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가 혼돈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과감한 규제완화 등 위기극복을 위한 대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정부정책 결정의 핵심에 자리 잡고 있는 박재완 청와대 국정기획 수석은 최근 한국시장경제포럼에 참석, “격변기를 통해 국력의 순위가 재편되기 마련이다. 1994년 부동의 1위였던 일본의 국가경쟁력 순위가 올해 22위이며 우리도 당장의 어려움에 급급하다가는 2∼3년 뒤 확 뒤쳐질 수 있다”며 “위기일수록 체질을 튼튼히 하고 멀리 내다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수석의 발언 내용을 전재한다. <편집자 주>

▲ 박재완 수석 약력 1955년 경남 마산 생 마산중/부산고/서울대 경제학과  하버드대 정책학 석사/하버드대 정책학 박사  감사원 부감사관/ 재무부 사무관/ 대통령비서실 서기관 성균관대 부교수(행정학) 경실련 정책위원장 17대 한나라당 국회의원 한나라당 대표비서실 실장 대통령직인수위 정부혁신규제개혁팀 대통령실 정무수석비서관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비서관(현재)

지금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최대의 화두는 누가 뭐래도 금융위기다. 하지만 오늘은 당장 눈앞의 현안 못지않게 보다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 보고자 한다. 돌이켜 보면 그동안 우리경제는 정말 대단한 속도로 성장해 왔다. 1960년대 초반 100달러대에 불과했던 국민소득은 이제 2만달러에 근접해 있으며, 아프리카의 최빈국들과 비견되던 수출규모는 이미 세계 굴지의 위치로 올라와 있다.

우리경제의 위상을 간단히 살펴볼 수 있는 수치는 또 있다. 세계의 수많은 나라 가운데 인구가 5천만 이상이고 국민소득이 2만달러 이상인 나라는 미국, 일본,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6개국 정도에 불과하다. 인구가 5천만에 약간 미달하면서 국민소득 2만달러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이들 6개국 바로 다음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최근 들어 우리경제의 성장잠재력이 현저히 낮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고도성장단계의 막바지를 지난 우리경제는 지금 성장의 정체기에 놓여 있다. 성장잠재력은 4%대로 떨어지고, 고용창출은 1% 선에 머물고 있다. 특히 심각한 문제로 부상한 청년고용은 OECD 평균인 40%에서 한참 뒤쳐진 27% 선에 머물고 있다. 이는 이미 80%대를 넘어선 대학진학률과는 동떨어진 수치로, 평생학습 등 교육에 대한 구조적 전환의 필요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더불어 에너지 소비구조도 문제다. 전체에너지의 97%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대표적인 다소비국가로 지목받고 있다. 여기에다 온실가스 배출량은 세계 9위에 달하고, 배출량 증가율은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런 우리의 제반 현실들은 선진 10개국과 비교하면 대략 5가지 측면에서 수치상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우선 삶의 질이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떨어지고, 국가의 위상 또는 브랜드는 현저히 낮아 국제사회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란 말이 당연시 되고 있다. 또 높은 교육열에도 불구하고 꼭 필요한 핵심 인재는 여전히 부족하다. 정부의 입김은 강한 반면 신뢰, 안전, 법치 등으로 대변되는 사회자본은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이런 상황은 최근 흔들리고 있는 우리경제의 현실과 직결된다. 따라서 사회 전반에 창의적인 인재를 키우고, 정부의 역할을 줄이는 한편, 사회자본을 충분히 확보해야 국가위상의 제고와 삶의 질 개선에 도움이 된다. 그동안 한국은 경제와 정치에서 기적에 가까운 성과를 이뤘지만 이제 우리가 관심을 갖고 해결해야 할 과제는 사회 내부적으로나 국제적으로 신뢰를 구축하는 일이다.

녹색성장은 신성장동력 전략의 핵심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는 세계 트렌드에도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한다. 세계적인 이슈로 자리 잡은 세계화, 고령화 등에 대해서는 우리도 이미 상당한 관심을 쏟고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이슈로 부상하고 있는 지구온난화에 대해서는 대응이 전무하다고 할 정도로 미흡하다. 특히 에너지 다소비 형태인 산업구조, 도를 넘는 밤문화 등에 대한 구조적 전환을 게을리 하고 있다.

지구온난화에 대한 대응은 매우 시급하다. 지난 8월 15일 이명박 대통령께서 미래비전과 국가전략의 일환으로 ‘녹색성장’을 선포한 것도 바로 이런 맥락에서다. 대통령의 ‘녹색성장’에 대한 관심은 지대하다. 대통령께서는 최근 “녹색전략은 단순히 전력을 만드는 문제가 아니라 ‘신국력창출전략’이다”고 강조한 토마스 프리드먼의 최근 저서 “Hot, Flat, and Crowded”를 탐독하고 있을 정도로 지구온난화와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녹색성장에 특별한 관심을 쏟고 있다.

