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이 지난 현재 그의 생각은 어떠하며 또 서강대는 어떻게 변했을까. 한국대학교육협의회장으로도 활약 중인손병두 서강대 총장은 최근 한국시장경제포럼에 참석 “기업과는 판이하게 다른 대학사회의 문화를 이해하는데 어려움도 많았지만 성과도 상당했다고 본다”며 “서강대를 세계 100위권 대학으로 진입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손 총장의 발언 내용을 전재한다.  <편집자 주>

 

▲ 손병두 총장 약력 1941년 진주 생 경복고/서울대 경제학과 아더D.리틀대 경영학 석사 한양대 경영학 박사  동양방송 기획실 차장 삼성그룹 회장비서실 이사 제일제당 이사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 동서투자연구소장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 서강대학교 총장(2005. 7~ ) 14대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2008.4~ )

생각지도 않게 교육계에 발을 들여놓은 지 벌써 3년하고도 반년이 지나갔다. 서강대 총장으로 취임한 초기엔 그동안 몸담았던 기업과는 판이하게 다른 대학사회의 문화를 잘 이해하지 못해 어려움도 컸다. 하지만 올해 서강대학이 ‘두뇌한국(BK)21’에 새롭게 선정되는 등 그동안 성과도 상당했다고 생각한다. 

푸념으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대학총장의 일상은 생각보다 바쁘다. 학생과 임직원 수도 적지않은 데다 모든 일들이 학기 중심으로 진행되다 보니 많은 현안들이 끝도 없이 이어진다. 반면 재단과 이사회, 교육과학부의 제도적 제한 등으로 총장이 자의적으로 집행할 수 있는 사안은 외부에서 생각하는 것에 비해 턱없이 적다. 또한 효율과 속도를 중시하는 기업과 달리 대학사회의 의사결정과정은 단계가 복잡하기 그지없다. 특히 교수들은 일반적으로 자신들이 직접 참여하지 않은 의사결정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강하며, 의견을 수렴하기도 쉽지 않다. 여기에다 다소 경직적인 교육관련 제도까지 뒤엉켜 대학에 대한 변화와 개혁이 정말 어렵다는 것을 실감해야 했다.

하지만 초기 일부 시행착오와 대학사회에 대한 이해과정을 거치면서 변화와 개혁의 맥을 찾고, 이를 바탕으로 학사운영과 연구 분위기 개선 등 대학운영 전반에 걸쳐 변화를 시도한 결과 이제는 대다수 교수들이 달라진 제도와 기준을 이해하고 잘 적응하고 있다. 또한 빠르게 변화하는 세계화의 물결에 대처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한 결과 대학의 국제화도 상당 수준에 올랐다고 자평한다.

그동안의 노력이 결실을 거둬 서강대학은 지난 1월 6일 경영전문대학원(MBA)과 물리학과가 두뇌 한국 BK21 사업단에 선정됐다. MBA 부문에서 신규 진입 후보 사업단 1위를 차지한 서강대는 서울대, 고려대, 성균관대, 연세대 등 기존 사업단 가운데 최하위 평가를 받은 연세대와 경쟁을 펼친 결과 사업단에 재진입하는데 성공했다. 지난해 사업단 심사 과정에서 무급휴직 중인 교수가 연구진 명단에 포함돼 재평가를 받는 우여곡절 끝에 얻은 결과인데다 4년 동안 해마다 10억원의 사업비를 받아 온 대학들과의 경쟁에서 이겼다는 점에서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

MBA는 재기의 기회이자 새로운 도전의 장을 제공하는 곳인 만큼 엄격한 학사관리와 연구 인센티브 제공, 세계 유수 대학과의 실질적인 복수학위 등으로 이런 성과를 얻었다. 특히 물리학과는 노벨물리학상에 가장 근접해 있다는 점을 적극 알려 신규 사업단에 선정됐다. 실제 서강대는 이성익 교수와 김철민 교수를 영입해 노벨물리학상을 목표로 육성한다는 계획을 진행 중이다. 이성익 교수는 초고속 슈퍼컴퓨터, 뇌파 측정 장치 등의 개발에 쓰일 수 있는 세계 최고의 MgB2(이붕화마그네슘) 초전도 박막을 세계 최초로 제작하는데 성공한 초전도 분야의 세계적 학자이고, 김철민 교수는 양자정보분야에서 한국 최고의 권위자다.

