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건호 한국증권업협회 회장은 최근 한국시장경제포럼에 참석, “지금은 금융이 모든 것을 좌우하는 시대다. 특히 선진국일수록 금융산업, 특히 자본시장이 발달한다는 것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실제 우리가 10년전 IMF 외환위기 이후 뼈저리게 경험했듯이 선진국들은 다양한 자본시장의 업무영역에서 막대한 국부를 창조하고 있으며, 이는 우리 자본시장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잘 보여준다”고 밝혔다. 황 회장의 발언 내용을 전재한다. <편집자주>

약 력
1951년 강원 평창 생
1974년 서울대 상과대학 경영학과 졸
1989년 럿거스(Rutgers)대 대학원 경제학과 졸
1984년 대우증권 뉴욕사무소장 겸 코리아펀드 부사장
1997년 대우증권 상무(국제본부장)
1998년 대우증권 전무
1999년 대우증권 부사장
1999년 메리츠증권 대표이사 사장
2004년∼현, 한국증권업협회 및 한국증권분석사회 회장
2005년∼현, 전국투자자교육협의회 의장
           현, 금융발전심의회 위원, 증권산업발전협의회 및
           금융산업발전협의회 의장
1992년 12월 제2회 다산금융인상 대상
2001년 7월 경영생산성 대상(한국생산성본부)
2007년 6월 대한민국경제리더 대상(월간조선)

▲ 황건호 약력 1951년 강원 평창 생 1974년 서울대 상과대학 경영학과 졸 1989년 럿거스(Rutgers)대 대학원 경제학과 졸 1984년 대우증권 뉴욕사무소장 겸 코리아펀드 부사장 1997년 대우증권 상무(국제본부장) 1998년 대우증권 전무 1999년 대우증권 부사장 1999년 메리츠증권 대표이사 사장 2004년∼현, 한국증권업협회 및 한국증권분석사회 회장 2005년∼현, 전국투자자교육협의회 의장            현, 금융발전심의회 위원, 증권산업발전협의회 및            금융산업발전협의회 의장 1992년 12월 제2회 다산금융인상 대상 2001년 7월 경영생산성 대상(한국생산성본부) 2007년 6월 대한민국경제리더 대상(월간조선)

우리 자본시장은 지금 중대한 전환기에 서 있다. 대내적으로는 금융산업의 업무 영역과 장벽이 허물어지고 기업과 금융산업의 구조조정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글로벌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등 전반적인 상황이 그야말로 급변하고 있다. 특히 국제 금융환경은 글로벌화, 디지털화, 증권화의 세 가지 틀을 바탕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흐름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적인 사항으로 우리 앞에 다가오고 있으며, 정보 교류와 주요 이슈에 대한 국제 공조 없이는 지금까지 지켜오던 영향력을 순식간에 상실할 수 있는 상황으로 바뀌고 있다. 뿐만이 아니다. 통제범위를 넘어선 과잉유동성이 새로운 ‘문제거리’로 등장하고 있는 가운데 선진국과 팽팽한 대결을 벌일 정도로 확대된 개도국들의 ‘잉여 자금’은 경제의 다극화 현상을 더욱 가속화시키고 있다. 

금융기능도 빠르게 변모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산업에 대한 지원 기능을 담당해온 금융은 이제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 잡았으며, 산업자본주의는 금융자본주의로 빠르게 대체되고 있다. 실제 금융산업은 이미 제조업을 능가하는 부가가치(금융산업 71.7%, 제조업 22.1%)를 창출하고 있다, 또 금융산업에 대한 육성 없이는 선진국 진입이 불가능하다는 말이 괜한 표현이 아닐 정도다. 이런 세계금융시장의 급변은 왜 우리 자본시장이 하루라도 빨리 달라지고 경쟁력을 강화하지 않으면 안되는 가에 대한 명쾌한 해답이 될 수 있다.

