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용희 사장 약력 ● 충북 충주 출생(1950년생) ● 서울대 행정대학원 졸업, 행정고시 ● 경제기획원 사무관/경제기획원 대외경제과장 ● 한반도에네지개발기구(KEDO) 재정국장(1995년) ● 재정경제부 국민생활국 국장(1998년) ● 국민경제자문회의 기획조정실 실장(2000년) ●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표부 공사(2001년) ● 한국증권선물거래소 상임감사위원(2005년) ● 한국신용정보 사장(2006년 7월~현재)

신용평가와 관련한 한국의 역사는 한마디로 일천하다. 80년대 후반 정부 주도로 신용평가 회사들이 설립되기 시작했으며, 한신정(한국신용정보)의 전신인 전국종합신용평가(주)도 1986년 9월 설립됐다.

당시 정부는 10%를 한도로 금융기관들의 참여도 허용했다. 하지만 10%라는 제한된 지분으로 인해 별다른 메리트를 느끼지 못한 금융기관들이 외환위기 이후 지분을 정리하기 시작하면서 개인 대주주들이 실질적인 주인으로 등장했다. 이후 신용평가시장이 개방되면서 한국신용평가는 1998년 무디스의 자회사로 편입됐으며, 한국기업평가도 피치가 인수 작업을 조만간 마무리 지을 예정이다. 세계적인 신용평가 기관 가운데 하나인 S&P도 한미FTA 결과에 따라 국내 진출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토종’이 시장우위 유지
이제 토종 신용평가사로는 한국신용정보만이 유일하게 남아 국내 신용평가시장을 지키고 있는 상태다. 신용평가시장이 외국계 기업의 손에 넘어간다는 것은 사실 간단히 볼 문제가 아니다. 신용평가를 위해서는 평가대상 기업의 소상한 정보가 필요하다. 따라서 지금과 같은 상황이 계속된다면 국내 기업의 막대한 정보가 그대로 외국계 자본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이는 상당히 심각한 문제다. 외국계 신평사들의 분석자료가 기업의 적대적 인수합병에 활용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시장 개방에 따라 외국계 자본이 진출하는 것은 자연스런 일로, 이를 막을 수는 없다. 하지만 신용평가 시장에서 국내 기업의 위상이 갈수록 위축되는 현상은 막아야 하며, 적어도 경쟁 체제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실제 일본의 경우 외국계 신용평가사들이 모두 진출해 있지만 토종 평가사들이 여전히 시장 우위를 유지하고 있다. 1997년까지 JBRI, NIS, JCR 등 자국의 신용평가사들이 1강 2약체제의 시장을 형성해 왔으며, 1998년 NIS가 JBRI에 합병되어 R&I로 재편된 이후에도 이들은 S&P, 무디스, 피치 등 글로벌 신평사와 5자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S&P, 무디스 등이 1998년 이후 취급 규모를 크게 확대했지만 현재도 토종기업들에 비해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국내 신용평가 시장의 규모는 순수한 신용평가 부분만으로 한정할 경우 약530억원(2006년 기준) 정도로 추산된다. 하지만 이는 국내자본시장의 발전과 함께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는 글로벌 신용평가사들의 신용평가부문 성장률이 2003년부터 3년간 평균 약 14%에 달했다는 사실에서도 잘 나타난다. 참고로 일본의 신용평가시장 규모는 약 82억엔(2003년 기준), 미국의 경우는 약 30억달러 (2005년 기준)로 추산되고 있다.

한신정, 사업포트폴리오 균형에 주력
다음은 한국신용정보에 대해 말씀드리겠다. 한신정은 지난 1986년 9월 11일 은행연합회 및 8개 은행이 주주사로 참여해  만든 ‘전국종합신용평가(주)가 모태다. 동사는  1991년 지금의 한국신용정보(주)로 상호를 변경했다. 한신정은 다른 신용평가회사가 한 사업 분야에 치중하는 것과 달리 사업 포트폴리오에 균형이 잡혀 있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성장기반을 갖추고 있다. 지난해에도 성장성과 수익성 측면에서 모두 만족할 만한 성적표를 받았다.

