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산업추락...새로운 성장산업 출현은 미미

  우리경제를 이끌어 왔던 제조업도 상황이 나빠지고 있다. 국내 제조업은 생산, 수출 매출액 증가율이 2014년 이후 감소세로 전환되었으며 산업내의 한계기업비중은 증가추세다. 따라서 제조업 전반에 구조조정이 지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 제조업생산지수 증가율은 2010년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수출증가율은 2014년을 기점으로 마이너스 성장률을 보이고 있으며 매출액도 2013년 이후 감소세로 전환했다. 반면 한계기업비중은 2010년 11%대에서 2015년에는 15%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증가하고 있다(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 2016).
  실제 제조업의 공급과잉 업종이 전체의 30%를 넘고 있으며, 신성장동력 창출은 매우 미흡한 수준이다. 한국제조업의의 공급과잉 업종과 관련해 일본의 기준(영업이익률 3년 평균이 과거에 비해 15% 이상 감소, 최근 3년간 평균 가격변화율이 비용변화율을 하회하는 경우)를 적용할 경우 총 194개 산업중 55개가 해당해 공급과잉 비율이 28.4%로 나타난다. 또한 기존 10대 주력산업의 매출액 비중이 50%대에 육박하고 있는 반면 신성장동력 부분의 매출은 2014년의 경우에도 1.3%에 불과할 정도로 신장세가 매우 약하다. 결국 국내 산업현장은 핵심인 제조업이 추락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미래성장을 이끌 새로운 산업의 출현은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란 결론이다.
  우리산업의 위기를 감싸고 있는 배경에 대해 간략히 말씀드리겠다. 우선 대외 경제가 전화기적 상황을 맞고 있으며 세계경제의 패러다임 자체가 바뀌고 있다. 이미 세계경제는 저성장 기조가 장기화 되고 있으며 과거와는 다른 New Normal 시대가 전개되고 있다. 실제 최근의 경제상황은 공급과잉, 소비부재 등 1920년대 대공황시기와 유사한 상황이다. 따라서 작금의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족히 20~30년은 걸려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글로벌 경쟁여건 악화 속 국내 상황도 부정적

  그동안의 사례에 따르면 세계 경제에 위기국면이 지속되면 이를 극복하기 위해 각국이 급속한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이어 대대적인 부양책으로 새로운 수요를 창출해 경기를 회복세로 돌리는 방법이 동원되어 왔다. 지난 1920년대 대공항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으며 결국은 세계 1차 및 2차 대전이라는 전대미문의 대규모 대체수요를 통해 이를 극복했다. 최근의 위기국면 극복 노력도 비슷한 흐름이다. 특히 미국의 경우 일단 신속한 구조조정이 진행됐고 통화정책을 통한 대규모 경기부양책이 동원되면서 최근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세계 경제전반은 여전히 성장궤도에 도달하기에는 미비해 상당한 회복기를 거쳐야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런 와중에 과학기술은 비약적 발전을 보이며 선진국을 중심으로 4차 산업혁명의 급속한 전개가 진행되면서 기존의 구산업과의 격차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 그 결과 세계적 부의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신보호주의 경향은 확산되고 있다.
  트럼프의 출현도 만만치 않은 극복과제다. 트럼프정부의 명확한 정책방향과 내용은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선거전후에 드러난 여러 정치경제 현안들에 대한 트럼프의 입장을 감안하면 앞으로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 정치경제계에 많은 논란과 혼선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함께 글로벌 여건악화에 따른 수요부진 속에 중국의 경쟁력강화는 경쟁심화로 이어져 자동차, 조선, 기계, 철강 등 우리경제의 핵심인 제조업 주력 산업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국내적인 상황도 긍정적이지 않다. 국내경제는 이미 고비용 저효율 체제로 기업들의 투자는 부진하고 고용은 악화되고 소비는 침체되고 있다. 아울러 저출산 고령화에 따라 소비둔화, 세대갈등, 재정부담 증가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또한 상대적 소득격차의 확대에 따른 양극화 심화로 공동체 의식은 약화되고 정치사회적 갈등이 고조되면서 우리경제의 잠재성장력은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사업구조전환 지원, 중장기 투자유인책 시급

  그렇다면 이같은 상황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우선 기업들이 스스로 사업구조를 혁신할 수 있도록 선제적인 구조조정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세계경기 침체와 4차 산업혁명의 급류 속에서 세계 유수 기업들은 이미 사활을 건 생존 게임을 벌이고 있다. 죽느냐 사느냐를 결정짓는 것은 오로지 각 기업의 사업구조 혁신능력이다. 우리 기업들도 과감한 사업재편과 사업혁신에 몰두해야 한다. 정부 역할도 중요하다. 기업 주도 사업 구조조정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는 시장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정부 역할이다. 따라서 기업의 사업 부문 간 거래를 손쉽게 추진할 수 있도록 각종 규제를 철폐하고 인수합병(M&A) 시장과 투자금융업을 활성화하는 일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일하는 방식을 과감히 바꾸는 노동시장 구조개혁도 시급하다. 앞으로 4차 산업혁명이 전개되면 일하는 방식이 이전과 전혀 다른 형태로 변하게 될 것이다. 언제 어디서든 일할 수 있는 여건이 형성되고 있어 보다 유연한 형태의 작업이 가능해지는 셈이다. 따라서 이같은 변화에 순응한 임금과 고용 측면의 노동시장 개혁이 적극적으로 추진돼야 한다. 그래야만 노동력이 부족해지는 저출산·고령화 시대에서도 주어진 인적자원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새로운 산업 시대에 적합한 산업인재를 양성하고 연구개발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도록 교육구체제에 대한 대대적인 개혁도 필요하다. 기존의 대학입시 위주의 암기식 교육체제는 산업화 시대에 정해진 지식과 정보를 효과적으로 암기하고 이해하는 데 뛰어난 인재를 양성하는 데는 적합했지만 다양한 지식과 정보를 창의적으로 획득하고 활용하는 것이 필요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인재 양성에는 매우 부적합하다.
사회적 갈등요인의 해소도 어느 사항 못지않게 중요하다. 우리사회는 그동안 고도성장기를 통해 가난으로부터의 해방을 이뤄냈다. 이어 민주화 과정을 통해 억압으로부터의 해방도 달성했다. 하지만 경제, 정치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양극화 심화 등에 따른 사회계층간 갈등이 갈수록 심화되면서 분노로부터의 해방이 새로운 과제로 등장하고 있다. 따라서 이같은 갈등요인을 해소할 사회적 대타협과 이를 이끌어 낼 리더십의 확립이 시급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