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중수 사장 약력 1955년  6월 28일 서울 생 1974년  경기고 졸업 1979년  서울대 경영학과 졸업  1986년  듀크대 대학원 경영학 석사  1990년  매사추세츠대 대학원 경영학 박사  1981년  체신부장관 비서관 1982년  한국통신 경영계획과장   1997년  한국통신 인사국장 2000년  1월 한국통신 IMT사업추진본부장 2001년  1월 KT 재무실장(전무) 2003년  1월 KTF 대표이사 사장 2005년  8월 KT 9대 대표이사 사장

여러분들은 지난 1000년간 인류발전에 가장 크게 기여한 사람이 누구라고 생각하는가? 여러 대답이 가능하겠지만 흥미롭게도 인쇄기술을 발명한 구텐베르크라는 조사결과가 있다. 의외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정보전달이 무엇보다 중시되는 지금의 상황에 비쳐본다면 이 대답은 충분히 의미가 있어 보인다. 구텐베르크의 인쇄기술이 알려지면서 책이 일반대중에 널리 보급되기 시작했고, 인류문명은 이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을 정도로 빠르게 발전됐다. 그리고 이는 현대문명의 진보에 하나의 기폭제 역할을 했다. 구텐베르크의 인쇄술 발명이 의도했든 안했든 정보전달 체계에 새로운 혁명을 가져온 것이다.  

정보전달 체계의 혁명은 오늘날 정보기술(IT)과 디지털로 이어지고 있다. 이같은 혁명은 정보전달 체계를 넘어 인간의 감성과 휴머니즘을 중시하는 디지털 휴머니즘을 향하고 있다. 과거에는 디지털기술 자체가 중시됐다면 미래에는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 주고 생활을 풍요롭게 만들어 주는 인간 중심의 디지털 기술이 더욱 각광받게 될 것이란 이야기다. 이런 의미에서 오늘의 주제를 ‘뉴미디어와 컨버전스, 다시 도약하는 한국’으로 잡아봤다.

이야기에 앞서 세계적인 IT강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IT코리아’의 현실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한국은 지난 10년간 괄목할 IT성장에 힘입어 세계적인 ‘IT 강국’으로 평가받고 있다. 2007년 5월 ITU(국제전기통신연합) 발표에 따르면 디지털 기회지수(DOI)에서 우리나라는 3년 연속 세계 1위를 기록했다. 디지털기회지수란 정보통신의 발전 정도를 종합적으로 나타내는 척도로, DOI 1위는 우리나라가 유선 무선 인터넷 인프라가 앞서 있고, 서비스가격이 저렴하며,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 활용능력을 갖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의 IT수준과 관련해서는 그동안 해외언론도 많은 보도를 내놓았다. 2004년 9월 포춘지는 ‘Broadband Wonderland’란 특집기사를 통해 한국의 IT수준을 ‘놀랍다’고 평가했으며, 영국 BBC방송은 한국을 ‘디지털의 미래 모습을 보여주는 나라’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이들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 한국은 지금까지 IT강국으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뽐내왔다고 할 수있다. IT산업은 국가경제 발전도 빠르게 이끌었다. 1990년대 이후 IT산업은 국가경제 발전을 선도해 왔으며, 특히 1992~2005년 IT산업의 연평균 성장률은 15.9%로, 비IT 산업(3.9%)과 비교해 월등히 높았다. GDP 성장기여율 또한 35.2%에 달했다. 한편 IT산업 중 통신산업이 차지하는 비율은 최근 약 35~38%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하지만 IT강국 코리아의 미래가 그리 밝지만은 않다. 최근 IT 산업의 성장이 정체되고 있는 가운데 새로운 성장엔진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IT산업의 성장동력인 이동통신과 초고속인터넷은 각각 가입자수 4,400만(인구대비 보급률 90%)과 가입가구수 1,470만(가구대비 보급률 90%)를 기록하며 포화상태다, 통신시장의 성장률 또한 2004년 11%에서 2005년 7%, 2006년 3%로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반면 전세계적인 방통융합 트렌드에 따라 새로운 성장산업으로 부각하고 있는 IPTV는 법제화가 지연되면서 매년 약 1조원의 경제적 손실을 발생시키고 있다(ETRI-서비스 시장 손실 1300억, 장비손실 5000억, 콘텐츠 제공사업자 등 2차 협력업체 손실 감안).

