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금리, 물가, 통화정책 등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한국과 같은 소규모 개방경제의 경우 대외적 불확실성이 큰 만큼 경제여건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와 관련, 이창용 한은 총재는 최근 한국경제언론인포럼 조찬에 참석, “한국은행도 포워드 가이던스를 통해 미래에 대한 시그널을 주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며 “예상치 못한 여러 변수들이 발생할 수 있지만 투명한 정보제공을 통해 미래에 대한 시그널을 주는 것이 결국 시장 안정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총재의 발언을 요약한다.

언론계 여러 선배님들을 모시고 말씀드릴 기회를 주신 것에 대해 먼저 감사드린다. 한국경제언론인포럼과는 십수년전 초청해 오늘 같은 기회를 주셨던 좋은 기억이 있다. 특히 지난해 코로나를 심하게 앓아 다시 정상적인 활동이 어려울 정도였는데 오늘 다시 이렇게 여러분들을 뵙게 되어 정말 감사하고 의미있게 생각한다. 오늘 말씀드릴 주제는 다소 생소할 수 있겠지만 포워드 가이던스에 대한 이야기다. 현안중심의 여러 주제들도 중요하지만 중앙은행 총재로서 포워드 가이던스를 언론과 소통하는 방안의 하나로 간략히 설명 드리고 이를 도입하기 위한 한국은행의 입장도 말씀드리겠다.  포워드 가이던스(Forward Guidance)는 일종의 선제적 지침으로, 중앙은행의 미래 정책방향에 대한 정보를 명시적으로 제시하는 통화정책 커뮤니케이션이다. 중앙은행이 앞으로 다가 올 경제 상황에 대한 평가를 바탕으로 차후 통화정책의 방향성을 선제적으로 제시하여 시장이 예측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2008년 발생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 미국을 포함한 선진국들의 중앙은행이 도입하기 시작했으며 시장을 안정시킨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포워드 가이던스가 중앙은행과 시장 사이의 불확실성을 해소함으로써 이루어진다고 볼 수 있다.    포워드 가이던스는 여러 방식이 가능하다. 우선 중앙은행의 앞으로의 형태를 미리 약속하는 방식이나 미래 경제 상황을 전망하고 공표해 중앙은행의 행동을 미리 예측하는 방법이 있다. 또한 특정한 시기를 제시하지 않는 기간 조건부 방식과 통화정책 변경에 영향을 미치는 경제 상황을 보여주는 상황조건부 방식, 구체적 수치나 경로로 정책금리에 대한 전망을 공표하는 정량적 방식, 특정 용어를 기자간담회에서 활용해 정책의 방향을 제시하는 정성적 방식도 포워드 가이던스의 하나로 볼 수 있다. 결국 중앙은행의 미래 정책방향에 대한 정보를 명시적으로 제시하는 다양한 통화정책 커뮤니케이션 방법이라고 하겠다. 이같은 포워드 가이던스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장기금리를 낮추고 경기를 좀더 빨리 안정화에 시키는데 도움을 주는 등 긍정적인 측면이 있었다. 반면에 적용조건 및 기간에 대한 커뮤니케이션이 과도하게 단순화되는 경향이 있어 외부환경 급변시 정책변화 예측이 어렵다는 취약점도 있었다. 실제 과도한 단순화로 시장의 불확실성을 과소평가할 경우 중앙은행이 출구전략을 구사하기 어려워질 수 있으며, 신뢰성 훼손 우려 등으로 중앙은행이 기존의 포워드 가이던스 방식을 고수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신흥국의 경우 대외적 불확실성이 큰 만큼 경제여건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중앙은행에 대한 신뢰도 낮아 기초경제여건과 괴리시 투기적 공격에 직면할 가능성(ex 통화절하 압력 심화)과 재정우위 우려도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복수의 시나리오를 상정함으로써 유연한 정책대응에 도움을 줄 수 있으며, 경제가 시나리오를 벗어날 경우 포워드 가이던스가 상황에 대한 참고지표로 기능할 수 있다. 하지만 신흥국 및 소규모 개방경제의 경우 시나리오를 만드는 일이 어려울 수 있으며, 이들은 선진국 통화정책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따라서 활용해야하는 정책수단(이자율, 외환시장 개입, 거시건전성 정책 등)도 다양해야 한다. 또한 경제가 시나리오에서 벗어날 경우 중앙은행의 경제전망 능력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 있기 때문에 일반대중과의 커뮤니케이션에도 어려움이 많다.

