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희범 회장 약력 경북 안동(1949년 생) 서울대 전자공학과 졸업 경영학 박사ㆍ공대 출신 최초 행정고시(12회) 수석 상공부 수출과장ㆍ산자부 산업정책국장ㆍ차장 서울산업대 총장ㆍ산자부장관(2003~2006년) 한국무역협회 회장(2006.2~현)

우리나라 수출이 지난해 3260억달러를 달성해 대망의 3000억달러 고지에 올라섰다. 이는 지난 1964년 수출 1억불 달성 후 42년만의 일로, 우리경제의 진면목을 다시 한번 보여준 쾌거다.  

우리나라 수출은 실로 상상 이상의 역동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우선 양적인 측면에서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압축성장을 이뤄냈다. 수출 1억달러를 넘어선 후 지난 42년간 연평균 증가율이 자그마치 21%에 달했다. 또한 미국 등 선진국들이 2000억달러를 넘어 3000억달러에 도달하는 데 평균 5.9년이 걸린 반면, 우리는 불과 2년만에 이를 달성해 냈다.

질적인 면에서도 괄목할만한 성과를 이뤄 냈다. 지난 1960년대 가발 합판 등에 의존했던 수출상품은 섬유 경공업제품을 거쳐 이제는 반도체 자동차 선박 무선통신기기를 비롯한 고기술, 자본집약적 상품위주로 고도화됐다. 지난해의 경우를 봐도 반도체(356억불), 자동차(327억불), 무선통신기기(270억불), 조선(220억불), 석유제품(210억불) 등 200억불 이상 수출 품목이 5개에 달했다. 이들은 세계시장에서 내로라하는 경쟁력을 과시하고 있으며, 우리처럼 주력산업이 고루 경쟁력을 갖춘 나라도 드물다. 

수출 3000억달러 달성이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은 이제 우리나라도 본격적인 선진국 진입에 다다르고 있다는 데 있다. 우리보다 먼저 수출 3000억달러를 넘어선 나라는 10개국으로, 중국을 제외한 9개국은 모두 1인당 국민소득이 2만5000달러를 웃돈다. 1988년 3000억달러를 돌파한 미국은 이 시점에서 1인당 국민소득이 2만달러를 넘어섰다. 일본은 1991년 3000억달러를 넘어선 당시 1인당 국민소득이 2만8000달러에 달했다.

수출규모와 국민소득이 똑같은 비율로 발전하는 것은 아니지만 수출 3000억달러 달성은 우리에게 분명 길조다. 수출 3000억불 달성으로 이제 국민소득 2만불을 넘어 3만불 시대를 내다볼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수출규모는 이제 홍콩을 제치고 세계 11위다. 특히 중계무역을 주로 하는 네덜란드, 벨기에를 제외할 경우 세계 9위에 해당하며, 우리보다 앞선 나라는 G7과 중국뿐이다. 수출 3000억불이라면 잘 실감이 나지 않겠지만 이는 아프리카 53개국의 수출실적을 합한 것보다 크며, 중남미 35개국(멕시코 제외)의 수출 규모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무역 6천억불…실질적 수출규모 세계 9위
우스개 소리 같지만 수출 3000억불은 정말 대단한 수치다. 100불짜리 지폐로 쌓으면 그 높이가 360km에 이르며, 이는 에베레스트 산의 41배에 해당한다. 또 1불짜리 지폐를 가로로 연결하면 그 길이가 4677km로 지구에서 달까지 61회를 왕복하는 거리에 해당한다.

부존자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우리에게 무역은 국민생활, 고용, 경제성장과 직결된다. 그만큼 무역은 우리나라 경제 전반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세계 속에서 한국의 국가 위상은 수출을 통해 높아져 왔으며, 취업자 5명 중 1명은 무역부문에 종사하고 있다. 수출은 경제성장의 원동력이자 산업의 선순환 역할도 톡톡히 해오고 있다.

