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두열 사장 약력   1943년 울산 출생   부산대 경영학과, 서울대 경영대 최고과정 졸업   SK(주) 전무, 부사장, 대표이사 부회장 역임   한국석유공사 사장(現)

최근 고유가 시대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자원 확보가 국가적 관심사로 대두되고 있다.
우선 국제 유가 동향을 살펴보면 과거의 유가 급등은 전쟁이나 서방과 이슬람권간의 대결, 국제 정치나 경제적 요인으로 인한 단기적 이유 때문이었다. 반면 현재의 고유가 상황은 기본적으로 석유 수요의 급증과 산유국의 증산 여력 정체라는 구조적 요인에서 비롯되고 있다.

즉 중국·인도 등 개발도상국의 급격한 경제 성장은 석유 수요 증가를 유발했고, 이는 석유 가격 급등이란 결과를 나았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상당 기간 이러한 동향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고유가로 인해 산업, 경제적 측면에서 적잖은 어려움이 있는데도 그 충격은 1, 2차 석유 파동 때보다 작다는 것이다. 물가를 고려한 실질 유가는 2차 석유 파동기인 1980년에 비해 80% 수준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럼에도 고유가가 우려스러운 점은 단기간내에 안정세로 돌아서는 게 어려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는 약 1조2000억배럴의 원유가 부존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 가운데 약 62%인 7340억배럴이 중동에 집중돼 있다. 이와 같은 석유 매장량의 중동 편재는 세계 석유 생산의 중동 의존도 증가로 연결된다. 현재 32% 수준인 중동 의존도가 오는 2030년에는 44% 수준까지 증가할 것으로 보여 석유 소비국의 수급 안정은 중동 의존도를 얼마만큼 낮추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동시베리아, 카스피해, 서아프리카 국가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는 것도 이러한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석유 개발 자립도 높이는 게 급선무
고유가가 지속되고 향후에도 이러한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예측되는데도 석유·가스 위주의 수요는 견조한 상승세를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세계에너지기구(IEA) 전망에 따르면 2025년 세계 석유·가스 의존도는 63%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또 석유·가스 소비량은 2025년에는 1990년 대비 2배 가량 증가할 것으로 전망돼 향후 석유·가스 확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석유 수요는 연간 0.4~0.8% 정도 증가할 것으로 보이며, 외국 기관들도 석유·가스 비중이 현재의 57.7%에서 2020년에는 60.1%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의 독자적인 개발 석유·가스 개발 확보가 얼마나 필요한지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는 대목이다.

최근 들어 우리나라가 석유 공급 능력 향상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세계 석유 개발 사업 환경은 우리에게 그리 우호적이지 않다. 최근 남미에 몰아닥친 자원민족주의에서 볼 수 있듯 산유국들은 해외 자본 배제 움직임과 자원 통제를 통한 자국 영향력 확대에 골몰하고 있으며, 중국·인도 등으로 대표되는 소비국들은 대규모 자본력을 바탕으로 유망 광구는 물론 석유회사까지 집어삼키는 실정이다. 이에 더해 증가하는 석유 개발 사업 비용, 기술력과 자본력을 갖춘 메이저들의 사업 선점 확대, 탐사 대상 지역 축소 등 헤쳐 나가야 할 과제들은 매우 많다.

더욱이 러시아는 국영 석유회사를 통해 석유 자산에 대한 통제를 한층 강화하는 한편, 남미에서도 자원민족주의 바람이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 중동 지역 역시 해외 석유회사에 대한 높은 진입 장벽을 치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중국·인도 등으로 대표되는 소비국들 또한 급격한 경제 발전에 따른 석유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경제성을 크게 고려하지 않은 채 석유 자원 확보에 혈안이 돼 있다.

