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언론인포럼

정부의 출자총액제한제 개선안에 대해 출자여력 확대로 기업의 적극적 투자가 기대된다는 긍정적 시각이 많다. 반면에 순환출자를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이나 출총제의 완전한 폐지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이런 논의들은 검토를 거쳐 정책 입안에 반영되도록 하겠다. 하지만 공정위는 앞으로도 대기업집단 구조가 개별시장의 경쟁을 제한하는 구조에 주목할 것이며, 시장의 경쟁촉진에 더욱 관심을 높여갈 것이다. <권 위원장 발언 중>

▲ 권오승 약력
경북 안동(1950년 생)
용산고/서울대 법대
법학박사(서울대)
경희대, 서울대 교수
공정거래연구소 연구위원/아시아법 연구소장
공정거래위원장(2006.3~현)

최근 공정위 관련 뉴스들이 언론에 자주 등장하고 있다. 보도 내용에는 출자총액제한이나 순환출자 등 예민한 부분이 많아 말씀드리기 조심스럽지만 오늘은 편안한 마음으로 이야기 하겠다.

최근 공정위 업무와 관련해 가장 관심이 많은 부분은 대규모 기업집단, 소위 재벌과 관련한 부분들이다. 대규모 기업집단들은 그동안 우리경제의 발전에 기여한 바도 많지만 지금에 와서 보면 문제점도 상당해 짚고 넘어가야할 부분이 많다.

대기업집단문제와 관련해 가장 먼저 거론되어져야 할 것은 복잡하게 얽혀 있는 계열사간 출자구조 문제다. 특히 총수 일가가 5% 미만의 지분과 44%에 가까운 계열사 지분을 이용해 기업집단 전체를 지배하고 있는 현실은 문제다. 이는 단순히 오너들이 소수의 지분으로 기업 전체를 지배하고 있다는 기업의 지배구조 왜곡 문제를 넘어 다양한 사회, 경제적 문제까지 야기시키고 있다.

이런 현실은 개별시장에서의 경쟁기반을 저해하고 있으며, 총수의 사적 이익을 무리하게 추구할 가능성을 높인다. 특히 대기업 그룹들의 제식구 챙기기로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중소기업을 더욱 위축시키고 있다. 그리고 이들 문제점의 배경에는 바로 순환출자라는 근본적 문제가 숨어 있다.

대기업의 지배구조와 관련해서는 여러 문제점들이 지적될 수 있겠지만 공정위가 가장 관심을 갖는 부분은 바로 이러한 순환출자 구조가 결국은 개별기업의 경쟁을 저해한다는 사실이다. 출총제는 이러한 순환출자의 폐해를 간접적으로나마 줄여 개별기업의 경쟁을 제고시키고 경제력 집중을 억제하겠다는 두가지 큰 목적을 위해 도입됐다.

지금도 출총제와 투자의 관계에 대해 논란이 계속되고 있지만 그동안 갖가지 적용제외 조항과 예외인정 등으로 출총제는 사실상 제도 도입 당시의 의미를 상당히 상실했다. 이런 와중에서 올 연말까지 출총제의 대안을 만들겠다는 로드맵이 나왔다. 하지만 스마트한 대안이 만들어지지 못해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출총제 개편안, 현실 감안한 “절충안”
출총제 개선과 관련해서는 여전히 의견들이 있지만 우선 그 논의 과정부터 살펴보아야 한다. 대기업집단 시책의 개편 논의는 출총제의 목적과 수단간의 정합성에 관한 근본의문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다시 말해 촐총제가 복잡한 순환출자구조를 개선하고 재벌의 과도한 지배력 확장을 억제하는 데 가장 적절한 제도인지부터 파악해 보아야한다는 이야기다.

이번 논의 과정에서 출총제를 폐지하는 대신 순환출자 구조를 개선하는 대안이 제시됐던 것은 바로 그런 차원에서였다. 또 상호출자의 탈법적 우회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는 환상형 출자구조를 규제하고 비환상형 순환출자는 핵심기업을 대상으로 출총제를 완화 적용해 점차 해소하는 방안이 도출된 것도 마찬가지 이유에서다.

사실 환상형 순환출자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이미 상당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반면에 환상형 순환출자 규제는 새로운 규제인 만큼 기업의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비판 또한 상당하다. 따라서 정부는 이러한 현실을 감안해 미흡하지만 그동안 진전된 시장개혁의 성과를 반영하고 또 경제 활성화와 기업 부담을 경감시켜준다는 차원에서 절충안으로서 이번 개선안을 마련한 것이다.

