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운하는 정치이슈 보다는 위험요소로 방치되고 있는 ‘강’을 활용한다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추진 여부나 규모보다 ‘어떻게 하면 강을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인가’하는 측면으로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다.”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은 최근 한국시장경제포럼이 주최한 조찬 포럼에 참석, 뜨거운 감자인 대운하, 주택정책에 대한 소신과 함께 낙후된 건설산업의 선진화 방안 등에 대해 소상히 밝혔다. 정 장관의 스피치 내용을 옮겨 싣는다.  <편집자 주>

 

국토해양부는 국민과 가장 밀접하게 연결된 정부부처인 만큼 모든 정책을 수요자, 즉 국민의 입장에서 다루는 것이 중요하다. 민간기업에서 자주 거론되는 고객중심의 사고가 강조되어야 하지만 그동안 이와는 거리가 멀었다. 장관 부임이후 공급자 중심의 시각을 수요자 중심으로 변화시키려 노력하고 있지만 의외로 쉽지 않다. 하지만 원론에서부터 제대로 방향을 잡자는 의미에서 새로운 접근 방향을 정립해 나가고 있다. 이를 위해 우선 △수요자 중심 △시스템에 의한 행정 △기본 중시 △현장 중시 등 4가지 측면에서 패러다임을 바꾼 새로운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먼저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바꾸자’는 것은 국민과 기업의 눈높이에 맞춘 ‘섬기는 행정’을 구현하자는 의미다. 국토해양부의 업무 내용은 사실 대부분이 국민들의 실생활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주택, 도로, 교통, 치수 등 대부분의 업무내용이 그렇다. ‘시스템에 의한 행정’이란 중앙과 지방, 산하기관, 민간기관 간의 유기적인 공조가 중시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지금과 같이 중앙부서에 모든 권한을 집중할 것이 아니라 지자체에 확실한 권한을 주고 대신 책임도 명확히 물어야 한다. 국토해양부는 주택, 도로, 교통 등과 관련해 세세한 사항까지 중앙에서 관장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업무량은 많고, 장작 중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소홀히 하기 쉽다. 이같은 현실은 중앙과 지방조직의 역할 분담을 통해 하루 빨리 해소되어야 한다. 그리고 중앙 부처는 중앙 부처다운 일을 해야 한다.

‘기본으로 돌아가자’는 것은 곁가지가 아닌 본질에 접근하는 것이 문제해결의 첩경이란 생각에서다. 정책을 다룸에 있어 세세한 일에 집중하다보면 정작 중요한 줄기는 잃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이해관계가 뒤엉킨 갖가지 현안에 묻혀 있는 국토해양부의 입장이 바로 그렇다. 하지만 복잡한 문제일수록 기본으로 돌아가면 의외로 쉽게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모든 해답은 현장에 있다’
국토해양부는 특히 현장이 중요한 부서다. 국토해양부 행정의 핵심은 현장이며, 따라서 ‘모든 답은 현장에 있다’고 생각한다. 건교부 시절부터 오랜 경험을 통해 체득한 진리다. 주말이면 현장으로 향하는 것도 바로 이런 생각에서다. 실제 현장을 직접 보지 않고 추진한 정책은 시행착오가 많다.

이상에서 말씀드린 4가지 새로운 정책접근 방향을 근간으로 국토해양부는 △지역과 수도권이 상생하는 국토정책 추진 △토지규제 개선을 통한 기업과 국민 불편 해소 △주택공급 확대와 서민주거안정 △SOC 체계적 확충과 선진교통체계 구축 △물류비 절감 및 물류선진화·적극적 이수와 치수를 통한 효율적 물관리 △국토해양산업의 신성장동력화 △건설산업 선진화와 공공사업 효율화 등 8가지를 주요 정책 추진과제를 선정했다.

