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금융기관들이 ‘신용붕괴’ 위기에 직면하면서 자금공여자로서의 역할을 위협받고 있다. 정부가 나서서 빈틈을 메워주곤 있지만 정부의 직접적인 개입은 효과가 제한적일 뿐 아니라 상당한 후유증도 우려된다. 산업은행 민유성 행장은 최근 한국시장경제포럼에 참석, “우리는 3% 이상의 경제성장으로 경기연착륙을 유도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신속한 기업구조조정과 신용공여 확대 등이 절실히 요구된다”며 국책은행, 특히 산업은행의 역할론을 강조했다. 민 행장의 발언내용을 전재한다. <편집부>

 

▲ 민유성 행장 약력 1954년 서울 생 경기고/ 서강대 경영학과/ 미 뉴욕주립대 MBA 시티은행 서울 기업금융부 심사역 시티은행 뉴욕 기업재무분석 부장 시티은행 서울 기업금융그룹 지배인 쟈뎅플레밍증권 서울사무소 부소장 리만브라더스 서울사무소 부소장 모건스탠리서울사무소장/지점장 환은스미스바니증권 대표이사 부사장 살로먼스미스바니증권 대표이사 사장 우리금융지주 부회장겸 재무담당 최고임원 리만브라더스 서울지점 대표 한국산업은행 은행장

전세계적 금융위기로 금융환경이 급변하고 있는 가운데 은행의 자금공여 기능이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 금융위기의 진앙지 미국의 경우 은행권 부실여신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위기 국면이 지속되면서 프라임 모기지론과 상업용 모기지 연체율도 상승하고 있다. 여기에다 고용둔화로 신용카드, 자동차 할부 등 소비자대출 연체율도 급증, 신용카드 손실율이 10%(현재 6% 선)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며, GM 등 자동차 빅3의 부실 등 산업 전반에 걸친 침체 우려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런 현실에 비춰볼 때 당분간 금융기관의 정상가동은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며, 신용공급기능 위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실제 은행들의 디레버리지(레버리지 낮추기, 레버리지=총자산/자본)및 자기자본 관리 노력으로 위험자산 회피성향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부동산 대출은 이미 2007년부터 증가율이 감소하고 있으며, 소비자 대출 역시 감소세로 진입하고 있다. 부실여신 축소를 위한 대출심사기준 강화로 기업여신 증가율도 낮아지고 있다.

유럽계 은행은 더욱 심각하다. 전통적으로 미국보다 높은 수준의 레버리지(미국의 20~30배에 비해 유럽은 50배 이상)를 유지해온 때문이다. 유럽의 경우 경기침체와 금융기관의 디레버리지 노력이 겹치면서 자산가격의 급격한 하락과 이에 따른 금융기관 손실 확대, 기업 및 가계대출 축소라는 부작용이 연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러시아, 중국, 인도, 동유럽, 남미 등 신흥국의 성장 둔화도 유럽계 은행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IMF는 2009년 신흥국 경제성장률을 2008년의 6.6%보다 낮은 5.1%로 전망하고 있음). 유럽계 은행의 신흥국 익스포즈가 미국계보다 월등히 크기 때문이다. 유럽은행들의 신흥국 익스포즈는 3.6조달러(2008년 6월말 기준)로, 미국계 은행들의 0.5조 달러에 비해 현저히 많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전세계 금융기관들이 ‘신용붕괴’라는 공통적인 어려움에 직면하면서 자금공여자로서의 역할을 상당부분 상실한 상태다. 이에 따라 각국 정부가 나서 재정지출로 금융기관의 빈틈을 메워주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실제 미국을 비롯한 각국 정부는 개별금융기관에 대한 지원, 유동성 공급 등에 이어 실물경제 부양정책과 주택시장안정책 등을 쏟아내고 있다.