다행스럽게도 국내 자본시장은 최근 수년간 매우 긍정적인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특히 오랫동안 관치금융이라는 용어가 일상화될 정도로 경직돼 있던 자본시장이 조금씩 정부 주도에서 벗어나 시장과 업계의 자각을 바탕으로 변신하고 있다. 특히 지난 7월 국회를 통과한 ‘자본시장통합법’(이하 자통법)은 업계가 노력한다면 변화의 이니셔티브를 시장이 주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었다.  

이런 변화의 와중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우리 금융시스템 전반에 나타나고 있는 시스템의 변화다. 그동안 국내 금융산업은 업종별 분리 정책이 근간을 이룬 가운데 은행 중심으로 움직여 왔다. 물론 이는 국내 자본시장의 미성숙, IMF 후유증의 신속한 처리 등 여러 요인이 작용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제는 이런 경직된 금융시스템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본다.

국내 자본시장 긍정적 변화중
  실제 그동안의 경직된 금융시스템은 자본시장의 건전한 발전에 많은 장애 요인이 되어 왔다. 특히 은행업은 리스크를 분산하기 보다는 집적하는 만큼 은행 중심의 금융시장 운영은 시장 리스크 배분이라는 측면에 있어 비효율적이라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이제는 은행에 집중된 리스크 자산을 자본시장으로 분산시켜야 하며, 이는 은행 기능을 분산해 자본시장 시스템으로 흡수해야 가능해질 수 있다.

  이런 가운데 국내 자본시장은 지금 알게 모르게 엄청난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특히 자본시장의 선진화와 발전에 긍정적인 환경이 빠르게 마련되고 있다. 실제 사람들은 자산의 효율적인 운용에 대해 관심을 높여가고 있으며 투자문화의 선진화 흐름도 빠르게 정착되고 있다. 그 결과 자본시장에 대한 안정적 수요기반이 확충되면서 시장 선순환 요인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시장의 흐름을 살펴보면 이런 상황은 한눈에 알 수 있다. 실제 저금리 기조의 정착으로 단순 금리상품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으며, 최근 가격 급등에다 환금성 제약까지 맞물리면서 부동산에 대한 선호도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사실 우리나라 가계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부분은 기형적이라 할 정도로 과도하다. 가계자산 중 부동산 등 실물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미국, 일본 등 선진국들이 약 40%대인 것에 비해 우리의 경우는 80%에 이른다. 이같은 과도한 실물자산 비중은 자산의 효율적인 운용이란 측면에서는 비합리적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이런 기조에도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우선 저금리 기조의 정착과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급속한 고령화 추세로 자산의 효율적인 운용은 이제 우리 모두에게 가장 큰 관심사로 등장하고 있다. 또한 IMF이후 외국인들이 보여준 철저한 현금흐름과 수익성에 근거한 투자방법이 하나의 자극으로 다가오면서 실물자산 투자에 대한 막연한 기대도 바뀌고 있다.

  최근 진행되고 있는 각종 제도와 법 조항의 변화도 자본시장에 긍정적이다. 우선 기금관리법의 개정으로 증시에 대한 연기금의 참여가 확대되고, 퇴직연금제가 도입되면서 국내 자본시장은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특히 지난해 이후 우리 자본시장에 불고 있는 ‘펀드’ 열풍은 자본시장의 중심이라 할 증시의 성격을 근본적으로 바꿔 놓았다.

관련 법ㆍ제도 변화도 자본시장에 호재
실제 기관의 비중의 확대(2003년 17%에서 2006년 22%, 일반법인 포함시는 45%)로 증시의 기관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시장 전체의 흐름이 눈에 띄게 안정화되고 있다. 특히, 외국인 비중(2004년 44%에서 2007년 10월 32%)이 줄고 있지만 이를 기관들이 대체하면서 시장 안정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와 함께 투자문화도 빠르게 선진화 되고 있다. ‘냄비 증시’라는 말이 회자될 정도로 ‘단기’ ‘투기’로 대변되어온 증시에 ‘간접투자’ ‘장기투자’ 문화가 점차 정착되면서 이제 웬만한 충격은 자체적으로 소화해 낼 정도로 시장의 체력이 강해졌다. 특히 투자자들의 관심도 예금에서 투자로 빠르게 돌아서고 있다. 지난 2003년 11조원 수준이던 주식형 펀드의 수탁고는 이제 100조원 시대를 맞고 있다. 또한 펀드계좌와 주식계좌가 각각 1900만개(2007년 9월 현재) 및 1000만개(2007년 7월 현재)에 달할 정도로 자본시장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더욱 주목해야 할 것은 은행의 위상 변화다. 최근 은행예금이 CMA 등으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는 사실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은행은 이제 자금 유치와 관련한 여러 면에서 자본시장에 자리를 내주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앞으로 증권사에 소액결제시스템이 허용되고, 금융업종간 영역이 허물어지면 더욱 가속화될 것이 분명하다.  
  