한신정은 지난 20년 동안 기업신용평가, 크레딧뷰로(CB·개인신용평가), 자산관리, 리서치, CVE(Corporate Value Enhancement), 카드조회 서비스(자회사 나이스정보통신), CD/ATM사업(자회사 한국전자금융), 채권시가평가(나이스채권평가), 기업CB(자회사 디앤비코리아) 등 금융인프라 관련 사업에 진출해 한국 금융시장과 동반 성장해온 국내 유일의 종합신용정보회사다. 2004년 2월에는 업계 최초로 거래소에도 상장해 명실 공히 한국을 대표하는 종합신용정보회사로 자리 잡았다.

한신정은 그동안 급격한 성장과 단기간의 수익성보다는 장기적인 성장이라는 원칙 아래 꾸준한 투자를 실행함으로써 미래성장동력을 키우는데 주력해왔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지난 2006년에는 매출액 1,031억원, 영업이익 100억원, 당기순이익 130억원이라는 사상 최대의 실적을 거두었다. 이는 전년대비 각각 19%, 56%, 47% 증가한 수치다.

이는 채권추심사업, CVE(Corporate Value Enhancement)사업 등 각 사업부문의 고른 성장에 기인한 것으로, 이런 고른 성장세는 올해도 안정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매출액 1,100억원, 영업이익 100억원, 당기순이익 130억원이 올해의 목표다. 외견상 2006년과 비슷해 보이지만 지난해 비경상적으로 발생한 수익을 제외한다면 상당히 향상된 수치다. 

지난해 7월말 33년 전 행정 관료생활을 마감하고 한신정 사장으로 부임하면서 초기에는 개인 기업의 문화에 적응하는데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오랜 공직생활의 경험을 살려 노력한 결과 이제 상당한 성과와 함께 보람도 느끼고 있다. 한신정 CEO로 취임한 지 약 7개월이 지났다. 지난 7개월 동안 회사 안팎의 자그마한 일이라도 일일이 직접 파악하고 흐름을 익히고자 노력했다. 

‘사람이 우선이고 가장 중요하다’
취임 직후 창립 20주년 기념행사를 개최해 주주, 고객, 투자가 등을 초청해 회사의 발전모습을 보여드렸으며 증권선물거래소에서 개최한 IR엑스포에도 참가해 잠재투자가들에게 회사의 투자가치를 직접 브리핑했다. ACRAA(아세안신용평가기관연합회) 총회에 참석해 아시아권내 신용평가사들과 교류의 기회도 넓혔다. 내부적으로는 비전 정립과 내부조직의 안정도 어느 정도 이뤄냈다.

이어 지난 연말에는 급변하는 경제 및 시장 환경에 대응하고 주주, 고객, 직원들에게 지속 가능한 기업으로서의 성장을 약속하기 위한 새로운 비전인 ‘NICE 비전’도 선포했다.  ‘NICE 비전’은 한국신용정보를 비롯한 4개의 자회사, 즉 나이스정보통신, 한국전자금융, 나이스채권평가, 디앤비코리아의 임직원 1천여명 모두가 공유하고 지향함으로써 ‘Great NICE’를 만들 수 있는 공동의 목표를 말한다. 

내부조직의 안정화에 주력했다. ‘가화만사성’이란 말처럼 회사의 근간을 이루는 직원의 신뢰 구축이 우선시 될 때 비로소 회사의 발전이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다는 생각에서 직원들과 직접 대면하며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보는 자리를 자주 마련하고 있다.
 
이런 빠른 적응과 훌륭한 성과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 길었던 해외근무의 덕이 많았다고 생각한다. 실제 10년이 넘는 해외근무 기간 동안 글로벌 기업들의 경영방식을 살펴볼 기회가 많았으며 ‘실적위주의 합리적 경영방식’을 자연스럽게 체득할 수 있었다. 이런 해외 근무 경험은 한신정의 업무수행에 있어도 알게 모르게 상당한 힘이 됐다.

