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8년 9월 미국의 리먼 브라더스가 파산하면서 촉발된 금융위기 이후 상당한 기간이 지났지만 세계 경제는 여전히 쉽지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위기 이후 각국의 노력으로 세계 경제가 다소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이는 특정 국가나 지역에 편중되어 있으며, 위험요소가 여전히 도처에 잠복해 있다. 빠른 회복세를 보이던 신흥국의 성장세가 주춤하고 있으며, 선진국의 성장률도 예상보다 저조하다. 다수 전문가들은 금융위기가 6년째를 맞고 있지만 아직도 위기가 끝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현실적으로도 주요국들의 경제에는 위험요인이 도처에 잠복해 있으며, 해결해야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양적완화 등 선제적 조치들로 구조조정의 효과를 보고 있는 미국은 양적완화 축소에 나서고 있지만 천문학적인 재정적자 규모는 여전하다. 유럽은 금융의 분기화, 재정통합의 미비, 구조적 실업의 악영향, 경쟁력 결여, 디플레이션 등의 위험이 남아 있어  가야할 길이 멀기만 하다. 위기국면 속에서도 성장을 주도해왔던 신흥국도 흔들리고 있다. 특히 빠른 성장세를 유지하며 세계경제의 회복에 큰 역할을 담당해 왔던 중국은 경기경착륙 가능성과 함께 그림자 금융의 위험이 부각되면서 성장세 유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국 경제의 앞날에 가장 큰 문제점의 하나로 부각되고 있는 그림자 금융은 은행과 유사하지만 은행처럼 엄격한 규제를 받지 않은 금융기관을 일컫는 말이다. 일본은 아베노믹스의 세 번째 화살인 구조개혁의 성공여건이 여전히 미비하다. 시행 초기 대규모 양적완화 등 공격적인 정책으로 상당한 관심을 모았던 아베노믹스는 시간이 갈수록 부정적인 모습이 부각되고 있다. 지난해 1분기 성장률이 4.8%에 달했지만 4분기에는 1.0%로 추락했다. 세계 경제를 둘러싸고 있는 문제들을 해소하려면 G20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선진 각국은 자국의 현안 해결에 급급해 세계 경제에서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위기해소 과정에서 각국 정부 부채 급증

  오늘은 이같은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글로벌 위기 이후 위기국면 해소를 위해 노력해 온 주요국들의 상황과 향후 모습에 대해 살펴보고 이에 따른 우리의 대응방안에 대해서도 간략히 말씀드리고자 한다. 우선 이번 위기는 세계 최대 소비국인 미국과 유럽의 민간부문 부채비율이 역사적으로 높은 수준에서 위기가 발생했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바로 이점이 위기국면의 해결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각국은 높은 수준의 부채감축을 통한 구조조정이 불가피했으며, 그 과정에서 세계 무역 규모가 위축됐고, 이는 위기 해결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가계부체의 경우 부체규모가 경제성정에 지장을 주는 임계치가 대략 GDP의 85% 수준, 기업 부체는 약 90%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지난 2008년 주요국의 가계 및 기업의 부채수준은 이미 그 임계치를 상회하거나 거의 육박하고 있었다. 특히 스페인, 이탈리아, 일본 등의 경우 기업부체가 성장 임계치 90%를 큰폭으로 상회하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부문과 기업부문의 부채가 높다보니 금융위기 해소 과정에서 정부가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밖에 없었고, 이에 따라 정부부채가 새로운 문제로 등장하고 있다. 불경기에 따른 세수감소에 이어 경기부양을 위해 재정지출의 확대에 따른 당연한 결과다.
  주요국가의 정부 부채는 경제위기 이전인 2008년만 해도 대부분 성정제약 임계치인 85% 수준을 밑돌았다(그리스, 일본의 경우는 예외다). 하지만 위기해소과정에서 정부부채가 급증하면서 2013년 기준으로 주요국가의 정부 부채는 대부분 100%를 상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일본은 그 비율이 250%에 근접해 갈수록 심각성을 더해가고 있다. 그동안 세계경제 회복에 큰 보탬이 되어 왔던 미국의 양적완화 정책이 축소될 기미를 보이면서 상대적으로 호조세를 보이던 신흥국들에도 금융뷸안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미국 제외하면 구조조정 효과 신통치 않아  
    위기국면 해소의 근본이라 할 구조조정의 성과는 미국을 제외하고는 신통치 않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적극적인 구조조정 노력으로 모지기론이 꾸준히 축소되고 있으며, 부실채권의 비율도 하락하는 등 그나마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최근에는 주택시장이 회복세를 보이고, 고용과투자 지표도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양적완화 축소에 대한 기대가 형성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그동안 금리를 제로수준으로 내리면서 국채매입을 통해 통화 공급을 늘리는 비전통적인 통화정책, 즉 양적완화를 시행했다. 하지만 이제 각종 경기관련 지표들이 회복세를 보이면서 국채매입 규모를 줄이는 출구전략을 택하고 있다. 그러나 실업률이 6.5% 이하로 떨어져도 물가상승률이 2% 이하가 지속될 경우 현재의 금리수준을 유지하겠다는 전제가 있는 만큼 출구전략은 완만하게 진행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정책방향은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고 돈이 물려 있는 상황에서 출구전략을 택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으며, 이는 그동안 미국이 진행해 온 구조조정에도 일정부분  성과가 있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미국과는 달리 유럽의 경우는 여전히 갈 길이 멀어 보인다. 