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병완 기획예산처 장관은 최근 한국시장경제포럼에 참석, “공공부문에 대한 효율개선 방안의 하나로 민영화가 대안으로 지목되고 있지만 지금과 같은 민영화 방식, 즉 공기업 소유형태를 민간으로 바꾸는 것이 ‘효율 개선’의 핵심은 아니다”고 밝혔다. 이어 장 장관은 “민영화된 공기업이 성공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경쟁적 시장과 함께 성공적인 인력구조조정, 인센티브 등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이는 다시 말해 해당기업을 둘러싼 기업환경 및 시장구조의 성과와 민영화에 따른 실질적인 성과가 구분돼야 한다는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장 장관의 발언 내용을 싣는다.  <편집자 주>

 

▲ 장병환 장관 약력 1952년 전남 곡성 생               광주제일고/서울대 무역학과               위스콘신대 공공정책학 석사 1975년  17회 행정고시 합격 1993년  경제기획원 예산관리과장 1999년  기획예산처 기금정책국 국장               예산실 실장 2005년  기획예산처 차관 2006년~ 현 기획예산처 장관

공공부문의 효율화와 관련해 공기업 민영화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차기 정부에서는 공기업 민영화가 상당한 추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민영화 대상의 선택이나 구체적 추진 방안은 차기 정부가 본격 출범한 뒤 논의될 사안이다. 하지만 부작용을 줄이고, 보다 효율적인 민영화 추진을 위해 이 시점에서 공기업 민영화의 근본적인 이유부터 한번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통상 공공부문의 효율이 민간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알고 있으며, 일반적으로 민영화가 공공부문의 효율을 높이는 첩경이라고 생각한다. 이같은 생각은 그동안 공기업 민영화에 대한 빌미로 작용해 왔다. 특히 외환위기 이후 민간부문의 효율이 빠르게 개선되면서 공기업 민영화에 대한 압박은 더욱 가중되었고, 실제 상당수 공기업들이 ‘효율’을 앞세우며 민영화 절차를 밟았다.

하지만 잠시 되짚어보면 ‘공기업에 대한 소유를 민간으로 바꾸는 것이 무조건 효율을 담보할 수 있는 것인갗하는 의문이 든다. 외환위기 이후 상당수 공기업들이 민영화의 길에 들었어 섰지만 기대와는 달리 오히려 시장이나 국가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 경우도 상당부분 발견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공기업에 대한 소유를 민간으로 바꾸는 것이 ‘효율개선’을 위한 핵심은 아니다. 경험칙에 의하면 민영화된 공기업이 성공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경쟁적 시장과 함께 성공적인 인력구조조정, 인센티브 등 몇가지 전제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주인 바꾸기 민영화’ 능사 아니다
이는 다시 말해 해당기업을 둘러싼 기업환경 및 시장구조의 성과와 민영화에 따른 실질적인 성과가 구분돼야 한다는 뜻이다. 이는 공공을 민간으로 하는 주인 바꾸기, 즉 민영화가 능사가 아닐 수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물론 여기에는 여러 반론이 가능할 것이다. 또한 이는 민영화 자체를 반대한다는 것과는 더 더욱 거리가 멀다. 하지만 공기업 민영화의 궁극적인 목표가 민영화 자체보다는 효율을 높이자는 것인 만큼 이런 차원의 논의도 분명히 거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정부의 공기업 민영화 작업은 크게 3단계로 진행되어 왔다. 먼저 196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1차 민영화 작업은 민간기업 육성과 금융자율화라는 차원에 포커스를 두고 진행됐다. 1차 민영화는 주로 제조업과 은행을 중심으로 진행됐으며, 70년대에는 한국기계, 대한통운 등 11개 공기업이, 80년대 들어서는 한일은행, 제일은행 등 7개 공기업이 민영화 됐다. 80년대 후반부터는 분배와 형평성 차원에서 국민주 방식의 공기업 매각이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포철, 한전의 일부지분과 자회사 및 22개 공기업의 지분이 매각됐다.

잠시 주춤하던 공기업의 민영화는 1997년 외환위기를 맞아 봇물을 이루게 된다. 공공부문에 대한 개혁 차원에서 전면적으로 진행된 공기업 민영화와 구조조정 바람으로 2002년까지 불과 수년간 8개 공기업에 대한 민영화와 67개 자회사에 대한 매각이 이뤄졌다. 이와 함께 전력, 가스 등 네트워크 산업에 대한 민영화 계획이 최초로 추진됐으며, 인력감축(62만명), 민간위탁(45건), 자산매각(360건), 산하기관 통폐합(22개) 등 강력한 구조조정도 함께 진행됐다. 공기업 민영화는 참여정부들어 운영시스템 혁신에 중점을 두는 쪽으로 방향을 틀면서 2003년 이후 현재까지 추진이 유보되고 있다.