특히 수출은 우리 경제의 안전판인 외환 확보에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IMF를 돌이켜 보면 외환보유고의 중요성을 잘 알 수 있으며, IMF를 2년 앞당겨 극복한 것도 바로 수출을 기반으로 한 무역흑자의 덕택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 수출은 수출 경쟁력과 생산성에 직결되는 원화절상이 지속되고 있어 어려움을 격고 있다. 환율이 떨어지면 수출가격을 올려야 이윤이 유지되지만 수출가격을 인상하는 것은 중국, 일본과의 경쟁으로 어려움이 많다. 실제 대외환율은 2005년 12%, 지난해 11.7%가 다시 절상되어 수출 포기로 이어지는 사례도 많았다.

한국무역은 현재 여러 어려움에 당면해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중국의 부상이다. 세계의 공장이라 불리면 급속히 성장하고 있는 중국은 이미 우리를 위협하는 수준으로까지 올라왔다. 급속한 성장의 결과 중국은 올해 독일을 제치고 세게 1위의 수출국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여기에다 중국이 첨단산업위주로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는 등 산업고도화를 모색하면서 우리나라가 타깃이 되고 있다. 무역협회 수출산업 실태조사(2006)에 따르면 국내기업들은 중국과의 기술격차는 이제 3.4년에 불과하다.
 
눈덩이 대일역조, 중국 추격 등 발등의 불
지난해 대중국 무역흑자가 5년 만에 처음 감소하고 대일본 무역적자는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는 소식은 우리나라 무역구조가 안고 있는 당면 과제를 한마디로 보여준다.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에서 벌어들이는 달러는 줄기 시작했는데 최대 수입시장인 일본으로 지출하는 돈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는 얘기다.

우리나라의 대중국 무역흑자는 1998년 이후 9년 연속 흑자행진을 이어 오고 있다. 흑자 규모도 상당해 매년 200억불을 상회했다, 그러나 최근 무역흑자 기조가 건실하지 못하다는 문제점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특히 지난해 대중국 무역흑자가 209억6700만달러로 전년보다 9.9%나 감소한 것은 우리나라를 빠르게 추격하고 있는 중국 산업의 현주소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이는 최근 중국이 철강·석유화학 등 기초소재 분야 투자를 크게 늘리면서 한국제품 수입 수요가 급감하고 있는 데 큰 원인이 있다. 바로 무역흑자 감소가 일시적 요인이 아닌 구조적인 변화의 결과라는 얘기다.

반면 오랫동안 적자구조가 고착화한 대일 무역적자는 최근의 원·엔 환율 하락 영향으로 더 가속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해 대일 무역적자는 253억3100만달러에 달해 우리나라 전체 무역흑자의 1.5배를 기록했다.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무역거래로 벌어들인 돈보다 훨씬 많은 돈을 일본시장에서 쓴 셈이다.

정부는 대일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해 지난 수십년 동안 부품과 소재의 대일 의존도를 낮추자고 외쳐왔지만 기술격차 때문에 이는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국내 투자의 부진으로 일본으로부터의 자본재 수입 비중은 낮아지고 있지만 원자재와 소비재 수입 비중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

▲ 참석자 명단 | 강응선 시장경제연구원장, 김광석 KBS 해설위원, 김기천 조선일보 논설위원, 김성기 국민일보 논설위원, 김성호 문화일보 논설위원, 김형석 연합뉴스 논설위원, 민병문 헤럴드경제 주필, 박무종 코리아타임즈 대표, 박시룡 서울경제 논설실장, 변성근 중앙일보 논설고문, 온기운 매일경제 논설위원, 유재철 세계일보 주필(전), 이규민 동아일보 대기자(국장), 이상일 서울신문 국장, 최남현 코리아헤럴드 주필, 추창근 한국경제 논설위원, 최원근 기업&미디어 주필

더욱 걱정되는 것은 무역거래뿐 아니라 서비스 거래에서도 대일 적자가 계속 커진다는 점이다. 서비스 수지는 이미 2005년에 적자로 돌아섰는데 기술종속에 따른 특허료 등은 큰 변화가 없는 가운데 여행적자가 급증하는 등 적자가 전방위로 확산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물론 주범은 역시 최근 2년 사이 30%나 떨어진 원·엔 환율이다.