두뇌한국(BK)21 선정…노벨물리학상 목표 
MBA와 물리학과가 ‘두뇌한국 BK21’에 선정된 것을 계기로 ‘세계 100위권의 명문대로 거듭나겠다’는 각오도 다지고 있다. 이번 결과로 학문공동체라는 분위기가 강해지고 자신감도 생긴 만큼 더욱 더 노력해 세계 속의 명문대로 거듭나겠다는 것이다. MBA 과정과 물리학과는 BK21사업단에 선정된 것을 계기로 지원을 계속해 경영대는 향후 5년내 전세계 50위권 진입, 물리학과는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배출을 목표로 노력할 것이다. 특히 ‘서강=인문중심’이라는 공식을 깨고 물리학과를 중심으로 ‘이공 서강’으로 거듭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교수역량 강화 △학사혁신 △행정개혁 △재정확충 △국제화 강화 △시설확충 등 6대 전략을 통해 ‘2010년까지는 핵심 5개 분야를 세계 100위권에 진입시킨다’는 각오다.

최근 기자간담회에서도 밝혔듯이 취임 3년간 여러 변화와 개혁을 통해 학교 발전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간 국내외를 막론하고 우수 교원을 초빙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었고 연구 공간 확보 등을 위해서도 노력해 왔는데 올해는 그간의 노력이 결실을 맺는 해인 것 같다. 특히 작지만 강한 대학으로 변모해 세계적인 대학으로 도약하기 위해 선택과 집중, 스피드 경영 등 CEO 총장으로서 결단과 의지로 국내외 최고 수준의 교수를 초빙하고, 파격적인 연구비 지원 및 연구시설 확충을 추진했다. 이번 2단계 BK21 선정에서 중앙대와 서강대가 최대 수혜자로 평가받고 있는데 학교 규모 등을 고려하면 사실상 우리 대학이 최고 평가를 받은 셈이다. 서강대를 ‘강소대학’이라고들 하는데 그간 ‘작은 것’만 비쳐진 것 같다. 이번 기회를 통해 작지만 강하다는 이미지를 보여줬고 앞으로도 이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대학 경쟁력 강화 위해 정부지원 늘려야 
세계적 수준의 연구 성과 없이 세계적 수준의 교육은 있을 수 없기 때문에 앞으로 다양한 방식으로 세계적 수준의 연구를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더불어 국제인문관 착공, 국제하계대학 운영 등 서강의 국제화에도 힘쓰겠다. 하지만 여전히 부족한 점도 많다. 특히 대학의 재정이 매우 열악한 만큼 이에 대한 정부 지원을 당부하고 싶다. 일례로 미국 명문대인 하버드의 경우 대학 기금이 270억달러 수준인 데 반해 우리는 명문대 5개를 합해도 5억달러가 안된다. 우리나라 최고 대학인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도 세계 200∼300등에 불과한 것은 이처럼 자금력의 차이가 엄청나기 때문이다. 정부예산에서 교육비 비중이 상당히 높지만 고등교육 부문 지원은 매우 작고 사립대는 특히 더 작다. 더욱이 수도권에 위치한 사립대의 경우에는 불이익을 받기도 했는데, 세계 수준의 대학이 나오려면 대학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  

