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정책성 서민금융에 대해서는 여러 이슈가 존재한다.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나 재원확보 등의 문제로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지원이 규모 확대 위주로 이루어지면서 대상의 적정성 및 사후관리에 대한 우려도 많다. 이와관련, 신용회복위원회 이재연회장은 한국경제언론인포럼 조찬에 참석, “서민금융정책은 단기적으로 공급의 양적 확대에 중점을 두되 질적 변화를 지원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보증 위주의 서민금융은 정부의 재원 마련 정책에 따라 지속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시장기능을 기반으로 한 공급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회장의 발언을 요약한다.

언론계 여러 선배님들을 모시고 말씀드릴 기회를 주신 것에 대해 먼저 감사드린다. 한국경제언론인포럼과는 십수년전 초청해 오늘 같은 기회를 주셨던 좋은 기억이 있다. 특히 지난해 코로나를 심하게 앓아 다시 정상적인 활동이 어려울 정도였는데 오늘 다시 이렇게 여러분들을 뵙게 되어 정말 감사하고 의미있게 생각한다. 오늘 말씀드릴 주제는 다소 생소할 수 있겠지만 포워드 가이던스에 대한 이야기다. 현안중심의 여러 주제들도 중요하지만 중앙은행 총재로서 포워드 가이던스를 언론과 소통하는 방안의 하나로 간략히 설명 드리고 이를 도입하기 위한 한국은행의 입장도 말씀드리겠다.  서민, 영세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운영되는 서민금융은 우리가 통상적으로 접하는 일반적인 금융과는 다른 특징을 갖고 있다. 서민금융의 대상인 서민, 중소영세기업 등은 축적된 소득 또는 재산이 충분하지 않아 외부로부터의 자금조달이 필요할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다. 반면에  정보비대칭성과 신용리스크가 높기 때문에 여신심사 및 사후관리를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이 소요되어 취급비용 및 관리비용이 높은 특징을 갖고 있다. 따라서 금융기관으로부터 필요한 자금을 제공받기가 어렵다. 이런 구조적인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담보가 부족하거나 신용등급이 낮아 은행으로부터 자금을 제공받지 못하는 중소기업, 소상공인 및 서민 등에 대한 자금제공을 전문적으로 담당할 기관이 필요할 것인데, 이것이 바로 오늘 설명드릴 서민금융기관이라고 할 수 있다.  서민금융의 운영과 관련해서는 금융포용(financial inclusion)이란 개념이 중요하다. 금융포용이란 부담 가능한 가격(affordable price), 책임(responsibly)있고 지속가능한(sustainable) 방법으로 제공되는 금융상품 및 서비스에 접근하여 이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의미한다. 대부업체와 같은 지속가능성이 없는 (non-sustainable) 대안금융기관으로부터의 금융서비스가 아니라 제도권 금융기관으로부터의 금융서비스 제공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금융포용에 입각한 금융서비스는 개인 및 가계로 하여금 재정적으로 더 풍요롭고 더 어려움을 견딜 수 있게 하며, 지역사회, 국가, 세계가 더 번영하며 안심하도록 한다. 또한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금융시스템에 연결함으로써 안정을 유지하도록 하며, 개인들이 재정 충격을 견딜 수 있고, 자신의 경제적 잠재력을 확대하도록 함으로써 모두가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할 수 있다.

이재연 학력 요약 오하이오주립대 경제학 박사 고려대 경제학과   동대학원 석사/박사과정 수료 경력 제3대 서민금융진흥원 원장(22.01~ 현) 제8대 신용회복위원회 위원장(22.01~현) 한국금융연구원 부원장 장기소액연체자지원재단 이사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조정실 실장 한국금융연구원 은행팀 팀장

