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언론인포럼

유지창 전국은행연합회장은 최근 한국시장경제포럼에 참석, “금융산업은 실물경제에 대한 파급효과가 크고, 그 자체가 고부가가치 창출산업이란 점에서 전략적인 육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 회장은 이어 “자본시장통합법 도입으로 금융에 일대 변화가 따르면서 특히 은행의 자본시장에 대한 역할 증대가 중요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며 “은행들은 금융투자업무의 시너지 창출, 기업금융에 대한 통합 체계마련 등을 통해 자산운용 및 자산관리서비스 역할을 높여 성장엔진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으며 여기에는 은행의 증권사 인수 또는 신설도 포함될 것”이라고 밝혔다.
유 회장의 발언 내용을 전재한다. <편집자 주>

▲ 유지창 회장 약력
ㆍ1949년 8월 11일 전북 장수 생
ㆍ1973년 서울대 사회학과 졸업
ㆍ1975년 서울대 행정대학원 졸업
ㆍ1985~1987년 하버드대 케네디행정대학원 석사
ㆍ1996.2~1998.6 제네바대표부 재정경제관
    (참사관)
ㆍ1998.6~1999.1 대통령비서실 금융비서관
ㆍ1999.1~1999.9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
ㆍ1999.9~2001.4 새천년민주당 정책위원회 정책
    연구실장
ㆍ2001.4~2003.3 금융감독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
    위원장
ㆍ2003.4 한국산업은행 총재
ㆍ2005.11 제9대 전국은행연합회 회장

전국은행연합회는 1928년 설립된 이래 한결같이 우리나라 은행산업 발전을 위해 노력해 왔다. 하지만 겸업화, 국제화 등 급변하는 금융환경 속에서 우리 은행산업이 한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이 적지 않다고 생각한다.

국내 은행산업은 지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근본적인 전환기를 맞고 있다. 특히 세계화의 급진전과 국경이 사라진 자본시장의 새로운 흐름은 그동안 온실 속에서 안주해온 국내 은행산업에 ‘무한경쟁 시대 도러 라는 경고음을 보내고 있다. 반면 그간의 부실이 해소되면서 자산 건전성이 회복되고, 경영성과 또한 급속히 개선되면서 은행산업은 이제 우리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주목받고 있기도 하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최근 자본시장통합법을 제정하는 등 금융시장의 틀을 근본적으로 바꿀 여러 조치들을 내놓거나 준비 중이다. 한마디로 은행산업은 기회와 위기가 교차하는 변곡점에 위치해 있다.

그렇다면 국내 은행들이 이같은 상황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글로벌 경쟁에서 당당히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세계적인 은행으로 거듭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 그리고 은행은 이를 위해 어떻게 달라지고 대응해야 할 것인가. 이와 관련해서는 다양한 해법들이 제시될 수 있겠지만 은행연합회장의 시각에서 이를 간략히 말씀드리고자 한다.

우선 국내 은행들의 현주소를 살펴보는 것에서부터 접근해 보자.
우리나라 은행들은 지난 1997년의 금융위기 이후 구조조정 과정을 거치면서 수익성과 건전성 등 외형적인 지표면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경영지표인 수익성의 경우 2001년 흑자전환한 이후 2006년에는 13.5조원의 당기순이익을 실현하는 대단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 수익성 지표인 ROA 또한 2005년 이후 1%대를 유지해 외국 대형은행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양호한 수준이다. 2007년 상반기에도 당기순이익 9.9조원(LG카드 등 출자전환 주식매각이익 제외시 6.8조원), ROA 1.05%로 호전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참고로 2006년말 세계 1000대 은행의 ROA는 1.06%였다.

수익성과 함께 건전성도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특히 그동안 은행 건전성의 발목을 잡아온 부실채권 비율은 1999년말 12.86%에서 2006년말 0.84%로 크게 낮아져 미국 상업은행(0.7%)과 비슷한 수준으로 좋아졌다. 외형적으로는 세계적인 은행에 뒤떨어지지 않을 정도가 됐다.

급속한 실적개선 불구 구조적 취약
하지만 이런 외형적 실적 개선이 우리 은행산업의 장기적인 경쟁력을 반영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실제 당기순이익이 대폭적으로 증가한데에는 지난 1997년 12.86%에 달하던 부실채권비율이 1%대 이하로 떨어지면서 대손충당금이 대폭 줄고, 이것이 이익으로 계상된 영향이 크다. 달리 말해 이익이 구조적으로 늘고 있는 것은 아니란 이야기다.