다음은 말도 많은 대학입시와 관련해 간략히 말씀드리겠다. 이미 상당수 언론에도 보도됐지만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르는 수능생이 입학하는 2010학년도까지 본고사, 고교등급제, 기여입학제를 금지하는 소위 ‘3불(不) 정책’ 등의 기존 대입제도가 유지되다가 2012학년도부터는 완전 대입자율화로 진행될 것으로 생각한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는 지난달 15일 2009년도 정기총회를 열고 대입자율화에 따른 대입제도 개선안 등 올해 추진 사업 및 조직 개편 등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교협은 그동안 정부의 대입자율화 방침에 따라 사실상 폐지가 예상된 3불 정책의 경우 사회적 혼란을 감안, 2010학년도까지는 유지하되 2011학년도 이후 대입전형은 사회적 논의를 거쳐 폐지 여부 등을 결정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미 2011학년도 입시부터 대학별 고사를 다양화하기로 결정한 만큼 기여입학제를 제외한 나머지는 사실상 폐지 쪽으로 무게가 실리고 있다. 2011학년도 대입의 자세한 내용은 오는 6월께 발표할 예정이다.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 2012학년도부터는 대학에 학생선발권을 완전히 이양하는 ‘자율화’를 실현키로 했다. 또 대학자율화의 안정적 정착을 위해 입학사정관제도 및 학생부 반영전형 확대 등을 추진하고 대학별 합리적인 전형방식 개발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물론 2010학년도까지는 현행 대입의 기본틀이 유지되고 2011학년도 이후 대입정책은 예상되는 여러 문제에 대한 다각도의 연구와 함께 사회적 의견 수렴을 통해 결정할 것이다. 대입제도의 변경과 관련, 여러 이야기들이 있지만 앞으로 다양한 인재가 들어올 수 있는 여건이 되면 3불은 자연스레 의미가 없어지는 것인 만큼 대학에 선발권을 돌려주는 문제 또한 자연스레 해결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입학사정관제와 학교정보공시제가 올바로 정착되는 것이 중요하며 대학의 학생 선발에 대한 당국의 신뢰 역시 필수불가결하다고 생각한다. 
 
3不정책은 이미 실체 없는 허상
국·영·수 중심의 필기시험, 고교서열화, 기부금입학제를 부정하는 3불 정책은 대입전형기본사항에 들어있는 일종의 ‘대입 규약’으로, 1990년대 후반 입시부터 엄격히 적용되고 있다. 그동안 교육과학부는 3불 정책 위반 대학에 대해 행정적·재정적 제재를 취해왔지만 지난해부터 대학입시 관련 업무가 대교협으로 이관됨에 따라 입시정책에서 사실상 손을 뗀 상태다. 현재로서는 3불 정책이 어떻게 될 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가 없다. 대학입시와 관련된 제도의 변화, 특히 3불 정책의 변화는 매우 민감한 사안인 만큼 앞으로 공교육 정상화, 사교육비 절감, 학생선발의 투명성 확립과 대학의 책임 등 여러 사안들을 고려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3불 정책은 이미 실체가 없는 허상인 만큼 현실에 맞게 고쳐져야 한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다. 실제 입시나 교육환경이 3불 정책이 처음 나왔던 때와는 판이하게 바뀌었다. 따라서 이제는 대학별 특성에 맞는 다양한 인재를 모집할 수 있는 방향으로 학생선발과 관련한 제도의 자율화가 진행돼야 한다. 이와 함께 입학사정관제나 정보공시시스템 등이 자리를 잡고 대학과 고교 등 교육환경이 신뢰를 쌓아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논술 등 대학별 고사에 대해서는 대학이 자체적으로 실시하기로 한 만큼 대교협 차원에서 개입하지 않을 예정이다. 고교등급제와 관련해서는 대입 자율화에 대비해 전국 고교에 대한 자료를 수집 중이다. 고교등급제는 아니지만 특정 항목에 대해 각 학교별 평가를 매기겠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이런 저런 이견이 나오고 있지만 이는 고교별 특성을 알아야 입학사정관제도 등에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필요한 절차라고 생각한다. 대교협은 기존 3불 정책의 틀을 유지하면서도 이처럼 대학의 자율성을 점진적으로 높여나가는 방법으로 사실상 대입자율화를 완성한다는 방침이다. 

사학의 건전한 육성을 위해 사학법을 폐지하고 대체 입법으로 사학육성법을 제정할 필요에 대해서도 많은 논의가 나오고 있다. 특히 다수 사립대 총장들은 사학법이 규정한 개방형 이사제와 대학 심의기구인 대학평의원회 폐지도 요구하고 있다. 현재 개방형 이사제는 전체 사립 148개 대 가운데 31개 대가 선임하지 않고 있다. 대학평의원회도 22개 사립대가 구성하지 않았다. 사실 이명박 정부는 지난 1년간 대학 자율화를 본격 추진해왔다. 교과부도 대학 입시를 대교협으로 넘기고, 학부제 모집이나 교수 충원 같은 규제를 상당 부분 풀었다. 대단히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과감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미흡하다는 반응이며 일부에서는 “1년간 뭐가 달라졌느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따라서 보다 경쟁력 있는 사립대학의 육성을 위해 학사운영을 포함한 관련 규제를 더욱 적극적으로 풀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