우리나라는 석유 다소비 경제 및 산업 구조를 지니고 있어 산업 분야의 석유 소비가 전체의 절반 이상(2005년 50.9%)을 차지하고 있다. 그만큼 석유 수요 관리가 용이하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석유 소비 규모는 현재 세계 7위이며 수입은 세계 5위다. 1일 약 220만배럴의 석유를 소비하고 있지만 전량을 해외에서 수입할 정도로 열악한 환경이다. 원유 및 천연가스 수입에 지난해 605억달러 가량이 소요된 반면 154억달러를 수출, 순 경상수지는 451억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석유 수입성 다변화 노력 절실
석유·가스 매장량의 중동 편재가 수급 안정에 큰 위협으로 작용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도입 경로상의 불안정성 때문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일본·중국 등 주요 석유 소비국들의 중동산 원유 도입 경로는 불안 요소가 상존하는 호르무즈해협 등을 거치게 되어 있다. 따라서 중동 지역에서의 정세 불안은 호르무즈해협을 통한 석유 공급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쳐 중동 의존도가 80%에 달하는 우리나라로서는 석유 도입선 다변화 노력이 다른 어느 나라보다 절실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석유 개발 사업 여건은 선진국과 비교해 크게 뒤떨어진다. 특히 쉘, 토탈, ENI, 렙솔 등 주요 선진국의 석유회사들과는 비교하기조차 어려운 수준이다. 석유 개발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1980년대 초반부터 현재까지의 석유 개발 사업을 살펴보면 1990년대말 외환 위기로 기반이 급속히 붕괴됐으나, 최근 정상외교 및 석유공사의 적극적인 사업 추진에 힘입어 사업 규모의 대형화가 이뤄졌다. 투자 형태도 단순한 지분 투자 위주에서 탈피해 사업 전반을 운영하는 운영권자 사업이 증가했고, 지역도 동남아뿐 아니라 중앙아시아·아프리카·중동 등으로 다각화가 이뤄지고 있다.

▲ 포럼 참석자 명단  김광석 KBS 해설위원, 김기천 조선일보 논설위원, 김성호 문화일보 논설위원, 민병문 헤럴드경제 주필, 박무종 코리아 타임즈 대표, 박시룡 서울경제 논설실장, 변상근 중앙일보 논설고문, 온기운 매일경제 논설위원, 이규민 동아일보 대기자, 유재철 세계일보 주필, 최남현 코리아 헤럴드 주필, 추창근 한국경제 논설위원, 최원근 기업&미디어 주필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하고 있듯, 주요 소비국들의 석유회사는 정부의 강력한 지원을 배경으로 몸집을 불린 후 민영화를 통해 효율성을 높여 왔다. 현재 정부는 주요 선진국들의 사례를 벤치마킹해 석유공사를 키 플레이어(Key Player)로 육성하고 있다. 석유공사 역시 이러한 정부의 정책적 지원에 힘입어 지역 메이저, 세계적 수준의 국영 석유회사로 도약하는 데 힘을 쏟을 계획이다.

우리나라는 2006년 5월 현재 28개국에서 76개 사업을 진행중이며, 한국석유공사는 15개국에서 31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중 원유·가스가 생산되는 생산 광구는 6개이며 생산 시설을 건설중인 개발 광구는 5개, 탐사 사업은 20개다. 석유공사의 대표적인 생산·개발 유전으로는 베트남 15-1광구, 베트남 11-2광구, 리비아 엘리펀트유전 등이 있다. 또 최근 확보한 대형 탐사 광구로는 러시아 서캄차카 육해상 광구, 카자흐스탄 잠빌 광구, 나이지리아 OPL 321,323 광구, 예멘 70, 16광구 등이 있다.

1980년대 초반부터 시작된 해외 석유 개발 사업을 통해 우리나라는 원유 약 8억배럴, 천연가스 9억배럴을 확보하는 실적을 올렸다. 이 중 한국석유공사는 원유 약 4억배럴, 천연가스 약 2억배럴을 확보했다. 국내 기업들은 2005년에 총 22개 석유 개발 사업을 신규로 확보했고, 석유공사는 14개 사업에 새로 참여했다. 양적인 규모 확대 이외에 중동·서아프리카·카스피해 등 탐사 성공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 지역에 다수 참여하고 있으며, 그동안 쌓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직접 운영하는 사업도 대폭 늘어나고 있다.

