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언론계 경제담당 중진들의 모임인 한국시장경제포럼에서 말씀드릴 기회를 주신 것에 감사드린다. 그동안 정부 사이드에서 여러 보직을 거치면서 친분을 나눈 분도 계시지만 이렇게 한꺼번에 여러분들을 모실 기회를 갖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라 특히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귀중한 기회를 살려 고용증대, 특히 서비스산업 분야에서의 일자리 창출과 관련한 이야기를 드리고자 한다. 얼핏 전국은행연합회 회장이라는 직함에 어울리지 않는 주제라고 생각하실 분도 계시겠지만 전국서비스 총연합회 회장이라는 직함도 겸하고 있다. 또한 오랜 경제 관료 생활에 비춰 최근 진행되고 있는 일자리 창출과 관련해 평소 생각하던 바도 있어 이를 가감 없이 말씀드리고자 한다. 오늘의 이야기가 여러분들을 통해 전파되어 향후 우리나라 서비스 산업 분야의 일자리 창출에 작은 도움이라고 되었으면 한다.
   본론에 앞서 이번 휴가 때의 유럽 트래킹 여행담을 잠시 언급 드리겠다. 중요한 시간에 웬 여름휴가 이야기냐는 분이 계시겠지만 우리나라 서비스 산업의 현주소와 관련해 나름 상당히 충격적이고도 의미 있는 경험이라 말씀드리고자 한다. 여름휴가는 집사람과 함께 일주일 정도의 여정으로 이태리 북부와 스위스, 오스트리아 등과 연결된 알프스의 유명 휴양지를 다녀왔다. 주요 일정은 2,000~4,500m 정도의 산악지역을 트래킹으로 둘러보는 일정이었다. 여행에 앞서 고산지대인데다 하루 중 상당시간을 걸어서 여행하는 일정이라 집사람이 이를 잘 견뎌낼 지 걱정도 많았다. 이런 걱정 때문에 사전 준비를 위해 집사람과 제주도에서 며칠씩 머물며 한라산 등반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여행 첫날, 오스트리아 북부지역 티롤 지역에서 트래킹을 시작했는데 2,000m 정도의 버스 도착지점에서 4시간을 걸어 약 2,500m 포고에 위치한 산등성이가 트래킹의 목적지였다. 나름 상당한 힘을 쓰며 산등성이 휴게소에 도착해 보니 산장 등 숙박시설은 물론 식당과 카페 등이 여러 개 있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우리 외에도 많은 관광객들이 아주 편안한 표정과 차림세로 주변 경관을 즐기고 있는 것이 아닌가? 다소 의외의 분위기에 그 이유를 알아보았더니 우리가 약 4시간을 걸어서 올라온 길이 사실은 기차는 물론, 승용차와 케이블카 등으로 아주 빠르고도 편안하게 도착할 수 있었다. 어린이나 노약자들도 이곳까지 올라오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어 출발 전 걱정과 그간의 노력이 다소 억울할 정도였다.

일자리 만들어 낼 수 있는 기회 스스로 막아

   이런 상황은 첫날만이 아니었다. 트래킹을 하면서 알프스 고산지대를 다니는 동안 몽블랑을 비롯한 수많은 고산 지역에 휴양시설이 정비되어 있었으며, 접근의 편이성을 위해 수km에 이러는 케이블카 노선이 사방으로 깔려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구글 지도를 확인해 보면 알프스 주변에 pass(령/고개)라고 표시 되어 있는 부분이 많은데 알프스 지역은 이 pass가 대부분 표고 2,000m 이상이다. 하지만 대부분은 렌트카를 이용해 여행객들이 올라갈 수 있도록 처리되어 있으며, 이곳부터 산등성이 정상까지는 케이블카들이 설치되어 있다. 따라서 원한다면 힘들이지 빠른 시간에 정상에 올라 경관을 즐길 수 있으며, 정상에는 숙박시설과 식당, 카페 등이 잘 정비되어 있다. 이같은 시설은 자신들에게 주어진 환경적 조건을 최대한 활용해 관광객들을 유치하기 위한 것으로, 바로 해당 지역사회의 소득증대와 일자리 창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수요가 있다면 그 수요를 충족시켜 돈도 벌고 일자리도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다소 장황하게 사적인 여행담을 말씀 드린 것은 이같은 실정을 한국의 상황과 대비하기 위해서다. 