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수 언론 중진들의 모임인 한국시장경제포럼에서 이렇게 말씀드릴 기회를 주신 것에 대해 먼저 감사드린다. 초청을 받고 언론 중진 회원님들 앞에서 우리경제에 대해 말씀을 드린다는 것이 주제넘은 일은 아닌가 반문해보기도 했지만 그동안 나름 최선을 다해왔던 증권시장과 자산투자운용의 관점에서 평소 생각해 왔던 바를 간략히 말씀드리고자 한다. 주지하고 계신바와 같이 최근 우리경제는 그동안 전혀 경험해 보지 못했던 새로운 어려움들에 직면해 있다. 특히 그동안 우리경제를 이끌어 왔던 제조업이 조선 등 주력업종을 중심으로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으며, 수출 또한 더 이상 경제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다 미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한 양적완화 정책 등 등 국제금융시장의 여건이나 선진국들의 환율정책 또한 우리경제에 우호적이지 못하다.
   우리경제의 현 위치를 보다 정확히 알아보기 위해 세계경제의 흐름을 간략히 정리해 보자. 우선 미국의 경우 경기호조세가 가시권으로 들어오고 있다. 글로벌 경제성장의 둔화 위험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은 점차 성장 모멘텀이 강화되고 있다. 이같은 상황을 반영해 지난 10월 IMF는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2014년 및 2015년 세계경제의 성장률 전망치를 이전보다 각각 0.1%p, 0.2%p 하향 조정했지만 미국의 경우 2014년 성장률 전망치를 0.5%p 상향 조정했다. 경기 호조세도 지속돼 2009년 이후 경기선행지수와 내구재 수주 증가율은 지속적으로 상향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재조업과 고용시장의 호조세도 인상적이다. 취업자수는 월평균 20만개 이상 증가하고 있으며, 고용과 관련한 주요지표들은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고 있다. 경상수지도 과거와 달리 개선 추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의 국내 세일 가스 원유생산 증가와 함께 원유수입이 급감하면서 경상수지 개선이 급속히 이뤄지고 있다. 이런 흐름들은 달러강세라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경제의 호전과 함께 정책금리 인상 가능성이 제기 됨에 따라 지난 7월 이후 달러는 강세 양상을 보이고 있으며, 미국 달러의 강세는 글로벌 자본시장에 중대한 변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미국의 정책 변화 우리경제에도 강력한 후 폭풍

   미국경제가 회복 국면으로 돌입하고 있는 반면 신흥국은 경기하강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 당장 브릭스의 경기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와 브라질의 성장세 둔화가 두드러지고 있다. 선진국의 제조업 경쟁력 강화도 신흥국의 경기 하강에 중요한 요인으로 등장하고 있다. 그간의 패러다임이 신흥국의 제조업 강세와 이에 따른 상품시장의 강세였다면 이제는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새로운 패러다임은 미국 제조업의 강세와 상품시장의 약세라는 정반대의 새로운 흐름이다. 미국 기업은 그동안의 불황과 임금 억제 등으로 이제는 강력한 경쟁력을 갖게 되었으며, 세일가스 개발에 따른 에너지 가격 경쟁력 확대와 에너지 수입 급감, 제조업 부활을 위한 정부 정책, 국내 생산품에 대한 경제 애국주의 확산 등으로 미국이 제조업 강국으로 새로이 부상하고 있다. 간단한 설명을 더한다면 그동안 미국은 세계의 소비시장 역활을 하면서 신흥국들의 중요한 수요처 역할을 담당해 왔다. 하지만 미국이 세일 가스 생산에 눈을 돌리고 제조업의 강화라는 새로운 정책으로 돌아서면서 그동안 미국에 대한 수출에 상당 부분을 기대어 왔던 신흥국들은 가장 중요한 시장을 잃게 되었으며, 원유 등 원자재를 수출해 경제를 운영해 왔던 산유국 등은 상당한 어려움에 직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예상되고 있다.