유망 광구 확보에 주력
석유공사는 자주 공급 물량 확충, 기존 유망 탐사 광구에서의 사업 성공률 제고, 주요 산유국과의 전략적 제휴를 통한 신규 사업 기회 확대를 통해 2015년까지 세계적인 석유 개발 기업으로 도약할 계획이다. 석유공사는 짧은 기간 안에 빠른 성장을 이루기 위한 사업 전략을 마련했다. 우선 공급상의 불안정성을 완화시키기 위해 비(非) 중동, 탈(脫) 호르무즈 개발 전략을 추진하는 등 6대 핵심 전략 거점 지역을 중심으로 개발 사업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또 자원 정상외교 등의 정부의 정책적 노력을 바탕으로 전략적 제휴를 통한 신규 사업 기회 확대에도 주력하고 있다. 더불어 개발 자산의 공격적 매입 등을 통한 탐사·개발·생산간의 적정 포트폴리오 구성뿐 아니라 운영권 사업 확보도 늘리는 등 투자 규모의 집중화를 추진하고 있다.

석유공사는 기존의 단순 석유 개발 사업에서 탈피, 정부의 자원 외교에 힘입어 발전소·해양 설비 건설 등 플랜트 사업과 연계한 유망 광구 확보 전략에도 관심을 높여 왔다. 이같은 전략은 사회간접자본(SOC) 인프라가 취약한 산유국 입장에서도 ‘윈윈’을 이룰 수 있는 사업 방향이기도 하다. 최근 다수 메이저간 경쟁 속에서 광구권 획득에 성공한 나이지리아 OPL 321, 323광구가 대표적인 예다. 석유공사는 이러한 전략적 방향 아래 지난 1월 석유 개발 연구개발(R&D)을 강화하기 위해 석유기술연구원을 발족시켰다. 앞으로 이를 통해 오일샌드 프로젝트, GTL 사업, 가스 하이드레이트 사업 등 미래 성장 동력원이 될 것으로 보이는 신기술 개발과 인력 양성에 주력할 예정이다.

우리나라의 석유 개발 사업은 무엇보다 약소한 투자 규모와 재원 부족 등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따라서 초기 단계에 공기업 중심으로 정부 지원이 집중되어 규모를 키운 다음 일정 수준 성장한 후 민영화 과정을 통해 대규모 다국적기업으로 성장한 이탈리아(ENI)나 스페인(렙솔) 등의 예에서 보는 것처럼 우선 정부 주도하에 석유 개발 키 플레이어를 육성할 필요가 있다. 또한 국가적 차원에서 유가 등락과 상관없이 해외 자원 개발 사업이 더욱 활성화될 수 있도록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정책의 뒷받침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석유 탐사의 경우 1970년대까지는 외국 석유회사들이 사업을 전개했지만, 석유공사 설립 이후에는 석유공사가 국내 대륙붕 석유 개발 사업을 맡아 왔다. 이후 탐사에 성공해 2004년말부터 생산에 들어간 동해-1가스전은 우리나라가 산유국 대열에 진입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석유공사는 동해 지역에 10공의 추가 시추를 실시하는 한편, 가스 하이드레이트 개발을 위한 탐사 작업도 꾸준히 병행할 방침이다. 또한 이 지역 이외에 제주분지·서해분지에 대한 탐사 작업을 통해 국내에서의 석유·가스 개발 사업을 더욱 확대할 것으로 알려졌다.

석유의 경우 탐사 못지않게 비상시에 대비한 비축도 중요하다. 석유공사는 앞으로 2007년까지 1억4600만배럴의 비축 시설을 갖추는 한편, 2008년까지 1억4100만배럴의 비축유를 확보할 계획이다. 현재 비축유는 7250만배럴을 저장하고 있는데, 산유국과의 국제 공동 비축유를 포함할 경우 비축 시설 대비 충유율은 80% 수준이다.

