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출범시마다 핵심과제로 규제개혁이 매번 거론되지만 규제와 관련한 불만의 목소리는 여전하다. 이와 관련, 김종석 대통령직속 규제개혁위원장은 “우리나라의 규제는 양보다 질이 문제다. 따라서 규제개혁도 질적인 개선에 관심을 집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이제는 규제개혁의 1단계라고 할 수 있는 양적 접근에서 벗어나 질적 개선으로 가야한다. 바로 규제혁신, SMART한 규제개혁이 되어야한다”고 강조했다. 김위원장의 발언 내용을 요약한다.

언론계 여러 선배님들을 모시고 규제개혁과 관련해 말씀드릴 귀한 기회를 주신 점에 먼저 감사드린다. 제한된 시간인 만큼 현안과 관련한 사안들을 간략히 설명드리고 선배님들의 고견도 들었으면 한다. 오랜 기간 경제현장의 일선에서 활동해 오신 경험을 바탕으로 기탄없이 의견을 주시면 감사하겠다. 오늘 주제로 삼고 있는 규제개혁은 그동안 정권이 새로 시작될 때마다 단골 핵심과제의 하나로 지목되었으며, 이를 해소하기 위한 나름의 노력들도 많았다. 하지만 지난 정부 5년간 여러 정책적인 목표가 경제현실과 상충하면서 규제개혁은 이름만으로 남게 되었으며, 층층의 규제가 추가되는 등 오히려 후퇴한 부분도 많았던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따라서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규제경제학을 전문분야로 공부했고 지난 40여년동안  관심을 쏟아 온 만큼 보다 효율적인 규제개혁이 진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있다.   규제개혁을 강조하다보면 규제의 부정적인 측면이 자주 부각되지만 사실 규제는 필요불가결한 부분이 있다. 문제는 집행자가 이를 만들고 또한 집행한다는 것으로, 이는 과잉규제가 나오는 원인이 된다. 규제와 관련한 금언에도 규제의 이런 측면이 잘 나타나 있다. “규제는 사람 늙어가는 것과 같다. 좋아하는 사람은 없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를 생각해보라”(william shepherd). "규제는 감춰진 세금이다"(George Stigler). 규제는 없으면 좋을 것 같지만 필요불가결한 것이며, 가능한 최소의 부담으로 처리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집행자가 이를 만들고 또한 집행하다보나 이런 원칙이 지켜지기 어렵다. 이를 반영하듯  정권이 바뀔 때마다 규제개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항상 있어왔으며, 특히 집권초기에는 상당한 힘을 갖고 추진되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가 경험하고 있듯이 규제가 여러 분야에서 장애물이 되고 있으며 개혁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이는 그만큼 규제개혁이 어렵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규제개혁이란 무엇인가? OECD는 규제개혁에 대해 “정책목표를 보다 효과적으로 달성하기위하여 정부 규제의 품질을 향상시키는 과정”, 즉 “규제의 성과, 유효성, 경제성, 준수율, 투명성 등을 향상시키는 규제수단의 개선과정”을 의미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어 “이를 위해 비규제적 정책수단의 도입, 규제준수 비용의 완화, 규제의 투명성 제고, 불필요한 규제와 절차의 폐지 또는 간소화(deregulation)를 포함하는 일련의 개혁”을 규제개혁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결국 규제개혁이란 꾸준히 진행되는 과정, 즉 규제에 대한 개선과정(reform)이란 의미로 이해할 수 있겠다. 규제개혁의 대상 판단 기준이 될 수 있는 규제비용(economic cost of regulation)은 크게 기준과 절차를 지키기 위해 소모되는 돈, 시간, 노력 등의 준수비용(actual cost)과 규제로 인해 발생하지 못한 신기술과 신산업, 그리고 그로 인해 상실된 소득과 고용창출의 기회등 기회비용(opportunity cost)으로 나눌 수 있다.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대부분의 경우 실제 우리가 감지할 수 있는 비용(actual cost)보다 기회비용이 훨씬 크다는 점이다. 최근 문제가 됐던 구글엡, 로톡, 우버 등과 관련한 규제가 그 사례다.