먼저 ‘지역과 수도권이 상생하는 국토정책’을 추진하겠다. 지금은 전세계적으로 지역의 글로벌경쟁력이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로, 세계 각국은 기업과 자본의 유치를 위해 거대 지역경제권 형성에 주력하고 있다. 프랑스는 6개의 광역경제권을, 일본은 8대 광역권, 미국은 10대 대도시권 지역 등 거대 지역경제권 형성에 공을 들이고 있으며, 하나같이 지역 자율성과 책임성을 강화해 지역의 특성을 살린 개성 있는 발전을 추진하고 있다. 반면 우리의 경우 지나친 수도권 과밀을 해소하고자 중앙정부 주도의 분산적, 획일적 균형에 치중하고 있다. 이는 수도권 경쟁력 저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이런 분산 정책에도 불구하고 지방발전 효과는 여전히 미흡하다.

이같은 획일적인 중앙 주도의 분산정책은 달라져야 한다. 즉 △분산적, 획일적 균형은 선택과 집중에 의한 특화로 △행정구역 단위의 발전전략은 행정구역을 초월한 광역경제권 전략으로 △수도권과 지방의 대립형 전략은 지방과 수도권의 공동발전 전략으로 △중앙집권적 시혜 위주는 분권과 자율에 입각한 지역발전으로 △국내 경쟁에 치중한 국토정책은 세계와 경쟁하는 열린 국토정책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국토해양부는 이를 위해 △전 국토의 성장잠재력 극대화를 위한 3차원적 지역개발 ?광역경제권 발전을 선도하는 지역 성장거점 육성 △지방과 수도권의 상생발전 △해양영토 관리 강화 등을 실천과제로 선정해 실행해 나가고 있다.

수도권 규제완화 지방특화 병행 추진
특히 지방과 수도권의 상생 발전과 관련해 수도권 규제완화와 지방의 혁신도시 추진이 국민적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먼저 수도권 규제완화의 경우 지난 30년 이상 지속해온 규제의 당위성과 불가피성은 인정하지만 풀 것은 풀어야 한다. 다만 이 경우에도 지방의 발전기반 조성과 연계해 점진적으로 추진할 생각이다. 이는 지난 정부에서 추진해온 분산정책과 관련해서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수도권 규제완화와 지방의 발전을 더 이상 대립적인 차원에서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수도권의 규제를 과감히 완화하면서 지방을 특화해 실질적으로 발전시킬 방안을 찾아야 한다.

토지규제 개선을 통해 기업과 국민의 불편을 해소하겠다. 우리나라의 경우 개발이 가능한 용지 부족으로 선진국에 비해 도시용지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도시용지 비율- 영국 13%, 일본 7.1%, 한국 6.2%). 여기에다 이용절차 또한 복잡하고 경직적이다. 실제 112개 법령에서 397개 지역 지구로 나뉘어진데다 도시계획 절차가 기초-광역-중앙정부로 이어지는 등 엄청난 낭비요인을 안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산업단지 신규개발의 경우 인허가에서 완료까지는 4년 가까운 기간이 걸린다.

▲ 참석자 명단 <가나다 순> 강응선(서울사이버대 부총장) 김광석(KBS 해설위원) 김기천(조선일보 논설위원) 김성기(국민일보 논설위원) 민병문(헤럴드경제 주필) 박무종(코리아타임즈 대표) 박시룡(서울경제 논설실장) 변상근(중앙일보 논설고문) 온기운(매일경제 논설위원) 이도선(연합뉴스 논설실장) 이종재(한국일보 편집국 국차장) 최남현(코리아헤럴드 주필) 최원근(기업&미디어 주필) 추창근(한국경제 논설실장)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복잡한 규제가 먼저 해소되어야 하며, 더불어 도시용지 공급이 획기적으로 확대되어야 한다. 보전가치가 낮은 한계농지, 산지, 구릉지 등의 활용이 적극적으로 추진돼야 하며, 도심 재생과 역세권 고밀개발 등으로 토지의 효율적 활용을 도모해야 한다. 국토해양부는 이를 위해 도시기본계획을 장기발전 구상을 담은 ‘전략계획’으로 전환하는 한편, 도시계획 권한의 지방이양을 추진 중이다. 또한 산업단지 개발절차를 간소화해 산업단지 인허가 절차에 소요되는 기간을 종전의 2~4년에서 6개월 이내로 단축하는  법안을 마련, 지난 9월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최근 국민들의 관심이 지대한 주택공급 확대와 서민주거안정은 일단 수급조절로 문제를 해결할 생각이다. 우리의 경우 집값이 너무 높아 중산층과 서민층의 주거비 부담이 갈수록 가중되고 있다. 실제 주택자가율은 55.6%로 미국(68%), 일본(615), 영국(70%)에 비해 낮은 반면 연소득 대비 집값(4.2배)은 미국(2.7배), 영국(4.1배), 캐나다(2.3배)에 비해 현저히 높다. 특히 수요가 많은 수도권과 도심내 주택공급은 부족한 반면, 수요가 적은 지방은 과잉공급으로 미분양을 보이는 기형적 모습이다. 이런 와중에 지난 정부에서는 집값을 잡는다며 각종 규제를 남발해 주택정책은 꼬일 대로 꼬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런 현실은 결국 원활한 주택공급을 통해서만 해결할 수 있다. 따라서 무엇보다 안정적 주택공급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 특히 대규모 중복 인프라 투자 등 낭비 요인을 안고 있는  신도시 보다는 도심내 공급 확대에 관심을 높일 예정이다. 하지만 김포 광교 등 추진중인 신도시는 차질없이 시행하겠다. 지방 주택경기의 연착륙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 이미 지방투기과열지구와 투기지역을 전면 해제했으며, 전매제한 기간완화, 한시적 세제와 금융 완화에 이어 분양가 인하 등 업계의 자구 노력도 병행해 나가고 있다. 

