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재정의 역할이 강조되면서 지방재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관련 정책의 핵심에 자리 잡고 있는 이달곤 행정안전부 장관은 최근 한국시장경제포럼에 참석해 “국민이 직접 체감하는 민생경제를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지방의 중추적 역할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양적으로 크게 성장했음에도 그에 걸맞은 책임성과 효율성은 미흡한 수준”이라며 “선심성, 낭비성 지출에 대한 통제 등 지방재정의 효율적 관리를 위한 시책 추진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 장관의 발언 내용을 전재한다. <편집자 주>

지방재정의 효율적 운용이 시급한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경제위기로 정부가 지방교부금을 상당 폭 삭감키로 한 가운데 지방세 수입으로 공무원 인건비조차 해결하지 못하는 지자체가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행정안전부가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실태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전남도의 경우 보통세와 목적세를 합한 지방세 대비 인건비 비율이 평균 71.2%를 기록해 전국 16개 광역자치단체 평균(22.6%)을 크게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인건비 미해결 군단위 자치단체 86곳 가운데 담양, 신안, 진도, 완도, 장성, 함평, 무안, 해남, 강진, 장흥, 보성, 고흥, 구례, 곡성 등 전남도내 군이 14개나 포함됐다. 완도군(7.2%)의 경우 전국 군단위에서 재정자립도가 전국 평균(17.8%)를 크게 밑돌아 최하위를 기록하기도 했으며, 광주 5개 자치구는 전체가 지방세로 인건비를 충당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물론 지방재정의 전체 상황은 그리 나쁘지 않다. 올해 지방재정 예산은 전년도에 비해 10.1% 증가한 137조5000억원이다. 세입 재원별로는 지방의 자체수입이 58.6%(80조7000억원), 중앙정부로부터 지원받는 의존수입이 38.6%(53조원), 지방채를 통한 조달이 2.8%(3조8000억원)를 차지하고 있다. 세출별로는 사회복지 관련이 17.6%(24조1000억원)로 가장 비중이 높으며, 이어 수송 및 교통 13.4%(18조4000억원), 국토 및 지역개발 10.6%(14조5000억원), 환경보호 10.55%(14조4000억원), 일반 공공행정 7.35%(10조3000억원) 등의 순이다. 한편 지방자치단체의 부채는 19조원 규모로 중앙 정부에 비해 상대적으로 건실한 편이다.

지자체 의욕 과잉…수입 비해 지출 과다
하지만 지방재정은 최근 여러 문제들로 상당한 어려움에 봉착해 있다. 우선 지방자치제가 정착되고 지자체들이 의욕적으로 각종 사업을 시행하면서 수입에 비해 과다한 지출이 일상화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방재정의 상황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지만 절약을 하려는 의지는 찾기가 어렵다. 여기에다 기초자치단체의 경우 중앙 정부로서도 마땅한 규제수단이 없다. 최근의 경제위기도 지방제정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경제위기 극복과 관련해 중앙정부의 재정지출 확대를 통한 경기부양이 진행되는 가운데 소비감소에 따른 세수 감소, 각종 세금에 대한 경감조치로 국세 수입이 줄면서 지방교부금이 줄고, 지방세 수입 또한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부양을 위한 재정지출 또한 지방재정을 압박하는 주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경기부양을 위한 재정지출의 경우 매칭 펀드 방식으로 진행되는 만큼 중앙정부의 투자규모에 따라 해당지자체의 지출이 늘고, 이에 따라 지방채 발행도 늘고 있다.

반면 국가경제에서 차지하는 지방재정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특히 최근의 세계적인 경기불황과 이에 따른 경제위기는 중앙과 지방의 총력 대응을 요구하고 있으며, 국민이 직접 체감하는 민생경제를 정상화하고 서민생활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지방의 중추적 역할이 필수적이다. 실제 지방재정의 조기 집행, 희망근로 프로젝트를 통해 지역경제를 부양함과 동시에 서민들의 생계지원을 위한 일자리 확충 등에 있어 지방재정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지방재정은 양적으로 크게 성장했지만 아직까지 그에 걸맞은 책임성과 효율성은 미흡한 수준이다. 특히 유사 중복된 행사성 축제의 난립, 재정규모에 맞지 않는 호화청사 건립 등 선심성 낭비성 지출에 대한 사회적 비판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매년 1000회를 넘고 있는 지방축제의 합리적인 통폐합 대책, 과대 청사 신축방지 대책 등 효율적 재정관리를 위한 시책의 발굴과 추진이 시급한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지방재정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재정구조 개편 또한 당면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현재의 세입구조를 살펴보면 지방세의 비중이 낮고, 재산과세 중심으로 돼있어 지방의 경제활성화 및 소비촉진에 대한 성과가 대부분 국가로 귀속되고 있다.

