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경제상황 급변으로 주요 은행들이 중소기업 대출을 꺼리면서 기업은행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30년 공직생활을 거쳐 은행 최고경영자로 변신한 윤용로 기업은행장은 최근 한국시장경제포럼에 참석, “중소기업이 갈수록 어려워지면서 기업은행의 역할이 재조명받고 있다”고 말했다. 윤 행장은 “중소기업에 돈이 돌아야 나라가 살기 때문”이라며 “급변하는 세계금융환경에 대응해 우리 금융산업도 권역별 균형발전과 국제적 경쟁력을 갖춘 선도 금융회사 육성 등을 통해 글로벌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행장의 발언 내용을 전재한다. <정리=최원근 기자>

 

▲ 윤용로 기업은행장 1955년 충남 예산 출생 중앙고 한국외대 영어과 졸업 1987년 美미네소타대학 행정학 석사 1977년 행정고등고시 합격(제21회) 1978년 재무부 국세심판소ㆍ국고국ㆍ      경제협력국ㆍ이재국 사무관 1994년 美 연방준비제도이사회 파견 2000년 재정경제부 은행제도과장 2002년 금융감독위원회 공보관 2003년 금융감독위원회 감독정책2국장 2005년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 2007년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차관급) 겸     증권선물위원회 위원장 2007년 IBK기업은행 은행장(22대)

최근 우리 기업들이 고물가, 고환율 등 세계 경제상황의 급변과 이에 따른 경기침체로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내외 경제 상황의 급변은 특히 우리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으며, 이런 상황은 기업은행의 역할과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우고 있다. 평소에도  ‘중소기업에 돈이 돌아야 나라가 산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주요 은행들이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을 꺼리면서 기업은행은 더욱 더 많은 역할을 요구받고 있다. 

은행 산업의 환경도 크게 변화하고 있다. 점포 수와 경쟁력 관계에 있어서도 이제는 단순히 점포가 많다고 경쟁력이 있다거나 수신 기반이 좋다고 말할 수 없게 됐으며, 필요 이상으로 대형화된 점포와 많은 인원이 은행에게 부담을 주는 경우도 자주 발생하고 있다. 은행은 이제 고객의 다양한 욕구에 따라 세분화되고 차별화된 방법으로 대응해 나가야 한다. 한마디로 은행산업은 조달과 운용 등 모든 부문에서 근본적으로 변하고 있으며, 이런 변화를 바로 읽고 리드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기업은행이 최근 카페형 점포인 ‘IBK월드’ 1호점을 선보인 것도 바로 이런 추세를 반영한 것이다. IBK월드는 개인 고객들이 편안하게 방문해 쉴 수 있는 ‘동네 사랑방’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꾸몄다. 획일화된 은행 영업점 구조를 탈피해 개방형 객장을 적용했으며, 텔러타워, 텔러자동화기기(ATM) 같은 신개념 은행기기를 도입해 단순 업무는 직접 처리할 수 있도록 한 신개념 점포다. 특히 시중은행 일반 점포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60여평의 공간에 직원 6~8명을 배치, 비용은 줄이고 편의성은 증대시켰다. 기업은행은 고객 접근성과 효율성을 염두에 둔 이런 소형 점포를 앞으로도 계속 확충해 나갈 계획이다.

정부의 공기업 민영화 계획과 관련, 기업은행의 민영화도 최근 주요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정부는 기업은행 지분 일부(15.7%)를 우선 매각하고 이후 중소기업정책금융 전담기구인 KDF의 원활한 작동 여부와 연계해 지배 지분(51%)을 매각하는 것으로 일정을 조정했다. 정부가 이처럼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민영화를 추진하기로 한 만큼 기업은행을 중소기업금융 전문 종합금융그룹으로 발전하고자 하는 중장기 목표에는 변화가 없다. 다만 민영화에 대비한 사전 경영 자율성 제고를 위해 남아있는 규제 완화는 여전히 필요하다고 본다.

