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접목 사례 속속 등장... 미래 성장 가능성 높여   여러 전망들이 나오고 있지만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의 미래를 섣불리 예상하는 것은 물론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금융 분야를 필두로 유통, 물류, 공공서비스 등에 접목하는 사례들이 속속 나타나면서 그 가능성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다. 2008년 사토시 나카모토라가 비트코인이란 디지털 화폐를 제안한 이후 2014년 7월 이리디움, 2015년 9월 리플 등 연달아 출현하고 있으며 금융에서 출발한 블록체인은 상업, 유통, 에너지 등으로 확산되면서 진화를 이어가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국가나 은행처럼 권위 있는 중앙기관이 없으면 신뢰를 바탕으로 한 거래나 증명이 불가능하나 블록체인은 이를 가능케 한다. 이러한 견지를 바탕으로 블록체인의 분산 인증기술이 급격한 기술의 변화를 뒷받침할 수 있다. 그간 추상적으로만 제시되어 온 ‘협력적 공유사회(Collaborative commons)’의 개념이 블록체인 기술의 신뢰성을 바탕으로 구현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구현하는 혁신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비트코인을 통해 블록체인 기술이 대중화되다 보니 금융과 등치시켜 보는 경향이 있지만 블록체인은 다양한 내재 가치를 바탕으로 그 활용 분야가 전 산업 영역에 걸쳐 있다. 블록체인은 식품의 안전 유통, 고가품의 중고 거래 시 진품 보증, 중고차 매매 시장에서의 신뢰성 제고를 보장한다. 블록체인을 이용해 돼지고기 이력을 추적하는 IBM과 월마트, 다이아몬드 유통관리에 블록체인을 적용한 영국 스타트업 에버레저 사례 등이 구체적 사례다. 의료 분야에서는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면서도 의료 기관이 개인의 의료 기록을 더 잘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또한 신뢰가 중요한 고가품을 수월히 검증할 수 있어 이미 다이아몬드가 블록체인을 통해 거래되고 있다.   사물인터넷(IoT) 분야도 블록체인의 스마트계약 기술과 결합될 때 신뢰를 더한다. IoT 기기 간의 사물지능통신(M2M·Machine-to-Machine) 커뮤니케이션은 사람이 개입되지 않은 데이터 간의 소통이다 사물인터넷(IoT) 기기들이 지금은 단순한 센서의 기능만 제공하고 있지만 향후 강한 컴퓨팅 파워(엣지 컴퓨팅)를 바탕으로 하나의 '노드'로 기능하게 된다. 여기에 블록체인 기술이 결합하면 더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흥미로운 분야는 신재생에너지와 블록체인의 결합이다. 분산전원이 분산원장 기술을 만나 손쉽게 확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재생에너지나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을 전력산업에서는 분산전원(Distributed Energy Resources)이라 칭한다. 도처에 분산된 재생에너지는 기존의 대형 발전, 송배전으로 이어지는 '탑-다운'식 전력산업 구조를 '바텀-업' 방식으로 변화시킬 수밖에 없다. 에너지가 생산되는 곳에서 소비될 수 있는 에너지 프로슈머 시장을 만들어야 하는데 바로 이 부분에서 블록체인 기술이 필요하다. 블록체인의 스마트계약은 불특정다수 간의 계약을 가능하게 한다. 따라서 특정 조건이 충족되면 중간자의 개입 없이 기계간 계약내용이 실행되기 때문에 블록체인이 전력거래의 인터넷이 될 수 있다.  실제 재생에너지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는 유럽과 호주 등에서는 에너지와 블록체인을 결합한 에너지 플랫폼이 앞 다퉈 나오고 있다. 유럽의 위파워(WePower), 호주의 파워렛저(Power Ledger), 미국의 그리드플러스(Gridplus) 등의 회사가 전력 P2P(개인간 개인) 플랫폼 서비스를 선보이고 전력거래 전용 코인도 발급했다. 동경전력, 이온(e-on) 등이 참여하고 있는 에너지 웹파운데이션(EWF)은 에너지 거래를 위한 오픈소스 플랫폼을 선보였다. 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재생에너지 3020’ 계획의 성공을 위해 우리도 이런 흐름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이외 탄소 배출권거래제나 사용후 핵연료 관리, 발전소 데이터 보안 등 에너지 분야에서 블록체인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은 다양하다.

창의적 스타트업 육성, 투자자 보호장치 마련 시급  이토록 넓은 응용범위를 지닌 블록체인을 신성장동력으로 삼기 위해서는 제도나 기술적 차원에서 넘어야 할 과제들이 여전히 많다. 이를 보완한다면 세계적인 4차 산업혁명의 흐름 속에서 대한민국이 블록체인 산업을 선점하는 것은 가능성이 충분하다. 현재 4차 산업혁명을 이끌 신기술 중에서 다른 분야는 선진국들과 격차가 크고 추격에도 어려움이 있지만 블록체인 분야만큼은 격차가 아직 크지 않고 어떤 면에서는 우리가 선도국가라고 할 수도 있을 만큼 국내 스타트업들의 경쟁력이 좋다. 원천기술 및 전문인력 육성을 중심으로 과감한 투자가 이뤄지면 자연스럽게 블록체인 생태계가 생겨날 것으로 생각된다. 이를 위해 불합리한 암호화폐 가이드라인은 개정하고 암호화폐공개(ICO)에 대한 불확실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를 뗄 수 있느냐 없느냐에 대한 논란이 있지만 이는 블록체인이 적용된 비즈니스 모델에 따라 탄력적으로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ICO는 최근에 유럽을 중심으로 TGE(Token Generation Event)라고 불리는 추세다. 투자자들에게 객관적이고 전문적인 정보가 제공된다면 창의적인 스타트업들이 파괴적 혁신을 통해 기존의 강자와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는 면에서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경우 현재의 ICO 제도는 사실상 무방비 상태로, 투자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장치가 전무하다. 따라서 투자자들이 사업자들의 기술, 비즈니스 모델, 거버넌스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정보를 공개하도록 정부 차원에서의 투자자 보호 장치도 강화해야 한다. 건전한 블록체인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사업자들에게는 경쟁력 있는 비즈니스 모델 개발과 ICO를 통한 투자자금 유치, 산업화까지 3단계의 발전 단계를 거치도록 해야 한다.       재생에너지를 확산하면서도 안정적인 전력망을 운용하기 위해서는 생산된 에너지가 지역에서 소비되는 지역 에너지 체계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블록체인 기술은 지역 내 프로슈머들이 신뢰 기반 위에 효과적으로 거래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하지만 전기사업법의 ‘발전사업자의 판매 겸업 금지 조항’ 등으로 인해 에너지 프로슈머뿐만 아니라 소규모 전력중개업 등 새로운 에너지 서비스의 등장이 가로막혀 있다. 유럽에서는 이미 가족이 소유한 풍력발전기가 생산한 전기를 에너지 오픈마켓에다가 내다 파는 서비스가 나타나고 있고, 독일은 재생에너지 투자의 절반을 개인이나 조합이 책임지고 있다. 세계적인 수준을 자랑하는 우리의 전력 시스템이 새롭게 다가오는 분산 에너지의 시대에도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서 블록체인을 비롯한 새로운 기술을 더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아울러 블록체인 산업을 키워 블록체인 국제표준을 선점하고 궁극적으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체재를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