하지만 우리나라 서민금융의 현실은 여전히 어렵다. 우선 우리나라 금융시장은 은행 중심이며 서민금융기관의 비중이 매우 낮다. 이는 금융업권별 자산 규모를 보면 알 수 있다. 2022년말 기준 업권별 자산 규모 비중은 은행 78.5%, 농협(상호금융) 11.4%, 새마을금고 5.1%, 신협 2.8%, 저축은행 2.2% 수준이다. 특히 6대 은행이 전체의 58.2% (KB 500.3조원, 하나 462.6조원, 신한 443.8조원, 우리 424.6조원, IBK 397.9조원, 농협은행 383.8조원)를 차지하고 있어 대형은행의 비중이 압도적이다. 서민금융기관은 총 3,594개로 취급 점포는 많지만 자산 규모나 운영 등에 있어 은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매우 열악한 수준이다. 이렇다보니 서민금융기관은 여러 문제점을 갖고 있다. 일례로 서민금융기관의 경우 담보, 특히 부동산 담보 위주의 대출관행이 고착되어 있다. 대표적 서민금융기관인 저축은행의 2022년말 기준 대출총액 115.0조원 중 담보대출 비중 58.1%, 신용대출 34.1%이며 보증대출 비중은 햇살론 취급확대에도 불구하고 4.8% 수준이다.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경기 양극화 등으로 저소득가구의 비중이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반면, 금융기관의 신용위험 관리가 강화되면서 일정수준 이상의 신용도 또는 담보를 갖추지 못한 가계 및 중소기업의 금융애로가 심화됐다. 경제력 향상을 위한 서민과 중소영세기업의 금융수요는 증가하고 있으나, 이들에 대한 제도권 금융기관의 금융공급은 상대적으로 감소함에 따라 금융사각지대가 점차 확대된 것이다. 결국 제도권 서민금융시장에서의 수급불일치는 금융소외계층 증가와 대부시장의 과도한 확대를 유발했다. 대부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대부업체 거래자 수 및 대출금액은 2007.9월말 각각 89.3만명, 4.1조원에서 2013.6월말 각각 248.7만명, 9.2조원으로 급증했다. 서민 및 저신용자들은 사업 및 생활상 필요자금 확보를 위해 대부업체를 이용하고 있으나 고금리와 불법 추심 등으로 인해 어려움에 직면하게 됐다. 제도권 서민금융기관이 저소득가구의 자금수요를 충분히 충족시키지 못함에 따라 대부업시장이 과도하게 팽창한 결과다. 정부는 시장기능에 의한 서민금융 제공이 갈수록 어려워짐에 따라 금융약자들의 어려움을 해소하고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경감하기 위해 2008년부터 정책성 서민금융을 도입했다. 정책성 서민금융은 일부 성과도 있었지만 여전히 많은 문제점과 한계를 갖고 있다. 가장 중요한 재원의 문제는 시장기능에 의해 서민에 대한 자금공급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못함에 따라  금융회사의 출연금, 기업의 기부금, 휴면예금 등 민간재원과 정부재원을 바탕으로 조성된다.  민간재원이 중심이 되고 재정이 일부 참여하는 방식으로 민간금융회사가 재원조달과 자금배분 과정에 적극 참여함으로써 서민금융의 기능을 보완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창업자금, 운영자금, 생활안정 자금 등의 용도로 지원되거나 이를 위한 보증형태로 지원되고 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정책성 서민금융에 대해서는 여러 이슈가 존재한다. 우선 정책서민금융상품의 공급규모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나 재원 확보 등의 문제로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정책서민금융 지원이 공급규모 확대 위주로 이루어지면서 지원 대상의 적정성 및 지원 이후 관리의 적정성에 대한 우려도 많다. 일례로 지원대상이 민간서민금융회사가 대출을 제공할 수 있는 대상과 중복됨에 따라 민간서민금융을 대체한다는 지적이 있다. 대표적 정책서민금융상품인 햇살론이 보증에 의해 제공됨에 따라 재원 고갈 시 중단될 우려도 있다. 햇살론 보증재원은 정부(복권기금) 및 금융회사의 한시적 출연금으로 조성되어 매년 정책서민금융 재원 마련하여 당해년도 사업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취급 기관의 도덕적 해이도 문제다. 보증대출은 전액 또는 90% 보증을 실시함에 따라 취급하는 금융기관이 관련 대출의 심사 및 사후 관리를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정책서민금융을 모든 서민금융기관이 공급함에 따른 전문성 결여, 저금리에 따른 필요 이상의 과다 대출로 인한 도덕적 해이 및 금융환경 변화 시 채무불이행 발생 등도 여전히 해결해야할 과제다.    결론적으로 서민금융정책은 단기적으로 공급의 양적 확대에 중점을 두되 서민금융의 질적 변화를 지원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현재의 보증 위주의 서민금융은 정부의 재원 마련 정책에 따라 지속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시장기능을 기반으로 한 서민금융 공급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서민금융기관도 변해야 한다. 최근 세계적 조류인 ESG 등에 따른 금융포용 강화 추세를 이용하여 금융시장에서의 자신의 역할 정립이 경쟁력이라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대형 은행과 서민금융기관과의 금리 경쟁 등 가격 경쟁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정부도 서민금융정책 수립 시 서민금융 재원이 지속적으로 공급될 수 있는 환경 마련을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 정부와 일반금융기관의 서민금융에 대한 보다 애정 깊은 관심, 그리고 질적인 변화를 위해 고민하는 서민금융기관의 진지한 노력이 함께 시너지를 발휘해 우리나라 서민금융의 현실이 보다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기를 기대하며, 이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이재연_논설위원포럼 자료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