각국 정부 노력에도 실물 침체 가속 
하지만 이같은 정부의 직접적인 시장개입은 효과가 제한적일 뿐 아니라 상당한 후유증도 우려된다. 지금처럼 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에서 정부 재정지출 효과는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일례로 미국의 경우 은행들에 제공된 공적자금이 다시 FRP로 환류 되면서 시중에는 자금이 돌지 않아 실물경제 침체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뿐만 아니다. 대규모 구제금융, 경기부양 조치 등에 따른 재정적자 및 공공부채의 확대는 이후 과잉유동성을 불러 조세부담 증가, 도덕적 해이, 국채금리 상승, 통화약세, 국가신뢰도 저하 등의 악순환도 우려되고 있다.

한국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아 2009년에는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이 실물경제로 본격 전이되면서 내수부진이 심화되고 수출도 급감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당장의 통계를 살펴봐도 사정이 녹록치 않다. 2008년 10월 광공업생산은 전년 동기대비 2.4% 감소했으며, 소비재 판매와 설비투자도 각각 3.7% 및 7.7% 감소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수출 또한 11월의 경우 전년 동기에 비해 18.3%나 감소했다. 자산가격 하락으로 소비심리도 급랭하고 있다. 전국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10월 중순이후 7주 연속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으며, 주가 또한 2007년말에 비해 43.3%(2008년 11월말 기준)나 하락, 소비심리 위축을 부추기고 있다.

이같은 사정은 2009년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주요 경제전망기관들은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잇달아 하향조정하고 있다. IMF는 지난 11월  2009년 경제성장률을 기존의 3.5%에서 2.0%로 하향조정했으며, 국내 기관은 물론, 외국계 주요 투자은행들도 성장률 전망치를 연이어 낮추고 있다. 실물경제의 흐름도 흐리기는 마찬가지다. 실물경제 대부분이 2009년초 마이너스 성장에 진입할 가능성이 예견되는데다 회복세도 과거 외환위기시의 ‘V’자형 회복보다는 ‘U’자형을 보일 전망이다.

내수·수출 동시 둔화에 은행도 여력 없어
국내외 상황을 고려할 때, 우리경제는 3% 이상의 성장으로 경기연착륙을 유도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내수 진작, 신속한 기업구조조정과 기업 신용공여 확대 등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은 최악의 경우 마이너스 성장도 각오해야 할 형편이다. 지난 2008년 3분기 3.9% 성장률을 기록해 외환위기 당시보다는 양호한 상황이지만 내수와 수출이 빠르게 둔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산은경제연구원도 2009년 우리경제는 세계 경기 침체로 조선수주(-28.6%), 반도체(-9.0%), 디스플레이(-6.2%), 건축(-5.6%) 분야가 특히 어렵고, 자동차(-1.7%), 가전(-1.4%0, 석유화학(-1.0%)도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미 미분양 적체 등으로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는 건설업의 경우 그간의 호황에 편승해 외형 성장만 추구해온 일부 한계기업의 정리가 시급한 실정이다. 조선 또한 비슷한 상황이다. 공개적으로 언급하기는 좀 빠른 감이 있지만 일부 대기업에 대해 신속한 구조조정도 필요하다. 실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에서 출혈 경쟁이 진행되고 건설업체 부실과 중소 조선사의 경영난이 악화되고 있으며, 일부 대기업은 유동성 위험에 노출돼 있다.

자본적정성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금융산업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국내 금융산업은 9월말 현재 BIS비율이 전분기보다 0.6%P 하락(자기자본 6.4조원 감소)한 10.8%로 낮아지면서 신용공급 여력이 크게 축소되고 있다. 특히 지난 3분기 주식시장 침체에 따른 평가손실 확대로 은행의 자기자본은 6.4조원 감소한 반면 위험자산은 환율상승 등으로 4.0조원이나 증가했다.