수출 품목의 편중도 문제다. 반도체 등 10대 품목이 우리나라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58.8%에 이르는 등 계속 커지는 가운데 품목 자체도 4년째 변함이 없다. 변화가 없으니 경쟁은 갈수록 심해져 세계시장에서 원·엔 환율 하락으로 가격경쟁력이 커진 일본 제품에 밀려나는 한편, 중국 제품의 추격은 가속화하고 있다. 실제 세계 최대의 시장인 미국에서는 우리나라의 시장 점유율은 2000년 3.3%에서 2005년 2.6%로 하락했으며, 대일 무역적자도 엔화 절상으로 크게 증가하는 추세다.

‘개방’ ‘세계화’ 흐름에도 뒤처져
대외 의존도가 절대적으로 높은 우리에게 개방은 필수다. 특히 무역 규모가 커지면 커질수록 개방의 필요성은 더욱 높아진다. 이런 의미에서 이미 하나의 추세로 자리 잡은 세계화와 함께 FTA는 우리가 추구해야할 핵심 정책 방향의 하나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세계적인 흐름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현재 지구촌은 211개의 RTA(지역간 무역협정)와 133개의 FTA가 체결되어 있으며, 세계교역의 52% 정도가 이러한 구조 아래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반면 자유무역의 최대수혜국에 해당하는 우리나라는 이러한 세계적인 추세와는 동떨어져 있는 느낌이다.

실제 우리나라와 자유무역협정이 발효중인 칠레, 싱가포르, EFTA와의 교역은 2005년 기준으로 전체 교역의 3.5% 수준에 불과하다. 정부가 칠레, 싱가포르, EFTA 등에 이어 세계 최대시장인 미국과 FTA협상을 진행하고 있지만 전반적인 개방의 속도는 너무도 더디다.

이런 의미에서 현재 진행중인 미국과의 FTA협상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관점에 따라 다룰 수 있겠지만 한미 FTA는 국가전체로 보면 미국과 한국 양측 모두에 득이 될 협정이다. 칠레와의 FTA를 살펴보면 이는 잘 알 수 있다. 실제 FTA이후 칠레에 대한 수출 수입은 모두 증가했다. 자동차 휴대폰의 경우 수출이 2·3배 증가했다. 반면 냉장고 에어컨 등 협정 대상에서 제외한 품목은 수출이 오히려 줄어드는 추세다.

칠레산 포도주 수입도 크게 늘었지만 이는 프랑스산을 대체하는 수입시장 셰어증가(7.5%에서 18%) 및 위스키수입을 대체하는 효과의 영향이 컸다. 무역전환 효과와 웰빙효과가 큰 비중을 차지했다는 이야기다. 특히 걱정했던 농산물 등의 부정적 영향은 생각보다 미미한 수준에 그쳤다. 

한미 FTA 부정적 시각 버려야
하지만 한미 FTA와 관련해서는 몇몇 오해들과 함께 일부 부정적인 시각이 여전히 상존하고 있다. 

가장 일반적인 오해는 대기업은 유리한 반면 중소기업은 불리하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대미 수출에서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여타시장보다 훨씬 높으며, 섬유를 비롯한 중소기업들의 수혜 폭은 매우 크다. 한미FTA에 대한 중소기업계의 찬성률이 78.1% 달한다는 중기협의 조사결과(2006년 2월)가 이를 반증한다.

미국에 유리하고 한국은 불리하다는 생각도 잘못된 것이다. FTA는 양국 모두에 도움이 되는 ‘윈윈 구조’를 지향한다. 따라서 어느 쪽도 결정적으로 이익을 보거나 손해를 입는 구도가 아니다. 물론 부문별로 득실이 있을 수 있지만 일방적인 손해는 있을 수 없다.

한미 FTA가 사전 준비도 없이 갑자기 시작됐다는 이야기도 근거 없는 오해다. 양국 업계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한미재계회의 등을 통해 FTA 추진 필요성이 논의돼 왔다. 2000년 6월 서울에서 개최된 제 13차 한미 재계회의에서 한미 FTA추진 문제가 최초로 제기, 검토된 이래 매년 회의 때마다 FTA가 공식의제로 논의 된 것이 사실이다. 무역협회 또한 2004년 미국에서 미국기업연구소(AEI)와 공동으로 한미 FTA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다수의 세미나 개최, 보고서 발표 등으로 한미 FTA추진 촉구 활동을 본격화 해왔다.

