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언론계 중진 여러분을 모시고 말씀드릴 귀중한 기회를 주신 것에 우선 감사드린다. 잘 알고 계시듯 지난 9월 15일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가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위한 역사적인 노사정 간의 대타협을 이뤘다. 하지만 이를 실질적으로 실천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사회 각 분야의 이행하 협조가 절실한 만큼 오늘의 시간은 매우 의미 있는 자리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노동시장개혁은 지속가능한 경제성장 및 일자리 창출을 위한 시대적 과제로 인식되어 왔다. 반면 사회적 합의를 통한 노동시장 구조개혁에 대해서는 여전히 이견들이 날카롭게 충돌하고 있으며, 저항도 만만치 않다. 이는 사회적 합의를 통한 노동개혁이 근본적으로 근로자들의 해고를 보다 쉽게 하기 위한 것에 불과하다는 생각 때문이다. 이런 오해는 노사정이 힘들게 만들어 낸 합의 내용에 대한 이해부족에서 비롯된 것인 만큼 우선은 합의 내용을 제대로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우선 합의 내용부터 제대로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합의와 관련한 지방 순회토론회도 진행중이다.
  그렇다면 왜 노동시장 구조개혁이 중요하고 또 꼭 이뤄내야 하는가? 이와 관련해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변화와 구조적 문제점에 대한 것이다. 우리 노동시장은 중대한 변화와 도전에 직면해 있다. 우리경제의 성장잠재력 및 일자리 창출력은 갈수록 저하되고 기업의 노동수요 및 인적자원 관리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수치를 통해 살펴보면 1년 미만 단기근속자 비율이 32.8%로 OECD국가 중 최고를 기록하고 있는 반면 10년 이상 장기근속자 비율은 19.7%(2013년 기준)로 최저를 기록하는 등 노동시장의 불안정성이 증가하고 있다. 기업규모와 고용형태의 차이에 따른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도 심화, 고착화되고 있다. 노동시장의 이중구조와 관련해서는 얼핏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문제를 생각하지만 실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이중구조가 더욱 심각한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노동시장 이중구조 심화로 저강도 위기 지속

   설명을 더한다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격차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대 임금은 지난 10년간 58.7%(2003년)에서 46.0%(2014년)로, 같은 기간 정규직 대비 비정규직의 상대적 임금 차이(71.6%에서 64.3%)보다 격차가 더 벌어졌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에 대한 임금격차 또한 기업규모에 따라 큰 차이가 있다. 2014년 8월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임금수준이 대기업 정규직을 100으로 볼 때 대기업 비정규직(65.6), 중소기업 정규직(59.2), 중소기업 비정규직(40.4)으로 나타나 같은 비정규직간의 차이도 크다.
  청년실업 문제도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청년실업은 전체실업률(15세 이상)의 3배 수준으로 올 상반기 평균 10.5%를 기록하며 여전히 두자리수를 이어가고 있다. 취업을 앞 둔 청소년들이  근무조건이 열악한 중소기업을 외면하면서 취업 재수생은 늘고 노동시장 신규진입의 연령이 높아지면서 일자리의 질과 양의 문제가 동시에 심화되고 있다. 임금체계 역시 여전히 연공급 위주로 운영되고 있어 내년부터 정년 60세가 의무화할 경우 지금과 같은 연공서열에 따른 보상체계에 대한 개편 없이는 청년실업 문제가 오히려 악화될 우려까지 대두되고 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서 우리경제는 저성장, 고령화, 극심한 청년 취업난 및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심화 등으로 인한 저강도 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또한 근로현장에서는 통상임금 판결, 정년연장 법제화 등으로 인한 갈등과 불확실성이 계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노동시장 개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급하고도 절실한 과제로 떠올랐다. 이같은 상황 인식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동의하고 있어 노동시장의 변화 필요성에 대해 원론적으로는 대다수가 찬성한다.
  하지만 우리사회에는 변화와 개혁을 진보나 민주화라는 의견을 앞세워 반대하는 경향이 여전히 강해 개혁을 이야기하기가 어렵다. 또 많은 원론적인 찬성에도 불구하고 실천과 관련해서는 부정적인 분위기가 여전하다. 실제 노동개혁 주체라고 할 수 있는 근로자, 기업, 정부는 전체적인 개혁과 변화보다는 당장 서로의 입장에만 관심이 높다. 원론적으로는 새로운 고용시스템으로의 전환이 절실하다고 하면서도 근로자는 소득감소 우려와 질 낮은 일자리 양산 등에만 관심이 있으며, 기업은 법인세, 사회보험료 등 비용 상승, 정부는 사회안전망 강화 등에 따른 재정지출 확대 우려로 실질적인 개혁 논의에서는 한발 비껴서 있다.