이는 한마디로 은행의 자본이 점차 자본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으로, 이는 은행과 자본시장이 균형성장으로 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최근 자통법 도입과 관련해 증권사의 소액결제시스템 허용 여부가 논란이 되기도 했지만 이런 변화는 왜 증권사에 소액결재시스템을 허용해야 하는지, 또한 금융업종간 차단벽이 왜 없어져야 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되돌아보면 그동안 우리 금융산업은 ‘관캄 ‘전업주의’ 등이 말해주듯 가장 대표적인 규제산업의 하나로 지칭되어 왔다. 물론 지난날에는 이런 정부의 규제와 조치들이 나름의 정당성을 갖고 있었다. 부족한 자본의 축적과 시급한 산업화에 보다 효율적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지나친 규제와 칸막이 치기는 업종간 불필요한 경쟁과 비효율만 초래해 결국 경제발전 속도에 비해 금융산업을 뒤쳐지게 만들었다. 또한 IMF 이후 외국자본들이 밀려드는 속에서도 전업주의를 고수하면서 상황은 더욱 나빠졌다. 특히 은행의 경우 IMF라는 외풍의 힘으로 일시에 칸막이가 해소되고, 상당부분 시장 기능을 회복할 수 있었지만 여타 자금시장은 여전히 달라진 것이 없었다.

자통법은 바로 이런 상황을 조금이라도 시정하자는 의미에서 발의됐다. 대표적인 금융규제완화법이라 할 수 있는 자통법은 자본시장을 억누르고 있는 이런 불합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은행 중심의 금융시장 불균형을 시정하고, 업종간 칸막이를 열자는 것이 주 목적이다. 또 이런 과정을 통해 업종간 경쟁 촉진으로 자본시장에서의 금융 빅뱅을 유도하고, 나아가서는 금융혁신을 도모하자는 것이다. 실제 선진국들은 이러한 금융 빅뱅(영국 1986년 및 2000년, 미국 1999년, 호주 2001년, 홍콩 2003년, 일본 2006년)을 통해 자국의 금융 산업 경쟁력을 한 단계 더 끌어 올렸다.

자통법은 금융혁신과 빅뱅의 도화선 
2009년초 시행을 앞둔 자통법은 이런 의미에서 평가를 받을 만하다. 물론 앞으로 시행령 및 하부규정을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진통도 예상되지만 자본시장의 발전과 금융산업의 경쟁력 강화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특히 포괄주의 도입, 규제의 선진화, 업종간 업무영역의 확대, 투자자 보호 강화 등은 앞으로 우리 자본시장의 선진화에 큰 보탬이 될 것이 분명하다.

  이같은 긍정적인 일련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우리 자본시장과 금융산업이 세계 금융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들이 여전히 많다. 실제 자본시장이 앞으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자본, 인프라, 인력의 세 가지 요소가 고루 필요하다. 우리 현실을 살펴보면 이들 세 가지 가운데 현재 시장은 풍부한 유동성과 자통법 제정 등으로 자본과 인프라 부분을 어느 정도 갖춰가고 있다. 하지만 성패를 좌우할 인력 면에서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

  금융서비스업, 특히 자본시장은 많은 전문화된 고급인력이 필요하지만 우리의 경우 아직 금융 선진국에 비해 매우 부족한 상황이다. 특히 자통법 시대에 대비한 신금융상품 개발인력과 투자은행 분야의 전문가 확보가 절실하다. 따라서 전문가 양성과 인재 인프라 확보를  위한 종합적이고 장기적인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리가 그동안 절실히 경험했듯이  금융의 경쟁력은 결국 사람이다. 