특히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남유럽 국가들의 경우 느린 구조조정 속도와 경기침체로 인해 부실기업 및 부실채권의 증가가 두드러지고 있다. 기업의 경우 2011년 기준으로 이자보상비율(영업이익/이자비용) 1% 미만의 기업체 비중이 포르투갈 47%, 스페인 40%, 이탈리아 30%에 달하고 있으며, 은행권의 증자 부진으로 신용경색 국면이 이어지고 있다. 이렇다보니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등 남유럽 국가들의 GDP규모는 아직도 2008년 위기 직전 수준을 크게 하회하고 있다. (2013년 기준으로 프랑스, 일본, 영국 등도 여전히 2008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 또한 성장률 둔화에 따른 기업 수익성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잠재부실 규모가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일본은 엔화 공급 확대를 중심으로 한 아베노믹스를 앞세우며 적극적인 경기부양에 나서고 있지만 그 성공여부는 여전히 불확실해 보인다. 일본의 경우 기업의 구조조정이 계속 지연되면서 이에 때한 근본적인 조치 없이는 성장률 회복이 어려워 보인다. 실제 기업이 부실이 ‘임시중소기업금융지원특별법(부실 중소기업들이 구조조정 계획안을 제시하기만 해도 해당여신을 정상여신으로 인정하는 법)’ 등 정부의 특단 조치로 구조조정은 갈수록 멀어지고 지방은행의 중소기업 부실채권 규모가 실제와는 달리 오히려 감소하는 등 현실과 동떨어진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

향후 5~10년 행보가 우리경제의 미래 결정
      이같은 세계경제의 흐름 속에서 우리경제가 지속적인 성장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어떠한 정책과제들을 수행해야 할 것인가? 우리경제가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은 혁신과 구조조정이다. 누차 지적되어 왔지만 향후 5~10년은 우리경제의 미래를 결정지을 매우 중요한 시기다. 우리가 국민소득 3만불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지만 소득 3만불 수준에서 정체되거나 오히려 되밀리는 사례가 많으며, 홍콩이나 싱가포르 등을 제외하고 대부분 국가들의 성장률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따라서 우리는 이들 국가들의 전철을 교훈삼아 혁신과 구조조정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
  최근 일반국민을 상대로 한 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혁신을 가로막는 최대 걸림돌은 정치(15%), 부정부패(11%), 대기업(불공정행위 5%) 등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조사가 시사하는  바는 기득권 집단의 지대추구(rent-seeking) 형태가 우리사회의 불공정을 초래하고 우리경제의 효율성과 역동성을 저해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소수의 이익집단보다는 말없는 다수에 귀를 기울이면서 단호하고 결단력 있는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또한 최고지도자의 적극적인 관심 아래 혁신정책(예: 규제혁파, 서비스 산업 빅뱅 등) 관련 부처간 입장을 조율하고 주기적으로 정책상황을 점검하는 것이 혁신정책성공의 요체라고 생각한다. 부실기업 구조조정과 창업활성하도 중요하다. 특히 잠재부실기업은 경제의 역동성과 안정성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2012년 기준이자보상비율 1배 미만 기업이 외감법인의 38%에 달하며 3년 연속 이자보상비율이 1배 미만인 기업도 15%에 달하는 등 잠재부실기업 문제는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창업과 관련해서는 새로운 창업생태계 구축으로 노키아의 위기를 극복한 핀란드의 사례를 들 수 있다. 전통적인 IT강국인 핀란드는 도전적인 창업활성화를 위한 창업생태계구축으로 노키아의 부진으로 인한 위기를 극복했다. 이같은 핀란드의 노력에 대해 Harvard Bisiness Review는 2013년 “한때 노키아의 고통이 핀란드의 고통으로 인식되었으나 노키아의 몰락이 오히려 핀란드의 이익으로 인식되는 결과를 나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규제개혁과 대외 개방도 빼놓을 수 없다. 대외개방의 핵심인 외국인 직접투자 유치 정책의 핵심은 기업하기 좋은 환경조성과 관련규제의 개선이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규제, 정책의 비일관성, 노사문제 등이 외국인 직접투자를 가로막은 주요한 장애요인으로 지적되어 왔다. 우리나라의 경우 외국인 직접투자의 잠재력은 세계 19위로 평가되고 있는 반면 실제 실정은 122위에 머물고 있다. 따라서 관련 규제들이 개선된다면 외국인 직접투자 규모는 상당한 수준으로 회복될 수 있을 것이다.
  개혁, 개방을 통한 구조조정 성공 사례는 싱가포르다. 싱가포르는 80년대 말 중국의 추격에 따른 노동집약적 제조업 경쟁력 약화를 우려해 고부가가치 제조업의 육성과 서비스 산업의 경쟁력 강화 정책을 추진했다. 이를 위해 금융, 물류, 교육, 의료서비스 부문의 허브화를 기치로 내걸고 개방장책을 추진해 GDP 대비 서비스 산업의 비중을 65%로 높였으며, 그 결과 서비스 산업의 고용비중이 80%에 달한다. 또한 무역정책, 정부정책, 정부의 경제개입 등을 기준으로 측정한 경제자유도가 높아지면서 외국인 투자가 활발히 일어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었다. 이외 가계부채 구조조정과 주택가격 연착륙, 공공부문의 제정건실화 등도 앞으로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정부가 관심을 쏟아야 할 부분으로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