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대표적 언론사 중진들을 모시고 말씀드릴 귀중한 기회를 마련해 주신 것에 대해 우선 감사드린다. 앞서 소개에서도 말씀하셨지만 사법고시 합격후 잠시 판사로 근무하다  폭넓은 경험을 위해 로펌으로 자리를 옮기려고 했지만 기업으로 눈을 돌려 LG그룹에서 상당기간 근무했다. 기업에서의 근무가 로펌에 비해 개인적인 수익측면에서는 불리한 면이 있었지만 LG그룹 근무를 통해 국내 대기업들의 성향에 대해 나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안목을 갖게 되었으며, 이어 2007년 NHN으로 자리를 옮겼다. 오랜 기간 근무하면서 자리가 잡혔던 LG를 떠나 생소한 NHN으로 옮길 당시 모험이 아니냐는 주변의 걱정을 듣기도 했다. 하지만 새로운 일을 한다는 기쁨으로 열심히 일해 왔으며, 2009년부터는 대표의 직을 맡아 열심히 해 나가고 있다. 이런 기회가 쉽지 않은 만큼 많은 말씀을 드리고 싶다. 하지만 시간이 제한되어 있는 관계로 모바일 시대를 맞아 글로벌 IT와 미디어의 트렌드가 어떻게 변하고 있고 있는가에 대해 주로 말씀드리겠다. 이어 이런 변화의 시대를 맞아 글로벌 IT기업들은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 한국의 인터넷 산업의 현 상황과 미래는 어떠한 지 등에 대해서도 간략히 말씀드리겠다. 
 

인터넷 사용의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

  모두가 실감하고 있듯이 휴대폰 사용이 상상 이상으로 빠르게 확산되면서 글로벌 IT 시장 또한 전혀 새로운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지난해 주목할 만한 인터넷 관련 뉴스 2가지를 살펴보면 잘 알 수 있다. 지난해 인터넷 관련 뉴스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페이스북이 왓츠앱을 190억달러라는 거금을 주고 인수(2014년 2월 20일)한 사실이다. 왓츠앱은 2009년에 창립된 직원 55명의 회사로, 사용자는 6억명에 달하지만 1년 매출액이 2,800만달러에 불과한 회사다. 어떻게 보면 아직은 보잘 것 없는 회사지만 페이스북은 미래를 보고 회사를 190억달러라는 엄청난 금액에 인수했다. 다음으로 큰 뉴스는 다음과 카카오가 합병해 다음카카오로 출범(2014년 5월 26일)했다는 뉴스다. 합병 당시 카카오는 시가총액이 약 3.5조원(비상장), 다음은 약 1조원으로 실질적으로 카카오가 다음을 인수한 모양 세다. 카카오와의 합병 소식이 알려지면서 다음 주식은 합병전 7만원에서 한때 18만원까지 급등하기도 했다.
    두가지 뉴스를 다소 장황하게 설명 드린 것은 이들 뉴스가 인터넷 트렌드 전반이 큰 영향을 미쳤음은 물론 모바일 시대를 맞아 현재 글로벌 IT 트렌드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이들 대형 인수합병 뉴스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사실은 모바일 시대를 맞아 이미 인터넷 이용의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실제 모바일 시대의 인터넷 사용은 PC가 기반이 되던 시대와는 전혀 다르다. 구글과 네이버 등 포털이 중심이 되던 PC시대에서 모바일 시대로 돌입하면서 통신을 기반으로 한 카카오, 페이스북, 인스타그람 등이 주도 세력으로 등장하고 있으며, 앞서 설명한 2대 뉴스가 바로 이런 흐름을 대변하고 있다. 