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환익 사장 약력 1950년 서울 생 서울대 정치학과 뉴욕대 경영대학원 경영학석사 경영학 박사(한양대) 제14회 행정고시 합격 대통령비서실 경제비서실 통상산업부 산업정책국장 산업자원부 무역투자실장 한국산업기술재단 사무총장 산업자원부 차관(2004. 7~2006. 1) 한국수출보험공사 사장(2007. 5~ 현)

한국수출보험공사(이하 수보)는 지난 1992년 창립이후 16년간 우리 수출기업의 든든한 동반자로서 대외거래의 나침반이자 안전판으로서 역할을 다해왔다. 이는 창립 당시 1조8000억원에 지나지 않았던 지원실적이 2007년 91조6000억원으로 사상 최대의 실적을 기록한 사실로 입증되고 있다. 이같은 경험을 바탕으로 수보는 ‘NO.1 Credit & Investment Insurer’라는 중장기 비전을 선포하고, 올해를 수출보험 100조원 시대를 여는 원년으로 삼아 ‘수출 패러다임 선도를 위한 전략적 지원체계 구축’을 경영목표로 설정했다.

이미 상당한 성과를 보이고 있는 해외사업 진출기업과 국내 금융기관과의 연계진출을 통한 금융수출 지원은 올해도 역점사업으로 계속 추진된다. 국가전략사업이자 성장산업인 영화 등 문화컨텐츠 전반에 대해서도 마케팅 단계에서부터 대금회수까지 지원해 제2의 한류 열풍에 일조할 계획이다. 또한 고부가가치 기술산업의 수출 및 에너지, 자원개발 해외사업에 대한 과감한 지원과 함께 환경산업의 잠재성에도 눈을 돌려 과감한 변신을 시도할 예정이다. 이는 빠르게 달라지고 있는 세계경제 흐름 속에서 ‘공익과 수익성의 균형’이라는 조직 목표에 부합하면서도 가장 효율적인 경영을 시현하겠다는 취지에서다. 이런 의미에서 오늘의 주제를 ‘세계경제의 트렌드와 한국경제의 재구성 전략’으로 잡았다. 너무 거창한 이야기 일 수도 있겠지만 수보의 성격상 세계경제 전체의 흐름을 정확히 알아야 우리경제에 도움이 될 효율적인 업무집행이 가능할 것이다.

한국경제 대외진출 패러다임 변화에 일조
최근 세계 경제의 흐름에서 가장 먼저 거론해야 할 부분은 무엇보다 과잉유동성이다. 세계금융자산의 규모가 급격히 커지고 있는 가운데 자본이동까지 급증하면서 유동성은 세계 곳곳에서 넘쳐나고 있다. 일례로 2006년의 경우 세계 금융자산은 167조달러로 전세계 GDP 48조달러의 3배에 이르며, 권역간 투자 또한 74.5조달러에 달한다. 이같은 과잉유동성은 펀드자본주의 전성시대를 열어 국부펀드(3조달러), 사모펀드(2조달러), 헤지펀드(1.5조달러), 공모펀드(25.7조달러) 등 가히 ‘펀드’ 전성시대를 도래시켰다. 이어 투자열풍과 과잉유동성의 폭발이 파생상품과 연결되면서 각종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다. 최근 세계 금융을 일순간에 위기국면으로 몰아넣은 ‘서브 프라임 부실 사태’도 이러한 부작용의 하나다.    