▲ 참석자 명단 | 강응선 시장경제연구원장, 김광석 KBS 해설위원, 김기천 조선일보 논설위원, 김성기 국민일보 논설위원, 김성호 문화일보 논설위원, 김형석 연합뉴스 논설위원, 민병문 헤럴드경제 주필, 박무종 코리아타임즈 대표, 박시룡 서울경제 논설실장, 변상근 중앙일보 논설고문, 온기운 매일경제 논설위원, 유재철 세계일보 주필(전), 이규민 동아일보 대기자(국장), 이상일 서울신문 국장, 최남현 코리아헤럴드 주필, 추창근 한국경제 논설위원, 최원근 기업&미디어 주필

한신정 대표에 부임하기 앞서 한국증권선물거래소에서 상근감사로 2년 동안 근무했던 것도 많은 도움이 됐다. 행정 관료로 33년을 보내는 동안 배우지 못한 많은 것을 이 기간 동안 배울 수 있었다. (이 사장은 1985년부터 1988년까지 비엔나 UN 공업개발기구에서 근무했으며, 1995년부터 1998년 초까지 뉴욕의 KEDO 재정국장을 거쳤다. 2001년부터 2004년까지는 파리에서 주 OECD 대표부 공사를 역임했다)

‘신평사’ 장기적인 안목으로 키워가야
한가지 덧붙인다면 한신정은 업무의 특성상 인적자원을 중시해야 하는 기업이다. 이런 회사의 특성은 ‘사람이 우선이고 가장 중요하다’는 본인의 평소의 소신과도 잘 부합된다. 실제 사람을 우선하다 보면 타인을 존중하게 되고 배려할 수 있게 돼 자연히 조직 내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해지고 신뢰가 쌓일 수 있다. 또 이는 개인과 기업의 신용을 다루는 한신정이 시장으로부터 고도의 신뢰성과 투명성을 확보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앞으로 한국신용정보가 글로벌 선진 종합신용정보회사로 거듭나기 위해 세 가지를 목표로 삼고 있다.

첫째 지속가능한 기업을 만들고자 한다. 무엇보다도 기업의 지속 성장을 실현할 수 있는 신 성장 동력을 개발할 것이다. 임직원 모두가 창의와 도전정신으로 단단히 무장해 수익원을 창출하고 기업의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더욱 분발하겠다.

둘째 주주와 고객으로부터 신뢰를 받는 기업을 만들겠다. 법과 원칙을 지키고, 고객의 요구를 충족하고, 투명하고 공정한 경영활동을 통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

셋째 모든 구성원이 최고의 리더십과 전문지식을 가진 기업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Moody’s나 S&P가 세계적인 명성을 자랑하는 이유는 바로 그 구성원의 자질과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한국신용정보 임직원들은 명성과 품격을 갖춘 전문인이 돼 신용정보 분야에서 소금 같은 사람이 되도록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도록 할 생각이다.

특히 이제 한국에서도 외국계와 실력으로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토종 신용평가회사가 나올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끊임없이 수익모델 개발하고 기업가치를 극대화해 주주와 고객·직원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회사로 만들어나가겠다.

사실 한국의 신용정보 시장은 별로 크지 않다. 대략 1000억원 정도로 생각된다. 이 시장을 3개 업체가 균점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미래에 대한 비전도 확실치 않다. 반면 신용평가의 중요성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외환위기 우리가 경험했듯이 신용평가에 대한 요구와 필요성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다 무디스, 피치 등이 이미 3개 가운데 2개 회사의 대주주로 등장한 상태라 토종 기업은 한산정이 유일하게 남은 셈이다. 앞으로 한미 FTA가 체결될 경우 신용평가 시장에 대한 개방 폭은 더욱 커질 것인 만큼 보다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회사를 키워갈 필요가 있다.