▲ 참석자 명단 김광석(KBS해설위원) 김기천(조선일보 논설위원) 김성기(국민일보 논설위원) 민병문(헤럴드경제 주필) 박무종(코리아 타임즈 대표) 박시룡(서울경제 논설실장) 박태욱(중앙일보 논설실장) 변상근(중앙일보 논설고문) 온기운(매일경제 논설위원) 우득정(서울신문 논설위원) 이규민(전 동아일보 편집국장) 이도선(연합뉴스 논설실장) 이종재(한국일보 편집국국차장) 최남현(코리아 헤럴드 주필) 최원근(기업&미디어 주필) 허인구(SBS 국장) 홍은주(MBC 논설실장) 이상 가나다순

4분기에도 환율상승, 주가하락 등으로 BIS비율 하락요인은 지속될 전망이며, 건설부문의 구조조정, 중소형 조선사 및 중소기업의 부실 확대, KIKO 우발손실 등 향후 자본적정성을 훼손할 요인들은 여전히 산적해 있다. 이에 따라 신용공급 확대를 위한 은행권의 자본확충이 시급한 현안으로 부상하면서 2008년 4분기 이후 은행은 후순위채 발행, 증자 등 10조원 이상의 자본확충 계획을 진행 중에 있다. 하지만 기업부실, 증시침체 등으로 자본적정성이 추가로 악화될 우려가 있는 만큼 시장상황 악화에 대비해 정책적으로 은행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일부 대기업들의 유동성 위험 증대다. 대기업의 부실은 국가경제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중소기업의 그것과는 그 성격이 다르다. 실제 지난 1997년의 외환위기도 97년 1월의 한보철강 부도, 7월의 기아그룹 부도방지협약 대상 지정 등 대기업의 부실에서 시작됐다. 따라서 일부 대기업의 부실발생시 이것이 전체 시스템 위기로 확산되지 않도록 신속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특히 M&A 및 부동산 시장의 침체로 기업의 자발적 구조조정이 쉽지 않은 여건인 만큼 이에 대한 정책적 지원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민영화 통해 경쟁력 갖춘 CIB(기업금융+투자은행)로
이같은 상황은 국책은행, 특히 산업은행의 역할 증대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사실 기업의 구조조정은 이해관계가 얽힌 민간은행으로서는 쉽지 않은 일이다. 민간은행들이 전면에 나설 수 없다면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전향적으로 개입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다 산업은행은 그동안 이같은 소명을 충실히 이행해 왔다. 1954년 설립된 산업은행은 초기 개발금융기관에서 종합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금융 전문은행으로 성장했다. 특히 1950~60년대 전후 생산기반 복구 등 산업화 기반조성에 앞장서온 산업은행은 70~80년대에는 해운산업 합리화, 에너지 합리화 등을 추진하는 등 시대적 요청에 부응해 전략산업 육성, 외환위기 극복 등 시대적 소명을 성공적으로 수행해 왔다.

1997년 외환위기이후에는 △대표 차주로서 외화조달을 통한 기업 및 금융기관 외화 유동성 공급 △대우중공업, 기아자동차 등 경제적 파급효과가 큰 대기업의 성공적 구조조정 추진 △회사채 신속인수, LG카드 정상화 등 금융시스템 안정화 지원 등 구조조정에 선도적 역할을 담당해 왔다. 또한 산업은행은 금융위기가 실물부문으로 전이되는 것을 막기 위한 정부의 노력에도 적극 동참해 왔다. 특히 △금융시스템의 안정성 지원 △중요산업에 대한 선제적 구조조정 지원 △위기에 취약한 중소기업 지원확대 △유효수요 창출을 위한 성장기반 확충 등을 통해 정부의 재정부담 완화와 경기회복 등에 크게 기여해 왔다고 자부한다.

다음은 현안으로 부상하고 있는 산업은행의 민영화와 관련해 말씀을 드리겠다. 산업은행의  민영화와 관련해 정부는 △경쟁력 있는 투자은행 육성을 통한 금융산업의 획기적 발전 도모 △시장마찰을 해소하고 선진형 정책금융체제를 확립한다는 정책목표를 갖고 있다. 이에 따라 산업은행은 당면한 위기극복을 위해 우선적으로 시장안전판 역할을 적극 수행하며, 또한 위기 극복 이후 국내경제 및 금융산업 재편에 대비한 선제적 준비도 병행해야 한다는 두가지 소명을 갖고 있다. 또한 이를 위해 시장안전판 역할 확대, 지분매각(민영화) 연기, 민영화틀(법개정) 조속 마련 등을 당면과제로 삼고 노력하고 있다.