“The Lexus and Olive Tree” “The World is Flat” 등으로 국내에서도 잘 알려진 저자는 지난 9월 출간된 이책에서 “21세기는 에너지·기후 등 인류생활의 전 분야에 혁명적, 급진적 패러다임 변화가 진행중이며, 녹색혁명만이 유일한 생존·번영 전략”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더불어 지난 10월 초 미국의 브루킹스연구소가 발표한 ‘차기 미국 대통령이 당면한 국제경제 10대 핵심과제’에서도 녹색성장을 ‘글로벌 4대 핵심 이슈’의 하나로 지목하고 있다는 사실 또한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 주고 있다.  

규제완화가 전체시스템 효율 높인다
정말로 모든 것이 너무나  빠르게 바뀌고 있다. 이런 빠른 변화는 국가의 위상도 순식간에 변화시킨다. 잃어버린 10년을 경험하면서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부동의 1위를 자랑하던 일본의 국가경쟁력 순위가 최근 20위권으로 추락한 사실에서도 알 수 있듯, 불과 20~30년이면 국가의 위상이나 패권이 완전히 바뀌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이런 변화는 특히 격변기 일수록 더욱 빨라진다고 볼 수 있는데 지금이 바로 그 격변기에 해당한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이런 격변기를 맞아 우리는 당면한 금융위기의 극복과 함께 녹색성장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최근 열렸던 아셈의 주제가 녹색성장과 금융위기였다는 사실에서도 알  수 있지만 녹색성장은 이제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반드시 추구해야 할 필수과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녹색성장은 성장과 일자리를 준다는 측면에서도 의미가 크지만 지구촌의 일원으로서 반드시 이행해야할 의무다.

녹색성장인 태양광이 IT에 비해 7배나 많은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연구 결과도 나와 있지만  녹색성장은 녹색기술 등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로 일자리 창출에 큰 도움을 준다. 더욱이 현재의 추세로 볼 때 태양광, 풍력 등 녹색성장 관련 산업의 시장은 앞으로 폭발적으로 확대될 것이다. 탄소시대를 넘어 새롭게 등장하고 있는 수소시대에서는 녹색성장 관련 산업이 총아로 등장할 것이 분명해진 만큼 관련 산업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우리가 한발 먼저 선봉에 나서야 한다.

▲ 포럼 참석자 명단(가나다 순) 깅응선(서울사이버대 부총장) 김광석(KBS해설위원) 김기천(조선일보 논설위원) 김성기(국민일보 논설위원) 민병문(헤럴드경제 주필) 박무종(코리아타임즈 대표) 박시룡(서울경제 논설실장) 변상근(중앙일보 논설고문) 온기운(매일경제 논설위원) 이도선(연합뉴스 논설실장) 이종재(한국일보 편집국국차장) 추창근(한국경제 논설실장) 최남현(코리아헤럴드 주필) 최원근(기업앤 미디어 주필) 홍은주(MBC 논설실장)

녹색성장과 함께 경제발전의 밑거름이 될 것이 바로 법치의 확립이다. 법치가 확립되면 불필요하게 발생하고 있는 사회비용을 현저히 낮출 수 있다. 실제 법치의 확립과 사회적 신뢰를 OECD수준으로 높인다면 경제성장률도 상당부분 높아질 수 있다. 더불어 정부의 역할을 줄이면서 전체 시스템의 효율을 높이는 것도 중요한 문제다. 국토의 효율적 활용과 관련, 최근 발표된 수도권 규제완화나 이미 의미를 잃어버린 그린벨트(소위 브라운벨트)에 대한 완화방안 등은 바로 이런 맥락에서 추진되는 사안들이다.

하나 더 덧붙인다면 최근 수도권 규제완화와 관련해 지방에서는 상당한 반대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상대적으로 열악한 지방이 정부의 수도권 규제완화로 인해 더욱 발전이 뒤쳐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하지만 전체 국토의 효율적 활용을 위해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높은 수도권 토지에 대한 활용을 더 이상 인위적으로 묶어둔다는 것은 올바른 방안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정부도 수도권에 대한 과도한 규제는 풀어주면서 다른 한편으로 지방에 대해서는 교부금의 대폭적인 확대 등을 통해 규제완화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할 예정이다.        