이미 카카오톡 등 모바일 메신저들이 플렛폼으로 진화하면서 포털의 위치를 대체하고 있다. 이들은 통화, 정보조회, 소액결제 등으로 영역을 확대해 나가고 있으며, 모바일을 기반으로 생활기반 전반을 파고들면서 무한한 진화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용자 수나 브랜드 인지도 면에서도 이들의 위상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카카오톡 이용자는 일 2500만명이 달해 그동안 인터넷의 대표주자였던 네이버(1600만명)를 이미 추월했으며, 브랜드 가치 순위에 있어도 삼성의 겔럭시, 신세계의 이마트에 이어 3위를 차지해 11위에 이름을 올린 네이버를 훨씬 앞서가고 있다(2014년 2분기 기준). 글로벌 시장도 마찬가지다. 통신을 기반으로 하는 이들 라인은 글로벌 이용자가 5억 6천만명을 돌파하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커뮤니케이션을 중심으로 게임, 전자상거래에서 콘텐츠, 서비스 등으로 영역을 확장 중이다. 이들은 이미 게임 플렛폼으로 확고하게 자리를 잡았으며, 다양한 콘텐츠를 확보 중이다. 이들은 궁극적으로 생활과 여가의 중심 플렛폼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상당 부분을 이미 장악했다. 네이버 등 기존 포털들이 존재에 위기감을 느끼는 것도 바로 라인의 이런 무한한 확장 가능성 때문이다. 이같은 흐름을 감안하면 2015년에는 모바일 메신저 이용자 수가 SNS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가장 강력한 포털이라 할 수 있는 구글의 에릭 슈미츠 대표도 “위챗이나 왓츠앱 같은 모바일 메신저들이 가져오고 있는 문자혁명(texting revolution)에 대해 언제나 걱정하고 있다” 고 말할 정도이며, 페이스북 거금을 들여 왓츠앱을 인수한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글로벌 IT기업 급성장... 비교 자체가 무의미

     글로벌 IT기업의 영역 확장에 대해서도 간략히 살펴보자. 우선 미국과 중국의 글로벌 기업들은 거대한 규모로 성장해 나가고 있다. 글로벌 주요 인터넷 기업의 시가총액을 살펴보면 구글(367조원), 페이스북(231조원), 알리바바(271조원) 등 엄청난 규모로 성장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삼성전자가 196조원으로 상당한 규모를 보이고 있지만 국내에서 인터넷 전문기업 중 가장 앞선다는 네이버는 시가총액이 2.5조원에 불과해 비교자체가 불가능한 수준이다. 글로벌 IT기업의 성장세도 놀랄만하다. 전세계 대부분의 검색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구글은 검색만이 아니라 인터넷 산업의 거의 전영역을 주도하고 있으며, 나아가 로봇(구글은 2013년에만 로봇 제조사 8개를 인수했다), 자동 온도조절장치 등 가정용 전자기기 등 차세대 IT분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또한 구글이 제공하는 핵심운영체계인 안드로이드는 스마트폰을 넘어 웨어러벌, 자동차 등으로 그 적용 범위가 확장 되고 있다. 구글은 모바일, OS, 동영상을 앞세워 국내 시장도 석권 중으로, 최근에는 안드로이드 점유율을 바탕으로 검색 방문자 수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중국의 성장세도 만만치 않다.