최근 도심 주택물량 공급과 관련해 재건축 규제완화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재건축과 관련한 규제는 주택가격의 안정이 확실시되고, 개발이익 환수가 되어야 검토가 가능할 것이다. 수도권의 주택가격이 안정되기 위해서는 매년 30만호 정도의 주택이 공급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는 만만치 않은 물량이다. 특히 신도시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도심공급이 정답이지만 택지가 제한되어 있는데다 재건축, 재개발을 확대할 경우 부동산 투기 재현 가능성이 높은 등 장애물이 많다.

재건축 규제완화 아직은 시기상조
SOC확충과 관련해서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완성 위주로 해 나갈 예정이다. 지난 정부의 경우 우선 계획부터 남발하다보니 투자재원 부족 등으로 장기간에 걸쳐 지지부진하게 추진되는 경향이 강했다. 이러다 보니 결국 돈은 돈대로 들고, 주변여건이 바뀌면서 개발계획의 의미와 효용이 줄어드는 폐단이 많았다. 이런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SOC투자는 장기간에 걸쳐 다수의 사업을 진행하기보다는 보다는 선택과 집중을 통한 완성 위주로 추진할 계획이다.

우리나라 물류는 경제의 규모나 수준에 비해 매우 열악해 시급히 선진화 작업이 추진되어야할 대상 가운데 하나다. 우리나라 국가 물류비는 2005년 현재 101조원으로 GDP의 12.5%에 이르는 막대한 규모다. 특히 기업물류비의 경우 매출액 대비 9.7%를 차지해 미국(7.5%), 일본(4.8%) 등에 비해 너무 높다. 국토해양부는 제 3자 물류시장 규모의 확대를 위해 화주기업이 제 3자 물류기업을 활용할 경우 법인세액 감면을 확대할 계획이며, 아울러 초대형 물류전문기업 육성을 위한 방안을 마련 중이다.

江은 장애물 아닌 활용 대상
적극적 이수와 치수를 통한 효율적 물관리도 중요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용 가능한 수자원량은 적은 반면, 홍수와 가뭄은 매년 반복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 연평균 강수량은 세계 평균보다 많지만 1인당 강수 총량은 세계 평균의 8분의 1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대부분 바다로 유실되면서 2011년에는 연간 8억톤의 물 부족이 예상되고 있다. 따라서 물부족에 대비해 수자원을 적극 확보할 필요가 크다. 국토해양부는 이를 위해 친환경적인 중소규모댐 건설과 함께 하천의 개발과 활용에 관심을 높여갈 계획이다.