정부가 마련한 출총제 개편안의 목적은 대기업 소속 기업과 독립 중소기업간의 건전한 경쟁 유도, 기업 부담의 경감, 시장규율 중심의 경쟁 촉진이라는 복합적인 목표를 추구하고 있다. 따라서 공정위는 출총제와 같은 사전적 규제는 최소화하되 사후감시기능을 더욱 강화하고, 대기업 그룹의 지주회사 전환을 촉진토록 노력할 예정이다. 특히 대규모 기업집단이 개별시장에서 경쟁기반을 저해하는 행위를 강력히 억제하고, 부당행위 등에 대한 사후규제는 더욱 강화해 나갈 예정이다.

“경쟁촉진 위해 사후규제 강화”
사실 우리 기업현실에서 볼 때 재벌기업의 계열사가 아닌 중소기업은 중견 또는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없는 구조다. 특히 B2B 구조로 대기업과 거래를 통해 대기업으로 성장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운 구조다. 이런 현실은 우리경제의 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 개선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는 시장규제를 통해 어느 정도 가능하리라 생각한다. 대기업의 지배구조개선과 관련해 지주회사제도가 권장되고 있는 것도 지금의 구조보다는 지주회사 구조가 이런 상황을 개선하는데 나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이미 발표된 바와 같이 정부의 대규모기업집단시책 개편안의 내용은 자산 10조원이상 집단에 속한 자산 2조원이상 회사로 적용대상을 축소하고, 25%인 출자한도를 40%로 늘리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 경우 현재 343개인 적용대상 회사는 24개로 줄어든다. 사실 출총제를 반드시 적용해야 할 필요가 있는 곳은 대규모 기업들이다. 따라서 2조원 이상으로 적용대상을 완화해도 지금의 70% 정도는 커버할 수 있다.

출총제 개편으로 사전적 규제가 완화된 반면 사후적 규제를 보완해 시장감시 기반은 확충된다. 물량 몰아주기 등 부당 내부거래를 규제할 수 있도록 규제의 실효성을 확보하고, 대규모 기업집단 관련 정보 포털 사이트도 구축할 예정이다. 또 문제가 되고 있는 환상형출자 해소를 유도하기 위한 세제상의 유인장치가 마련되며, 상호출자의 탈법 수단 악용을 마기위한 감시도 강화된다.

정부의 이번 개편안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이번 정부안이 핵심적인 부분만 규제해 출자여력 확대로 기업들의 적극적 투자가 기대된다는 긍정적 시각이 많다. 또 환상형순환출자에 대해서는 소급적, 또는 미래적 금지가 필요하다는 강한 주장도 있다. 반면에 출자총액 규제대상을 더욱 완화해야 한다거나 출총제의 완전한 폐지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이러한 논의들은 앞으로도 보다 많은 검토를 거쳐 정책 입안에 반영되도록 하겠다. 하지만 공정위는 앞으로도 대기업집단 구조가 개별시장의 경쟁을 제한하는 구조에 주목할 것이며, 개별시장의 경쟁촉진에 더욱 주력할 것이다.

사실 업무의 성격상 잘 드러나지는 않지만 공정위 업무의 핵심은 개별시장의 경쟁촉진을 확보하는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엄정한 법집행을 통해 시장경쟁 활성화와 소비자 후생증대에 기여할 것이며, 경쟁질서를 해치는 행위는 공정하고 투명한 규칙에 의해 엄중 제재할 계획이다.

특히 선택과 집중에 의한 경쟁법 집행으로 개별시장에서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더욱 촉진하겠다. 우선 시장 제1의 적인 카르텔 차단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 국민생활과 밀접한 분야, 기업의 경쟁력에 영향을 미치는 원료, 중간재 분야의 카르텔 적발과 제재에 주력하겠다.

▲ 참석자 명단
김광석 KBS해설위원, 김기천 조선일보 논설위원, 김성기 국민일보 논설위원, 김성호 문화일보 논설위원, 김형석 연합뉴스 논설위원, 민병문 헤럴드경제 주필, 박무종 코리아타임즈 대표, 박시룡 서울경제 논설실장, 변상근 중앙일보 논설고문, 온기운 매일경제 논설위원, 이규민 동아일보 대기자(국장), 이상일 서울신문 국장, 최남현 코리아헤럴드 주필, 추창근 한국경제 논설위원, 홍은주 MBC 해설주간, 최원근 기업&미디어 주필.

“규제산업에도 경쟁원리 도입”
개별시장의 경쟁촉진을 위해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도 적극 시정해 나가겠다. 사실 시장지배적 사업자는 그 존재만으로도 진입장벽이 되거나 시장의 경쟁에 부담을 줄 가능성이 높다. 또 규모에 걸맞은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법 준수의식이 필수적이지만 현실은 전혀 다르다. 여기에다 국민들은 이러한 시장지배적 사업자들의 부작용에 대해 매우 관용적이다.