과잉유동성의 문제는 글로벌 인플레이션의 진원지로도 작용하고 있다. 금융시장이 흔들리자 적당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과잉유동성이 원자재로 눈을 돌리면서 원자재와 곡물값이 폭등하고 있다. 실제 지난 1년간 IMF상품지수는 51.4% 상승했으며, 원유에 이어 대두(96%), 밀(80%)등도 급등세를 이어가고 있다. 물론 이같은 원자재가격의 급등은 중국과 인도 등 신흥시장의 거대한 수요를 가장 직접적인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미국은 1000명당 900명이 자동차를 소유하는 반면, 중국은 1000명 당 9명에 불과하다. 따라서 중국과 인도 등 막대한 인구를 지닌 신흥경제권이 자동차 수요를 늘리면서 석유와 철강 등 관련 원자재 가격은 인상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른바 애그플레이션이라 불리는 국제 농산품 가격의 앙등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중국인의 우유, 치즈 소비가 급증하면서 지난해 국내 피자업계가 치즈 파동을 겪은 것이 단적인 사례다. “13억에 달하는 중국인구가 하루 세끼를 모두 먹을 경우 세계는 식량난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가 그것이다. 하지만 급증하는 수요와 함께 글로벌 투기자금의 원자재 투기 또한 간과할 수 없는 교란요인이다. 2000년 이후 글로벌 저금리로 유발된 막대한 과잉 유동성은 1차로 부동산과 주식 등의 자산 버블을 낳았다. 최근엔 과잉 투자에 따른 부작용이 속출하면서 원자재를 표적으로 돌리고 있다. 

세계경제 흐름과 관련해서는 융합과 통합, 고령화, 자원고갈 등도 특별히 관심을 가져야 한다. 불과 수년전 만해도 선택과 집중이 중시됐지만 이미 기술 융합, 산업 융합, 시장 통합, 기업과 기업의 통합은 거역할 수 없는 흐름으로 자리 잡았으며, 이런 추세는 앞으로 더욱 강화될 것이 분명하다. 더불어 급격한 인구고령화에 따른 산업구조의 변화는 이미 눈앞의 현실로 닥쳤으며, 자원고갈에 따른 자원 확보 경쟁 또한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아시아의 부상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인식 변화도 간과할 수 없는 대목이다. 전세계 외환보유고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아시아 국가의 용틀임은 세계 금융시장에 엄청난 변화를 불러왔다. 특히 제조업에 이어 금융에 있어도 공룡으로 변신한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부펀드들은 공격적 투자로 운용형태를 다변화하면서 미국 등 선진국과 마찰을 빚을 정도로 성장했다. 이어 베트남,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도 중국의 뒤를 이를 다크호스로 지목받고 있다. 그동안 비용 수준으로 인식되어 왔던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은 이제 ‘비용이 아닌 투자’라는 인식이 정착되면서 ‘기업의 지속성장을 위한 조건’으로 자리 잡고 있다.

‘돈 수출’ 통한 금융경쟁력 강화 시급
그렇다면 한국경제는 어떤가. 한국은 세계 11위의 무역대국으로 최고 수준의 제조업 경쟁력을 자랑하고 있다. 한국의 수출은 남미 전체보다 크다. 또한 캐나다, 멕시코, 스페인과 비슷한 경제 수준에다 조선, 디스플레이, 휴대폰, 반도체, 자동차, 철강 등에서 세계최고 수준의 생산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과 서비스산업의 경쟁력은 여전히 취약하다. 특히 금융산업의 경우 규모와 수익성 모두에서 열위이며, 해외진출은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  서비스 산업 또한 금융과 대동소이하다. 여기에다 세계 4위의 원유수입국에다 원자재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경제구조도 시급히 해결해야할 큰 숙제다.

우리경제가 안고 있는 이런 현안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여러 방안들이 검토될 수 있을 것이나, 수보도 상당부분 기여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돈 수출을 통한 금융산업 경쟁력 강화, 에너지 관련 사업의 해외진출, 문화컨텐츠 등 서비스 산업의 성장 동력화, 해외 투자를 통한 기업의 성장 동력 확보 등에 상당 부분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가장 먼저 생각할 것은 ‘돈 수출’을 통한 금융산업의 국제경쟁력 강화 방안이다. 금융산업의 국제경쟁력을 강화할 경우 우리는 제조업과는 차원이 다른 수익을 창출해 낼 수 있다. 일례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자랑하는 조선산업을 보자. 국내 조선회사가 1억달러짜리 선박을 주문받아 건조해 얻는 실제 수익은 몇백만달러 수준에 불과하다. 반면 선주들에게 선박대금을 빌려주는 외국계 금융회사들은 자그마치 4000만달러의 수입을 얻는다. 동분서주하며 선박을 수주하고, 복잡한 설계 과정을 거쳐 땀 흘려 배를 건조하는 것보다 앉아서 ‘돈 장사’ 하는 대형 다국적 은행들이 10배 가까이 많은 돈을 긁어 들이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 현대중공업이 ‘세계 1위’라는 후광을 업고 작년에 10% 이상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지만 최근 5년 평균으로는 7.0%에 그친다. 반면 BNP파리바, HSBC 등 외국계 금융회사들이 선박구입대금으로 1억달러를 빌려 주고 받는 이자(연 6%,12년 상환 기준)는 3700만달러에 달한다. 선주들이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은행에서 10~12년 정도의 장기대출로 돈을 마련해 선박을 구입하기 때문이다.