김종석 약력 1955년 서울생 경기고/서울대 프린스턴대학교 경제학 석사/박사 경력 대통령 직속 규제개혁위원장(현) 한국 뉴욕주립대 석좌교수(현) 제20대 국회의원 여의도연구원 원장 한국경제연구원 원장 바른사회 시민회의 공동대표 한국규제학회 회장 서울특별시 규제개혁위원 한국경제학회 이사 한국공기업학회 이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책연구위원 홍익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미국 다트머스 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규제개혁의 기대효과에 대해서도 간략히 말씀드리겠다. 우리가 현재 당면하고 있는 많은 문제들, 즉, 경제활성화와 물가안정, 부정부폐 해소, 국민생활의 질 향상, 민간자율과 창의 확대, 경제개방과 국제화 등은 규제개혁을 통해 상당부분 해소할 수 있다. 특히 우리경제가 당면하고 있는 여러 문제점은 우리경제의 높은 대외의존도 등에 따른 불가피한 사항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규제개혁을 통해 우리 경제사회의 효율성을 높여 앞서 언급한 문제들을 극복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규제를 지킬 수 있도록 만들어 주고 이를 잘 지키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무리 좋은 규제를 만들었다고 해도 지키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좋은 규제를 만들어 내는 것이 규제집행자가 해야 할 일이라면 집행율을 제고하는 것도 규제집행자의 의무다. 따라서 규제개혁은 신설, 강화규제를 필터링해서 나쁜 규제가 생겨나는 것을 막는 동시에 기존규제를 꼼꼼히 모니터링하여 이를 덜어내는 준설작업을 지속적으로 진행해야 한다. 즉, 규제개혁은 규제품질의 향상과정으로 일과성 작업이 아니라 하나의 개선과정(reform)이 되어야 한다. 저수지 수질관리와 같은 프로세스로 stock과 flow의 관리가 동시에 수반되어야 한다. 당연한 귀결로 규제개혁은 상설기능으로 집행되어야 하며 정부의 행정기능의 하나로 정착되어야 한다.       규제개혁의 대상인 불량규제(low quality regulations)에 대해서도 살펴보자. 규제개혁이 거론될 때마다 항상 등장하는 이야기지만 우리나라의 규제는 양보다 질이 문제다. 따라서 규제개혁도 질적인 개선에 관심을 집중해야 한다. 일례로 지난 DJ정부 출범 초기 규제가 너무 많다는 여론에 따라 기존규제를 모두 파악해 절반을 무조건 없애라는 지시가 있었다. 당연히 각 부처에서 불가능하다는 반발이 빗발쳤지만 집권초기 강력하게 추진해 12,000여개의 규제를 5500여개로 줄이는 규제개혁을 단행했다. 그야말로 양적인 측면에서는 대단한 결과를 낸 것이다. 하지만 이런 대대적인 규제철폐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는 달라진 것이 없다는 불만이 여전했다. 수를 줄이는 양적인 규제철폐는 실제 별로 효과가 없다는 단적인 사례다. 따라서 이제는 규제개혁의 1단계라고 할 수 있는 양적 접근에서 벗어나 질적 개선으로 가야한다. 바로 규제혁신, SMART한 규제개혁이 되어야한다.        국내외 기업인들이 우리나라의 규제가 과다하다고 느끼는 것은 규제의 총량 때문이 아니라 내용과 집행상의 문제에 기인한다. 바로 ‘보이지 않는 규제의 손’이다. 법령에 근거하지 않은 규제나 근거도 희박한 ‘행정간섭’ 등이 많다. 국내 진출한 외국기업들이 가장 의아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바로 이것이다. 금융권 등에 대한 “법에 없지만 공익을 위해 협조하라”는 식의 숨겨진 규제는 특히 문제다. 민간의 활동은 원칙적으로 관청의 동의가 있어야 하는 것으로 인식하는 ‘민간은 항상 지도와 계몽의 대상’이란 의식도 여전하다. 