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계 중진 여러분들을 모시고 소관 업무에 대해 말씀을 드릴 기회를 갖게 된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 특히 특허청이라는 기관이 업무의 중요성에 비해 국민들에게 다소 생소한 면이 있어 언론계 여러분들과 접촉할 수 있는 기회를 희망해 왔는데 이렇게 귀중한 시간을 할애해 주신 한국시장경제포럼 여러분께 다시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잘 알고 계신 바와 같이 인류 문명은 새로운 발명과 기술혁신을 통해 발달해 왔으며, 이를 보다 효과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가 특허제도다. IT시대가 도래하면서 지식재산의 중요성이 급속히 부각되고 있으며, 국가의 경쟁력이 그 국가가 보유하고 있는 지식재산에 의해 좌우되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오늘 지식재산의 보호를 주요 업무로 하고 있는 우리청의 업무 현안과 함께 특허제도의 전체 흐름과 개요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한다. 
 

지식재산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이를 둘러싼 분쟁도 일상화되고 또한 대규모로 진행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수년간 회사의 모든 것을 걸고 건곤일척의 싸움을 벌이고 있는 애플과 삼성의 경우다. 양사는 세계최고의 기업이란 명성에 걸맞게 분쟁의 규모나 범위도 엄청나 9개국에서 50여건의 소송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내용에 대해서는 이미 언론을 통해 보도된 바와 같이 특허 침해에 대한 인정과 기각이 국가별로 반복되면서 싸움이 이어지고 있다. 디자인, 틍신특허 분쟁으로 시작된 1라운드에서는 삼성이 9억 2천만불이란 엄청난 금액을 배상하라는 판정을 받았지만 분쟁의 양상은 조금씩 변화도고 있다. 삼성이 통신표준 특허 및 관련 기술특허로 반격에 나선 데다 분쟁의 대상이 상용특허(OS)분쟁으로 변화하면서 확실한 승자와 패자를 구분하기 어려운 소모전 양상으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제는 완전한 승자도 완전한 패자도 없는 소강국면을 맞아 양사가 공히 적절한 축구전략을 찾는 양상으로 변화하고 있다.

대기업만이 아니다. 일본 케논사의 무차별적인 특허 소송제기와 이를 통한 해당 제품에 대한 생산 및 판매금지 요청으로 국내 중고 카트리지 업체들은 엄청난 부담을 안고 있다. 케논사는 국내 경쟁업체들의 시장진입을 막고 이미 진출한 기업을 시장에서 퇴출시키기 위한 방편으로 끈질기게 특허소송을 제기하고 있으며, 준비가 미진한 국내 관련 중소 중견기업들은 대응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식재산이 부가가치 창출의 핵심 

    우리기업들이 당하고 있는 지식재산의 소송내용도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 우선 분쟁의 대상과 기술분야가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특허의 경우 상성과 애플에서 보듯 디자인, 상표, 영업권 등의 분야로 그 범주가 확대되고 있으며, 산업별로도 IT에서 섬유, 철강 등 전 산업으로 확대되고 있다. 참고로 최근 수년간 진행된 지재권 분쟁 산업별 분표를 보면 정보통신분야가 가장 많은 38%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어 전가전자(34%), 기계 소재(11%), 화학 바이오(10%) 등의 순으로 나타난다. 기업의 규모에 있어도 대중소기업을 가리지 않아 갈수록 많은 중견, 중소기업이 지재권 소송에 노출되고 있다.
   지식재산 분쟁이 일상화되고 있는 배경엔 세계경제의 흐름이 지식재산 중심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부가가치 창출 매커니즘이 지식재산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 미국 S&P 500기업의 시장가치를 따져보면 지난 1985년 32% 대 68% 이던 무형자산과 유형자산의 비율이 2005년에는 80% 대 20%로 바뀌었다. 더욱이 무형자산 중 지식재산의 비중은 10%에서 40%로 급속히 높아졌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생존경쟁이 심화된 것도 중요한 요인의 하나다. 금융위기, 재정위기 등 세계 경제는 저성장 기조로 바뀌었으며, 이에 따라 생존을 위한 국가간, 기업간 경쟁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으며, 이것이 지식재산에 대한 분쟁의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 많은 기업들이 경쟁위위를 유지허기 위해 자사가 보유한 지재권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반덤핑공세, 특허분쟁 등을 통해 경쟁기업의 시장진입 저지에 나서고 있다. 최근에는 지식재산을 수익자산으로 활용하는 전문화된 지식재산비즈니스 모델(특허관리기업/PAEs: Patent Assertion Entities)들도 부상하고 있다. 이들은 특히 원천기술이 취약한 우리나라 IT기업들을 주요공격의 대상으로 삼아 엄청난 금액의 로열티를 요구하거나 챙겨가고 있다.