이런 선박금융은 외국계 은행들이 거의 독식하고 있다. 국내에선 산업은행이 홀로 분투 중이다. 국내 시중은행들도 일부 선박금융에 손을 대고 있지만 국내 선주가 배를 살 때만 겨우 참여하는 수준이다. 이처럼 국내 금융회사들이 ‘노다지’를 곁에 두고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경험 부족과 국제결제은행(BIS) 비율도 문제다. 하지만 수보는 이런 점을 해결해 줄 수 있다. 외국은행과의 관계를 활용해 국내은행이 선박금융에 참여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으며, 수보와 같은 공기관의 보증이 붙은 대출은 국제결제은행(BIS) 비율 산정에 반영되지 않는다는 장점도 있기 때문이다.

최근 문화 컨텐츠 등 서비스산업의 성장 동력화를 위해 영화제작에 보험을 제공키로 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수보는 최근 영구아트 심형래 감독과 문화수출보험 협약을 맺었다. 문화수출보험이란 수출계약이 체결된 영화 제작과 관련한 투자나 대출거래에서 발생하는 손실을 공사가 보상하는 제도로 협약이 이뤄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협약으로 심 감독의 ‘라스트 갓 파더(마지막 대부)’는 극장이나 부가판권시장(DVD시장 등)에서 수익을 내지 못하더라도 총 제작금의 70%를 보장받게 된다. ‘마지막 대부’는 제작비 200억원 규모의 코믹 액션물로 내년 여름 개봉될 예정이다. 

영구아트와 첫 문화수출보험 협약 맺어
언론에도 보도됐지만 영화업계는 이 같은 문화수출보험이 침체의 늪에 빠진 한국 영화에 활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앞으로는 괜찮은 시나리오가 있더라도 자금을 확보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일이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최근 한국영화는 스크린쿼터 축소, 시장점유율 하락 등 말 그대로 위기상황이다. 하지만 문화수출보험을 통해 영화산업을 자유무역협정(FTA) 시대에 우리 경제의 차세대 먹거리로 키워 나가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다. 이런 판단에 따라 실질적으로 우리영화 사상 처음으로 미국시장에 영화를 수출한 심형래 감독과 이번 협정을 체결했다.

해외투자를 통한 기업 성장동력 확보와 관련해서는 최근 다녀온 쿠바의 경우를 들어 보겠다. 이번 쿠바 방문은 지난 2001년 한국타이어가 쿠바의 경제난으로 떼인 돈을 받기 위해서였다. 이번 방문으로 수보는 한국타이어에 보험금을 지급하고 아바나 코트라 무역관과 공조해 7년만에 연 6%의 이자까지 합쳐 수출대금 207만 유로를 회수했다. 이같은 결정의 배경에는 쿠바 전력공급에 결정적 위치를 확보하고 있는 현대중공업의 영향이 컸다. 쿠바 당국이 ‘에너지혁명’을 추진하면서 에너지 효율이 높은 한국산 가전제품과 발전기 도입이 필요하다고 판단, 양국 경협에 장애요인이 될 수 있는 빚을 우선 해결한 것이다. 특히 그동안 3국을 통한 간접교역을 해왔지만 협상장에 처음으로 태극기를 꽂으면서 직접교역 통로를 확보했다는 것도 큰 소득이었다. 