  이같은 상황을 반영하듯 최근 석유수출기구(OPEC)가 석유 수요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OPEC의 연례 '세계 석유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오는 2017년 OPEC산 석유 수요 전망치가 14년 만에 가장 약세인 일간 2820만 배럴에 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는 지난해 내놓은 전망치보다 일간 60만 배럴 적은 수치다. OPEC은 미국으로 인해 에너지 시장에서 강한 압박을 받고 있다. 미국은 셰일층(퇴적암)에서 생산하는 자국 석유 생산을 크게 늘리고 있으며, 이로 인해 원유 가격은 연일 하락세다.
   유럽의 경제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 경기회복은 여전히 지지부진하며 마땅한 처방도 나오지 못하고 있다. 유로존의 성장률 부진은 기본적으로 소비부진이 가장 중요한 요인이며, 유로존의 소비부진은 글로벌 경제성정 측면에서도 부담요인이다. 통화측면도 어렵다. 완화적 통화정책에도 불구하고 유럽의 디플레이션 리스크는 고조되고 있으며 보다 적극적인 통화정책에 대한 필요성이 급속히 제기되고 있다. 일본도 만만치 않다. 아베정부의 강력한 추진에도 불구하고 아베노믹스의 효과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으며, 물가만 상승하고 성장률은 여전히 부진한 양상이다. 엔화의 약세도 이어지고 있다. 2014년 하반기 이후 엔화는 다시 약세를 보이고 있으며, 이는 전반적인 미국달러화 강세와 함께 아베노믹스 효과가 예상보다 약한 결과 추가적인 통화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제조업 경쟁력 약화 시가총액 순위에서도 실감
  그동안과는 판이하게 달라지고 있는 상황들은 이제 한국경제에 새로운 접근을 요구하고 있다. 시각을 우리에게로 돌려보자. 한국의 경제는 그동안 제조업, 특히 중후장대 산업을 중심으로 성장해 왔다. 이들 제조업은 충분한 일자리를 창출해 내면서 성장의 기초를 튼튼하게 지탱해주었으며, 낮은 인건비와 미국을 비롯한 세계시장으로의 수요는 성장의 든든한 밑받침이 됐다. 하지만 한국 제조업은 더 이상 가격경쟁력을 갖기 어려워졌으며, 우리보다 앞선 선진국들이 겪었던 경로를 반복하고 있다. 지난 1990년대 일본의 상황, 즉 엔화강세에 따른 가격경쟁력 약화, 한국 대만 등 후발국들의 경쟁국 부상 등이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은 이미 임금상승과 원화강세 등으로 가격경쟁력이 약화되고 있으며, 중국 등 주변 경쟁국들의 부상에 이어 에너지 산업 등 제조업 경쟁력 부활에 나선 미국의 정책변화라는 전혀 새로운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 변화는 한국이 더 이상 제조업을 일자리 창출과 성장의 발판으로 삼기 어렵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준다. 산업구조의 변화는 증시를 통해 살펴보면 더욱 실감나게 알 수 있다. 한국주식시장의 시가총액 상위 10위 기업을 살펴보면 1990년대는 유틸리티/ 은행업종(한국전력, 포항제철, 제일은행, 신한은행, 삼성전자 순), 2000년대는 IT/통신(삼성전자, SK텔레콤, KT, 한국전력, 포항제철 순), 최근에는 자동차/인터넷 업종(삼성전자, 현대차, 한국전력, SK하이닉스, 포스코, NAVER 순) 등이 상위 업종으로 부상하고 있다. 여전히 대규모 제조업이 상위권을 차지하도 있지만 NAVER의 등장에서 알 수 있듯이 조선을 비롯한 주력업종의 경쟁력이 갈수록 약화되고 있다. 한국증시를 주도해 왔던 현대중공업, 삼성전자 등이 올들어 실적악화로 주가 급락을 경험했다. 휴대폰 경쟁우위를 상실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분기별 영업이익이 급격히 감소하는 상황이며, 글로벌 경기하락과 해양사업의 부실로 대규모 적자를 기록 중인 현대중공업은 이미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산업구조 변화 방향은 중요한 투자의 지표    경제흐름이 유사한 일본의 경우는 우리 제조업의 변화 방향을 보다 분명하게 보여준다. 