특히 선진 글로벌 금융회사들과 비교해 자산규모나 수익구조 면에서는 여전히 취약하다.
자산 규모의 경우 국내 18개 은행의 2006년말 총자산 합계는 1.47조달러로, 자산 기준 세계 10위인 BOA(1.43조달러) 하나와 비슷한 수준이다. 국내 대형은행의 자산규모 또한 국민은행 0.21조 달러, 우리은행 0.18조 달러, 신한은행 0.17조 달러로 세계수준에 비하면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이익구조 또한 마찬가지다. 총이익 중 이자부분을 제외한 이익 비중은 12.8%(2006년)로 선진국 은행(미국 44.6%, 영국 46.4%, 독일 27.1%)들에 비해 매우 낮다. 이는 외형적인 대규모 이익에도 불구하고 은행의 수익구조가 매우 취약하다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실제 순이자 마진 축소(2005년 2.81, 2006년 2.61, 2007년 상반기 2.47. 미국은 2006년 기준 3.59) 등으로 은행의 본질적인 수익창출력을 나타내는 구조적 이익률은 2005년 1.63, 2006년 1.51, 2007년 상반기 1.47(미국은 2006년 1.70)로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이같은 국내 은행들의 취약한 수익구조는 은행의 수수료 수준이 여전히 낮다는 사실에도 기인한다. 은행 수수료 문제와 관련해 부언한다면 우리나라의 경우 은행의 공공성이 너무 강조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다. 실제 미국의 경우 은행 계좌를 유지하는 자체로도 별도의 수수료를 내야할 정도로 은행 수수료가 높다. 하지만 이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반면 국내 은행들의 경우 각종 사회적 압력으로 그렇지 않아도 낮은 수수료를 더 낮추지 않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낮은 국제화 정도도 문제다. 국제화 정도를 나타내는 TNI(국제화 수준 평가지수)가 선진국은행들이 60을 초과하고 있는 반면 국내은행은 3.4로 매우 낮다. 금융전문인력도 턱없이 부족하다. IMD 국가경쟁력보고서(2005년)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조사대상 60개국 중 금융전문인력 수 46위, 금융전문인력 양성 교육수준 46위로 매우 저조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낮은 국제화 수준을 볼 때 최근 강력하게 대두되고 있는 은행의 IB업무 강화와 해외진출 확대 요구는 당연시된다. 하지만 너무 서두른다는 느낌이 강하다. 한마디로 IB업무나 해외진출이 생각처럼 간단한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최근의 흐름을 보면 은행이 이익을 조금 낸다고 너무 기대가 크고 조급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M&A 등 IB업무는 시간을 가지고 전문인력, 네트워크 등을 탄탄히 다져야 한다. 해외 영업망 확대 또한 상당한 경험과 노하우가 전제돼야 한다.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내실을 다질 수 있도록 기다려 주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이런 장기적 과제를 추진하는 데는 은행장 등 경영진의 리더십이 중요하다. 지금처럼 임기를 채우기에도 급급한 경영구조 아래서는 장기비전 사업을 책임있게 추진하기가 어렵다.

‘금융빅뱅’ 따른 무한경쟁체제 대비해야
다음은 최근의 은행을 둘러싼 금융환경의 변화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한다.
최근 은행산업은 저성장, 저금리 국면의 지속으로 전반적인 수익기반의 약화가 우려되는 가운데 다른 금융권과의 경쟁은 갈수록 격화되는 상황을 맞고 있다. 여기에다 금융거래형태의 변화로 은행 수신기반도 약화되고 있다.

안전자산인 은행상품에 대한 선호도는 빠르게 감소하고 있는 반면 펀드 등 투자상품에 대한 선호도는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일례로 증권사 CMA는 2005년말 대비 금년 6월말 현재 13배가 증가한 반면 은행의 요구불예금은 오히려 3.5% 감소했다.

전체 금융기관에서 예금은행이 차지하는 총자산 비중도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금융기관 총자산 중 예금은행 비중은 2000년말 63.3%에서 2006년말 58.8%로 감소했다. 타 금융기관에 비해 자산 성장률도 낮아 2000~2006년 평균 성장률은 은행이 7.2%를 기록한 반면 증권은 12.7%, 보험은 23.3%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마디로 증권화, 정보화 등의 진전에 따른 다양한 신상품 속출로 전통적인 은행상품의 강점이 약해지면서 은행 수신기반의 약화와 이에 따른 자금중계기능이 위축되고 있다.

