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신동규 전국은행연합회장
“한은 검사권 부활, 보험사 지급결제 허용 옳지 않다”
|
글로벌 위기국면이 해소되면서 국내 은행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자본 건전성 확충 방안이 다시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이와 관련, 신동규 전국은행연합회장은 최근 한국시장경제포럼에 참석 “규모의 영세성과 낮은 글로벌화 정도가 여전히 과제지만 최근 국내 은행들은 양호한 성장세를 이어 가고 있다”며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반면 “한은에 은행 검사권을 부여하는 한은법 개정안과 보험사에 일부 지급결제권을 허용하는 보험업법 개정안은 여러 부작용이 예상된다”며 반대의 입장을 분명히 했다. 신동규 회장의 발언 내용을 요약한다.
최근 우리은행들은 성장성 측면에서는 양호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지난 1월의 경우주택담보대출의 증가규모가 다소 축소된 반면, 기업대출이 플러스 전환되면서 전체 여신규모는 3.2조원 상승했습니다. 수신 또한 CD와 은행채 감소에도 불구하고 정기예금이 사상최대(+23.1조원) 규모로 확대되면서 15.7조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수익성 측면에서는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내은행들의 당기순이익은 전년대비 0.7조원(8%) 감소한 7.1조원을 기록했으며 특히 4/4분기의 경우 전분기에 비해 큰 폭으로 감소한 1.5조원(3/4분기 대비 1.4조원, 48.3% 감소)을 기록하는 부진을 보였습니다.
부실채권 비율이 낮아지는 등 건전성 부분은 개선 추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은행의 부실채권비율(이하 NPL)은 1.22%로 9월과 비교해 0.26%p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실제 금호그룹 관련 부실채권 발생에도 불구하고 가계여신과 주택담보대출 NPL비율이 각각 0.48%과 0.37%로 산출 이래 최저치를 달성했고, 중소기업여신 NPL비율도 1%대(1.82%)로 진입했습니다. BIS비율 역시 9월말 현재 14.07%로 6월말과 비교해 0.33%p 상승하며 사상최고치를 시현하는 등 매우 안정적인 수준을 보이고 있습니다. 유동성에 대한 걱정이 많지만 2009년 9월말 기준 일반은행 예대율은 112.4%(CD 제외)로 미국(CD 포함 112%, 2008년 7월말 기준)과 비교해도 높지 않은 수준이며, 유동성 비율(115.0%, ‘09. 9월말 기준) 등을 고려할 때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대외 외화차입 여건 개선 등에 따라 외화유동성비율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수준(101.7%)을 상회하는 등 양호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
서울대학교 경제학 학사
영국 웨일즈대학교 금융경제학 석사
경희대학교 경제학 박사
금융정보분석원장
재정경제부 기획관리실장
한국수출입은행 은행장
전국은행연합회 회장(현재)
근정포장(1984년)
황조근정훈장(2002년)
제1회 글로벌금융대상(2005년) |
하지만 규모의 영세성과 낮은 글로벌화 정도는 여전히 문제입니다. 우리나라는 경제규모(‘08년 명목GDP 기준 세계 15위)에 비해 은행들의 규모가 작은데다 국내시장에 집중하고 있어 국제경쟁력이 상당히 취약한 실정입니다. 2008년 『The Banker』지에 따르면 세계 1000대 은행 중 총자산기준으로 우리금융이 81위, 국민은행이 87위, 신한은행이 89위를 기록해 경제규모에 비해 은행규모가 상당히 작은 편이며, 세계 81위인 우리금융의 총자산 규모는 1위 은행의 6.6%, 10위 은행의 12.2%, 50위 은행의 53.1% 정도에 불과한 수준입니다. 글로벌화 역시 미흡합니다.
국내은행은 외환위기 이후 해외점포를 급격히 축소하다 최근 세계화 진전 및 신시장개척 필요성 등으로 해외진출을 늘리는 추세입니다. 하지만 1997년말 190개에 달했던 해외점포수는 76개까지 대폭 감소한 이후 최근에야 91개로 늘었습니다. 다국적 기업의 국제화 수준을 나타내는 TNI(Transnationality Index) 또한 외환은행이 11.1%로서 가장 높지만 UBS(76.5%), 씨티그룹(43.7%) 등 글로벌은행은 물론 일본의 미쯔비시 UFJ(28.9%)보다도 현저히 낮은 수준입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은행업 경영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조항이 포함된 한국은행법, 보험업법, 근로자퇴직연금 등에 대한 개정안이 국회에 개류 중에 있어 걱정을 더하고 있습니다.