우리나라는 이들과 비교한다면 정말 너무도 답답한 측면이 많다. 그동안 여러 차례 반복되고 있지만 우리는 일자리도 만들고 돈도 벌 수 있는 좋은 기회들을 스스로 발로 차버리고 있다는 느낌이다. 일례로 통영 케이블카의 경우 지난해 이용객이 150만명을 넘고  성수기 이를 타고 올라가 다도해 풍광을 즐기기 위해서는 30분 이상씩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한다. 이곳에 다녀온 사람들은 하나같이 정상에서 내려다본 다도해의 아름다운 풍광을 이야기하고, 당연한 결과로 통영의 케이블카는 이미 한국의 명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상황은 설악산 권금성 케이블카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최근 거론되고 있는 지리산, 설악산 대청봉 등의 케이블카 설치는 환경단체의 반발과 정부 부처간 의견 차이 등으로 전혀 진행이 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은 외국의 경우에서는 찾아보기가 어렵다. 좀 막말로 표현한다면 돈을 벌어먹고 일자리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차버리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상황을 우리는 서비스 산업 여러 분야에서 발견할 수 있다. 영리 의료법인 문제도 비슷한 내용이다. 최근 내수 진작을 통한 경기확산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국민소득이 25,000달러를 넘어선 지금 접근방법이 달라져야 한다. 우리나라도 이미 양적인 수요확산을 통한 내수 진작은 한계에 달했다고 봐야하며 고급화와 질적인 차원의 변화를 통해 새로운 수요와 일자리를 창출해 내야 한다.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이미 포화상태에 이런 분야, 예를 들어 이미 포화상태에 이런 금융, 신문방송, 제조업 등에서의 새로운 일자리 창출은 어렵다. 따라서 이제까지 관심을 쏟지 않았던 새로운 분야에서 일자리를 찾아야 하며, 수요가 있는데 공급은 부족한 분야에서 기회를 찾아내야 한다. 앞서 말씀드린 케이블카 설치나 의료관광 분야와 같은 서비스 분야라고 생각한다.

 공급 부족한 분야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자  
    고용으로 본 한국경제의 현실에 대해 보다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겠다. 최근 우리 사회에 양극화, 즉 빈부격차가 심각한 이슈로 부상하고 있으며 그 해결을 놓고 백가쟁명식의 방안들이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이는 결국 청장년층의 일자리. 즉 제대로 된 일자리 창출의 부족이 원인이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고용문제의 심각성과 그 해결의 어려움에 대한 우리사회의 인식과 공감대는 여전히 부족하다. 고용문제의 해결은 경제성장률, 수출증가율, 물가상승률 등 전통적인 주요경제지표만 보아서는 잘 들어나지 않으며, 총량 고용지표(실업률, 고용증가 숫자)로도 심각성이 들어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고용문제를 거론할 때 우리는 전통적으로 관심이 높았던 제조업을 중심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제조업을 통한 일자리 창출은 이제 물 건너갔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제조업의 고용인원은 지난 90년대 중반 이후 계속 줄고 있다. 근년 약간 늘어나는 경향을 보이고 있지만 이는 일시적일 수밖에 없다. 제조업을 통한 일자리 창출은 어려우며, 다음 세대들은 제조업을 통한 일자리 창출로는 살아갈 수 없을 것이다.