성장동력 부재로 위태로운 IT강국 위상
한국이 주춤하는 사이 선진국들은 새로운 기술과 인프라로 앞서가고 있으며, 신흥개도국 또한 내수중심의 성장을 통해 급속히 우리를 추격해 오고 있다. 유럽과 홍콩은 세계 IPTV 산업을 선도하고 있는 가운데 일본은 차세대 신(新)초고속망 구축을 통해 IT 인프라 강국 대열에 동참하고 있다. 가입자수가 5억7천만명에 달하는 중국 이동통신은 월평균 7백만명이 추가로 가세하고 있으며, 인도 또한 가입자수가 2억5천만명에 이르고 있는 가운데 매월 1천만명이 늘고 있다. 이같은 현실은 우리가 왜 IT강국을 넘어 뉴미디어, 컨버전스를 통해 새롭게 도약해야 하는가를 잘 보여준다.  

IT 기반의 뉴미디어 컨버전스는 지금 전세계적으로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각광받고 있다. IT를 중심으로 한 산업간, 기술간 컨버전스가 미래사회의 트렌드로 속속 등장하고 있으며, IT를 중심으로 의료, 교육, 금융, 영상, 콘텐츠 등 산업간 융합으로 창출되는 새로운 사업영역이 성장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선진국들은 이미 방송·통신의 융합을 통한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에 나서고 있으며, 건설, 의료, 교통, 물류 등 타산업과의 IT융합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IPTV 뉴미디어 컨버전스 핵심 성장동력
특히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은 IPTV다. 세계 각국은 이미 IPTV를 자율경쟁구도 하에 뉴미디어 산업으로 육성해 나가고 있으며, 세계 211개사에서 실시간 채널 스트리밍 방식의 IPTV 방송을 제공하고 있다. 2001년 IPTV방송을 시작한 유럽은 2003~2004년부터 본격화 단계로 돌입, 2007년의 경우 전세계적으로 약 1,40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다. 이는 2년 전인 2005년과 비교해 미국은 5배, 아시아가 3배, 유럽이 7배가 늘어난 수치다. 이같은 IPTV의 성장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이와 관련, 아이서플라이는 지난해초에 오는 2010년 세계 IPTV시장이 270억달러 규모로 성장하고 가입자수도 6,300만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IPTV시장은 현재 유럽과 아시아를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다. 가입자수 10대 사업자를 살펴보면 유럽이 7개, 아시아 3개로, 특히 프랑스(1위. 2위, 4위)와 홍콩(3위)이 강세다. 세계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프랑스와 홍콩의 경우 무엇보다 IPTV에 대한 정부의 과감한 규제완화가 시장의 성장을 유도했다. 여기에다 방송사업자들이 IPTV를 또 하나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인식하고 협력했다는 점도 시장성장에 불쏘시개로 작용했다. 반면 한국은 Pre-IPTV 가입자수가 150만명에 육박함에도 불구하고 실시간 TV채널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해 세계 순위에 포함되지 못하고 있다.

우리도 하루 빨리 IPTV 육성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IPTV는 강력한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실로 크다. 일각에서는 IPTV 등장이 기존 미디어 시장을 잠식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지만 그렇지 않다. IPTV는 분명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 파이를 키우고 연관사업을 활성화 시킬 것이다. 특히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글로벌 시장을 개척할 것이며, 이를 통한 연관산업의 동반성장도 가능할 것이다. ETRI는 지난 2007년말 IPTV의 활성화 효과가 향후 7년간 생산유발 13조원, 부가가치유발 6.5조원, 고용유발 7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뿐만이 아니다. 한국은 IPTV 특허 최대보유국(319건)으로, 방송서비스가 본격화 할 경우 장비 및 콘텐츠 수출에 있어서 상당히 유리한 고지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최근 국가적인 문제로 등장한 사교육비 절감효과도 상당할 것이다.

