모든 자본의 본질적인 속성이다. 이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삼성, 현대 등 대표적인 산업자본들이 보다 효율적인 투자처를 찾아 외국에 투자를 늘리면서 국내 투자를 줄이는 것과 마찬가지로, 최근 외국계 은행의 축소 움직임은 앞으로 갈수록 가속화 될 가능성이 높다. 수익성이 낮다는 사실과 함께 강성 노조도 문제다. 국내 강성 노조에 대해서는 이미 해외에도 잘 알려진 사실로, 외국계 자본이 한국의 금융업에 진출할 때 우리나라 금융업의 노조 문제에 대해서도 나름의 이해를 갖고 진출한다. 하지만 현실은 이와는 다르다. 실제 상황이 벌어질 때 그 처리 과정에 대해서는 외국인들이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외국 투자자들은 이들은 노사쟁의 과정에서 어떤 쟁점이 발생했을 때 법이 정당한 절차대로 집행되지 않는 현실에 대해 매우 심각하게 생각한다.
   금융산업의 수익성이 전반적으로 낮아지고 있다는 현실에 이어 은행들이 떼돈을 벌고 있다는 시각에 대해서도 실제와는 차이가 있다는 설명을 드리고 싶다. 은행업의 수익과 관련해 많은 설명들(특히 언론의 보도)을 살펴보면 수익률보다는 단순히 수익금액 규모나 전년도 대비 수치를 바탕으로 이야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투자 자본에 대한 수익률이며, 이는 잘못된 해석이라 할 수 있다. 지난 2011년 이후 은행업이 떼돈을 벌고 있다는 기사가 많았는데 이는 은행업의 수익규모를 전년도와 단순 비교한 결과가 아닌가 생각한다. 구체적으로 지난 2011년의 경우 국민은행을 비롯한 국내 대표은행들이 부실 발생에 대비해 전년도 대규모 충당금을 설정했으며, 이에 따라 당해 연도 수익이 실제 영업결과보다 매우 낮게 발표됐다. 이렇게 낮아진 영업결과와 비교해 수익금 규모를 설명하다보니 은행이 떼돈을 번다는 식의 잘못된 판단이 가능해 진 것이다.
  은행업을 영위하는데 있어 돈을 벌고 못 번다는 판단은 절대 규모가 아니며 투여 자본에 대한 수익률이 중요한 것이며, 우리나라의 현 상황은 여전히 아시아는 물론 세계적인 수준에 비해 매우 낮다. 금리상황, 경제여건 등으로 볼 때 앞으로도 이런 상황이 나아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은행이 떼돈을 번다는 시각과 함께 외국계 은행이 고금리 장사를 한다는 시각도 이해를 구하고 싶다. 외국계은행의 경우도 국내은행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금리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국내은행보다 낮은 금리로 운용하는 경우도 많다. 반면 신용대출의 경우 신용도에 따라 차등하게 금리가 적용되어 일부의 경우 높게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신용도의 평가에 따른 당연한 결과다. 외국계 은행이라 해서 결코 고금리가 아니며, 그렇게 해서는 영업을 영위할 수도 없다. 

고배당, 국부유출 시각 억울한 측면 많아
   고배당, 국부유출이라는 시각도 가끔 접하게 되는데 이는 정말 억울한 측면이 많다. 잘 알고 계시겠지만 우리나라의 배당성향은 전체적으로 매우 낮은 수준이다. 한국의 상장사 배당성향은 평균적으로 매우 낮아 고성장 경제에 돌입한 중국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며, 미국에 비한다면 5분의 1 수준이다. 이처럼 낮은 배당성향은 경제성장기에는 자본의 회사내 축적이라는 면에서 바람직한 측면도 있겠지만 한국처럼 경제가 발전한 경우 결코 전체 경제흐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특히 노령화 등으로 배당금을 중요한 수익원으로 생각하는 층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만큼 더욱 그렇다. 배당과 관련해 은행업의 경우 인허가 산업인 만큼 감독당국이 배당에 간섭할 수도 있겠지만 배당 수준은 각자의 영업결과에 따라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의 경우는 은행별 수익률에 관계없이 모든 은행에 대해 동일한 잣대로 판단되고 있다.