효율적인 M&A 심사를 통해 독과점 방지에도 관심을 높여 가겠다. 이는 국민경제적 비중이 큰 대형 M&A에 대한 전문적이고 객관적인 심사로 시장의 독과점화를 미연에 방지, 소비자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다. 최근 이랜드의 한국 까르푸 주식취득, 신세계의 월마트 인수 등을 심사해 지점매각 명령 등을 내린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더불어 규제산업에 대해서도 경쟁원리가 도입되도록 힘쓰겠다. 통신 의료 교육 등 그동안 전통적으로 규제가 필요했던 분야가 경제여건 변화와 기술의 발달로 규제가 점차 불필요해지고 있다. 또 그동안 규제가 하던 역할을 경쟁이 대신해야할 필요성도 높아졌다. 반면 경쟁의 필요성에 대한 사회전반의 의식은 여전히 약하다. 더욱이 이들 산업에 대한 개방 압력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관련 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라도 이들 분야에 대한 경쟁원리의 확산은 매우 시급하다.

공정위는 이런 판단에 따라 규제산업의 시장상황을 경쟁촉진과 소비자 후생관점에서 평가 개선해 경쟁원리를 확산해 나갈 예정이다. 이를 위해 방송 통신 에너지 보건의료 물류운송 등 5개 산업의 시장구조와 정부규제에 대한 기초조사를 실시하고, 시장경쟁과 소비자 후생을 저해하는 법령, 제도, 정책, 행정지도 등에 대한 개선을 추진할 예정이다.

중소기업의 성장토양 미련에도 관심을 기울일 예정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관계와 관련해 여러 견해가 있을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중소기업보다는 대기업중심의 성장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견해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무언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중소기업의 성장은 우리경제의 지속적 발전을 위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생존환경은 너무도 열악하다. 지난 93년 존재하던 중소기업 56,472개 가운데 2003년까지 생존한 사업체가 14,315개로 생존률이 25.3%에 불과할 정도다. 특히 중소기업과 대기업간의 양극화는 더욱 심각한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상생을 위한 기반 마련은 여전히 미비한 형편이다.

대기업은 우리 경제의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중소기업은 이를 뒷받침하는 중견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산업풍토를 지향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대중소기업간 공정한 거래질서 확립과 대규모 기업집단 내부의 불공거래행위 감사를 강화할 방침이다.

한편으로는 소비자주권 문제에도 관심을 높여갈 예정이다. 특히 한국소비자보호원의 공정위 이관에 발맞춰 이제까지의 소비자보호차원에서 소비자주권실현으로 소비자정책의 패러다임을 전환시킬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다.

사실 소비자는 보호대상에서 기업을 심판할 수 있는 위치로 바뀌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소비자들의 생각부터가 바뀌어야 한다. 공정위는 특히 경쟁질서를 지키지 않는 기업은 반드시 소비자의 심판을 받는다는 문화를 정착시켜 소비자들이 시장을 적극적으로 감시하는 시장경제의 주권자, 감시자로서의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최근 공정위의 업무와 관련해 논란이 있다고 듣고 있다. 사실 공정위는 업무의 성격상 어느 부문으로부터도 환영을 받기가 어렵다. 소위 말해 ‘왕따’다. 하지만 이는 업무 성격상 당연한 만큼 항상 이시대가 무엇을 요구하는지 진지하게 생각하며 소임을 다하겠다. 앞으로 더욱 따듯한 눈으로 바라보고 많은 격려를 주시기 바란다.

질의 응답

김성기(국민일보) | 출총제 완화를 골자로 한 정부안이 확정됐다. 하지만 순환출자보다 껍데기만 남은 출총제를 버리는 편이 공정위 입장에서 더 나은 선택이 아닌가.

권 위원장 | 출총제는 일정한 기준에 해당하면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기준이다. 개별기업을 분석해 보면 14개 적용대상 그룹의 모두가 순환출자 문제로 갖고 있으며, 이들 중 대부분은 시간만 주면 순환출자 해소가 가능할 곳으로 판단된다. 실제 이들과는 오래전부터 순자산 증가에 기여하지 않는 계열기업의 순환출자는 정리한다는 약속도 있었다.
반면 몇몇 그룹은 순환출자 해소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안타깝게도 이들은 우리경제의 핵심을 이루는 주요 그룹들로, 이들의 순환출자가 해소가 전제되지 않으면 출총제 폐지는 사실상 어렵다. 필요한 최소한의 기업에만 출총제 적용을 유지키로 한 데에는 이런 배경이 깔려 있다.