이창용 학력 요약 서울대 경제학과 하버드대 경제학 박사  경력 한국은행 총재 (2022.04.~) 국제통화기금 아시아태평양 국장  G20 정상회의 준비위원회 기획조정단 단장 아시아개발은행 ADB 수석 이코노미스트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경제1분과위 인수위원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미국 로체스터대학교 방문교수

선진 금융권에서 자주 언급되는 포워드 가이던스란 용어가 우리에게 다소 생소하게 느껴지는 것은 서양과는 다른 한국의 문화적 배경과도 관계가 있다. 그동안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은 물가, 통화, 성장 등과 관련한 전망을 이야기할 때 소규모 개방경제의 특성을 감안하여 전략적 표현, 또는 애매하게 표현하는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해 왔다. 일례로 지난해 4월 이전에는 ‘완화기조를 유지해 나갈 것’, ‘완화의 정도를 적절히 조정해 나갈 것’등 정책방향만 제시해 왔는데 이는 초기단계의 정성적 포워드가이던스라고 할 수 있겠다. 이같은 애매한 표현은 정부와 시장, 그리고 한국은행의 여건상 불가피한 면이 있지만 시장에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이기도 했다.    그렇다보니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내용들, 특히 통화정책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높지 못했다. 한은의 표현방식은 지난해 7월 이후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일례로 지난해 7~8월의 경우 금리조정과 관련해 ‘현재 전망 경로를 조건으로 당분간 25bpt씩 점진적으로 인상’할 것이란 가이던스를 주었다. 하지만 10월에는 환율 변동성이 미국 연준의 예상을 벗어난 빠른 금리인상과 엔화 및 위안화의 절하 등 전제조건의 변화로 가이던스와는 달리 0.5bp인상이라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그 결과 시장 불안, 베이비스텝 가이던스에 대한 비난이 증가하기도 했었다.        선진국들의 경우 2000년대 들어, 보다 구체적으로 미국의 버냉키가 등장한 이후 통화나 금리정책과 관련하여 미래에 대해 보다 명확히 설명하는 방향으로 포워드 가이던스가 자리 잡고 있다. 버냉키가 2006년 미연방준비이사회의장이 된 후 그리스펀이 확립한 재정 경영방식을 유지해가면서 주로 인플레이션에 관련한 중요한 변화를 미연방준비제도 위원회에 가져왔다. 정해진 인플레이션 목표에 긍정적이었고, 그럼으로써 경제성장과 안정을 가져올 수 있다고 믿었다. 학계에 든든한 기반을 둔 버냉키는 월스트리트 출신이었던 전임 의장들과는 확실한 차별성을 표명했는데, 이는 보다 정확한 정보와 시그널을 시장에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도 이러한 방식의 포워드 가이던스를 통해 미래에 대한 시그널을 주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하며 점진적으로 이를 정착시키고자 한다. 포워드 가이던스라는 것이 미래의 정책방향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고, 시장에서는 예상치 못한 여러 변수들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분명 문제점과 한계가 있다. 하지만 가능하면 투명한 정보제공을 통해 시장에 미래에 대한 시그널을 주는 것이 결국 시장의 안정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당장 구체적 요소별로 포워드 가이던스를 제시하는 것은 어렵지만 금리, 통화, 물가 등에 투명한 소통이 가능할 시스템 정착에 노력하겠다. 희망일 수도 있지만 내부적인 준비와 변화를 통해 임기가 끝나는 3년 이후에는 나름의 시스템과 방향이 정착이 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