자본시장통합법 제정도 간과할 수 없는 핵심 변수다. 특히 자통법 도입으로 금융영역에 대한 일대 변화가 수반되면서 은행의 자본시장에 대한 역할 확대가 중요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전 금융권이 자본시장을 중심으로 사실상 무한경쟁 체제로 돌입함에 따라 중장기적으로 2차 금융빅뱅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은행들은 금융투자업무의 시너지 창출, 기업금융에 대한 통합 체계마련 등을 통해 자산운용 및 자산관리서비스 역할을 높여 성장엔진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는 은행의 증권사 인수 또는 신설도 포함될 것이다.

자통법과 관련해 한가지 말씀드릴 것이 있다. 자통법이 추구하는 영역 허물기 등은 세계적인 추세인 만큼 흐름 자체를 거부할 수는 없다. 하지만 거시적으로 볼 때 이는 금융전체의 문제를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 최근 흐름을 살펴보면 요구불 예금 등 저원가성 예금이 은행계정에서 현저히 줄어들고 있다. 바로 증권사 CMA 등으로 이전하고 있는 현상이 그것이다.
이런 흐름은 예금자 입장에서는 당연하다. 동일한 서비스 제공이 가능해진 만큼 이자가 낮은 은행에 자금을 묶어둘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에 따른 은행의 예대마진 축소는 결국 대출금리로 전가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중소기업이나 서민 가계대출자들의 부담은 그만큼 더 늘어나게 된다. 특히 다수의 예금자들에게는 ‘별 의미 없는’ 예금이자 증대가 소수 대출자들에게는 ‘상당히 의미 있는’ 부담으로 전가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FTA 확산 등 글로벌화도 중요한 변수의 하나다. 글로벌화의 급진전으로 은행의 경쟁무대가 국내에서 국제금융시장으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선진국 금융시장의 성장둔화로 신흥시장에서의 경쟁은 치열해지고 있다. 은행도 국경을 초월한 경쟁 확대는 피할 수 없는 대세다.

은행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기대의 증가도 문제다. 최근 들어 은행에 대한 부정적 정서가 우리 사회 전반에 팽배한 것 같다. 이같은 은행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는 과거 은행 대출이 어려웠던 시절 은행문턱이 높다는 인식에서부터 금리자율화 이후 수수료 수준이 높다는 불만과 함께 외환위기 수습과정에서의 공적자금 투입과 최근 실적호조대비 사회공헌이 미흡하다는 비판까지 오랜 기간에 걸쳐 누적돼 왔다.

은행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는 단기적으로 은행 영업에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한편, 장기적으로 은행산업의 지속발전에 커다란 장애가 될 수도 있다. 실제 최근 자본시장통합법에서 투자금융회사에 대한 자금이체 허용여부의 논의과정에서도 이러한 정서가 개입되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고 본다.

고객니즈 대응할 신상품ㆍ서비스 개발 필수
그렇다면 이러한 상황 변화에 은행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
무엇보다 금융거래 형태의 변화에 적극 대응해야 할 것이다. 특히 고수익 투자자산 선호 등 고객 니즈의 다양화, 고도화에 대응한 신상품과 서비스 개발을 강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투자상품 개발 및 각종 파생상품 등 부외거래의 활성화는 필수다. 또한 증권사 CMA에 맞서 은행 특유의 장점을 활용한 상품 개발, 예를 들면 투자연계형 요구불예금 상품, 증권자회사와의 연계방안 등에 더욱 힘을 쏟아야 한다. 아울러 각종 신상품과 서비스 증가에 따라 야기될 각종 리스크 관리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자통법 시행에 대한 대응도 중요하다. 특히 은행의 수신기반 잠식에 대비한 자본시장 관련 상품개발 등 새로운 기회를 모색해야 한다. 점포 네트워크를 기초로 투자상품 판매One-Stop서비스로 소비자의 편의를 제고하는 방안과 더불어 유가증권, 파생상품업무 등 자본시장을 활용한 수익성 제고 방안 확대, 대출의 유동화 등을 통한 위험분산 서비스의 확대 등이 이에 해당될 것이다.

고객정보시스템, 신용평가시스템, 리스크관리 시스템 등 첨단 IT기술의 활용을 위한 전산투자 확대와 해외진출, 금융전문인력 육성도 대응방안으로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기업의 대출수요 감소, 금융기관 간 경쟁심화 등 성숙단계에 이른 국내시장을 벗어나 새로운 수익원을 발굴하고, 국내투자자들의 고수익 해외투자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해외진출 확대는 필수적이다.