▲ 김광석 KBS 해설위원, 김기천 조선일보 논설위원, 김성기 국민일보 논설위원, 김성호 문화일보 논설위원, 김형석 아주일보 전무, 변상근 중앙일보 논설고문, 민병문 헤럴드경제 주필, 박무종 코리아타임즈 대표, 박시룡 서울경제 논설실장, 온기운 매일경제 논설위원, 유재철 세계일보 주필(전), 이종재 한국일보 편집국 국차장, 추창근 한국경제 논설위원, 유재철 세계일보 주필(전), 이종재 한국일보 편집국 국차장, 추창근 한국경제 논설위원, 최남현 코리아헤럴드 주필, 허승호 동아일보 논설위원

그간 추진돼온 우리나라 공기업 민영화는 ▲ 제조업 등 수익형, 경쟁가능한 공기업을 대상으로 ▲ 민간산업 육성차원에서 공공개혁 및 경영효율화로 목적을 발전시켜 왔으며 ▲ 경영권 매각, 국민주 방식, 지분매각 등 다양한 방식으로 추진해 왔다는 점을 특징으로 들 수 있다. 그렇다면 그동안 추진돼 온 민영화는 어떠한 결과를 보이고 있는가? 향후 정책방향에 활용하기 위해 지난 2월 전문기관(한국조세연구원)에 연구용역을 의뢰한 결과를 간략히 말씀드리겠다.

민영화가 경제에 부담 주기도
국민의 정부 시기에 민영화 후 존치된 7개 공기업(KT, KT&G, 한국중공업, 포철, 국정교과서, 송유관공사, 한국종합기술금융)에 대한 분석결과 개별기업 관점에서는 수익성 향상, 재무구조 개선, 기업경쟁력 등의 측면에서 민영화가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국민경제적 관점에서는 장기시설투자 축소, 형평성 하락 등 일부 부작용도 있으므로 면밀한 검토를 거쳐 결정할 필요가 있다는 종합평가가 나왔다.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민영화가 개별기업의 수익성, 재무구조, 지배구조 등에서 상당한 성과를 시현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익성의 경우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이 전반적으로 개선됐으며, 재무구조도 한국통신을 제외하고는 부채비율이 전반적으로 하락한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주주중심의 지배구조가 자리 잡으면서 KT는 사외이사 중심의 이사회를 운영중이며 KT&G 등에서는 공개경쟁을 통해 외부감사를 선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 이들 공기업의 민영화는 19.2조원(KT 12.7조원, KT&G 3.1조원, 포철 2.8조원, 기타 0.6조원)이라는 막대한 재정수입 확보라는 부수효과도 가져왔다.

반면 장기투자, 취약계층 지원, 공정거래 등 공공성 측면에서는 다소 미흡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먼저 단기수익성 위주 경영으로 설비투자, 연구개발 축소 등의 부정적 측면이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 일례로 KT의 경우 민영화 전 4년간 평균 2.9조원에 달했던 설비투자 규모가 2.1조원으로, R&D는 0.5조원에서 0.3조원으로 각각 줄었다. 이와 함께 KT의 농촌 초고속망 보급 목표 지연, KT&G의 담배농사 등 취약계층에 대한 서비스 제공 약화나 2005년 KT의 요금 담합행위, 2001년과 2002년 포철의 시장지배력 남용 등 수익성 추구 강화에 따른 불공정행위가 늘어났다는 지적도 있었다.

한편 일부 기업에서는 민영화가 가격, 고용, 경쟁 등 거시경제에 오히려 다소 부정적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실제 가격의 경우 대체로 상승하는 경향을 보였다. 담배가격의 경우 KT&G에 귀속되는 금액이 연평균 10% 상승했으며, 철강가격도 민영화 이전에는 국제가격에 비해 10% 정도 저렴했지만 민영화 이후 국제가격 수준으로 올랐다. 인력은 경영효율화 과정을 거치면서 대부분 감소했으며(KT-16%, 한국중공업-30%, 송유관공사-15%, 한국종합 기술-20%), 특히 신규사업을 추가한 경우에도 현상유지 수준(포스코, KT&G)을 넘지 않았다.

결론적으로 그간 공기업 민영화를 분석해 본다면 ▲ 경쟁도입, 시장논리에 의한 공기업 경쟁효율성 향상 ▲ 민간자본 유치를 통한 공공투자 확대 및 재정부담 완화 ▲ 민간중심 시장경제 활성화, 자본시장 육성 등의 긍정적인 측면이 있었다. 반면 ▲ 보편적 서비스 약화, 요금인상, 수급 불안 등 공익성 훼손 우려 증대 ▲ 공적독점에서 사적독점으로의 단순한 변화로 효과 기대 곤란 ▲ 인력감축 등에 따른 노동자 고용불안 야기 등의 부정적인 측면도 동시에 발생한 것으로 분석된다.