   외국계 은행의 배당률이 높지 않다는 사실은 자본충실도를 나타내는 BIS비율을 비교해 보아도 잘 알 수 있다. 씨티은행은 현재 BIS비율이 17.3%를 기록하고 있는데 이는 국내 최대은행인 국민은행(14%)과 비교해도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씨티은행의 경우는 자본충실도를 높이기 위해 발생한 후순위채도 일체 없이 수익금 유보를 통해 이같은 자본충실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이는 주주에 대한 배당이 결코 높지 않다는 반증이라 할 수 있다. 
   은행의 배당률이 결코 높지 않다는 것은 채권수익률과 비교해도 잘 알 수 있다. 은행권의 배당률은 투여자본에 비해 2.2%  수준이며, 자산수익률은 앞서 말씀드린바와 같이 3.2%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반면 10년만기 국채의 경우 수익률이 거의 4%에 육박한다. 투자자의 입장에서만 생각한다면 은행에 투여한 자본을 아무런 위험도 없이 국가가 보증하는 국채에 투자한다고 해도 지금 은행에 투자한 것보다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더욱이 외국계 은행에 투자한 자본은 일자리 창출 등 우리경제에 긍정적인 역할도 많다. 따라서 높은 배당을 통해 국부가 유출된다는 시각은 매우 일방적인 것이라 아니할 수 없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외국계 자본이 아시아 지역에 대한 투자를 위해 기업설명회를 개최할 때 한국을 제외하고 수치들을 소개하는 경우가 많다. 투자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나는 아시아에 한국을 포함할 경우 전체 수치가 나빠지기 때문이다. 이는 그만큼 한국의 금융업 상황이 좋지 않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은행업 해외진출 충분한 검토후가 바람직
   외국계 은행의 자산규모가 빠르게 줄고 있다는 시각에 대해서도 설명드리고 싶다. 최근 언론에서 외국계 은행이 쪼그라들고 있다는 식의 기사가 나오고 있는데 이는 결과만 놓고 본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왜 그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지 그 이유를 잘 살펴야 한다. 씨티은행의 경우 이미 상당기간 전부터 다른 은행보다 한발 앞서 예금금리 조정을 통해 예금을 줄여왔다. 따라서 전체 자산규모 또한 당연히 줄고 있다. 은행이 예금을 일부러 줄여왔다는 것이 무슨 이야긴가 하겠지만 이는 수익률을 따진다면 당연한 일이다. 최근 은행의 기장 중요한 자금운용 수단인 국내 대출시장은 갈수록 상황이 나빠지고 있으며, 대출을 대치할만한 적당한 투자처도 찾기가 어렵다. 물론 리스크를 고려하지 않는다면 대출은 얼마든지 할 수 있겠지만 이는 결국 대규모 부실로 연결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따라서 예금 규모를 줄여나가면서 적정한 투자처에 한정해 자금을 운용하는 것이 오히려 수익률을 높이는 길이다.
  국내 금융산업의 상황이 나빠지면서 타계책의 일환으로 해외진출과 겸업화가 화두로 등장하고 있는데 이와 관련해서도 간략히 말씀드리겠다. 금융의 해외진출과 관련해서는 미국의 지난 1980년대말 상황을 예로 들고 싶다. 당시 미국의 금융산업은 저축대부조합의 대규모 부실이 발생하면서 대부분 해외에서 철수했었다. 한국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어서 씨티, SC 정도만 남았다. 또한 현재 미국의 은행들의 주가수준을 살펴보면 해외진출이나 겸업화를 하지 않고 국내에서 순수한 상업은행으로 영업을 영위하고 있어 우리에게 생소한 은행들의 주가가 상대적으로 높다. 즉. 이들 은행의 수익률이 해외진출과 겸업화에 힘을 쏟고 있는 은행보다 높다는 이야기다. 이는 금융산업이 해외진출이나 겸업화를 통해 수익률을 높이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것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로, 우리나라 은행들이 해외진출이나 겸업화 전략을 이행함에 있어 참고해야 할 하나의 사례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렇다고 우리은행들이 해외진출이나 겸업화를 하지 말아야한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기본적으로 금융산업은 로컬산업의 성격이 강한만큼 해외진출이나 겸업화가 어려운 만큼 전체적인 전략과 방향성에 대해 충분한 검토와 준비를 한 후 이를 바탕으로 조심스럽게 이행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씨티은행의 경우도 아시아에 진출한 기간이 이미 110년이 지났으며, 우리 금융산업으로서는 생각하기도 어려운 긴 기간이 지나서야 이 정도의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좀 다른 차원이 될 지도 모르지만 씨티은행의 경우가 우리나라 은행의 해외진출에 대한 하나의 참고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