국내 은행의 해외점포 수는 지난 2004년 108개에서 2006년에도 113개로 증가 속도가 상당히 느리다. 진출 지역도 아시아 지역이 68개로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데 비해 북미는 14개(13%), 유럽은 16개(14%)에 불과해 지역별 편중이 심한 편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 은행들의 해외시장 경쟁력은 여전히 높지 않다.
해외진출을 통해 우선 아시아 신흥개발국 시장을 선점할 필요가 있다. 이 과정에서 현지화, 토착화와 함께 규제완화, 정보공유, 해외 금융당국과의 네트워크 강화 등 정책당국과의 협력체계도 보강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 해외시장 진출 확대에 따른 리스크 관리 강화에도 보다 신경을 써야 한다.

치열한 경쟁에서 생존 발전하기 위해서는 상품개발 및 리스크 관리 등의 전문가 육성은 매우 중요하다. 금융대학원 활용, 국내외 연구기관간 네트워크 연결, 정보공유, 인력 교환 등 에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하며, 전문성과 능력에 따른 성과보상 체계 개선도 병행해야 한다. 물론 이 과정에서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한 윤리교육은 필수적이다.

마지막으로 언급 할 것은 은행의 사회적 책임경영 강화다. 은행의 공익성 추구는 자원의 효율적 배분이라는 은행의 중요한 역할과 함께 상업성의 조화가 과제다. 하지만 최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갈수록 강조되고 있다. 사회적 책임 경영은 전담조직의 설치 등을 통해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참고로 국내은행들의 사회공헌 수준은 세계적인 수준과 비교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은행은 사회공헌에 3,514억원을 사용했으며, 올 상반기에만도 이미 2,097억원을 집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2006년 우리나라 은행의 당기순이익에 대한 사회공헌 출연비율은 2.6%로 Citi, BOA 등 미국 주요 5대 은행 평균인 0.7%에 비하여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새로운 청사진을 위한 금융산업 개편 논의 필요
은행산업의 정책과제에 대해 말씀드리지 않을수 없다. 사실 은행업은 금융정책과 밀접한 관계를 갖는 산업이다. 국가의 정책 방향에 대해 어느 산업보다 민감할 수밖에 없다.
먼저 금융산업을 신성장동력이라는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본다.

우리나라가 1인당 국민소득 3만불의 선진경제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조선, 자동차 등 전통산업에만 의존하는 산업구조로는 어렵다. 반면 금융산업은 실물경제에 대한 파급효과가 크고, 그 자체가 고부가가치 창출산업이란 점에서 전략적인 육성이 필요하다. 한국은행의 자료에 따르면 금융산업의 부가가치율은 71.0%에 달해 제조업의 28.5%나 전체산업 평균인 44.1%를 크게 웃돈다. 특히 은행의 경우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부가가치율이 지속적으로 상승했지만 제조업의 부가가치율은 제자리걸음 내지 하락했다는 점에서도 금융산업의 중요성을 재인식할 필요가 있다.

업무영역, 금산분리 등 금융산업 구조개편 방안에 대해서도 새로운 논의와 검토가 필요하다. 현재 국내 금융산업의 구조는 1997년 대통령 직속 ‘금융개혁위원회’의 안을 토대로 마련됐다. 당시 업무영역은 전업주의를 유지하되 일부겸영을 허용하고, 소유구조는 은행 및 은행지주회사는 금산분리원칙을 고수하되 비은행금융기관의 소유지분 규제는 폐지하는 방향으로 결정됐다. 이후 IMF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국내적으로는 많은 선진제도의 도입이 이루어졌고, 국제 금융시장에서는 겸업주의와 통합화 등을 바탕으로 거대 글로벌 투자은행(IB)이 계속 탄생하고 있다.

