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적인 규제, 제도를 통한 경직된 개혁은 한계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자료 내용들은 이미 공정위 새해 업무보고에서 말씀드린 내용들이다. 따라서 핵심사항만 추려서 중점적으로 설명 드리겠다. 자료에서 알 수 있듯이 2017년도의 추진사항은 올해에도 큰 변화가 없다. 다만 일의 추진 정도와 상황 변화를 반영해 중점업무의 순서가 바뀌었다. 지난해는 갑을문제 개선, 재벌개혁, 경쟁촉진과 소비자 보호를 중점정책으로 추진했다. 특히 법집행 체계 및 조직혁신을 통한 신뢰회복에 노력했다. 법 집행에 경쟁원리를 도입하는 등 법집행 체계 혁신방안을 마련했으며, 공정위 신뢰재고를 위한 외부인 접촉관리규정도 도입했다. 핵심과제인 재벌개혁과 관련해 그동안 부정적 이미지가 강해 재벌 저승사자라는 곱지 않은 별명까지 얻은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런 때문인지 재벌개혁을 강력히 추진할 것이란 인식이 취임 초기부터 강하다. 하지만 재벌개혁은 법령상의 기준이나 수치를 바꾸는 방법으로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 재벌개혁은 새 정부의 경제인식에 맞게 경제민주화를 확대 정착시키는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경제민주화라고 하면 다소 막연한 감이 있어 일반서민들은 자신과는 관계가 없는 일로 생각하기 쉽다. 경제민주화가 우리들의 삶과 직결된다는 인식을 확산하기 위해 지난 2017년에는 앞서 말씀드렸듯이 갑을관계 개선에 중점을 두었으며, 상당한 성과를 얻었다고 생각한다.   시간상으로는 법체계 및 조직혁신을 통한 신뢰회복에 가장 많이 투자했다. 공정위에 대한 국민적 신뢰회복을 위해 내부혁신에도 노력을 집중했으며, 특히 외부인 접촉 관리규정을 도입해 외부접촉의 투명성을 높였다. 외부인 접촉 후 상황 및 내용에 대해 간략히 보고하는 이 제도는 계속 확대 정착에 노력하고 있다. 이는 시민단체에 있을 때부터 생각해 왔던 사항으로 위원장이 스스로 모범을 보이고 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공직의 경우 사기업과는 달리 승진이 거의 유일한 보상책이다.  따라서 자칫 많은 규제로 몸조심하는 보신으로 흐르기 쉽기 때문에 사전 보다는 사후적인 관리방안이 좋을 것으로 생각한다. 공정위의 외부인 접촉 관리규정 같은 방안이 연구된다면 향후 선진국의 로비스트법과 유사한 방향으로 발전될 수 있을 것이다.   돌이켜보면 2000년대 초반 전반적인 진보 흐름 속에서도 진보진영이 선거에서 졌다. 생각은 좋을지 몰라도 국민들의 인식에 파고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재벌개혁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기본적인 흐름에는 동감하지만 숫자적인 규제, 제도를 통한 경직된 개혁은 한계가 있다. 국회를 통해 법제화된다고 해도 성공할 수 없다. 더욱이 기업 지배구조와 관련해 이미 많은 부분이 달라져 현실적인 재벌개혁의 효과도 없다. 삼성 등 일부 그룹에서 금산분리, 순환출자 해소 등이 문제가 있었지만 최근 대부분 지주회사 전환으로 문제가 해소되어 법으로 규제할 의미도 없어졌다. 이런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보다 강한 법이 국회를 통과해 법제화된다고 해도 어렵다. 결국 하나의 강력한 규제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고 해서는 곤란하다. 다소 엉성한 그물 여러 개를 사용하는 것이 실질적인 효과가 있다. 구멍이 숭숭한 규제의 중첩적인 적용이 결국 더 많은 결과를 만들 수 있다. 이런 방향으로 변화를 모색하려 한다.

재배구조에 대한 재벌 3세들의 생각 2세와 달라   올해 경제여건은 매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문재인 정부는 갑작스런 집권으로 정권 인수 준비가 없었지만 다행스럽게도 집권 첫해 경제가 상승흐름을 타고 있었던 덕분에 부담을 들었다. 하지만 2년차에는 많은 부분에서 불안요인들이 본격적으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우리경제의 잠재적 불안요인들이 도처에서 부각되고 있다. 따라서 이런 상황에 대한 대응책마련이 긴요하다. 취임 초 나름대로 처리해야할 사안들을 단기, 중기, 장기로 구분했다. 첫해는 단기과제로 내부변화로 그간의 문제들을 해소하고 다음해엔 중기 목표인 법 개정 등 제도적인 사안을, 마지막 해에는 공정위가 추진하고 있는 사항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확보하겠다는 생각이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이런 구상에 따라 진행 중이며 큰 차질은 없다. 예를 들어 일감몰아주기 등은 지난해 이후 계속 강조해 오고 있으며 상당한 실적도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최근 현대차 그룹이 사업지배회사라는 형식을 통해 나름의 문제해결을 위한 노력을 발표하는 등 실질적인 변화도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 재벌들의 경우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경영권 승계인데 법적으로나 사회적 여론에 부합하는 방식을 하는 것이 가장 큰 어려움이다. 현대차의 경우 유리 모두가 알고 있듯이 최대의 문제는 글로비스다. 이를 중심으로 지주회사를 추진할 경우 상당한 사회적 비난이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이번에 이를 최소화하는 새로운 방식은 시장과 사회적 인식에 부합되는 긍정적인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지배구조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있고 나름의 이유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답은 없다. 적절한 시간에 결정하고 그 결과에 대해 책임질 수 있는 것이 최선의 지배구조를 유지하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현대차 그룹이 너무 늦지 않게 결정할 수 있는 의사결정 구조를 갖고 있다는 것은 평가할 만하다.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삼성 또한 사회적 변화에 부합되는 방식으로 지배구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많은 걱정과는 달리 재배구조와 승계 등에 대한 재벌 3세들이 생각은 2세와 많이 다르다. 그들은 이미 세상이 달라졌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으며 아버지 시절의 방식은 어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다. 정답은 알 수 없지만 긍정적인 결과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우리 기업들은 더 이상 과거로 회귀할 수 없는 비가역적 변화를 시작했다. 공정위가 방향을 제시하고 기업이 이를 참고로 변화의 방향을 잡아가야 한다.   말씀드린 대로 올해 경제, 사회적 여건은 매우 어렵다. 하지만 공정위는 공정한 시장경제 확립을 통한 국민의 삶의 질 제고에 최선을 다하겠다. 제도화를 넘어 시장관행 및 실질적 거래조건 개선에 초점을 두겠다. 그리고 소득주도, 혁신성장의 기반인 공정한 시장경제 확립에 역량을 집중하고 혁신성장의 동력이 되는 경쟁적 시장 환경 조성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여러분들의 많은 협조와 격려를 당부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