질의 응답
문) 금융위기 이후 은행 경영환경이 크게 달라지고 있습니다. 올해 국내 은행산업의 경영환경은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답) 올해 우리은행들은 건전성을 제고하면서 수익성 개선 및 성장성 증대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됩니다. 먼저 거시경제여건은 경기회복 및 금리상승으로 이자마진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고용부진 및 가계의 부채부담이 지속되는 점은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입니다. 금융시장은 정부의 중소기업대출 지원 축소 조치 등 부정적인 요인과 환율변동성 축소, 주가강세 등 긍정적인 요인이 공존할 것입니다. 시장구조는 구조개편을 통해 금융산업의 대형화 ?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질 것으로 보이며, 업권간 경쟁은 심화될 전망입니다. 또한 국책은행의 민영화, 은행권내 및 은행권과 비은행업권간 M&A 확대 가능성, 금융지주회사법 개정 등을 통한 대형 비은행금융회사의 경쟁력 제고 등 시장구조의 변화 가능성도 높습니다.
이에 따라 은행권 시장집중도 심화, 금융산업의 대형화 및 겸업화 확산, 대형은행간 및 대형은행-대형비은행 금융회사간 경쟁 심화가 예상됩니다. 더불어 G-20 등을 통해 논의되고 있는 금융시스템 안정성 강화를 위한 금융규제 ? 감독체계 재편 방안 등은 은행의 위상을 높이는 동시에 은행산업에 대한 규제 또한 강화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문) 올해 국내은행들의 성장성과 수익성은 어떻습니까?
답) 우선 경기회복에 따른 대출 수요 확대와 해외진출 여건 개선, 은행산업의 구조개편 등이 국내은행의 성장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주택담보대출 부실위험에 대비한 건전성 규제 강화와 지난해 크게 확대된 중소기업대출에 대한 신용위험 관리강화는 은행의 자산 성장세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국제적 논의에 따른 자본 및 레버리지 규제 강화는 자산 성장세를 제한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수익성도 금리상승과 경기회복으로 인해 다소 개선될 전망입니다. 특히 금리상승 기조의 지속과 산업구조 개편을 통한 과당경쟁 해소에 힘입어 이자이익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만 은행권과 비은행업권간의 경쟁심화는 예대마진 축소를 통해 이자이익을 감소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수수료상한 규제, 투자자 신뢰상실과 투자자 보호 강화로 인한 투자상품 판매 위축 등으로 수수료수입 증가는 다소 낮아질 전망이지만 구조조정 효과로 충당금은 전년도에 비해 상당 규모 감소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문) 위기상황이 다소 해소됐지만 자산 건전성 부분에 대해서는 여전히 관심이 높습니다.
답) 올해 국내은행의 자산건전성은 가계와 기업대출을 중심으로 다소 악화될 전망이지만 충당금을 충분히 적립하고 있어 부실 가능성은 낮은 편입니다. 다만 가계의 고용부진과 실질소득 저하로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한 가계대출의 부실 증가 가능성은 여전합니다. 또 중소기업에 대한 유동성 지원이 점차 감소하고 추가적인 구조조정이 진행될 경우 대출자산의 부실이 증가할 소지도 있습니다. 2009년 9월말 현재 국내은행의 충당금 규모는 23.6조원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5.5조원(30%) 증가해 은행의 건전성 유지에 충분한 수치를 보이고 있습니다. 따라서 국내은행의 자본적정성은 자본규제 강화와 은행들의 수익성 개선 등에 힘입어 자본의 양과 질 모두에서 제고될 전망입니다.
문) 은행들의 글로벌화 정도가 낮다고 하셨는데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입니까?
답) 규모, 인력, 경영능력, 경험 등에서 글로벌 은행들보다 열위에 있습니다.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이 발표한 『2009 국가경쟁력연감』에서 우리나라는 전문인력에 대한 사회적 인식 면에서 상위권(7위)에 랭크되었으나, 금융 전문가의 인력풀 면에서는 하위권(44위)에 머물고 있습니다. 또한 경영인 인력풀(46위)과 경영인의 국제적 경험(48위) 면에서도 하위권입니다. 현지화 미흡, 특정국가로의 쏠림현상, 지역연구 부족 등도 국내은행의 해외진출에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일례로 2006년말 해외점포의 거래처별 여신 현황을 보면 현지 국내기업(47%), 국내 거주자(20%), 교포 및 교포상사(17%)등이 대부분을 차지해 현지화가 크게 미흡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문) 한은법 개정안에 대해 문제가 있다고 하셨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문제가요?