중소기업 전문 종합금융그룹이 목표
지주회사 전환도 관심거리의 하나다. 특히 지난 9월 29일 국민은행이 지주사 전환에 성공하면서 은행의 금융지주사 형태는 이제 하나의 추세로 자리 잡았다. 기업은행의 경우도 중소기업의 성장 단계별 금융니즈(Needs) 충족을 위한 종합금융서비스체제 구축 및 경쟁력 강화를 위해 금융지주회사 설립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실제 금융지주회사는 자회사간 고객정보 공유 등을 허용하고 있어 효과적인 머니무브(Money Move) 대응체계 구축 및 종합금융서비스 역량 강화에 유리하다. 하지만 당장은 지주회사법과 중소기업은행법 등 관련 법령의 개정이 필요한 만큼 향후 정부의 규제완화 등과 연계해 추진할 계획이다.

기업은행의 최고의 강점은 누가 뭐래도 중소기업 고객기반과 ‘중소기업금융 유전자(DNA)’라고 생각한다. 기업은행은 예금거래까지 합치면 거래 기업수가 약 50만개에 육박한다. 여기에다 은행권 최고의 중소기업 데이터베이스(DB)를 확보하고 있으며, 거래기업과 CEO는 물론 경영 2세대의 네트워크도 구축하고 있다. 이 모든 것들은 중소기업들로 하여금 ‘기업은행과 거래하면 확실히 뭔가 다르다’고 느끼게 만드는 강력한 무기다. 하지만 시중은행과 비교해 조달부문이 취약하고 보험업 등 사업다각화가 다소 부족하다는 것은 기업은행의 약점이라고 할 수 있다. 금융지주회사 추진은 이런 측면의 보강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금융의 자율화, 세계화, 증권화, 겸업화로 요약되는 세계적 환경변화는 80년대 이후 지속되고 있다. 70년대 후반 제2차 오일쇼크에 의한 세계적 인플레이션은 금융소비자들의 금리에 대한 민감도를 높였다. 특히 미국에서는 은행에 대한 수신금리 제한이 비은행권으로의 자금이탈을 가져왔고, 이에 따라 은행의 금리자유화 등 금융자율화가 급속히 추진되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같은 흐름은 80년대 초 시작된 정보통신기술의 현저한 발전과 융합하면서 금융환경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실물부문의 글로벌화와 맞물리면서 금융의 세계화도 큰 진척을 이뤘다. 특히 세계 금융시장의 동조화 현상과 함께 국적을 초월한 초대형 합병과 국제 M&A가 크게 증가하면서 금융시장은 국경을 초월하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여기에다 소비자의 종합금융서비스 수요증대, 금융권간 경쟁 심화, 범위의 경제 추구 등으로 기존의 서로 다른 업종에 대한 자회사나 지주회사 방식 등을 통한 겸업화도 갈수록 일반화되고 있다.

국내 금융산업 경쟁력, 세계와 큰 격차
그렇다면 우리 금융 산업의 상황은 어떤가? 일단 외환위기 이후 건전성과 수익성이 크게 개선되고 있다. 은행의 경우 2006년 13조원대, 2007년 15조원대의 당기순이익을 달성했으며, 2008년 상반기에도 6.7조원의 흑자기조를 지속하고 있다. 재무건전성비율 또한 감독기준(8%-2008년 6월 기준)을 상회하고, 부실채권비율도 지속적으로 낮아져 1%를 하회하고 있다. 증권, 자산운용, 보험, 신용카드사 등 제2금융권의 경영지표 또한 당기순이익과 자기자본비율 등이 모두 상당폭 개선되는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금융산업의 집중도 역시 상승 추세다. 은행의 경우 국민, 신한, 우리, 하나은행의 수신점유율이 61.3%(2008년 3월 기준)에 이르는 등 4대 시중은행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으며, 생명보험 또한 상위 3사의 시장점유율이 56.8%에 근접하고 있다. 다만 증권 및 자산운용사의 대형화는 아직은 미흡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 금융지주회사 방식을 통해 은행, 증권, 보험업 영위가 가능해졌으며, 수익증권 및 보험상품의 판매규제 완화, 신용파생상품의 증권 허용 등 금융의 겸업화도 상당한 진전을 보이고 있다. 이같은 금융의 겸업화는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으로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우리 금융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은 여전히 미흡하다. 선진 금융회사 대비 자본력, 글로벌 네트워크 등은 부족한 수준이며, 은행부문의 비중이 높아 타 권역과의 균형발전은 여전히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선진 금융회사와 대비할 경우 대형화, 겸업화, 글로벌화도 미흡한 수준이다. 은행의 경우 지난 외환위기극복과정에서 정부 주도의 구조조정 결과로 대형화가 추진됐고, 일부 자율적 합병도 진행됐다. 하지만 세계 수준에는 여전히 못 미쳐 세계 50대 은행에 1개 은행도 포함되지 못하고 있다(KB 56위, 우리 65위, 신한 77위, 하나 93위, IBK 118위-2008년 7월 현재).