효율성, 공익성 등 종합적으로 접근해야
이러한 분석은 향후 우리가 공기업 민영화를 추진함에 있어 특히 유념해야할 몇가지 사항들을 보여주고 있다. 먼저 추진대상 분야와 관련해 민영화는 시장경쟁 여건이 충분히 성숙한 산업분야의 공기업을 대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경쟁여건이 갖춰지지 않은 경우 민영화는 공적독점을 단순히 사적독점으로 전환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민영화 추진방법과 관련해서는 보다 숙고할 필요가 있다. 사실 민영화는 주인 있는 민영화, 국민주 방식, 황금주 등 다양한 방식이 검토될 수 있지만 어느 경우가 되었든 경영효율성, 공익성 확보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돼야 한다. 또한 이와 더불어 금산분리, 경제력 집중 완화, 공공요금 등 관련 경제정책과 조화와 함께 보편적 서비스 제공, 취약계층 보호 등 공익성 확보 장치 마련이라는 보완 대책들이 병행돼야 할 것이다. 더불어 민영화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도 빼 놓을 수 없는 만큼 무엇보다 대상기관 노조의 반발, 지역주민 등 소비자와의 합의 도출도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공기업의 민영화는 민영화 자체가 목표일 수는 없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공기업 정책은 국민생활에 직결되는 공공서비스의 질을 개선하고, 이를 값싸고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도록 경영을 효율화하는 것이 가장 주된 목표다. 단순히 공적 독점을 사적 독점으로 변화시키는 민영화는 아무런 의미가 없으며, 오히려 경제 전반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따라서 공기업 민영화는 민영화 자체에 목표를 두기보다는 시장경쟁, 노동시장의 유연성, 내부성과 보상체계의 도입 등 효율성을 담보할 수 있는 수단들이 동원될 수 있을 때 더욱 의미가 있을 것이다.

공기업의 민영화는 국민생활의 향상, 효율성, 공공공성 등이 함께 고려돼야 한다. 더욱이 최근 들어 공기업에 대한 지탄이 늘고 있는 반면 공기업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 또한 현실이다. 이런 현실을 고려할 때 지금은 “민영화가 과연 만능키인갚하는 의문과 더불어 “주인부터 바꿀 것인가, 아니면 효율성 개선을 위한 구조적 변화 추구가 선행돼야 할 것인갚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병행되어야 할 시기인 것으로 생각된다.  

변상근(중앙일보) : 최근 들어 공기업에 대해 ‘신이 내린 직장’이란 인식이 팽배하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생각하는지.
장 장관 : 일부 부정적인 시각도 있지만 공기업의 투명성이 높아진데 따른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지난날과는 달리 공기업의 내부 정보들이 즉시 공개되다 보니 과거의 문제점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고,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그러한 인식들이 나타나고 있다는 말이다. 여기에다 주로 ‘과거형’으로 알려지다 보니 현재 시정되고 있는 많은 부분들은 상대적으로 알려지지 않는 현실도 이런 부정적 인식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생각한다.    

박시룡(서울경제) : 최근의 고용시장의 불안정도 공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장 장관 : 그렇다. 사실 지난날 민간부문의 발전이 빨랐을 때는 고용시장이 안정됐고, 공기업이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 고용의 안정성이 중시되면서 공공부문이 갑자기 부각되기 시작했다. 한마디로 공기업이 가고 싶은 직장으로 부상하면서 더욱 관심의 대상이 된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에다 공기업에 대한 감시의 눈이 많아진 가운데 국민들의 기대와 평가기준은 더욱 높아진 것도 하나의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김광석(KBS) : 민영화와 관련해 주무당국이 민영화 강박관념에 휩싸여 있다는 느낌이 있다. 끝까지 공기업으로 남아야 할 경우도 많다고 생각한다.
장 장관 : 동감이다. 공공성 등을 고려할 때 공기업으로 남아야 할 경우도 많다고 생각한다. 특히 공기업의 경우 그 기능상 효율성만으로 평가하기 곤란한 경우도 많은 만큼 단순히 비능률이 민영화의 이유가 되어서는 곤란한 경우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김성기(국민일보) : 공기업 효율성은 민영화만이 유일한 해법은 아니다. 문제는 노사갈등인데 이에 대한 정부의 개입이 너무 느슨하다고 생각한다. 
장 장관 : 노사갈등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주로 인건비 부분이다. 그런데 공기업의 경우 인건비와 관련해서는 노사협약이 우선이고 정부는 가이드라인만 정해준다. 특히 노사간 단체협약은 법적으로 보호를 받고 있어 이를 무시할 수도 없다. 따라서 경영평가 등을 통한 간접적인 통제가 가능할 뿐이다. 특히 임원에 대해서는 개별 경영계약을 통해 상당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지만 일반 직원의 경우 ‘툴’자체가 없는 셈이다. 결국 개별 공기업 경영진과 노조와의 타협을 통해 해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허승호(동아일보) : 민영화는 효율을 가져오는 메커니즘이다. 사적독점이 의미 없다지만 내부관리를 강화하는 과정에서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요인이 존재한다. 따라서 만들어진 새로운 이익을 어떻게 소비자의 이익으로 귀속시킬 것인가에 대한 보다 진지한 고려와 함께 민영화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장 장관 : 민영화가 공기업의 효율개선에 도움이 된다는 것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그동안의 경험에 따르면 민영화의 효과는 상당부분 ‘조건의 효과’로 ‘조건이 없으면 민영화 효과도 없다’는 설명도 가능하다. 따라서 민영화는 추진하되, ‘민영화가 바로 효율개선’이란 등식에서는 벗어나야 한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