외국의 경우 평가시장은 완전히 시장기능에 맡기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규제가 여전히 많다. 시장의 폭을 넓히기 위해 앞으로 펀드 평가에도 관심을 가질 예정이다. 최근 들어 펀드 시장이 급격히 팽창하고 있는 만큼 펀드의 리스크에 대한 정확한 평가는 반드시 필요하다. 실제 펀드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지만 대다수 가입자들은 펀드의 리스크 등에 대해 재대로 알지도 못한 상태에서 가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신용정보의 획득과 활용에는 많은 제한이 뒤따른다. 실제 금융기관들도 개인의 신용정보 획득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신용등급을 평가해야 하는 평가회사들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욕구 또한 상대적으로 높다.
한신정은 지난해 9월 창립 20주년을 맞았다. 지난 20년간 금융 인프라 관련 사업을 하면서 국내 금융시장과 동반 성장해왔으며, 이제 성년이 된 만큼 중장기적인 기업 목표와 방향을 재정립해 미래 성장동력을 키우는 데 주력하겠다. 

특히 기업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무엇보다도 수익 창출이다. 성장기반이 되는 수익모델을 꾸준히 개발하고 이를 통해 기업가치를 키워나가는 지속가능 경영을 통해 100년 이상 영속할 수 있는 기업의 초석을 다지는데 최선을 다하겠다.
 
참석자 질의응답

이규민(동아일보) 개인 신용평가를 위해서는 금융거래와 관련한 정보의 획득이 필수적인 만큼 금융기관들과의 협조가 무엇보다 필요할 것이다. 금융기관들과의 정보제공 협조는 원활한가?
이 사장 개인에 대한 신용평가는 일상적인 거래정보들이 모여 가능해 진다. 따라서 금융기관들의 협조는 필수적이다. 최근 은행들이 자체적인 평가가능을 추구하면서 일부 대형금융기관들과의 협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네거티브 정보는 잘 공유되지만 포지티브 정보는 공유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박시룡(서울경제) 국내 3개 신용평가 기관 가운데 한신정이 유일한 토종기업으로 남은 것으로 알고 있다. 외국계로 넘어간 이들과의 경쟁에서 유리한 점과 불리한 점이 있다면.
이 사장 신용평가 기업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들의 신뢰다. 이런 신뢰는 무엇보다 기업의 히스토리에 바탕을 둔 ‘명성’에 좌우되는 경향이 강하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이런 역사성과 명성 측면에 있어 매우 취약하다. 실제 외환위기 전만 해도 신용평가라는 기능 자체가 거의 없었을 정도였다. 따라서 외국계 평가회사에 비해 절대적 열위에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국내 기업이 해외로 나갈 경우 외국사들의 평가가 절대적이다.
하지만 국내 시장의 경우에는 아직까지 큰 애로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 외국사들의 기준을 국내에 적용하기에는 여전히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온기운(매일경제) 국내 기업에 대한 외국사들의 평가등급이 국내 평가사들보다 낮은 경우를 자주 접한다. 이런 결과는 평가 시스템이 다른 때문인가.
이 사장 그렇지 않다. 외국사들의 평가등급이 국내사들보다 낮게 나오는 이유는 대부분 국가리스크가 반영된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사들은 화사 자체만을 놓고 평가하기 때문에 국가리스크를 추가로 반영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외국사들에 비해서는 평가등급이 높게 나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변상근(중앙일보) 개인들의 경우 일반적으로 신용거래가 거의 없다. 금융기관도 신용제공에는 여전히 수동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개인들의 신용등급을 차별화 하는 것이 한계가 있다고 보는데.
이 사장 일부 그런 면이 있다. 금융기관들도 분명한 평가 자료를 확보하기 어렵다 보니 신용공여에 많은 제한을 느끼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다양한 자료들을 바탕으로 신용등급의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또 평가결과에 따라 차등 대우도 도입하고 있다. 반면 개인들은 자신의 신용등급에 대해 무관심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런 자세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자칫 자신의 정확한 신용등급을 몰라 금융기간으로부터 불리한 대우를 받을 수도 있다. 따라서 주거래 금융기관을 정하는 등 평소 신용을 쌓아가는 것은 물론 자신의 신용등급을 정확히 알아 두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