 특허제도는 공개된 기술 활용이 목적    
   지식재산의 개념과 구조에 대해서 간략히 설명하겠다. 우리나라 특허법 1조에는 특허제도의 목적을 “발명을 보호 장려하고, 그 이용을 도모함으로써 기술의 발전을 촉진하여 산업발전에 이비지 함”이라고 기술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특허라고 하면 배타적인 권한으로 인식하고 있지만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특허제도는 기술을 공개하여 기술을 축적하고 또한 공개된 기술을 활용토록 하는 것이 목적이며. 이를 통해 더 높은 산업발전을 추구하는 것이다. 다만 그 기술을 창안해 낸 사람에게 공개에 대한 보상으로 독점권를 부여하여 사업화를 촉진하고 발명의욕을 고취하여 이를 통해 산업발전에 이바지 한다는 취지다. 참고로 지적활동의 결과로 얻어지는 지식재산권은 산업재산권(특허권, 실용신안권, 디자인권, 상표권), 저작권(소설, 시나리오, 음악 영화 방송 등) 및 신지식재산권(산업저작권, 첨단산업 재산권, 정보재산권)이 있으며, 이중 저작권은 특허청의 관장 대상이 아니다.
   세계적으로 지식재산권은 14세기 영국에서 시작됐다. 특허(Patent)라는 어원도 영국 국왕이 특허권을 부여할 때 봉투를 개방하여 수여(Latter Patent)하여 “개방된”이라는 의미의 “Patent"가 "특허권”이라는 용어로 사용되었다. 세계 최초의 특허는 1331년 영국 에드워드 3세가 부여한 ‘다색무늬직물’발명특허(John Kempe)다. 또한 세계 최초의 특허법은 1474년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모직물 공업발전을 위해 특허법을 제정했으며, 현대적인 특허법의 모태가 된 것은 영국의 ‘전매조례(1624~1852)’다. 반면 특허제도를 국가발전에 가장 잘 활용한 나라는 미국이다. 미국은 과학기술의 발전을 통해 국가 발전을 이룩한다는 생각으로 특허제도를 중시했다. 건국 초기(1790년)부터 특허청을 개설했으며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토머스 제프슨이 바로 초대 특허청장이었다. 우리나라 지식재산의 역사는 일천하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1908년 순종 2년에 대한민국 특허령을 공포하면서 특허제도가 도입됐다. 하지만 이는 일본이 자국의 기술을 보호하려는 목적으로 만든 것에 불과했다. 이어 1946년 미군정하에서 특허원이 설립됐으며, 1977년 상공부 특허국이 특허청으로 승격해 오늘날의 특허청이 생겨났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 기업들은 특허의중요성에 대해 무관심했다. 하지만 우리경제가 모방과 추격을 통해 선진국들을 따라 잡으면서 특허분쟁의시대가 도래했다. 특히 1896년 미국의 텍사스 인스트루먼트사가 삼성과 일본 후지쯔 등 8개사를 대상으로 DRAM 제조특허 침해를 제소하고, 그 결과 삼성이 8500만불이란 엄청난 로열티를 물게 되면서 특허의 중요성에 대해 우리기업들도 관심을 갖게 됐다. 특히 당시 일본시업들은 보유 특허를 통한 반소제기, 특허권 무효화 회피설계, 크로스 라이선스 계약 체결 등으로 고액의 로열티 없이 성공적으로 분쟁을 해결했다. 반면 삼성은 일본시업의 반소나 승소에 편승해 해결하겠다는 안이한 대응으로 엄청난 로열티를 지불하게 되면서 삼성 고위층에서 “No Patent, No Future"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특허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개기가 됐다.
 

지식재산이 바로 창조경제의 촉매재
   마지막으로 창조경제에서 지식재산의 역할에 대해 간략히 말씀드리겠다. 우리경제는 그간 유형자산과 자본이 경쟁력의 기반이던 산업경제를 거쳐 R&D, 마케팅이 경쟁력의 요인인 지식경제를 지나 이제 창의력과 지재권이 경쟁력의 원천인 창조경제의 시대를 맞고 있다. 창조경제 시대에 있어 지재권의 중요성은 부언의 여지가 없다. 대통령도 “지식재산 하나하나가 고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수많은 고용과 창업의 기회를 만들어 내는 경제의 심장이 되고 있다”며 창조경제에 있어 지재권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실제 창조경제 시대를 맞아 특허가 이제는 쌓여만 있던 ‘자산’에서 하나하나 돈이 되는 ‘제품’으로 달라지고 있으며, 지식재산이 바로 창조경제의 촉매재로 작용하고 있다.
   창조경제에 있어 지식재산의 중요성은 특허와 브랜드 가치를 살펴보면 잘 알 수 있다. 특허를 통해 창출된 가치의 사례로 1g의 가격이 비아그라(12만원), 항암치료제(500만원), 빈혈치료제(7억원) 등으로 금보다 훨씬 비싸며, 삼성과 애플의 경우 특허분쟁에 따른 배상금액이 1조원에 이른다. 또한 브랜드 가치의 경우도 애플의 경우 983억불로 우리나라 2012년 GDP의 1/12에 달한다.
   지식재산권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각국의 지식재산 정책동향도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 미국의 경우 개발자 소유원칙과 기술이전 사업화 촉진을 핵심으로 한 베이돌법 제정(1980), 특허권자의 승소율을 높이는 CAFC설립(1982), 특허대상 확대, 범정부 지식재산 집행위원회 설치(2000)등에 이어 2008년부터는 각종 법규제정과 대통령실 지식재산 집행조정관 신설 등을 통해 지식재산의 국가 어젠더로 추진해오고 있다. 일본도 지식재산제도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해 2002년부터 지식재산 입국 정책을 추진한데 이어 2012년부터는 지적재산 정책비전 선포 등을 통해 글로벌 IP시스템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리가 지식재산과 관련해 후진국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중국도 2012년 특허, 실용신안, 디자인 출원 건수 세계 1위를 자랑할 정도로 지식재산 정책을 통한 혁신형 국가건설에 나서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도 지식재산의 중요성을 충분히 인식하면서 많은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많은 건수에 비해 특허의 질적 수준은 다소 미흡하며, 지재권 보호에 있어도 다소 부족한 곳이 현실이다. 하지만 기장 애로사항이라 할 수 있는 심사관 인원의 확충 등을 통해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누차 강조하였듯이 우리는 이미 지식재산이 국가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따라서 우리가 할 일은 지식재산 기반 창조경제 선순환을 위한 생태계를 구출해 내는 일이다. 이런 의미에서 언론의 역할은 누구보다 중요하다. 앞으로 언론이 지식재산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이슈를 제기하여 주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