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언론인포럼

지구 온난화와 이에 따른 기후급변이 현실로 다가 오면서 에너지 문제가 초미의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선진국을 필두로 세계 각국은 에너지·기후 시대의 도래에 따른 대응방안 모색에 나서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이에 따른 다양한 정책방안들을 마련하고 있다. 에너지·기후 시대의 도래는 에너지와 관련한 기존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주목해야 할 점은 에너지 수급불안과 고에너지가격 추세가 상시화 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과거 석유위기는 OPEC의 감산 등 단기적인 공급충격에서 비롯됐지만 최근 고유가는 중국과 인도 등의 수요증가에 기인한다. 실제 세계인구의 증가와 중산층의 확대로 에너지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세계 에너지 소비는 2030년까지 2007년 대비 약 40%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며, 중국과 인도가 증가분의 53%를 차지할 것이란 분석이다. 자원 민족주의 대두와 자원 확보 경쟁도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자원보유국들은 독점체제를 강화하기 위해 천연자원에 대한 국가통제를 강화하고 있으며, 중국은 2조달러에 이르는 외환보유고와 고위급 자원외교를 활용해 세계 자원 독식에 팔을 걷고 나서고 있다.
에너지 기후 시대의 도래와 함께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강력한 조치를 요구하는 국제사회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교토체제 이후를 결정짓기 위한 기후변화 국제협상은 이미 본격화 단계로 접어들고 있으며, 온실가스 감축은 이제 각국 정상들의 최우선 아젠다로 부상했다. 주요 선진국들은 정부 중심의 R&D전략을 통해 그린에너지 시장의 선점에도 나서고 있다. 일본, EU, 미국 등의 그린에너지 점유율은 이미 태양광 63%, 풍력 69%, 연료전지 74%, 에너지 저장 82%에 이를 정도다.
그렇다면 우리의 상황은 어떠한가? 우리나라 에너지 소비는 연간 2억2200만 TOE로 세계 10위 수준이며 세계 에너지의 1.8%를 소비하고 있다. 특히 90년대 중반 이후 중화학공업의 성장으로 에너지 소비가 급격히 증가, 그동안 정부와 기업을 중심으로 많은 노력을 쏟아왔지만 에너지 원단위는 선진국에 비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GDP에서 제조업 및 에너지 다소비 업종(석유화학, 철강, 시멘트, 제지)이 차지하는 비중이 여전히 높기 때문이다. 공급의 경우 수입의존도가 96%(석유 중동의존도 86%)에 달할 정도로 높으며, 에너지 수입액이 전체 수입액의 32.5%(2008년 1416억달러/4363억달러)를 점하고 있다. 반면 석유와 가스 등의 자주개발율은 5.7%로 매우 낮은 수준이다.

1956. 6. 춘천생
연세대/미국 콜롬비아대(통상법)
헬싱키 경제경영대학원(MBA)
성균관대학교 경영학 박사
제24회 행정고시
駐제네바대표부 주재관(상무관보)
산업자원부 투자정책과장

에너지자원개발본부장
기간제조산업본부장

정책홍보관리본부장
지식경제부 산업경제실장

제2차관(2009.1~現)

이같은 상황을 타계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정부는 원자력 발전에 관심을 높이고 있다. 우리나라의 원자력 발전은 지난해 말 아랍에미레이트 대규모 원전 수주 성공에서도 알 수 있듯이 상당한 국제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지난 30여년간 선진국들이 원자력 발전을 기피한 가운데 우리는 지속적으로 원자력 발전의 비중을 높여 왔다. 그리고 이제는 세계 굴지의 원자력 발전 기술보유국으로 성장했다. 원자력 발전은 수출산업으로서의 발전 가능성도 무궁무진하다. 온실가스 감축 및 석유의존도 완화를 위해 원전의 필요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2030년까지 약 430기의 신규 원자력 발전소가 건설될 것으로 예상되며 약 1200조원의 새로운 시장이 형성될 전망이다.

그동안 정부 에너지 정책의 변화과정과 문제점에 대해 간략히 설명해 주십시오.
연간 에너지 소비는 2억2200만 TOE(석유환산톤 : 석유 1t을 연소할 때 발생하는 에너지가 1 Toe)로 세계 10위 수준의 에너지를 소비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70년대 2차례의 에너지 위기를 경험하면서 1978년 원자력 발전, 1983년 유연탄 발전 개시, 1986년 찬연가스 도입 등 석유비중 축소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왔습니다. 이에 따라 1차 에너지 중 석유비중이 1980년 61%에서 2008년 42%로 크게 감소했고, 현재 우리나라의 석유비중(42%)은 OECD 평균(38.45)보다 다소 높으나 비에너지용 즉 석유를 제외할 경우는 23.5%로 낮은 수준입니다.

에너지 정책과 관련해 개선돼야 할 부분은 에너지 가격 결정구조입니다.