뉴미디어와 컨버전스 시대를 맞아 KT도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 2002년 공기업에서 민영기업으로 변신한 KT는 명실공이 한국 통신업계를 대표하는 기업이다. 모기업 격인 KT는 시내전화, 초고속인터넷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고, 주요 계열사인 KTF는 이동통신 시장의 2위 회사다. 올해 4월 기준 재계 서열 9위(민영화된 공기업 포함)인 KT그룹은 KT를 중심으로 이동통신 사업을 하는 KTF, 무전기(TRS) 사업자인 KT파워텔, 인터넷 콘텐츠 사업자인 KTH, 공중전화 사업자인 KT링커스 등 통신, 인터넷 분야 기업으로 전열을 정비했다. 최근 신규 진출한 콘텐츠 분야 기업인 싸이더스FNH(영화 제작), 올리브나인(드라마 제작) 등을 포함해 총 29개 계열사로 구성돼 있다.

KT는 최대주주가 지분 3.5%인 국민연금관리공단일 정도로 소유분산이 잘 돼 있다. 사외이사에 실질적인 권한을 준 이사회 중심 경영과 각 계열사 사장 및 본사 사업부문장 중심의 독립 책임경영 체제로 경영 투명성도 확보하고 있다. KT는 이같은 선진적 지배구조를 바탕으로 국민경제에 기여하고 있으며, IT서포터즈, KT아트홀 등 사회적 책임활동도 활발히 진행중이다.

KT, 뉴미디어 컨버전스 시대 앞장설 것
KT는 시장의 요구에 부응하는 새로운 포지셔닝을 추구하고 있다. 시장이 ‘신규 서비스 제공을 통한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시장 창출’과 ‘컨버전스 플랫폼을 제공하는 협력자’로의 포지셔닝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회사로 변신을 모색하는 등 새로운 포지셔닝을 추구하고 있는 것은 바로 이같은 시장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노력의 하나다. KT는 이같은 뉴미디어 컨버전스 시대의 환경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고객가치 향상을 모든 경영활동의 최우선 목표로 추구하고 있으며, 통신과 미디어 엔터테인먼트의 접목을 통한 신규서비스 개발과 확산에 적극 나서고 있다. 또한 한국의 선진 미디어·컨버전스 서비스와 기술의 글로벌 확산에도 앞장서고 있다.

IT분야에 대한 투자는 소비자의 삶의 질 향상뿐 아니라, 해당산업과 연관산업의 동반성장까지 유도하며 국가경쟁력 확보에 선순환 구조를 형성한다. 이런 의미에서 KT는 그동안의 통신망 중심투자에서 콘텐츠, 소프트웨어 등 산업내는 물론 산업간 연관효과를 확대할 수 있는 분야로 투자를 다원화하고 있다. 2008년의 경우 투자비 2.6조원중 68%(1.7조원)를 와이브로, IPTV 등 신성장 분야와 차세대 망 구축에 배정했다. KT의 투자비율은 매출대비 20% 내외로 국내와 통신사업자(BT 16.2%, AT&T 5.7%, SKT 14.3%, LGT 9.8%)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통신시장의 성장정체와 긴 투자회수 기간으로 인해 투자기피 현상이 일부 초래되고 있다. 따라서 뉴미디어 컨버전스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시장친화적인 규제개선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기업을 규제의 대상이 아닌 협력 파트너로 인식하는 시장 친화적인 규제정책이 아쉽다.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진정한 IPTV 서비스 제공을 위한 시장친화적 IPTV 시행령의 마련이 절실하다. 사업자와 정책부서간 협력도 중요하다. 융합산업의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코디 역할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시장 활성자로서 역할을 하고, 사업자는 시장조성자의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뉴미디어 컨버전스 산업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산업간, 사업자간에 경쟁관계가 아닌 협력관계를 구축해야 하는 만큼 산업간, 사업자간 상생의 윈-윈도 필수적이다. 네트워크를 보유한 사업자는 서비스의 장을 마련하고, 기존 미디어 사업자는 양질의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협력적 관계에 있어야 한다.

결국 △시장친화적 규제정책 △IT 사업자와 정책기관간 긴밀한 연계 △사업자간 윈-윈이라는 삼박자가 잘 어우러져야 우리나라가 IT강국을 넘어 뉴미디어 컨버전스 시대를 선도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