  중국의 인터넷 회사들은 금융업까지 진출해 알리바바의 알리페이(2004년 출시된 온라인 결제 시스템으로 8억2천만명의 회원 보유), 위어바오(2013년 6월 출시된 머니마켓으로 2014년 2월 현재 8000만명 가입)가 영역을 확대 중이다. 중국 기업은 한국 진출에도 속도를 높이고 있다. 텐센트의 경우 2012년 카카오에 720억원을 투자해 2대주주가 되었으며, 다음과 카카오 합병으로 불과 2년만에 약 5.6배의 투자수익을 거두면서 다음카카오의 지분 9.9%를 소유한 2대주주가 됐다. 또한 2014년 3월엔 5,300억원을 투자해 CJ 게임즈 지분 28%를 취득해 2대주주가 되는 등 활발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 인터넷 기업들 5년 내 고사할 수도

    이런 상황을 종합해 볼 때 한국의 인터넷 산업은 한마디로 위기 상황을 맞고 있다. 인터넷, 특히 플렛폼 산업은 규모의 확대와 선점이 중요해 작은 기업이 큰 기업과 싸워 이기기는 매우 힘들다. 글로벌 인터넷 산업이 BIG PLAYER 위주로 생태계가 변화되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런 산업의 특성 때문이다. 글로벌 인터넷 시장에서는 규모의 경제를 실현한 기업들이 성장을 거듭하고 있으며, 중국 인터넷 기업들도 대규모 자본과 시장을 동력으로 비약적인 성장을 실현 중에 있다. 이런 상황은 국내 시장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동영상 서비스, SNS 웹 등 글로벌 업체기 시장을 점유한 분야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반면 한국의 인터넷 산업은 자본과 인력의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 우선 자본과 인력의 한계로 인수합병을 통한 경쟁력 강화가 어렵고, 규모가 작고 특유한 한국의 시장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 글로벌 진출에도 언어와 문화적 한계가 따른다. 따라서 글로벌 인터넷 사용자 수가 해를 거듭하며 빠르고 늘고 있지만 국내 인터넷 이용자 수는 2003년 포화상태를 보인 후 정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강점으로 꼽히던 빠른 인터넷 서비스 경험도 경쟁력을 잃고 있다. 과거 우리나라는 OECD 무선과 초고속 인터넷 보급률 조사에서 6회 연속 1위를 차지했었지만 2012년 4위, 2013년에는 5위로 순위가 하락하고 있다. 엄격한 규제환경과 더불어 국내 사업자와 해외 사업자간 역차별 환경도 발목을 잡고 있다.
   이런 상황은 네이버라고 별반 다르지 않다. 국내 인터넷 산업의 대표주자 중 하나인 네이버 또한 PC검색의 하락으로 주 수익원인 검색광고의 기반이 악화되고 있다. 인터넷 서비스의 PC이용이 줄고 PC에 비해 광고지면이 제한적인 모바일 이용이 급성장세를 보이면서 광고매출은 정체되는데 신규 매체가 등장하여 전체 인터넷 광고시장에서 네이버가 차지하는 점유율은 하락중이다. 다소 듣기 거북할지 몰라도 이대로라면 한국의 인터넷 산업은 5년 내에 고사의 위기를 맞을 지도 모른다.
   인터넷을 제외한 여타의 IT, 미디어 산업은 어떤가? 당장 한국의 대표적인 IT 기업인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이 글로벌시장에서 성공을 거두며 시장에서 높은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이들도 전혀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불과 수년전 세계 휴대폰 시장에서 최대 점유율을 자랑하며 독보적인 위상을 보여 왔지만 이제는 뒤안으로 사라진 노키아의 경우에서 알 수 있듯이 시장의 판도는 새로운 경쟁자들에 의해 언제라도 바뀔 수도 있다. 또한   시대의 흐름을 쫓지 못하고 한순간에 도태될 가능성이 항시 존재한다. 한때 한국이 세계시장에서 호령하던 온라인 게임 시장도 한국 온라인 게임업체들이 주춤하는 사이 판도가 바뀌어 급성장한 글로벌 신생업체들이 주도하고 있다. 방송, 영화 콘텐츠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들 산업은 한류를 바탕으로 최근 해외 수출이 늘었지만 중국자본의 직접투자로 종속 가능성이 늘고 있으며, 콘텐츠 산업 전반이 유튜브 등 인터넷 플렛폼에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통신의 경우는 다소 다르다. 통신업의 경우 지난 10년간 시장에서의 가치(시가총액)는 줄었지만 매출규모에서부터 인터넷 산업과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통신 3사 매출 44조6천억원, 이익 4조4천억원, 인터넷 3사 매출 3조5천억원 이익 6700억원, 2013년기준). 또한 통신 3사의 경우 기존사 중심의 경쟁구도가 크게 바뀌지 않고 있다. 이들은 상당한 이익을 망 확대 등에 재투자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훌륭한 망을 확보해도 국내 인터넷 기업이 자리를 외국계 기업들에 내준다면 시장을 확보한 외국계 기업의 좋은 발판이 될 뿐이다. 한국 인터넷 신업이 안팎의 도전을 극복하고 지난날의 위상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함께 힘을 모으고 아이디어를 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