특히 방카슈랑스, 수익증권 판매 등 초보수준의 겸업화 진행되면서 방카슈랑스 및 수익증권 판매 수익이 2조8천억원(6.7%, 2007년 기준)에 달하는 등 금융상품 판매 백화점으로 부상하고 있지만 이자부문 중심의 수익구조로 이익창출능력에 한계를 보이고 있는 것은 큰 문제다. 그동안 효자 노릇을 해 온 부실기업 회생에 따른 비경상이익 요인이 금명간 사라질 것인 만큼 이에 대비한 새로운 수익창출 원천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다. 실제 은행의 비이자이익 비중은 미국과 일본 등에 비해 현저히 낮다(한국 18.9%-2008년 6월 기준, 미국 47.8%-2006년말 기준, 일본 23.3%-2006년 9월 기준). 자금조달에 있어서 금융채 비중이 꾸준히 증가(2003년 12.3% → 2005년 15.2% → 2007년 20.8% → 2008년 6월 20.9%)하고 있는 현상도 유심히 살펴야할 대목이다. 여기에다 자통법 소액결제 허용문제 등과 관련해 80년대 초 미국과 같은 비은행권으로의 자금이탈 현상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은행, 자금운용 단순성 탈피 시급
증권업의 경우 규모 및 자본력에 의한 업무의 차별화 부족, 위탁매매 수수료 중심의 수익구조, 자본축적 지연 및 투자금융업(IB) 역량 미흡 등으로 여전히 세계적인 수준과는 거리를 보이고 있다. 보험 또한 세계시장 점유율 1%가 넘는 20여개 주요 대형사중 국내 보험사는 전무한 실정이며, 리스크관리 및 판매방식 등 내부경영의 효율성이 미흡한데다 판매채널을 전통적 설계사 조직에 크게 의존하는 등 한계를 보이고 있다. 반면 서민금융기관인 상호저축은행은 활발한 구조조정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건전성도 크게 개선되고 있다. 특히 자산규모가 지난 2003년 30조원에서 61조원(2008년 3월 기준)으로 늘고, 일부지역 중심으로 브랜드(Brand)화가 추진되면서 새로운 역할모델로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단기간 외형 확대에 따른 자산건전성 저하가 우려되고 있으며, 특히 급속히 증가한 PF대출에 대한 부실우려가 상존하고 있다.

이런 당면문제들을 해소하고 우리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금융권역별 균형발전, 국제적 경쟁력을 갖춘 선도 금융회사 육성, 해외시장 적극 개척 및 금융 전문인력 양성 등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먼저 금융권역별 균형 발전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은행·증권·보험을 3대 축으로 하는 금융산업 개편이 필요하다.

은행산업은 무엇보다 자금운용의 단순성을 탈피해 가계대출과 중소기업대출이 교차적으로 증대되는 현상 반복에서 벗어나야 한다. 실제 최근 수년간 정부가 주택자금에 대한 대출을 규제하자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이 급증했다. 하지만 대출기업에 대한 평가 노하우의 부족으로 상당수 은행들이 부실 위험에 당면하면서 또 다시 가계대출로 관심을 돌리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새로운 수익원 발굴도 중요한 대목이다. 저원가성 예금의 축소와 함께 전통적인 단기자금 대출 비중도 축소되고 있기 때문에 비전통적인 분야에서의 우월성 확보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더불어 은행과 자본시장의 균형발전도 긴요하다. 자본시장 중심의 금융구조를 가진 국가가 혁신산업 육성에서 비교우위를 가진다는 것이 다수의 연구결과인 만큼 전통산업과 혁신산업의 균형발전성을 위해 은행산업과 자본시장의 균형발전은 매우 긴요하다. 실제 주식투자자는 기업가치가 높아지면 회수금이 높아지고 손실이 발생해도 손실은 최초 투자분에 한정되므로 성공시 보상이 큰 혁신산업 지원에 적합에 적합하다. 반면 은행대출은 원리금상환에 관심이 높은 반면, 기업가치 상승에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낮아 위험도가 낮은 전통산업 지원에 우위를 갖는다.