지난 90년대를 기점으로 일본의 제조업이 경쟁력을 급격히 상실하면서 이후 일본경제 전반이 장기불황에 돌입했다. 일본의 경우 그동안의 수출호조와 이를 견제하는 분위기로 엔화가치가 급상승하면서 제조업은 가격경쟁력을 상실하면서 글로벌 점유율이 급락했다. 여기에다 일본은행의 금융정책 실패로 내수와 부동산 버블이 붕괴했으며, 기업들의 투자가 위축되면서 제조업은 중장기적인 경쟁력을 급속히 상실했다. 90년대 일본의 주요산업이었던 자동차는 91년 세계시장 점유율 36%를 정점으로 점유율이 지속 하락했다. 일본 자동차 회사들은 해외거점 확보를 통한 생산지역을 다변화하며 노력했지만 2000년대까지 점유율은 20%대로 하락했다. 60~70년대 세계 50% 수준의 준공 생산능력을 보였던  조선업도 90년대 한국에 추월당했으며, 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일본 제조업을 대표하던 IT산업도 비슷한 사정으로 90년대 들어 급격히 쇠퇴했다.   우리보다 한발 앞서 수출을 중심으로 경제를 키워왔던 일본 산업환경의 변화가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은 무엇일까. 바로 그동안의 제조업 중심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우리경제의 성장축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소 극단적이긴 하지만 일본의 대표적인 전자업체 도시바, 파나소닉 등은 유휴시설을 청정 채소를 생산하는 식물공장으로 개조했다. 또한 다수의 일본의 제조업체들이 경제환경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바이오, 헬스케어 및 식자재 관련 신규 성장산업을 연계하여 전략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제조업이 경쟁력을 잃어감에 따라 새로운 사업모델로의 변화가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눈을 돌릴 새로운 분야는 무엇이 될 것인가? 우선 제조업 중심의 수출만으로는 가장 중요한 문제인 고용창출에 어려움이 있는 만큼 내수를 키워 수출과 내수의 균형을 유지하고, 또한 이를 통한 고용여건 개선을 동시에 노려야 할 것이다. 하지만 내수 성장도 한계가 있는 만큼 여전히 낮은 서비스 산업의 비중에 눈을 둘려야 한다고 본다. 우리나라의 경우 1970년대 고도성장기 이후 내수소비의 비중이 70%대 중반에서 50%대 초반으로 하락했다. 이런 가운데 내수 서비스 소비의 비중은 30%대로 확대되었지만 미국 등 선진국과 비교해 보면 여전히 매우 낮은 수준이다. 선진국의 경우를 보면 서비스산업의 경제적 위상은 추세적인 확대를 보인다. 미국의 경우 GDP에서 민간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60년대 60%에서 최근 70%대로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특히 20% 후반이던 서비스 소비의 비중이 45%대로 상승하여 경제성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확대되고 있다. 산업 전반의 구조적 변환기를 맞고 있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하겠다.   최근 정부도 경제정책 전반에 활력을 회복하기 위해 경기진작책과 함께 규제완화에 총력을 기우리는 등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구조적 변환기를 맞은 우리경제가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 있도록 정부, 기업, 가계 모두가 현명한 판단으로 임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아울러 그동안 증시를 중심으로 투자자산 운용을 업으로 삼아 온 관점에서 말씀드린 다면 이같은 큰 흐름의 변화는 이미 증권지장에 반영되고 있으며, 앞으로 중요한 투자의 지표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