   최근 빈부격차가 일부 제조업의 높은 임금 수준이라는 시각도 있지만 이보다는 근본적으로 제대로 된 일자리를 얻지 못해서 생기는 문제다. 통계상의 오류도 문제다. 제대로 된 일자라가 부족하다보니 통계상 위장고용이 늘어날 뿐 실업자는 늘어나지 않는다. 자영업, 택배 등 사실적으로 실업상태나 마찬가지인 사람들이 실업자로 잡히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도저히 고용 상태라고 할 수 없는 수준의 독립자영업자, 무임금 가사노동자. 소규모 농업 종사자 등이 700만명에 달할 정도로 위장 실업상태인 사람들이 많다. 전체 고용자의 30%에 달하는 이들이 통계상으로는 취업자로 분류되지만 현실적으로 실업자로 분류되어야 할 사람이다.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경제운용의 발상을 바꿔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다소 억지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오늘날 상황은 정부의 무리한 물가억제 정책과 연관이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경제학에서 과도한 인플레이션은 경제를 파탄시키지만 적당한 수준(2~3% 정도)의 인플레이션은 경제 활성화에 매우 유익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부가  내수활성화와 이를 통한 경기진작을 위해 많은 노력을 쏟고 있지만 국민들의 부담을 줄여준다는 취지에서 강력한 물가안정화 정책도 동시에 진행해 왔다. 하지만 과도한 물가안정화 정책은 기업의 이익 감소와 연결되고 이는 결국 법인세 등 세수의 감소와도 연결되며, 이어진 연쇄 반응으로 결국은 다시 내수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물론 물가안정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모든 각료들이 물가 각료가 되는 식의 분위기는 옳지 않다. 이미 과도한 물가 안정 정책으로 우리나라 물가는 기대 이하의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물가를 다소 용인해도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일자리 창출을 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두고 물가에 대해서는 다소 여유 있게 접근하는 시각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이제는 제조업이 아닌 서비스 분야로 눈 돌려야

    다음으로 생각해야 할 것은 그렇다면 어디에서 중점적으로 일자리를 창출해 낼 것인가  하는 부분이다. 앞서도 지적했지만 이제 제조업을 통한 일자리 창출은 우리의 경제 여건상 불가능하다. 일례로 현대기아차는 1996년 국내에서 마지막 자동차 공장을 증설한 이후 전혀 새로운 공장을 건설하지 않고 있다. 다시 말해 새로운 일자리를 전혀 만들어 내지 않았다. 반면 해외에서는 그동안 15개의 공장을 증설하며 해당 국가에 다수의 새로운 일자리를 제공했다. 따라서 이제는 제조업이 아닌 서비스 분야로 눈을 돌려야 한다. 물론 서비스 분야 일자리도 일자리 나름이다. 이명박 정부 이후 통계상으로 상당한 일자리가 늘어났는데 분석해 보면 사회복지분야의 예산 지출 증가에 따른 노인도우미 등의 일자리가 상당부분을 차지한다. 제대로 된 일자라라고 하기에는 부족한 숫자만 늘어난 일자리로는 문제 해결이 어렵다.
   서비스 부분은 인식만 바꾼다면 새로운 일자리가 크게 늘어 날 수 있다. 서두에 말씀드렸듯이 우리나라 제주도, 다도해, 설악산, 지리산 등 여러 부분에 케이블카 건설이 요구되고 있지만 이런 저런 이유로 착공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왜 다른 나라들은 기회만 되면 관광지로 개발해 일자리를 만들어 내고 세계 도처에서 관광객을 불러 모어 돈을 벌고 있는데 우리는 시도조차 못하고 있는가? 우리가 그들보다 잘살아 돈을 벌 필요가 없는 것인가? 냉정히 대국적인 관점에서 생각해볼 일이다. 이는 금융, 의료 등 우리가 비교적 우위에 있는 여러 서비스 분야 모두에 해당되는 이야기다. 특히 우리는 중국이라는 거대한 시장을 목전에 두고 있다. 최근 많은 중국인들이 제주도를 다녀가고 또 오고 싶어 한다고 한다. 만일 중국인 모두가 평생 한번 제주로들 다녀간다고 상상해 보라. 그것에 부수되는 각종 일자리들이 과연 얼마겠는가? 아마도 상상도 못할 수치가 나올 것이다.
   서비스 산업의 고부가가치화와 고급화에 대해서도 더하겠다. 이미 소득수준이 25,000달러를 넘어선 지금 이제는 양적인 수요를 늘리는 것은 한계가 있다. 내수를 늘리기 위해서는 서비스의 고부가가치화와 고급화가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 지난날 우리 제조업이 개방을 통한 세계시장과의 경쟁을 통해 고급화를 이뤄냈듯이 서비스 산업도 개방과 경쟁을 통한 고급화로 세계시장에서 통하는 경쟁력 있는 산업으로 거듭나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 정부 부처들은 과감한 규제개혁을 이뤄내야 한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일자라가 생간다면 무슨 일이라도 하겠다는 각오가 필요하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모든 일에는 대가를 치뤄야 한다. 그리고 일자리 창출을 통해 경제문제가 해결되면 우리사회 대부분의 문제들이 보다 쉽게 해결될 수 있다. 따라서 모든 정책은 당장 일자리 창출로 연결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