일례로 서산 대산공단의 경우 지방비 130억원을 투자해 공단을 조성, 5000여명의 인력고용 창출에 이어 16조6000억원(2006년 매출기준)의 매출을 유발했지만 국세는 2조7000억원에 달한 반면 지방세는 국세의 0.7%인 188억원에 불과했다. 이같은 현실에 따라 대부분의 자치단체가 세수를 늘리려고 노력하기보다 교부세 보조금 등 의존재정 확보에만 주력하는 구조적 한계에 봉착해 있다. 따라서 지방세 중심의 재정구조 개편을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지방세확충-재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 체제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특히 국세 일부를 지방세로 전환해 지방소득세와 지방소비세를 도입하고, 성과 중심의 교부세 제도를 병행해 추진하야 할 필요가 있다.

과도한 지역축제·호화청사 등 개선 시급
이 같은 문제점 해소를 위해 행정안전부는 지방재정의 효율적 운용방안을 모색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 특히 내수 진작을 통한 경기활성화, 급속한 실업발생 억제를 통한 민생안정, 경기회복을 위한 기회조성 등을 목표로 지방재정의 조기집행에 관심을 집중, 상반기중 60%의 자금집행을 목표로 지방재정 조기집행을 위한 제도개선, 공공사업 활성화, 예산집행 실명제 도입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불요불급한 재정지출에 대한 개선책으로는 먼저 지역축제의 자율 통폐합을 유도하고 있다. 지역축제는 전국적으로 937개로 파악되고 있는데, 이는 246개 지자체를 기준으로 할 경우 연 평균 3.8개의 지역축제들이 열리고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지역별로는 서울 134개, 강원 112개, 경남 110개, 경기 107개 순이다. 지역축제는 약 79%가 지자체 시행(96년) 이후 신설된 것이며 2000년 이후 신설된 축제도 전체의 53% 수준에 이른다. 시기별로는 4~5월, 9~10월에 지역축제의 63.3%가 집중되어 있으며, 유형문화예술축제, 관광특산축제가 전체의 79.4%에 달한다. 관 주도의 축제가 약 66%로, 이중에서도 시와 도가 주관하는 58개를 제외한 562개 축제가 기초자치단체의 주관으로 개최되고 있다.

물론 다수 지자체에서는 지역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지역축제를 문화관광 자원화하고, 인센티브 지원, 대표축제 육성 등을 통해 자발적으로 축제의 질적 향상을 위해 노력하는 등 긍정적인 임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지역축제 구조조정 현황을 살펴보면 지역경기 둔화, 실업자 급증 등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면서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지역축제를 정비해 절감된 재원으로 일자리 창출 등 지역경제 활성화 사업에 활용하는 자발적 예산효율화가 추진되고 있다. 특히 축제 잠정중단, 프로그램 축소, 주기조정 등 다양한 방법으로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으며, 조정실적은 총 937건중 57건, 금액으로는 49억20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행정안전부에서는 유사 중복사업 편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축제 등 행사성 사업의 재정 투용자 심사 범위를 확대하는 부령 개정을 검토하고 있으며, 민간행사보조 일몰제(3년) 도입 및 위반시 보통교부세 감액조치 등을 사전대책으로 검토중이다. 평가와 인센티브를 통한 자율구조조정을 유도하는 사후대책도 마련중이다. 여기에는 보통교부세 인센티브 항목에 행사 성 경비운영을 별도의 항목으로 신설 운영하는 방안과 함께 하반기부터는 축제 통폐합 우수사례에 대한 특별교부세 지원도 함께 추진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축제성 경비비중 등에 대한 언론공시 및 예산성과급 제도 활성화로 지역주민과 언론 등을 통한 자율평가와 통제 강화도 추진할 계획이다.

지방소득세·지방소비세 도입도 추진
과대 호화청사 신축방지 대책도 추진중이다.  민선자치 이후 재정규모 등을 고려하지 않은 과대 호화 청사 신축은 지속적으로 증가해 왔으며, 이에 따른 예산낭비 문제가 국회와 언론 등을 통해 자주 거론되어 왔다. 정부도 투융자 심사를 실시하지 않고 청사를 신축할 경우 지출금액 전액만큼의 교부세를 감액하는 제도를 지난 2008년 12월 도입했다. 이어 올해 2월 모든 본청 의회청사 신축시 투융자 심사를 의무화 했다. 또한 자치단체 조례로 정하고 있는 청사면적기준을 대통령령으로 정하고, 청사 운영상황 등을 주민에게 공시할 수 있도록 법적근거를 마련 중이며, 지방단체가 전문기관을 선정해 실시하던 청사 신축 타당성 조사를 행정안전부가 정하는 전문기관에서 하도록 지방재정법 시행령도 개정중에 있다. 아울러 기존 과대청사를 적정하게 활용하도록 유도하고 지방행정체제 개편추진과 연계해 모든 지방청사 신축을 억제하는 조치도 병행하여 진행하고 있다. 