은행업과 달리 보험 산업은 종합위험관리 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상장에 의한 자본조달, 상품개발에 대한 자율성 확대, 판매채널 확대에 의한 보험수요기반 확충이 요구된다. 또한 회사별 역량에 적합한 사업모형 및 전략 개발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

▲ 포럼 참석자 명단<가나다 순> 강응선(서울사이버대 부총장) 김광석(KBS 해설위원) 김기천(조선일보 논설위원) 김성기(국민일보 논설위원) 민병문(헤럴드경제 주필) 박무종(코리아타임즈 대표) 박시룡(서울경제 논설실장) 박태욱(중앙일보 논설실장) 변상근(중앙일보 논설고문) 온기운(매일경제 논설위원) 이도선(연합뉴스 논설실장) 이종재(한국일보 편집국국차장) 추창근(한국경제 논설실장) 최원근(기업&미디어 주필) 홍은주(MBC 논설실장)

최고의 덕목은 ‘고객가치 경영’
국제적 경쟁력을 갖춘 선도 금융회사 육성 역시 시급한 과제다. 이를 위해서는 금융회사간 자율적인 인수합병, 자본금 확충 등을 통한 대형화 유도를 유도해야 한다. 금융업종간, 여타 업종간 결합 등 금융 클러스터(cluster) 형성이 중요하며, 중소형 금융사는 틈새시장 발굴 과 특화전략 등 차별화를 추진해야 한다.

해외시장 개척과 금융 전문 인력 양성도 빼놓을 수 없다. 국내시장에서의 소모적인 경쟁보다는 자산 포트폴리오의 다변화 차원에서 해외시장을 개척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 일례로 미국 씨티은행 하나가 해외에서 벌어들인 순익이 70억달러(2007년)임에 반해 우리나라 은행 전체가 해외에서 벌어오는 순익은 4억 달러에 불과한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따라서 금융산업 경쟁력의 원천인 금융 전문인력 양성 지원이 매우 시급하다. 한국은 교육열 등 자식투자에 대한 열정 등으로 장기인력 투자에 대한 DNA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금융전문대학원 기능 강화 등이 시급히 추진 되어야할 것으로 생각한다. 

우리 금융산업은 현재 큰 변혁기의 문턱에 서 있다. 고령화의 진전에 따른 개인들의 투자행태 변화는 펀드, 연기금 등을 통해 자본시장을 포함한 금융시장 전체의 변화를 초래하고 있다. 따라서 경쟁력 있는 금융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관계자들의 지혜와 실행노력이 필요한 시기다.

다행스럽게도 취임 10개월 만에 은행경영자로 변신에 성공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 공무원 생활을 통해 얻은 금융에 대한 거시적 관점과 경험이 CEO로 은행을 경영하는데 큰 자산이 된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 것이 아직은 이르다고 생각한다. 기업은행에는 수십년 이상 CEO로 기업을 이끌어 오신 분들이 많이 있다. 그분들과 전임 선배 은행장과의 만남을 통해 다양한 조언을 열심히 듣고 있다. 특히 모든 문제의 해결점은 오직 고객이 있는 현장에 있다고 생각한다. 평소 직원들에게 ‘오직 고객(Only Customer)’의 정신으로 무장하고 첫째도 ‘고객’, 둘째도 ‘고객’이라는 고객가치 경영의 중요성을 최고의 덕목으로 강조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같은 생각에서다.

“금융(은행)산업의 미래는 인류사회의 미래이며, 아무도 그 미래를 정확히 알지는 못한다. 다만 확실한 것은 고객들은 빨리, 편하게, 쉽게 전달되는 금융(은행)서비스를 원할 것이라는 점이다. 이러한 고객들의 요구에 정말로 창의적으로, 주도면밀하게 반응하는 금융회사(은행)만이 이익과 성공을 기대하고 즐길 수 있는 권리가 있을 것이다”란 한 구절(로이터 발간 ‘은행의 미래’ 중)를 소개하며 이야기를 줄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