시장의 가격 메커니즘이 작동하지 않아 자원배분의 비효율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 에너지비가 상승하는 시기에는 물가 등을 고려해 에너지 요금인상을 억제하고, 원가를 반영하거나 가격상승이 나타날 경우에는 정유사 등 기업의 폭리문제가 이슈로 부상합니다. 정책에 대한 일관된 입장보다는 고유가, 경기불황 등 특정 시점의 상황에 따라 임기웅변식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습니다. 원가 및 환경비용 반영, 시장경쟁 촉진과 공기업 비효율 제거, 에너지 복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에너지 가격정책이 하루 빨리 수립돼야 합니다.
캠페인과 경제활동의 억제를 통한 인위적 감축에 초점을 둔 에너지 절약 정책도 개선돼야 합니다. 선진국들은 에너지 효율을 기술개발 및 에너지 공급사의 효율투자에 대한 인센티브 등을 통해 에너지 절약에 성공했습니다. 일례로 미국의 켈리포니아주는 강력한 에너지 절약 프로그램과 인센티브를 통해 70년대 미국 평균 수준이었던 1인당 전력소비량을 2000년대엔 평균의 절반수준으로 개선했습니다.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개발과 그린산업 육성에 노력을 쏟고 있는데 성과는 어떤가요?
정부 주도의 보급시장을 기반으로 신재생에너지의 보급량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1차 에너지 대비 보급률이 2.43%에 불과한데다 보급률 제고 중심의 시책으로 국내 산업육성 효과는 미흡한 실정입니다.
실제 2008년 설치된 발전용 태양광의 국산제품 비중은 22%, 국산 풍력시스템은 1% 미만에 불과합니다. 효율적인 보급률 재고를 위해서는 보급시스템의 전환, 재원배분 전략 등을 개선할 필요가 있습니다. 더불어 핵심부품, 소재 국산화 등을 통한 산업의 밸류체인(Value-Chain) 강화도 시급합니다.
그린에너지산업의 경우 2007년 기준으로 생산 17.7억달러, 고용 약 9000명으로 전체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낮습니다. 기술수준 또한 세계 최고 수준 대비 50~85%에 불과하며 세계적인 리딩 기업은 전무한 상태입니다. R&D와 수요창출간의 연계 미흡, 기존 및 신에너지 산업 간 갈등 등으로 기술개발이 시장창출로 연결되지 못하는 병목현상도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린에너지에 대한 인식을 경제성장의 지원기능(Back- Buner)에서 성장동력(Front-Buner)으로 바꾸고 투자도 과감히 확대해야할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기후변화 시대의 에너지 정책 방향에 대해 간략히 설명해 주십시오.
정부의 정책방향은 기후변화 대응 체계구축과 에너지 저소비 경제 사회 구조 정착으로 대별할 수 있습니다. 기후변화 대응 체계구축을 위해 중요한 것은 기후변화 협상에 대한 전략적 대응입니다. 기후변화협약이 2009년 12월 코펜하겐에서 구속력 있는 협의가 이뤄지지 못해 실질적인 협상은 2010년에 타결될 전망입니다. 현재 2012년 완료되는 교토 체제이후의 새로운 기후변화체제를 논의 중으로, 우리에게는 의무감축국 포함 등 매우 민감한 사항들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온실가스 감축 대응 및 기반구축도 매우 중요합니다. 정부는 감축량과 감축스케줄 등을 제시하는 ‘2020 온실가스 감축 마스터플랜’을 수립한데 이어 기후변화대응 취약기업, 에너지 다소비 기업 및 중소기업의 온실가스 감축 등을 지원하기 위한 법령 재정에 나서고 있습니다. 이어 탄소 배출권 거래제 도입을 위한 법령제정 및 시범사업도 추진할 예정입니다.

에너지 저소비 구조 정착을 위한 방안들도 도입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우선 에너지 가격체계를 개선해 원가보다 낮은 에너지 요금을 단계적으로 인상할 예정입니다. 에너지 공기업의 경영효율화를 통해 요금인상률 최소화 작업과 함께 단계적 요금수준 현실화, 심야전력, 석탄 등 에너지 낭비를 유발하는 비정상적인 가격체계를 점진적으로 개선해 나갈 계획입니다. 에너지가격의 원가연동제도 확대됩니다. 가스는 2010년 3월부터 원료비 연동제로 복귀했으며, 전기는 2010년 연료비 연동제 모의 시행에 이어 2011년 전면 도입할 계획입니다. 이어 에너지원별, 유종별 상대가격은 자원배분의 비효율이 없도록 열량 및 탄소배출, 에너지 안보 위험 등을 기준으로 합리화하고 서민층 주연료가 고소득층 주연료보다 비싼 문제 등에 대해서도 개선방안을 찾고 있습니다.