쿠바는 인구 1천만이 넘는 카리브의 거대시장으로 한반도 1.1배의 국토를 가지고 있다. 40년이상 폐쇄 경제체제를 유지했으나 지난 2월 라울 카스트로 대통령 정부가 들어서면서 우여곡절이 있겠지만 개방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본다. 쿠바는 천혜의 관광자원은 물론 무상 대학교육으로 국민의 80% 이상이 고등교육을 받아 문맹률이 3%밖에 안되는 등 우수한 인적자원도 갖고 있다. 이런 사항들을 고려하면 거대한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우리의 주력 공산품인 자동차, 전자제품 등에 대한 수요가 있다. 현대중공업 발전기를 시작으로 우리 제품이 이미 현지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LG, 대우 전자제품 점유율이 70%에 이르고, 현대 기아차 점유율도 30% 이상이다. 이 과정에서 수보가 상당한 역할을 했다고 자부한다. 쿠바에 대한 연 수출액은 2005년까지 4천만 달러대였지만 2006년 수보의 LG전자 냉장고 수출보증 등으로 2억 달러대를 넘어섰다. 수보는 지난 2001년 한국타이어, 지난 2006~2007년 LG전자 냉장고 수출지원 등 총 5천만 달러 이상을 지원한 바 있다.

LG전자는 쿠바에 냉장고를 수출하면서 대금의 50%를 1년만에 받고, 나머지 50%를 2년만에 받고 있다. 이것은 특수한 예가 아니고 쿠바와의 거래에서는 보통이다. 이같은 현실을 감안해 수보는 앞으로 쿠바 수출기업에 대한 대금 미회수위험 보장 및 수출대금 조기회수 지원을 강화할 예정이다. 또한 이미 진출한 기업의 인수한도를 상향 조정해 최대 애로사항인 대금미회수 위험을 없애도록 노력하고 있다.

1천억대 순익 공익성 사업 발판으로
사실 수보가 하는 일은 본질적으로 위험을 담보하는 일이다. 따라서 리스크는 항시 존재한다. 중소기업을 상대로 한 일부 상품의 경우 손해율이 1000%가 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금융부분의 흐름을 잘 활용하면 특별한 리스크 없이도 상당한 이익을 올릴 수 있다. 일례로 선박금융 등 대형 프로젝트 금융사업에 연이어 진출한 데 힘입어 순익규모가 2006년 120억원에서 지난해 1천133억원으로 9배 이상 늘었다. 환변동 보험이나 중소기업 수출 등 기존 영업부문 외에 대형 선박금융과 프로젝트 금융, 해외투자사업에 대한 적극적 진출을 통해 이익을 크게 늘린 때문이다. 이익이 늘면서 한국경제의 산업구조 고도화에 도움이 될 다양한 활동을 더욱 활발히 진행할 수 있게 됐다. 우선 석유 등 천연자원을 다량 보유하고 있음에도 국가 신용등급이 낮아 선진국 업체들이 진출을 망설이는 지역에 국내 업체와 금융기관들이 먼저 진출할 수 있도록 대형 해외 프로젝트에 대한 보험제공을 최대한 확대할 방침이다. 또 영화 등 문화 콘텐츠산업의 해외진출을 촉진시키기 위한 문화수출보험 및 영화펀드보험도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더불어 탄소배출권시장을 겨냥한 보험상품도 계획하고 있다. 

중소기업의 수출과 안정적 원자재 수급 등을 돕기 위한 중소기업 플러스보험과 원자재 가격변동보험 등의 사업도 더욱 강화해 나갈 예정이다. 특히 수출 중소기업이 수출과정에서 겪을 수 있는 대금 미회수, 환율 변동 등 각종 위험을 모두 해결해주는 수출보험 상품도 도입할 것이다. 이 보험은 1년치 보험료를 선납하면 수입자로부터 수출 대금을 받지 못할 위험이나 환율 하락으로 인한 피해를 한꺼번에 보상받을 수 있으며 특히 종전까지는 보험금 지급 대상이 아니었던 클레임, 신용장 하자로 인한 피해까지 보상하는 형태로 구성된다. 세계경제 트렌드의 마지막은 바로 윤리경영이다. 이는 수보의 경우에도 다를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도덕성과 투명성에 기초한 윤리경영을 해야 고객에게 최고의 만족을 줄 수 있고, 수출지원이라는 공사 본연의 사명에도 충실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