답) 의원입법 형식으로 발의된 한은법 개정안은 은행에 대한 중앙은행의 검사권 부여를 주요 내용으로 담고 있습니다.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 상황에 중앙은행의 대처가 늦은 것은 은행업에 대한 정보부족에 기안한 것인 만큼 보다 빠른 정보 확보를 위해 은행업에 대한 검사권이 필요하다는 한은측의 주장을 반영한 것입니다. 하지만 한은의 이같은 주장은 상당한 모순을 안고 있습니다. 일례로 지난 1997년 외환위기 당시 한국은행은 은행에 대한 직접 감독권을 갖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당시 한은은 금융위기 상황에 개입도 하지 않았습니다. 은행에 대한 감독권은 97년 금감원으로 일원화됐으며. 이후 한은은 금감원과 공동검사를 수행하는 정도의 권한을 부여받고 있지만 법령상 검사권은 갖고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번 한은법 개정을 통해 이를 더욱 강화해 사실적인 검사권을 따로 갖겠다는 것이 한은의 요구입니다.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과정에서 한은은 검사권을 갖고 있었지만 별다른 기여를 하지 못했던 외환위기 당시와는 달리 상당히 적극적인 개입을 시도 했으며, 위기의 조기극복에 많은 기여도 했습니다. 이는 감사권이 없어 은행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 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없는 만큼 검사권의 부활이 필요하다는 한은의 주장과 달리 중요한 것은 감사권이 아니라 한은과 업계의 코디네이션이라는 사실을 잘 보여 줍니다. 은행업에 대한 감독권을 금감원과 한은으로 이원화하는 이번 개정안은 세계적인 추세와도 맞지 않습니다. 실제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금융기관별로 검사권이 다기화 되어 잇는 것으로 보이지만 수요자 입장에서 보면 단일화되어 있습니다. 개정 한은법에서 지급준비금에 대한 대상을 금통위가 정한다고 규정한 부분도 문제의 소지가 있습니다. 개정안의 표현대로라면 지급준비금과 관련한 모든 사항을 금통위에 위임하고 있습니다. 이는 명백히 포괄위임에 해당해 은행법과 상치함은 물론 위헌의 소지가 있다는 것이 다수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문) 보험사에 일부 지급결제를 허용하는 보험업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이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답) 보험업에 대해 지급결제를 허용한다는 개정안은 규제완화차원에서 정부입법으로 제출됐습니다. 하지만 이는 그동안 전업주의를 고수해온 정부 방침과 상치되는 문제점을 안고 있습니다. 실제 우리나라는 그동안 금융업의 전업주의를 고수해 왔습니다. 이는 은행법, 자본시장법, 보험업법 등 해당 업종을 규율하는 법이 각각 따로 마련되어 있는 현실에서도 잘 나타납니다. 최근 규제완화 등을 이유로 업종간 일부 진입장벽이 완화되기는 했지만 핵심업부는 전혀 건드리지 않고 있습니다.
보험업에 대한 지금결제허용과 관련해 최근 자본시장법을 고치면서 증권사에 소액지급결제권을 허용한 경우를 사례로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는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증권사의 경우 은행의 요구불 예금과 성격이 유사한 고객 예탁금을 갖고 있으며, 고객들이 각자의 개정을 갖고 있어 이를 지급결제의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보험사의 경우는 이와는 전혀 다릅니다. 실제 보험사는 고객들의 개인 개정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보험계약지가 보험료를 내는 순간 이는 보험사의 개정에 들어가며, 보험지급사유가 발생해 보험금을 지급하는 경우도 지급과 동시에 개인 소유가 되는 만큼 어느 경우도 지급결제 수단으로 활용될 수 없습니다. 보험사의 경우 지급결제의 수단인 수신기능은 물론 예탁기능 자체가 없기 때문입니다. 특히 사기업인 보험사에게 지급결제권을 부여해 제한적이나마 은행 기능을 수행토록 할 경우 대기업들의 잉여지금이 그룹 내부에서만 머무는 등 은행의 공적인 자금배분 기능이 현저히 약회될 우려도 있습니다.
문) 우리나라 은행업이 시급히 해결해야할 당면과제를 간단히 요약해 주신다면?
답) 건전성 관리 강화 및 수익창출 능력 개선이 가장 시급합니다. 먼저 건전성 관리 강화를 위해 은행들은 충당금 적립 및 자본확충을 강화하고 신용평가 기준의 개선과 대출심사자의 전문성 제고 등을 통해 신용평가 능력을 제고해야 합니다. 현재 신용평가 기준은 담보가치와 신용보증 등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데, 기업이 속한 산업 전반에 대한 평가와 기업 경쟁력 및 현금흐름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방향으로 기업신용평가기준을 개선해야 합니다. 또한 이자 및 비이자이익 기반 강화, 인사관리체계 개편 등을 통한 핵심부문의 경쟁력 제고 등을 통해 수익창출능력을 개선할 필요가 있습니다. 자본의 양과 질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국제적인 규제 개선이 이루어질 것에 대비해 자본을 확충하고 M&A나 자산건전성 악화 등에 대비한 자본 확충도 고려해야 합니다. 구체적인 기준이 아직 마련되지 않았으나 2012년까지 단계적으로 자본규제가 강화될 예정이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글로벌 은행들과 차별화된 시장, 업종, 고객 등을 대상으로 한 해외진출에도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