 ‘impossible’을 'I am possble'로 만든 합의 과정
   이러한 각 주체들의 갈등과 위기상황을 해소하기위해 노사정은 우리 경제사회의 새로운 도약과 일자리 문제해결을 위해 산업화 시대에 형성된 현재의 노동시장에 대한 근본적인 혁신이 필요하다는 공동인식을 갖게 되었고, 이를 위한 사회적 대타협에 착수했다. 물론 장애물도 많았다. 우선 우리사회는 사회적 대타협을 이루기 위한 기반 자체가 매우 취약하다.  사회적 대타협의 역사적 전통이 취약한데다 위기의식 및 공동체 의식 결여로 사회적 신뢰 자체가 미흡하다. 노사단체의 구조적 취약성으로 노사정위 참여 주체와 논의방식의 결정도 간단치 않은 문제였다. 여기에다 노동계를 실질적으로 이해시킬 협상카드도 마땅치 않으며, 정부의 컨트롤 타워 부재로 의제에 대한 선택과 집중도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불가능한 미션(mission  impossible)에서 ‘불가능’을 뒤집으면 'I am possble'이 되듯 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2014년 9월 19일 노동시장 구조개선특별위원회가 설치되었다. 이어 노사정 대화로 난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장정에 나서 그해 12월에 노동시장구조개선의 원칙과 방향에 대해 기본합의를 이뤄냈다. 이후 120여 차례의 회의와 10차례의 토론회 등 공론화 과정을 통해 노동시장 개혁 필요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지난 9월 15일 360일만에 극적으로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위한 노사정 대타협을 이룩했다.
   이번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위한 대타협은 5가지 측면에서 의의가 있다고 본다. 우선 저강도 위기 속에서 향후 예상되는 위기 국면을 회피하기 위한 선제적 합의를 이뤘다는 점과, package dill 방식을 통해 향후 노동시장 개혁에 대한 종합적인 청사진을 마련했다는 것에 의의를 두고 싶다. 또한 노동시장에 대한 유연, 안전화의 동태적 균형을 지향, 미래세대를 위한 기득권 내려놓기, 공개적이고도 민주적인 절차를 통한 타협한 도출 과정 등에 대해서도 큰 의미를 주고 싶다. 한마디로 이번 노사정 대타협은 과거의 사회적 합의와는 달리 위기극복을 위한 사후적 조치가 아니라 다가오는 위기에 대응한 선제적 합의이자 포괄적 패키지 합의이고 노동시장의 유선, 안전화를 추구하고 있으며, 합의를 위한 과정도 공개적이고 민주적인절차에 따라 진행되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합의 내용에 대해 설명하면 패키지 일괄 타결 방식을 통해 65개 사항 중 55개 사항에 합의했으며, 나머지 10개 사항은 추후 지속 논의과제로 남겼다. 주요 내용은 노사정 협력을 통한 청년고용 활성화,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통상임금, 근로시간, 정년연장 연착륙 등 3대 현안의 조속한 해결, 사회안전망 확충 등이다. 이번 노사정 대타협은 노동시장 개혁의 완결이 아니라 초석을 놓은 것이며, 중요한 것은 앞으로의 실천이다. 이를 위해 후속과제 논의를 통해 노사정간의 협력기반을 공고화하기위한 제 2기 노동시장구조개선특위가 이미 출범했다. 이어 노사정 및 공익위원 8명으로 구성된 이행점검단이 11월 중 노사정 이행계획서를 제출받아 합의내용에 대한 이행상태 점검에 나선다. 
  결론적으로 이번 노사정 합의는 노사정이라는 주체가 하나가되어 우리사회의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양보와 타협을 바탕으로 어렵게 만들어낸 작품이다. 노사정 대타협은 미래를 향한 국민과의 약속인 만큼 이 엄중한 약속을 반드시 지킴으로써 우리가 바라는 미래 희망 현실로 전환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나가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