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방에 머물던 한국이 최근 사공일 G20 기획조정위원장 겸 한국무역협회 회장을 필두로 한 유치단의 노력으로 내년 G20 정상회담 유치에 성공하면서 일약 세계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G20 정상회의 유치 성공으로 한국 역사에 길이 남을 새 장을 연 것. 이와 관련, 한국무역협회 오영호 상근부회장은 한국시장경제포럼에 참석, “한국의 G20 정상회의 주최는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며 “약 6000억원으로 추산되는 경제적 이득뿐만 아니라 경제위기에서 가장 빠른 회복세에 접어든 우리의 저력을 세계로부터 인정받았다는 것까지 그 효과는 올림픽이나 월드컵 그 이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의견”이라고 큰 의미를 부여했다. 오 부회장의 발언 내용을 문답형식으로 정리했다. <편집자 주>

G20 정상회담 한국유치와 관련해 무역협회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오영호 부회장 약력 쪾1952년 서울 생 쪾서울고/ 서울 공대 화공과  쪾美 버지니아 주립대 경제학 석사/경희대 경제학 박사  쪾23회 행정고시 합격  쪾주미대사관 상무관  쪾통상산업부 총무과장/ 산자부 조사총괄과장  쪾대통령비서실 비서실장실 보좌관  쪾국무총리 국무조정실 산업심의관  쪾산업자원부 산업기술국장  쪾주미대사관 상무관(국장)  쪾산업자원부 차관보  쪾산업자원부 자원정책실장  쪾대통령비서실 산업정책비서관  쪾산업자원부 제1차관  쪾한국무역협회 상근 부회장(2009.2~현)

최근 G20이 세계경제질서의 새로운 핵으로 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가 2010년 G20 정상회의 유치를 성사시킨 것은 참으로 가슴 벅찬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특히 사공일 G20 기획조정위원장 겸 한국무역협회 회장을 필두로 한 유치단이 일본과 호주 캐나다 등 유치 의사를 밝힌 국가들로부터 양보를 이끌어낸데 이어 G20 회의 자체를 반대하며 끝까지 애를 태우게 했던 프랑스의 고집을 꺾었다는 점은 대단한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그동안 우리나라는 2010년 G20 정상회의를 한국에 유치하기 위해 많은 공을 들여왔으며, 진행 과정에서의 어려움도 많았습니다. 작년 11월 미국에서 G20 정상회의가 처음 열렸지만 미국은 행정부가 바뀌는 상황에서 의제 설정 등에 초기에는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없는 형편이었습니다. 주무부처인 재무부는 장차관, 차관보까지 청문회를 거쳐야 하다보니 미국은 G20에 신경 쓸 여지가 없었습니다. 이런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 래리 서머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위원장과 사공일 위원장이 올해 들어 세 번이나 만났습니다.
중국과 일본 지지를 얻은 것도 주효했습니다. 특히 중국은 지난 9월 20~21일 사공일 위원장이 특사로 가서 왕치산 국무원 부총리(경제 담당) 등을 만났는데 얘기를 꺼내기도 전에 G20의 한국 개최를 지지했습니다. 일본은 G20의 2~3차 정상회의 개최를 원했는데 당시 한국이 적극적으로 지지했기 때문에 우리가 이번에 개최하려는 데 대해 전혀 반대가 없었습니다. 일본은 여전히 G8에 강한 애착을 갖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를 지지해준 것입니다.

정상회담 일정이 내년 11월로 정해진 데에도 우여곡절이 많았다면서요.
우리나라는 당초 내년 4월에 G20 정상회담을 열 것을 희망했습니다. 하지만 그 무렵 정상회의가 너무 많았습니다. 예컨대 11월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비롯해 12월 덴마크 코펜하겐에서도 정상급 회의가 있고, 내년 4월에는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주재하는 핵안보 정상회의가 있습니다. 여기에다 6월에는 캐나다에서 G8 개최가 예정돼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해 우리나라는 몇가지 주장을 전제로 캐나다에서 G8와 G20를 동시에 개최하는 안을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우선 캐나다가 G8와 G20 정상회의를 함께 열더라도 G20가 G8의 사이드 쇼가 아니라 주 포럼이 돼야 한다는 점, 그리고 한국의 2010년 11월 회의 개최를 캐나다 개최건과 동시에 발표해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G20 대신에 한국을 배제한 G14을 구성하려는 프랑스의 계획이 큰 장애물이었습니다. 이런 프랑스 의중을 간파한 우리나라는 미국 영국 캐나다와 함께 프랑스가 G20를 지지하도록 설득했고, 또한 중국과 일본이 우리를 지원할 수 있도록 사전에 작업도 진행했습니다. 여러 노력 끝에 프랑스도 G20 지지로 돌아섰으며, G20의 제도화와 한국 개최가 어렵사리 성사됐습니다.