민병문(헤럴드경제) | 중소기업의 성장은 바람직한 이야기다. 현실적으로 대기업에 속한 중소기업이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중소기업이 제대로 모습을 갖출 때까지 그룹의 보호가 필요한 것도 사실 아닌가.

권 위원장 |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대부분의 거래에 있어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라면 계열사에 우선을 주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서 공정한 시장경쟁이 불가능해진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대부분의 독립 중소기업들은 대기업과의 거래에 있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기업의 우격다짐식 가격결정 관행은 물론, 경쟁력을 키울만하면 바로 대기업의 견제를 받게 된다.
말은 맞지만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구조다. 이런 현실은 결코 우리경제의 미래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 국제경쟁력 확보가 시급한 것이 현실이지만 중소, 중견기업이 크지 않으면 이들로부터 납품을 받아 최종 제품을 생산하는 대기업의 경쟁력도 한계가 있다. 이제는 대기업집단에 속한 기업이든 아니든 해당기업의 능력에 따라 동등하게 선택받는 시스템으로 가야한다.

이상일(서울신문) | 소보원이 공정위 소속으로 바뀌는 것을 계기로 소비자주권시대를 열겠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하지만 실제 바뀔 것이 있겠는가?

권 위원장 | 지금까지는 경제정책과 소비자구제가 따로 노는 경향이 강했다. 소비자 피해는 구제보다는 사전에 회피할 수 있어야 한다. 소비자 선택권에 대한 의식이 바뀐다면 긍정적 효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특히 소비자보호원이 공정위 산하로 들어오면 소비자 단체와의 협력을 통해 상당한 시너지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온기운(매일경제) |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기준을 50%에서 33%로 낮춘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글로벌 마케팅 차원에서 생각해 볼 때 국내시장만 본 시장지배적 사업자 규정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된다.

권 위원장 | 시장지배적 사업자 규제와 관련해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그리고 대기업에 속한 중소기업과 대기업 소속이 아닌 중소기업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가가 관건이다. 여기에다 국내기업을 키워야 한다는 정서도 문제다. 한마디로 국내기업도 이제 경쟁력이 없으면 퇴출되어야 한다.
독과점과 관련해서 선진국은 매우 엄격한 제한을 가하고 있다. 이에 비해 우리의 경우는 너무도 느슨하다. 하지만 상당수 업종에서 소수 대기업들이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인 만큼 이를 한꺼번에 고칠 수도 없다. 시장지배적 사업자 문제와 관련해서는 지금 있는 1개사 50%, 3개사 70%라는 기준이라도 잘 지켜야 한다고 본다.

김성호(문화일보) | 총수 일가가 소수 지분으로 기업집단 전체의 지배권을 행사하는 문제를 시정하기 위해 여러 규제가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법이나 규제보다 인수합병 등 시장에 맡겨 해결하는 것이 옳지 않은가.

권 위원장 | 대기업 규제는 시장과 기업 내부에서 스스로 만들어진 장치에 맡기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예를 들면 증시나 소액주주, 이사회, 사외이사 등이 제대로 기능을 발휘해 이를 통해 기업의 지배구조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 대기업들은 이런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순환출자 구조로 연결되어 있어 시장을 통한 시정도 어려운 형편이다. 여기에다 주주들도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잘 나서지 않는 구조다. 사전적 규제는 가능하면 하지 않는 것이 옳지만 시장역할이 미흡한 만큼 불가피한 면이 있다.

박시룡(서울경제) | 국민들은 대기업 규제가 공정위의 주된 업무로 잘못 알고 있다. 선진국의 경우 담합방지가 주업무인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시장집중도가 매우 높아 담합의 가능성도 그만큼 높다. 담합에 대한 처벌이 좀 더 강해야 한다.

권 위원장 | 공정위 업무에 대해서는 잘못 알려진 것이 많다. 실제 공정위가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대기업 규제를 물고 늘어진다는 이야기까지 있을 정도다. 하지만 대기업 규제관련 업무는 공정위 전체업무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정말 해야 하고, 또 하고 있는 일은 시장의 경쟁을 촉진시키는 일, 즉 카르텔 해소를 통해 개별기업의 경쟁을 시장에서 확보해 주는 일이다. 하지만 최근 신세계 등에서 나타났듯 소송이 늘어나고 있는 등 기업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여기에다 카르텔의 폐해에 대한 소비자들의 의식도 낮아 여론의 반응이 저조한 실정이다. 실제 카르텔이 무슨 문제냐고 생각하는 경향까지 있다. 이는 앞으로는 서서히 달라질 것으로 생각한다. 공정위도 소비자들이 스스로 시장을 지킬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데 일조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