석유공사는 9개 비축기지를 운용중인데 이들 기지의 시설 용량은 1억1600만배럴에 달한다. 현재 건설중인 3차 비축기지 사업이 마무리될 경우 총 저장 시설은 2007년까지 1억4600만배럴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참석자 질의 응답

민병문(헤럴드경제) 해외 자원 확보와 관련, 탐사 활동과 병행해 생산 유전을 확보해야 한다는 얘기가 있는데…. 
황두열 사장 우리가 해외 유전 확보를 통해 에너지 자급률을 높이려 하고 있지만, 탐사 광구의 경우 개발 착수 후 5~7년이라는 긴 시간이 소요되는 문제점이 있다. 따라서 단기에 에너지를 확보하려면 개발 광구나 생산 광구를 매입할 필요가 있다. 개발 광구나 생산 광구란 탐사가 이미 끝나 실질적인 생산이 가능한 광구를 말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개발 광구나 생산 광구는 가채 매장량 기준으로 배럴당 1달러선에 거래됐지만, 최근에는 유가가 급등하면서 가격이 15달러까지 올라간 경우도 있다. 따라서 유가가 내릴 경우 손실을 입을 수도 있어 민간 기업으로선 선뜻 나서기가 어려운 측면이 있다.

에너지 자급률이 4%에 불과한 우리가 이를 10%로 올리려면 하루 20만배럴 정도를 더 확보해야 한다. 따라서 연간 7000만배럴 정도가 필요하며, 이 경우 생산 광구 매입 가격을 배럴당 10달러로 쳐도 약 7억달러의 비용이 발생한다. 만일 유가가 하락한다면 상당한 손해를 각오해야 한다. 하지만 국가 전체로 생각할 경우 생산 광구 매입은 일종의 유가 헤징 기능을 갖고 있다. 만일 유가가 내려간다면 생산 광구 매입에서는 손해를 보지만 국가 전체로는 더 이익이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생산 광구는 무조건 매입하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 다만 개별 기업 입장에서 본다면 위험이 너무 크기 때문에 위험 회피 장치가 필요하다. 이 부문은 국가적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일례로 중국의 경우 최근 해외 자원 확보 차원에서 국가가 나서 생산 광구를 조건에 상관없이 사들일 정도다.

이규민(동아일보) 북한에 대규모 석유 매장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가 있다. 북한의 석유 생산 여부는 어떤가.
황 사장 평안남도 서한만분지에 일부 유징이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지만, 소량의 유징 이외에는 별다른 게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중국 대련 앞바다 등 서해안에 석유 부존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한반도 전체로 봐서 한·중 공동수역이 부존 가능성이 높은 지역으로 꼽히고 있지만, 외교적 협상이 완료되지 않아 현재 교섭중이다. 우리가 파악하기로는 서해보다는 동해 쪽이 가능성이 높아 보이며, 제주도 남쪽 지역도 석유가 부존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변상근(중앙일보) 오일샌드 얘기도 나오고 있다. 오일샌드의 경제성은 어느 정도인가.
황 사장 유가가 급등하면서 오일샌드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매우 높다. 실제로 캐나다의 경우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 매장량과 맞먹는 규모의 오일샌드가 부존되어 있다고 한다. 오일샌드의 경우 경제성은 있지만 원유의 질이 좋지 않다. 질 좋은 원유와 섞어야 수송이 가능할 정도로 점도가 높다. 채굴 과정도 복잡하다. 뜨거운 스팀으로 액화해서 모아야 하는 만큼 주변에 대규모 에너지 공급원이 있어야 한다. 공기 오염도 문제다. 하지만 물류비와 정제 설비를 고려해도 현재 유가라면 채산성은 충분하다. 이미 국제 메이저들은 캐나다 오일샌드를 선점하고 있으며, 우리도 국제 입찰 참여를 준비중이다.

박시룡(서울경제) 해외 석유 탐사가 최근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탐사에 성공했다는 소식도 많다. 하지만 문제는 경제성이다. 탐사에 앞서 경제성은 충분히 고려하고 있는가.
황 사장 최근 통계를 보면 탐사 광구 성공률이 15% 정도로 높다. 현재 진행중인 것들도 성공 가능성이 30% 정도로 보여 상당히 긍정적이다. 최근에는 메이저들이 우리가 탐사중인 광구의 분양을 문의해 올 정도다. 그만큼 성공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우리도 기술적 문제나 안보 문제 등을 고려해 메이저의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우리가 석유 탐사에 후발국이긴 하지만 선진국이 실패한 곳에서 대박을 터트린 경우도 있다. 베트남 15-1광구의 경우 독일이 실패한 것을 우리 두성호가 탐사에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