보다 자세히 말씀드리면, 정부는 최근 100대 국정과제와 함께 규제혁파를 지원하기 위한 특별감사와 화이트칼라 범죄 처벌 강화 등 정부 임기내 추진할 949개 세부실천과제를 최종 확정했다. 출범당시 ‘선진 일류국가 달성’을 국가비전으로 제시했던 정부가 이를 위해 선정한 100대 국정과제 실천을 위한 액션플랜, 즉 세부실천과제를 모두 확정한 셈이다. 세부실천과제는 기존의 대선공약과 그동안 발표된 각종 정책 등을 중심으로 현 정부가 관철시킬 주요 현안을 총망라한 것이다. 부처별로는 보건복지가족부가 91개로 가장 많고, 다음은 지식경제부 83개, 교육과학기술부 82개, 국토해양부 67개, 외교통상부 65개 등의 순이다. 연도별 실천계획은 올해 247개, 2009년 170개, 2010년 51개, 2011년 24개, 2012년 457개 등이다.

위기일수록 보다 멀리 내다봐야
주요 업무추진 계획을 보면 감사원은 내년 상반기 중 규제혁파를 지원하기 위해 창업 및 공장설립, 금융, 서비스 등 규제 분야별로 특별감사를 실시한다. 법무부는 ‘노블리스 오블리주’ 선진문화 정착을 위해 특가법 등을 개정해 화이트칼라 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국가성장동력 저해범죄를 단속하기 위한 합동수사 태스크포스를 구성한다. 행정안전부는 2012년까지 지방행정체제를 개편하는 한편 지방정부의 권한을 늘리기 위해 중앙의 권한을 지방에 이양하는 작업 등을 추진한다. 국토해양부는 수도권 규제 합리화를 위해 내년 상반기중 국가경쟁력 강화 및 낙후지역 발전을 위한 단기 규제를 정비하고 2012년까지 수도권 관리방식 전환을 위한 중장기 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최근 발표된 100대 국정과제에 대해 “이런 위기 국면에 백화점식으로 국정과제를 나열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라는 이야기도 나올 수 있다. 하지만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는 것도 중요하지만 멀리 내다 볼 필요도 있다. 지난날 우리 부모들은 전쟁이 나도 임시 천막을 쳐놓고 공부를 시켰다. 어린 시절에도 물난리가 났지만 학교는 갔던 기억도 난다. 동서고금을 통틀어 격변기를 거치면 반드시 세계질서나 국력의 순위가 재편된다. 이는 일본의 경우를 보더라도 잘 알 수 있다. 90년대 중반까지만 부동의 1위를 자랑했던 일본의 국가 경쟁력 순위는 올해 22위에 머물고 있다. 우리도 당장 구멍이 뚫렸다고 그것을 막는 일만 해 가지고는 불과 수년안에 국가경쟁력이 확연히 뒤쳐질 수 있다. 

지금 우리에게 가장 절실한 과제는 경제시스템의 효율성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지금의 상황은 10년 전 외환위기 때보다 심각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어렵지만 지금이 기회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다. 위기가 기회라는 말도 있듯이 어려울수록 경제 체질을 튼튼히 하는 일에 더욱 관심을 높여야 한다. 그래야 선진국 진입의 시기를 하루라도 앞당길 수 있다.  

박시룡(서울경제)-금융위기 상황을 맞아 정부가 허둥대고 있지만 위기는 연초부터 충분히 예견된 것이다. 정책입안자들이 실물경제와 거리가 멀어 이런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박 수석-정부 정책담당자들이 시장 상황을 잘 모른다는 지적은 어느 정도는 인정한다. 하지만 나름대로 많은 정보를 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도 알아주었으면 한다. 국제자문단, 해외컨설팅업체, 국책연구기관들로부터 끊임없이 자료를 받아 분석하고 있으며, 이외에도 여러 경로를 통해 다양한 정보를 접하고 있다. 앞으로 현장의 살아 있는 목소리를 정책입안에 더욱 많이 반영토록 노력하겠다.

김기천(조선일보)-정부의 온실가스 저감 등 녹색성장 정책에 대해 산업현장에서는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다. 온실가스 저감 등에 대해 너무 앞서 나가는 것은 오히려 우리에게 불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정부의 정책이 현실감이 너무 떨어지는 것 아닌가.

박 수석-녹색성장 정책은 세부실천계획을 준비중인 만큼 현재로서는 실행계획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녹색성장 정책과 관련해 중요한 것은 관련 기술을 하루 빨리 개발해 관련 산업의 헤게모니를 잡는 것이다. 현재 독일, 일본, 영국 등이 이 분야에서 독보적 기술력을 자랑하고 있지만 여전히 초보단계다. 따라서 우리가 투자를 늘리고 집중적으로 노력한다면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다.