G20이 새로 출범하는 기구다 보니 의제 설정에서도 이견이 적지 않았을 텐데요.
물론입니다. 독일이나 프랑스 등 유럽국가들은 경제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국제기구의 금융규제감독 체제를 강화하는 데 관심을 뒀습니다. 하지만 한국은 앞으로 유사한 위기를 방지할 수 있도록 금융규제감독 체제를 개편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부터 끄는 것이 우선이라는 생각으로 미국, 영국과 공조했습니다. 말하자면 출구전략을 공통의제로 발의하는 등 양쪽에서 의제의 균형을 잡는 데 주요 역할을 한 셈이지요. 한국은 특히 G20 정상회의에서 구체적인 숫자가 나오고 실천 가능한 지침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고, 이 과정에서 한국 역할에 대해 미국과 영국의 인정을 받았습니다.

G20 정상회담 유치에 대해 다시 한번 그 의의를 평가해 주신다면.
다소 감상적인 표현일지 몰라도 1907년 헤이그 평화회의에 파견된 이준 열사가 회의장에도 들어가지 못하고 분사했던 점을 상기한다면 그로부터 100여년 뒤 우리가 G20 정상회의를 유치한 것은 정말 대단한 쾌거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돌이켜보면 1907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44개국이 참가해 열린 만국평화회의에 이준 열사는 참석도 하지 못했으며, 1991년 유엔(UN)에 가입했지만 여전히 국제무대에는 수동적으로 참여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한국은 세계 주요국 모임인 G20 정상회의 일원일 뿐만 아니라 좌장까지 맡게 됐습니다. 그만큼 한국 외교사에 큰 장을 연 것입니다. 실제 G20 정상회의의 내년 국내 개최에는 많은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약 6000억원으로 추산되는 경제적 이득뿐만 아니라, 경제위기에서 가장 빠른 회복세에 접어든 우리나라의 저력을 세계로부터 인정받았다는 것까지 그 효과는 올림픽이나 월드컵 그 이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평가입니다.

G20 정상회담의 성격에 대해 간략히 말씀해 주시죠.
일반인들에게 다소 생소할 수도 있지만 G20은 말 그대로 세계 경제를 리드하는 20개국 모임입니다. 동네에도 유지들 모임이 있어 그 동네의 주요 문제를 논의하듯, 지구촌에도 영향력 있는 나라들이 만든 모임입니다. 그동안 G7이었고, 러시아가 보태져 G8가 됐지만 2000년대 들어 G7의 대표성이나 정당성, 효율성에 대해 회의를 갖게 됐고 이번 금융위기를 풀기 위해 신흥 경제국을 포함한 G20가 태동했습니다.
G20 정상회의에는 20개국 정상들만 오는 게 아니라 회원국은 아니지만 네덜란드나 스페인도 참석하고, 태국이나 에티오피아는 각각 아세안(ASEAN)과 아프리카를 대표해서 참여합니다. 세계은행이나 세계무역기구(WTO)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기구 수장까지 합치면 정상급이 30명에 달합니다. 공식 수행원만 2000명이 넘어 엄청난 경제적 파급 효과가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의 위상이 높아지고, 사회 문화 정치 면에서 업그레이드가 된다는 점에서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효과가 있습니다.

그동안 세계경제를 이끌어 왔던 G7, G8과는 어떤 차이점이 있습니까.
선진국만의 모임인 G8 정상회의는 말만의 잔치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지만 G20 정상회의는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마련해냈습니다. 일부 전문가는 이번 경제위기가 시작될 때만 해도 1930년대 대공황에 못지않은 심각한 장기 불황을 진단했지만 벌써 회복 조짐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1930년대와 달리 각국이 경기부양 등 국제 공조의 필요성을 공감한 때문입니다. 바로 이런 국제 공조의 중앙에 G20 정상회의가 있습니다. 그래서 G20이 세계 경제협력에 관한 한 프리미어 포럼이 될 것이란 믿음이 점차 커지고 있습니다.
물론 G20의 성격에 대해서는 약간의 논란도 있습니다. 1993년 G7에서 러시아가 포함돼 G8가 됐고, G7도 경제 문제를 주로 다루다가 모든 글로벌 현안을 다루게 됐듯이 G20도 회원국 규모나 의제 설정이 앞으로 바뀔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도 참가국이 너무 많다는 지적이 있는 만큼 당장 늘리기는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

내년 한국 회의 때 논의할 의제로는 주로 어떤 것이 될 것으로 예상하십니까.

주로 위기 이후 세계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어떻게 올리느냐가 될 것입니다. 내년 11월쯤이면 세계 경제가 위기에서 탈출한 상황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지금의 위기 이후 세계 경제가 나아갈 방향은 무엇이고, 어떻게 지속적이고 균형적인 성장을 해 나갈지도 주요 의제가 될 것입니다. 한국은 내년 6월 캐나다 G20 정상회의에서 캐나다와 함께 공동의장국입니다. 때문에 이후 5개월 뒤 열리는 11월 한국 회의 시 의제를 조율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제 G20 정상회담의 한국 유치가 성공적으로 이뤄진 만큼 이를 잘 활용하는 남은 과제입니다. 88서울올림픽을 통해 국위 선양을 했듯이 이번 G20 정상회의는 그 이상으로 국격을 높이고, 한국을 업그레이드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모든 국민이 힘을 합쳐, 세계에 역량과 능력을 잘 보여줘야 합니다. 유치한 것도 뜻이 있지만 중요한 것은 결과를 만들어내야 할 것입니다.