특히 강 개발과 관련, 강에 대한 이제까지의 개념을 바꿀 필요가 있다. 일례로 중국의 경우 양자강은 단순히 물이 흐르는 강이 아니라 고속도로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다. 우리도 강을 더 이상 위험요소나 장애물이 아니라 활용할 대상으로 할 필요가 있다. 강의 효율적 활용과 관련해 대운하 논란도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를 거창한 대규모 토목사업으로만 치부하거나 정치적 차원으로 접근하기보다 강을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한다는 실질적 차원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매년 홍수가 반복되는 낙동강 하류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 우리나라 강들을 그냥 방치한다는 것은 너무도 위험요소가 많고 비효율적이다.

국토해양산업의 신성장동력화 또한 중요한 대목이다. 최근 주택경기의 침체로 건설업체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해외건설은 사상 최대의 호황을 구가하고 있다. 하지만 고부가가치 부문의 진출은 여전히 미흡하다. 실제 건설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2.9%(2006년 기준)에 달하지만 엔지니어링 부문 점유율은 0.2%에 불과하다. 따라서 전통산업인 국토해양산업과 첨단기술력을 결합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창출해 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인프라와 자원개발을 연계한 투자개발형 진출을 더욱 활성화해야 한다. 이라크 자코-슬레마이난 간의 고속도로를 건설하면서 아르빌과 바자만에 20억배럴의 4개 광구를 확보한 것은 좋은 수범사례다. 경제개발 경험 전수와 프로젝트 수주를 연계하는 것도 좋은 방안으로, 베트남 홍강 수자원개발, 부아난 신도시개발, 가봉 신공항 건설사업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국토해양부는 해외건설의 고부가가치화를 위해 엔지니어링 해외진출을 위한 시장개척자금 지원 규모를 확대하는 등 다양한 지원책을 준비하고 있다. 

변상근(중앙일보) - 경부대운하 이야기가 다시 거론되고 있다. 주무장관으로서 경부대운하의 추진 가능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정 장관 :  경부대운하는 추진을 ‘한다’ ‘안한다’는 차원보다는 ‘어떻게 하면 강을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인가’하는 측면에서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이를 엄청난 규모의 토목사업이나 정치적 이슈로 접근하기 보다는 강물에 대한 이수·치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강은 그냥두면 위험요소이거나 장애물에 불과하지만 이를 잘 관리하고 활용하면 효율성 높은 인프라가 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경부대운하문제는 차분히 다시 논의해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민병문(헤럴드경제) - 수도권 규제완화와 지난 정부에서 확정된 혁신도시 등 지방분산 정책이 상충되는 모습이다. 기왕의 정해진 공기업 이주계획 등은 어떻게 될 것인지. 
정 장관 :  수도권 규제완화는 국가경쟁력 강화차원에서 불가피한 사항이지만 지방의 균형발전 또한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따라서 이는 어느 한쪽에 치우침 없이 균형과 조화를 이루며 진행되어져야 한다. 이런 차원에서 지난 정부가 추진해온 공기업 지방분산 정책은 일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나름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여기에다 상당부분이 이미 진척된  사안이라 되돌리기도 매우 어려우며 지방의 기대도 너무 크다. 따라서 당초 계획대로 진행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일부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일부러 이전일정을 늦출 이유도 없다. 앞으로 진행과정에서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집행해 나가겠다.

박시룡(서울경제) - 토공과 주공 합병이 이슈로 등장하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는 주공이 서민주택의 공급에 전념할 것이란 이야기도 있다. 이 경우 재원마련 방안은 가능한가.
정 장관 :  우선 서민주택공급과 관련해서는 그동안 주공이 중대형 분양 등을 통해 상당한 도움을 받은 것이 사실이다. 앞으로 주공이 소형 서민주택을 낮은 가격에 분양하는데 집중할 경우 재원 마련이 문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토공의 택지개발 이익 등을 통해 상당부분 해결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한다. 만일 부족할 경우 서민주택복지 차원에서 국고보조도 가능할 것으로 생각한다. 주공이 서민주택에 전념한다고는 하지만 이를 단순이 2분법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시장의 상황 등에 따라 신축적으로 접근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주공과 토공의 합병문제는 이미 정기국회에 법안이 제출되어 있다. 하지만 실질적인 합병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더불어 합병과정에서 중복업무 조정 등으로 충돌이 예상되지만 다양한 방법을 통해 무리 없이 해결해 나가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