 인재육성과 관련해서는 특히 CEO의 역할이 중요하다. 사실 인재육성은 상당부분 CEO의 책임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시장 전반에 만연해 있는 단기업적주의가 큰 장애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지금과 같이 CEO가 단기업적에 목을 매야하는 상황에서는 장기비전을 갖고 진행해야 하는 인재육성은 사실 요원한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이런 단기 업적주의는 궁극적으로 금융산업 전반의 경쟁력 상실로 연결될 수 있는 것인 만큼 문제의식을 갖고 우리 모두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라 생각한다.

  해외 신시장 개척도 중요한 과제의 하나다. 사실 IMF이후 우리 자본시장은 월등한 비교우위를 가진 외국 선진자본에 국내 자본시장이 거의 잠식당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후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투자은행 분야에서는 여전히 이들에 비해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하지만 최근 이머징 마켓 등에서는 우리도 상당한 경쟁력을 확보해 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실제 동남아 등 이머징시장에서 국내 증권사는 다른 어떤 나라보다도 비교우위가 있다. 따라서 이를 선점한다면 우리 증권업계와 증권사의 국제경쟁력 강화에 큰 기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판단아래 그동안 아시아 각국의 정부 및 증권기관 관계자, 증권사 CEO 등 증권업계 종사자들과의 지속적인 접촉과 한국 자본시장 연수를 통해 이른바 ‘지한파’ 네트워크 작업을 지속해 왔다.

국제경쟁력 강화에 총력 기울여야
  실제 최근에만도 지난 6월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아랍에미리트연합 등의 정부와 감독기관, 거래소, 증권사 CEO 등을 만나 상호협력 및 국내 증권사의 현지 진출 방안을 조율했으며, 11월에도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태국을 방문하는 등 올 들어서만 10여개국 이상의 이머징시장을 둘러봤다. 이처럼 해외시장에 몰두하고 있는 이유는 해외시장 개척에 증권산업 발전과 국내 증권사의 국제경쟁력 강화라는 두 가지 이슈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제는 대외적인 홍보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달라진 한국 금융시장 시스템과 발전 상황을 국제적으로 알리는 것뿐만 아니라 한국시장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대변할 필요가 있다. 협회가 지난해 아시아증권포럼(ASF)을 개최한 데 이어 내년 선진국 증권시장의 전문가 모임인 국제증권업협회협의회(ICSA) 연차총회를 개최하는 데 주력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런 까닭에서다.

  여러 말씀을 드렸지만 결론적으로 지금은 금융이 모든 것을 좌우하는 시대다. 특히 선진국일수록 금융산업, 특히 자본시장이 발달한다는 것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실제 우리가 IMF이후 뼈저리게 경험했듯이 선진국들은 다양한 자본시장의 업무영역에서 막대한 국부를 창조하고 있다. 이는 우리 자본시장이 앞으로 지향해야할 바를 잘 보여준다. 

 다행스럽게도 한국 자본시장의 잠재력은 매우 높다. 자통법 제정으로 한국은 선진 자본시장으로의 도약을 위한 토대를 마련했으며, 앞으로 우리 국민소득을 3만~4만달러 수준으로 높이기 위해서는 한국경제의 신성장동력을 자본시장과 금융산업에서 찾아야 한다. 선진국일수록 자본시장이 발달해 투자은행(IB) 업무와 자산관리·사모펀드 분야에서 막대한 국부를 창출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를 웅변으로 말해주고 있다.

  협회는 이러한 대내외 환경을 십분 고려, ▲국제교류와 선진금융제도 도입을 통한 금융국제화 추진 ▲증권산업 핵심인력 육성 ▲ 투자자보호장치 마련과 시장여건 개선을 통한 시장신뢰 회복 등에 대한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으며, 앞으로도 우리 자본시장의 선진화와 증권산업의 국제경쟁력 제고를 위해 앞장설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