산업은행의 민영화는 산은의 업무에 대한 시장마찰 제기 등으로 지난 2005년부터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이어 2008년 1월 인수위 민영화 방안 발표로 구체화 된 이후 지난 11월 정부가 산은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해 놓은 상태다. 정부의 방안대로라면 산은의 민영화는 △일부 자산 및 부채를 분할, 한국정책금융공사(KPBC) 설립 △금융지주회사 체제로 전환 △산은지주 49% 지분 KPBC에 현물출자 및 매각 등의 순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이 경우 현재의 정책금융 기능은 신설될 KPBC로 승계되며, 상업금융 기능은 산은지주사를 설립해 향후 완전한 민영화에 임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상업금융 부문은 민영화에 앞서 경쟁력을 갖춘 CIB(기업금융+투자은행)로 육성해 기업가치를 제고한다는 계획이다.

‘KPBC+산은지주’ 투톱으로 위기극복 앞장
민영화와 관련해 정책기능의 약화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있지만 이는 기우에 불과하다. 정책기능은 KPBC가 그대로 승계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향후 100% 정부 출자를 통해 만들어질 KPBC는 재정 투입에 비해 훨씬 큰 승수효과를 창출하면서 원활한 자금 공급의 창구 역할을 할 것이다. 레버리지 여력을 활용할 경우 정부 출자분의 약 10배에 달하는 승수효과가 예상되는 만큼 중장기적으로 약 100조원의 지원역량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완전한 민영화 전까지는 산업은행과 투톱체제를 유지하면서 정책금융 기능을 수행하게 된다.

산업은행을 경쟁력 있는 CIB로 육성하겠다는 말씀도 빼놓을 수 없다. 미국의 금융위기 이후 투자은행(IB) 시대는 이제 끝난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있지만 이는 잘못된 시각이다. 세계적인 증권계 IB가 몰락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이 IB시장의 무용론으로 연결되는 것은 옳지 않다. 미국의 경우 상업은행에 IB기능이 강화된 새로운 형태의 투자은행(CIB)이 출현하면서 IB영역의 대형화, 과점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산업은행은 그간 IB기능 강화를 꾸준히 추진해 왔으며, 특히 2009년 자통법 시행과 세계시장 금융 재편을 한국형 CIB육성을 위한 호기로 판단하고 있다.

지주회사 체제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말씀 드리면, 은행과 증권의 겸업화는 이미 세계적인 트렌드다. 겸업주의의 유럽은 은행, 증권업을 겸영하는 유니버셜 체제다. 분업주의를 채택한 미국 등은 지주회사체제를 통해 겸업화를 영위하고 있다. 따라서 분업주의 체제인 한국도 경쟁력 확보를 위해 지주회사 체제는 꼭 필요하다. 결국 지주회사는 분리주의 하에서 CIB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연결고리로, 국내 대부분의 은행도 이미 지주회사 체제를 운영 중이다.

산업은행이 추진 중인 이같은 일련의 계획은 민영화법의 조기처리와 직결되어 있다. 정부은행에서 민간은행으로 대변신을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5~10년)이 소요될 것인 만큼 민영화의 방향성을 확정해 주는 법적 근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실제 일본의 DBJ는 완전민영화에 10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중국(건설, 중국은행)도 최초 지분매각에만 5~6년이 걸렸다. 우리나라의 기업은행도 법 개정에서 최초 지분매각까지 3년이란 시간이 소요됐다. 여기에다 현행 산업은행 체제로는 실질적인 민영화 준비가 불가능하다.