최근 수출이 호조를 보이고 있는데, 하반기 수출입 전망은 어떻게 보십니까.
지난 8월까지의 수출입 동향을 간략히 살펴보면 우선 수출은 전년동기와 비교해 22.3% 감소한 2266억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수출은 금년 1분기 이미 저점을 통과 한 후 회복세로 돌아섰지만 최근 월별 수출규모는 감소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수입은 전년 동기 대비 34.3% 감소한 1997억달러를 기록했습니다. 국제유가 하락, 내수경기부진 등으로 원자재, 자본재, 소비재 등 수입이 모두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무역수지는 8월 기준으로 268억달러의 흑자를 기록했습니다. 무역수지의 경우 금년 1월을 제외하고 8월까지 연속 7개월 흑자를 기록했으며, 3월 이후 월평균 40억달러 이상이던 흑자 규모는 8월에 10억달러대로 감소했습니다.

세계 경제위기 속에서도 수출이 호조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먼저 대중국 수출이 호조를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중국의 강력한 내수경기부양책에 힘입어 우리의 대중국 수출이 가장 먼저 개선됐습니다. 수출물량 위주의 수출확대도 다른 한가지 요인입니다. 실제 6월 수출물량은 전년 동월과 비교해 4.5% 증가해 8개월만에 플러스로 반전했습니다. 여기에다 수요부진 및 유가하락 등으로 저가 위주(중고차, 경소형차, 중저가 핸드폰 등)의 수출공략도 주효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환율효과가 컸다고 봅니다. 지난해 연평균 1100원대였던 원달러 환율이 금년 상반기 1350원대로 상승하면서 우리 수출에 견인차 역할을 한 것입니다. 여기에 수출기업들의 공격적인 해외마케팅까지 더해지면서 수출은 상당한 성과를 시현했습니다.

▲ 참석자 명단김광석 KBS 해설위원 | 김기천 조선일보 논설위원 | 김성기 국민일보 논설위원 | 우득정 서울신문 논설위원 | 민병문 헤럴드경제 주필 | 박무종 코리아 타임즈 대표 | 박시룡 서울경제 논설실장 | 박태욱 중앙일보 대기자 | 변상근 중앙일보 논설 고문 | 이규민 동아일보 전 편집국장 | 온기운 매일경제 논설위원 | 이도선 연합뉴스 논설위원 | 이종재 한국일보 편집국장 | 최원근 기업&미디어 주필 | 추창근 한국경제 논설실장(이상 가나다 순)

수출 호조에 따라 한국의 수출경쟁력도 높아지고 있잖습니까.
그렇습니다. 우선 규모면에서 상당한 변화를 보여 세계 수출점유율이 처음으로 3%대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한국이 사상 처음으로 9위권 진입이 예상되는 등 세계수출 순위도 상승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수출규모는 지난 2007년 12위를 기록한 이후 올해는 러시아, 캐나다, 영국을 제치고 9위에 오를 전망입니다. 이미 올해 상반기 수출규모는 1655억달러로 1654억달러인 영국을 제치고 9위에 진입했습니다. 한중일 3국의 시장점유율에도 의미 있는 변화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중국의 급상승세에 이어 한국이 완만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반면 일본의 하락세가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수출 환경은 어떻게 될 것으로 보십니까.
수출입 환경을 살펴보면 세계경제는 각국의 경기부양 효과가 가시화되면서 수입수요가 확대될 전망입니다. 특히 브릭스 등 신흥국들의 수입 수요가 빠르게 확대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원달러 환율의 경우 하락압력이 강하지만 1200원선은 유지할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경제의 빠른 회복세가 하락압력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민간투자 불투명, 주요국 출구전략 논의, 국내 주식 시장 외국인 투자비중 회복 등이 하락제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국제유가는 하반기 평균 70달러 수준으로 전망됩니다. 지난해 4분기 두바이 유가인 배럴당 평균 52.9달러에 비해 높아 무역수지 흑자축소가 우려되지만 석유관련 제품의 수출단가 상승으로 일부 상쇄가 가능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수출기업들의 수출산업경기전망지수도 지난 3분기 2008년 3분기 이후 처음으로 100이상을 기록(3분기 108.5, 4분기 120 예상)한데다 국내 내수경기 또한 산업활동, 소비심리 등이 개선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따라서 향후 우리 수출과 수입 모두 그 규모는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며, 특히 4분기에는 기저효과로 증가율이 플러스로 반전될 것으로 전망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