절차와 기준이 불투명한 규제도 문제다. 대부분의 경우 규제와 관련해 법은 시행령에 위임하고 시행령은 시행준칙에 위임한다. 또한 위임의 한계도 불투명해 전체적으로 적용범위와 한계가 불투명하다. 당연히 집행자의 자의나 재량권이 개입될 여지가 많으며, 이와 비례하여 부정과 권한 남용의 가능성이 증가한다. 바로 한국의 정부규제는 되는 일도 없고 안되는 일도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비현실적인 규제도 많다. 규제의 도입과정에 현실과는 거리가 먼 지나친 이상론이 지배하는 경우 낮은 준수율로 인해 사실상 무규제 상태를 초래하며 비리와 권한 남용의 배경이 될 수 있다. 이러다 보니 “한국은 준법투쟁이 가능한 나라”란 이상한 이야기가 나온다. 사전규제는 원칙적으로 금해야 하지만 국민대다수를 잠재적인 범법자로 전재하고 만들어진 규제가 여전히 만들어지고 있으며, 신기술 신산업의 출현에 장애가 되고 있다. 중복규제도 개선되어야 한다. 하나의 행위에 대해 다수의 규제기관이 존재하다보니 질긴 규제 하나가 정상적인 경제활동의 발목을 잡는 경우가 많다. 바로 규제의 곱셈법칙이 가능한 이유다.      그렇다면 왜 이런 문제가 생기는가? 자칫 규제집행자인 공무원을 문제의 원인으로 지목할 수 있지만 이는 공무원의 직업의식 부족이나 자질문제에 기인하는 사람의 문제가 아니다. 불량 고비용 졸속규제의 생산 뒤에는 보다 근본적인 구조적 배경이 있다. 구조적 배경에는 예산과 인력 부족을 우회하려는 유인, 규제의 사회적 비용 외부화, 공무원 조직의 과도한 업무의욕 등이 작용하여 불량고비용 규제가 생겨나며, 냄비여론, 국민정서, 정치논리 등에서 졸속규제가 양산된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범정부적인 품질관리 기능이 필요하다. 예산, 법제, 인사, 조직에 관하여 범정부적인 횡적 통제기능이 존재하는 것과 같이 규제수단의 선택과 규제성과의 검증에 있어도 제 3자적 시각을 가진 독립된 규제 품질관리 전담기구가 필요하다. (world bank, OECD 권고)  바로 대통령 소속의 규제개혁위원화가 존재하는 이유다.      마지막으로 윤석열 정부의 규제개혁 추진시스템에 대해 간략히 소개하겠다. 현 정부 규제혁신 추진시스템의 특징은 민간 눈높이, 피규제자 관점을 중시한다. 이를 위해 규제의 필요성과 수단의 적절성을 규제권자가 입증해야 한다. 이를 위해 규제심판부를 설치했으며, 규제심판 3심제가 시행되고 있다. 규제가 입안되면 먼저 각 부처 자체 규제혁신팀에서 1차로 심사하고 미합의 규제는 국무조정실 규제심판부에서 제심하다. 만일 규제심판부의 권고에 불복할 경우 규제개혁위원회에서 규제도입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규제혁신은 3원 체재로 진행된다. 최상위에는 대통령이 의장인 규제혁신 전략회의가 있으며, 이어 국무총리가 단장인 규제혁신 추진단, 민관 공동위원회의 3원 체제로 이뤄져 있다. 규제혁신신문고도 활성화되고 있다. 규제혁신과 관련해 국민, 기업, 지자체 등의 건의가 있으며 해당부처는 14일 이내 건의에 대한 답변을 하여야 한다. 만일 합리적인 측면이 있음에도 수용되지 않은 건의가 있을 경우 소관부처는 재검토하여 3개월 이내에 답변을 해야 한다. 만일 부처의 조치가 미흡할 경우 규제개혁 위원회가 검토, 심의하여 필요시 개선을 권고하게 된다. 앞서 언급했듯이 규제개혁은 규제가 갖고 있는 고유의 성격에 더해 우리나라의 사회문화적 특성, 집행자의 규제 대한 인식, 의원 입법의 남발, 여러분야가 관여된 중첩 규제 등 복합적인 요인들이 엉켜 매우 어려운 과업이다. 하지만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다. 보다 성공적인 규제개혁 과업의 수행을 위한 언론계 여러 선배님들의 많은 도움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