물론 산업은행의 시장안전판 역할과 민영화는 병행되어야할 과제다. 따라서 산업은행은 세계적 금융위기의 확산에 대응해 금융위기 극복을 지원하고, 정책금융공사와 산은지주의 시장안전판 역할 공조로 위기대응 능력을 배가해 나갈 것이다. 또한 금융산업의 발전이 향후 경제성장의 핵심과제라는 점을 명심하고 국제경쟁력을 갖춘 토종 투자은행그룹의 육성을 위한 준비를 지금부터 시작한다는 각오다. 

결론적으로 투자은행은 앞으로도 자본시장과 함께 변신, 발전해 나갈 것인 만큼 미래 준비를 위한 한국형 CIB의 육성은 더욱 절실하다. 또한 시장안전판 역할과 민영화 준비는 상충되는 것이 아니라 병행 추진되어야할 과제다. 민영화 관련 법안 또한 정책금융공사법 제정을 통한 금융위기 조기극복과 산은법 개정을 통한 경쟁력 있는 투자은행 육성을 위해 조속한 처리가 바람직하다고 본다.

질의응답

이도선(연합뉴스)-IB모델은 이미 망가진 모델로 인식되고 있다. CIB 또한 확립된 것이 아니다. 더욱이 산업은행의 민영화는 IB모델이 망가지기 전에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민영화가 추진되어도 문제가 없을 것인가?

민 행장-현재 계획으로는 지분매각 시점까지는 산은지주가 정책금융공사를 위탁관리하면서 함께 움직이기로 되어 있어 아무런 문제가 없다. 또한 완전히 민영화되기 전까지는 정부가 지분을 100% 소유하고 있어 두 개의 정책금융기관이 같이 움직여 레버리지 효과를 더욱 높일 수 있다고 본다.
산업은행은 단순한 상업은행 기능을 넘어 지금도 상당부분 IB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여기에다 수신기반을 더하고 있어 어떤 의미에서는 이미 CIB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 민영화 과정을 통해 산업은행이 추구하는 바는 결국 CIB모델이다. 한국의 금융풍토에서는 CIB모델이 적합하다는 용역결과도 이미 나와 있다. 민영화는 예금 확보가 관건인 만큼 앞으로 점포확대나 금융기관 인수도 검토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규민(동아일보)-민영화가 된 이후에도 그동안 산업은행이 쌓아온 국제적 신뢰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는가? 또한 정책금융기능의 수행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하는지.
민 행장-민영화로 새로 만들어질 정책금융공사는 100% 정부가 출연하는 순수한 정책금융 전담 기관으로, 현재 산업은행에 수행하고 있는 정책금융 기능을 담당하게 된다. 정책금융기능을 넘긴 나머지 부분은 민간부문과 상충이 없는 새로운 산업은행으로 출발하게 된다. 따라서 현재의 산업은행 기능은 민영화과정을 통해 오히려 강화될 것이다.
 
홍은주(MBC)-말씀하신 민영화 전략은 정부측과 어느 정도 교감이 이뤄진 것인가?
민 행장-정부측과는 100% 교감이 이뤄져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다. 일부에서 민영화를 산업은행의 이기주의로 몰아붙이고 있지만 이는 잘못된 시각이다. 특히 세계가 초유의 금융위기를 경험하면서 보호주의로 회귀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는 만큼 앞으로 시장을 통한 정책금융의 시너지 확대가 매우 중요하다는데도 의견의 일치를 이루고 있다.
 
이종재(한국일보)-대우조선 인수가 난항에 직면했다는 이야기가 많다. 한화의 대우조선 인수는 잘 진행되고 있는가?
민 행장- 대우조선은 세계 3대 조선에 해당할 만큼 큰 회사다. 이런 회사를 계속 채권단의 관리 아래에 둔다는 것은 여러 면에서 바람직하지 않으며, 주인 있는 회사로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최근 일부 대기업이 인수합병 후유증으로 고생을 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한화측에 대해 적어도 인수자금의 70% 정도는 이자부담이 없는 자체자금으로 조달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것이 가능하다면 나머지 부분은 산업은행도 지원이 가능하다고 본다. 세계적인 금융위기로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주요자산에 대한 매각까지 고려하고 있는 만큼 한화의 대우조선 인수에 특별한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