우리가 녹색성장을 통해 기대하는 것은 신재생에너지 자체보다는 앞으로 폭발적으로 늘어날 녹색산업 관련 시장이다. 우리의 자연환경은 태양광이나 픙력발전 등에 불리하지만 관련 부품 등 해당산업의 원천기술을 갖는 것은 엄청난 의미가 있다. 온실가스 저감 등이 산업계에 당장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지만 이는 우리경제가 도약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할 관문이라고 생각한다. 정부도 에너지 소비와 관련한 부담을 점차 늘리면서 기업의 소득에 대해서는 세금을 줄여주는 등 단계적 조치를 통해 산업현장의 부담을 낮출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다. 
   
온기운(매일경제)-지금의 위기를 기회로 삼아야 한다. 최근 고환율이 문제로 지목되고 있지만 이는 수출을 획기적으로 늘릴 기회이기도 하다. 신성장 정책 등을 통해 상대적으로 우위를 점하고 있는 우리의 산업경쟁력을 살릴 절호의 기화라고 생각한다.

박 수석-고환율은 분명 문제이기는 하지만 우리경제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절호의 기회이기도 한 것 또한 사실이다. 정부도 이를 고려해 대대적인 규제완화 등을 통해 기회를 살리려고 노력하고 있다. 신성장 동력과 관련해서는 연말경에 세부 내용을 담은 방안을 발표하기 위해 준비중이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국민들의 이해를 구하는 것이 선결과제라고 생각한다.
 
강응선(서울사이버대)-최근 그린벨트의 활용과 관련해 말들이 많다. 하지만 그린벨트를 만든 가장 큰 이유는 ‘미래 세대를 위해 용도를 보존한다’는 의미였다. 이런 의미에서 이제는 보다 과감히 접근해야 한다고 본다.

박 수석-그린벨트 해제에 대해서는 전향적으로 접근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당초 설립취지를 훼손하는 것은 아니다. 제한된 국토를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하자는 측면이지만 그린벨트 해제 대상은 당초의 취지에서 벗어난 소위 브라운벨트가 대분이다. 앞으로 ‘미래세대를 위해 유보한다’는 당초 도입취지를 보다 적극적으로 반영해 반대 논리에 전향적으로 대응해 나가겠다.

민병문(헤럴드경제)-경제부총리제를 부활해 컨트롤 타워를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박 수석-경제 컨트롤 타워 부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은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부총리가 있을 때 외환위기를 맞았고, 부총리 없이 외환위기를 극복했다. 부총리제는 개발경제 체제나 공산국가처럼 정부가 주도하는 계획경제에서나 유효하며, 지금처럼 정부 부처가 10여 개밖에 안 되는 나라에서 총리 따로, 부총리 따로 두는 것은 옥상옥일 뿐이라고 본다. 더구나 지금 기획재정부장관은 참여정부의 경제부총리보다 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 예산권도 있고 경제정책 총괄권도 있다.

이도선(연합뉴스)-국제금융과 국내금융을 재정부와 금융위로 나누면서 손발이 안 맞는다는 지적이 있다.

박 수석-우리가 외환위기 때 얻은 교훈이 재정과 금융을 분리하자는 것이었다. 당시 공룡 부서인 재정경제원이 견제를 받지 않아 외환위기의 위험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그래서 정부조직 개편 때도 재정부와 금융위를 분리한 것이다. 단 국제금융은 국고와 관련이 깊고 거시정책의 일환으로 봐야 하기 때문에 재정부에 두는 것이 옳다고 판단했고, 이번 사태로 인해 그 생각이 맞았음이 증명됐다. 경제팀 호흡 문제가 자주 나오고 있지만 역할이 서로 다른 부처에 완벽한 의견일치를 주문하는 게 오히려 더 위험하다고 본다.

박무종(코리아 타임즈)-최근 한국의 경제상황 등과 관련, 해외언론의 시각이 문제가 되고 있다. 이는 해외홍보와 관련한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 등 우리 정부의 책임이 더 크다고 본다.

박 수석-해외 언론이 유독 한국에 대해서만 부정적 보도를 연이어 내놓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정부에서도 집중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최근 해외언론의 행태에 대해서는 “해당언론이 한국, 중국, 인도, 러시아 등 신흥경제국을 잘 모르기 때문으로, 이들이 후회할 것이다”는 지적이 있으며, “선진국 언론들이 신흥국 경제의 빠른 발전에 대한 질투가 담겨 있다”는 해석도 있다. 물론 우리의 책임도 크다. 해외언론을 다루는 기능이 취약하다는 지적에 동감하며, 시스템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일례로 외신을 상대로 한 정부 부처의 정례 브리핑 등의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