신재생에너지 창출 주력…방폐장 안전 주민참여로 투명성 확보
장기적으로는 결국 저탄소 친환경 에너지 확대가 핵심일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렇습니다.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개발과 보급 확대를 위해 우선 신재생에너지 보급체계를 개선해 발전차액지원제도를 2012년부터 공급의무화제도로 전환합니다. 그동안 등한시됐으나 보급성이 높은 지열, 바이오 등을 적극 개발하도록 유도하기 위해서입니다. 신재생에너지 수요창출기반 조성을 위해 가정용 수소연료전지 등 개발 신제품에 대해서는 그린홈 사업을 통해 보급에 나섭니다. 2008년 2만4000호, 2010년 6만2000호에 이어 2020년에는 100만호에 보급한다는 계획입니다.
원자력발전 확대 및 원전 수용성 강화에도 노력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미 2008년 8월 제정된 국가에너지기본계획에 의해 2008년 24%인 원전설비 비중을 30년 41%까지 확대키로 방침을 정하고 건설 중인 8기에 이어 추가로 11기 건설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원전수용성 제고를 위한 발전소 주변지역지원법 개정도 추진 중입니다. 중·저준위 방폐장을 안전하게 건설하고 공사 추진상황의 투명한 공개할 것입니다. 또, 지역주민이 참여하는 안전성 검증 등을 통해 제기된 안전성 의혹도 해소해 나갈 계획입니다.

에너지 산업의 신성장 동력화와 관련해 원자력의 수출산업화에 대한 기대가 높습니다.
지난 1월 13일 진행된 제 42회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도 밝혔듯이 정부는 원전산업을 신성장동력으로 본격 육성해 2030년 세계 3대 원전강국으로 도약한다는 계획입니다. 특히 주요국 및 잠재시장의 원전 도입 시기, 사업 위험도 등을 고려해 국가별 맞춤수주전략을 추진할 것입니다. 기술자립화에도 박차를 가해 토종 노형인 APR+개발을 2012년까지 조기완료하고 원전설계코드, 원자로 냉각재 펌프, 원전 제어계측장치 등에 대한 기술 확보 시기도 앞당길 계획입니다. 이어 원전수출 등에 필요한 인력을 적기에 확보하기 위해 국제원자력전문대학원 설립 등 교육인프라 보강 계획을 추진중에 있습니다. 또한 원전 원료의 안정적 확보를 위한 자주개발 확대, 국내성형 가공 생산시설 확충 등 공급 능력 확충 계획도 수립중입니다.

지난 연초 대규모 원전 수주의 성과 및 선정 배경에 대해 설명해 주십시오.
UAE(아부다비 정부)로부터 중동지역 최초의 원전인 총 560만KW(한국형 신형원전 140만KW급 APR1400 4기)를 수주한 것으로, 수주금액은 약 200억달러(원전건설 후 60년간의 원전 운영 지원시 약 200억달러 추가수주 예상)에 달합니다. 선정배경과 관련해서는 그간 이런 저런 이야기들이 많았지만 30년간의 원전건설 운영으로 세계 최고의 운영실적과 가격경쟁력 보유한 것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는 2008년 기준으로 원전 이용률(한국 93.3%, 미국 89.9%, 프랑스 76.1%, 캐나다 66.7%, 일본 59.2%) 및 건설단가(달러/kw, 한국 APR1400 2300달러, 프랑스 EPR 2900달러, 일본 ABWR 2900달러) 등에서 경쟁국에 한참 앞서 있습니다. 최신 시공기술 적용으로 세계수준의 건설능력과 원전 전단계 공급라인을 구축하고 있다는 점도 장점입니다. 실제 우리나라는 운영관리(한국수력원자력), 설계(한전기술), 기기제작(두산중공업), 건설(현대·삼성) 핵연료(한전연료) 유지보수(한전KPS) 등이 상당한 인프라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정부의 경제외교 역량도 상당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원자력의 수출산업으로서의 발전 가능성은 어느 정도입니까.
상당히 고무적입니다. 현재 원전은 세계적으로 31개국에서 436기(유럽 197기, 북미 122기, 아시아 109기)가 운영 중에 있으며, 발전비중은 15%에 달합니다. 원전 발전비중은 프랑스가 76%로 가장 높습니다(원전수 및 발전비중/ 미국 104기 19.7%, 프랑스 59기 76.2%, 일본 53기 24.9%, 한국 20기 35.6%, 중국 11기 2.2%). 지난 70년대 이후 크고 작은 원자력 발전과 관련한 사고를 경험하면서 한국과 프랑스를 제외하고는 세계 각국이 원자력 발전소 건설을 거의 중단했습니다. 반면에 최근 온실가스 감축 및 석유의존도 완화 등을 위해 원전의 필요성이 세계적으로 다시 부각되면서 새로운 원전르네상스시대가 도래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2030년까지 430기의 신규건설을 예상하고 있으며, 시장규모는 약 12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2030년까지 주요국 신규 원전건설계획을 살펴보면 중국 124기(확정 34기), 러시아 44기(확정 7), 인도 38기(확정 23), 미국 30기(확정 11)에 달합니다. 여기에다 중소형 원전, 노후화 원전 운영 및 정비 등 다양한 시장도 형성될 전망입니다. 따라서 정부는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원전 시장의 상당부분을 수주한다는 각오로 원전의 수출산업화에 총력을 쏟을 방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