TPA(신속무역협상권-미 의회가 행정부에 부여한 대외 무역협상에 관한 전권을 말함) 일정에 쫓겨 졸속으로 FTA를 추진한다는 의문도 잘못 알고 있는 것이다. TPA는 우리에게 오히려 유리한 협상레버리지로 활용이 가능하다. TPA가 없다면 미국 상원이 협정문 텍스트를 계속해서 수정할 것이며, 협상이 장기화되면 그 과정에서 의회의 주장이 강하게 반영될 것이므로 우리에게 유리한 협상이 불가능하다.

마지막으로 한미 FTA가 양극화를 초래한다는 생각도 오해다. 양극화는 기술 및 산업구조의 변화, IT발달 등이 세계회의 추세를 타면서 확산되고 있지만 세계화 자체가 양극화의 주요인은 아니다.

멕시코의 양극화가 자주 거론되고 있지만 이는 구조적인 것으로, NAFTA가 아니라 중국의 부상, 외환위기 등으로 악화된 측면이 크다. 실제 NAFTA 이후로 멕시코 상류층의 소득비중은 감소하고, 중 하류층의 소득비중은 증가해 오히려 소득분재가 개선된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맥시코의 지니계수는 80년대 중반 0.451에서 90년대 중반 0.520, 2000년에는 0.480으로 개선됐다).

한미 FTA를 둘러싼 논쟁이 갈수록 치열해 지면서 협정이 시일 내에 타결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걱정이 많지만 개인적으로는 낙관적으로 생각한다. 지금까지의 협상으로 양측의 관심 사항이 대부분 나왔으며, 이제 취사선택의 문제만 남아 있기 때문에 원만히 타결이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 

차세대 성장동력 육성, 수출저변 확대 절실
되돌아보면 우리 무역은 실로 역동적인 성장을 이뤄왔다. 양적인 측면에서 유례가 없는 압축성장을 이뤄냈음은 물론 질적인 면에서도 질적인 면에서도 큰 성과를 이뤘다. 더욱이 무역은 앞으로도 우리나라 경제를 지탱할 가장 든든한 버팀목이 될 것은 너무도 분명한 사실이다.

지난해 수출 3000억달러 달성이 특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은 이제 우리나라도 본격적인 선진국 진입 국면에 다다르고 있다는 데 있다. 우리보다 먼저 수출 3000억달러를 넘어선 나라는 10개국인데 이 중 중국을 제외한 9개국은 모두 1인당 국민소득이 2만5000달러를 웃돌고 있다. 이는 우리에게도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가 머지않았음을 보여주는 좋은 징조다.

이제 무역 6000억불 시대를 맞아 이제 정부와 무역업계가 새롭게 나아가야 할 길은 ‘무역 조달러’를 하루라도 앞당기는 일이다. 우리가 노력한다면 2011년에 이를 무난히 달성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본다.

그러나 갈수록 치열해지는 글로벌 경쟁을 고려할 때 무역 1조달러를 이뤄내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수출증진을 위한 노력을 강화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 중 하나는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산업을 창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자동차 반도체 등 주력산업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0%에 달하는 만큼 차세대 성장산업을 시급히 육성해야 한다.

수출저변 확대도 긴요하다. 남다른 기술력과 해외마케팅 능력을 갖춘 중소기업을 육성해 수출저변을 넓히는 것은 무역 1조달러 달성뿐만 아니라 우리경제가 당면한 고용 창출이라는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특히 자유무역협정(FTA)은 수출에서 빼놓을 수 없이 중요한 인프라다. “10년 후면 전세계 교역의 70% 이상이 FTA를 적용받는 거래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을 정도다. 따라서 현재 진행 중인 한·미 FTA를 조속히 마무리해 이를 시작으로 주요 교역 파트너와의 FTA를 더욱 확대해야 한다.

앞서 살핀 이 모든 부분에서 무역협회가 할 수 있는 역할은 미미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2011년 ‘무역 1조달러’ 달성을 위해 미력하나마 앞장서 최선을 다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