이같은 대내외적인 금융환경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고, 업종간 규제 차이 등 우리나라 금융규제체계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는 2003년 통합금융법에 대한 구상을 발표한 바 있지만 이를 지속적으로 추진하지는 못했다. 대신 우선 자본시장의 빅뱅을 위한 자본시장통합법이 제정되었으나 은행법, 보험업법 등을 포함한 금융산업 전체로서는 구조적 불균형을 초래할 우려가 대두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업무영역, 금산분리 겸업방식 등에 대한 보다 심도있는 검토와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더불어 금융산업에 대한 중복규제도 해소돼야 한다. 금융기관은 부당한 공동행위 및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해 공정위와 금감위로부터 중복 규제를 받고 있다. 이러한 중복규제는 사회적 비용 및 정책집행의 신뢰성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우려가 있다. 또한 불공정 행위 여부 판단에 대한 양 기관의 의견 차이 등으로 초래되는 업무의 혼선도 상당하다. 공정위는 금감위의 감독을 받는 금융회사의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해 그 규제권한을 금감위에 위임하는 것이 바람작하다고 본다.

또 한가지 언급할 것은 은행의 공적기능 확대 문제다. 사실 은행의 상업성과 공공성은 여전히 풀기 어려운 문제의 하나다. 물론 은행에 대한 공공성 강조는 당연하다. 사실 은행은 상당한 특혜산업이라고 할 수 있다. 국가의 인가라는 공신력을 바탕으로 이익을 창출하며 어느 정도 진입의 제한까지 보장받는 산업이다. 따라서 기본적으로 공익성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상업성도 여전히 인정되어야 하는 만큼 글로벌 경영의 기준에서 균형을 찾아야 한다. 특히 여기에는 자율경영의 침해 가능성과 더불어 자본의 효율이 충분히 고려되어져야 한다. 한마디로 ‘벌면서 기여하라’라고 표현하고 싶다.

제4단계 방카슈랑스, 예정대로 시행돼야
최근 보험업계가 철회를 주장하고 있는 방카슈랑스 제4단계 시행과 관련해 은행권의 입장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은행창구에서 보험상품을 판매하는 방카슈랑스 제도는 지난 2003년 8월말 저축성 보험을 대상으로 제1단계가 시행된 이후 그동안 보험업계의 주장을 반영해 단계별 시행일정이 다소 지연되고 허용상품 내용이 바뀌기는 했지만 새로운 혁신적인 금융제도로 정착되는 데 큰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내년 4월 1일 기타 종신보험과 개인 자동차보험을 대상으로 하는 마지막 4단계 확산을 앞두고 보험업계가 이의 철회를 요구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기 때문에 결코 받아들여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방카슈랑스 제도는 지난 2000년 우리가 소위 IMF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정부가 보험소비자의 편익증진, 보험시장 확대 그리고 은행의 수익원 창출이라는 소위 트리플 윈(triple win)을 목적으로 도입했다. 그 시행방법은 보험업계에 대한 충격을 최소화하면서 철저한 사전준비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5년간(시행전 준비기간까지 합하면 8년간)4단계를 거쳐 점진적으로 시행하기로 했다.

이 같은 정부의 정책을 시행 마지막 단계를 앞둔 시점에서 보험업계가 시빗거리로 들고 나오는 것은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는 동시에 정책 추진의 일관성을 무너뜨릴 우려가 있어 금융권 종사자의 한 사람으로서 걱정이 앞선다. 한편 한미 FTA협상 과정에서도 우리 정부는 방카슈랑스 제도의 차질 없는 이행을 확약(committed)한 것으로 보도된 바 있다.
다만 그동안 3단계까지를 시행하는 과정에서 일부 소비자 불편이 있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은행들이 지속적인 개선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아무튼 제4단계에서는 보험료 인하에 의한 소비자 편익이 증대될 뿐만 아니라 은행 창구에서 자동차 보험까지를 포함하는 종합보험서비스, 즉 one-stop shopping이 가능하게 되므로 방카슈랑스 제4단계는 예정대로 시행되어야 한다.

이제까지 말씀드린 내용에 대해 정책당국자나 여타 금융권의 입장에서는 이론의 여지가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은행산업은 여전히 우리나라 금융산업의 축이다. 금융산업 전체 발전을 위해 은행들을 보다 건실하고 경쟁력있는 은행으로 키워나가는 데 힘을 모아야 할 것으로 본다. 앞으로도 이같은 생각을 바탕으로 그동안 금융정책 분야와 은행경영 현장에서 쌓아온 경험을 활용, 은행업무 전반에 걸친 상호협의와 조정, 정책 건의를 통해 현안과 과제를 효율적으로 풀어나가는데 열과 성을 다할 생각이다. 더불어 국가경제와 금융시장 전체를 생각하는 큰 틀에서 은행 모두가 금융기관으로서의 공공적 기능과 사회적 책임을 다함으로써 국민의 사랑과 신뢰를 받도록 하는데 견인차 역할을 해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