불요불급한 재정수요의 억제와 함께 지방재정의 경쟁력 강화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사실 지방자치 실시 이후 지방의 기능과 역할이 강화됐음에도 불구하고 재정자립도는 오히려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국가재정에 대한 의존이 심화되고 있다. 이같은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세 일부를 지방세로 이양해 지방이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행정안전부는 지난해 12월 발표한 지역활성화 대책에서 지방소득세와 소비세를 10년 도입을 목표로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으며, 현재 민간전문가 특별위원회가 구성되는 등 후속조치들이 진행중이다.

지방재정경쟁력 강화와 관련한 주요내용은 지방소비세와 지방소득세의 도입이다. 먼저 지방소비세의 경우 부가가치세의 일정률을 지방세로 이양해 민간소비지출을 기준으로 시도에 안부하며, 지방소득세는 국민의 납세부담은 올해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국세의 부가세인 소득할 주민세를 독립과세로 전환한다는 내용이다. 정부는 이미 시안을 마련해 의견수렴과정에 나서고 있으며, 6월 이전에 최종시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지방교부세의 합리적 개선도 추진중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지자체의 세출절감, 세입증대 자구노력 부족, 국가주요시책과의 연계 미흡 등의 문제점을 해소가 중요하다. 정부는 이를 위해 기준 재정수입이 기준 재정수요에 미달하는 자치단체에 대해 그 부족분을 기준으로 산정해 교부하고 있는 보통교부세 산정방법부터 합리적으로 개선한다는 계획이다. 이어 녹색성장 등 국가 시책과 연계한 지역인프라 관련 수요 보정 강화 등의 개선 방안도 마련하고 있다. 건전재정유도와 성과창출 연계를 위한 인센티브도 확대해 인센티브 반영규모를 현행 1%에서 5%로 연차별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외 복잡한 지방세법을 분야별로 전문화해 지방세 기본법, 지방세법, 지방세특례제한법 등 3개 법으로 나누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참석자 질의응답

변상근- 지난 정부, 특히 노무현 정부가 지방화 시대를 주창해왔지만 최근 이같은 흐름에 상당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지방화라는 그동안의 기본철학과 정책목표에서 달라진 것이 있다면?
이 장관- 상당히 달라졌다고 말할 수 있겠다. 무엇보다 거창한 계획발표 보다는 ‘실제’를 중시한다는 것이 근본적인 변화다. 실제 지난 정부의 경우 ‘실천’ 보다는 ‘계획’이 앞섰지만 지금은 ‘성공 로드맵’을 중시하고 있다. 지방화 관련 정책도 단순한 지방분권화에서 벗어나 전체적 업무차원에서 이양하는 방법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같은 변화는 자칫 지방분권이 후퇴되는 양상으로 비춰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말만 앞섰던 지난 정부에 비해 보다 큰 실질적이고 큰 차원에서의 지방분권이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박시룡- 정권마다 정책적 성역이 있어 왔지만 지방자치는 특히 지난 정권을 거치면서 성역화된 감이 있다. 하지만 국가발전과 국민 편익과 차원에서 지방자치에 대한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지방자치에 따른 각종 인허가 업무의 이양은 기업들에게 오히려 많은 불편을 주고 있다는 지적도 많다.
이 장관- 옳은 지적이다. 정부도 이같은 문제점을 인식하고 개선의 방향을 찾고 있다. 하지만 선거직 지자체 장의 영향력은 생각보다 강력하다. 여기에다 지방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올바른 공론이 만들어지기가 어렵다. 지방자치에 대한 기초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다는 생각이지만 그렇다고 중앙정부가 개입하기에도 한계가 있다. 실제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지방교부금을 간섭과 통제 정도다. 지자체장 선거를 의식한 선심행정은 특히 문제다. 하지만 재정적인 유인에 대한 제한을 활용하고, 다양한 지표 공시제도 등을 통해 어느 정도 제한을 가할 생각이다. 지자체 활성화로 주민들의 편익이 획기적으로 개선되는 등 긍정적인 변화도 많았지만 선거를 의식한 무분별한 재정집행에는 주민들의 강력한 통제가 여전히 필요하다고 본다.

이규민- 행정구역 통합이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상당수의 지자체가 주민의 편익과는 거리가 먼 기형적인 모양을 띄고 있으며, 일부 지자체의 경우 주민수가 최소한의 행정단위에도 미치지 못해 예산의 낭비란 지적도 많다.
이 장관- 사실이다. 특히 도서지역 등은 이런 문제로 고민이 많지만 문제 해결이 쉽지 않다. 행정구역의 변화는 해당 주민들의 합의가 있어야 하지만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보니 합리적인 방안이 도출되기 어렵고, 주민투표 등을 통해 공식기구가 문제를 제기해야 하는 절차도 문제다. 행정구역 통합과 관련해서는 국회차원에서 2014년 선거에 대비해 행정구역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작업을 진행중인 만큼 이와 상치되지 않는 범위에서 현실적인 대안을 만들어 나가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