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위기가 해소 국면에 접어들면서 우리경제가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더블 딥’을 경고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국 경제에 대한 전망이 분분한 가운데 KDI는 강한 낙관론에 방점을 찍었다. 현오석 KDI원장은 최근 진행된 한국시장경제포럼에 참석, “2009년 성장률은 당초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0% 내외에 머물겠으나, 새해인 2010년에는 5%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현 원장은 이와 함께 “5% 전망에 대해 다소 낙관적이지 않느냐는 의견도 있지만 우리경제의 최근 상황을 고려할 때 5%대 성장률은 오히려 ‘보수적’이란 것이 KDI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현 원장의 발언 내용을 옮겨본다. 정리 =최원근 기자

2009년 한국 경제는 상반기에는 급속하게 얼어붙었으나 하반기 들어서 빠른 회복세를 보이며 본궤도에 오르는 양상을 보였다. 선진국들도 놀란 이런 빠른 회복세는 새해 한국 경제가 5% 이상 성장할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을 가능케 하고 있다. 물론 세계 경제의 ‘더블딥(일시 회복 후 다시 하락)’ 가능성이 여전히 제기되고 있는 만큼 해외의존도가 높은 우리경제가 다시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연말 KDI가 새해 우리경제가 5.5% 성장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으면서 일각에서는 다소 높은 전망이 아니냐는 의문이 있었다. 하지만 이는 무리한 수치가 아니다. 우리경제가 4분기 수준으로 유지만 된다면 기본적으로 3% 성장이 가능하다. 따라서 5.5% 성장이라고 하는 것은 결국 현재 상황에서 추가적으로 2.5% 성장을 한다는 것을 말한다. 이는 최근 우리경제의 흐름을 고려할 때 결코 무리한 것이 아니다. 일례로 무디스는 새해 한국 경제의 성장을 6%로 예상했다. 특히 새해 한국은 G20 회의를 개최하면서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발판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선진국 진입은 우리 혼자서 강조한다고 해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선진국 그룹이 같이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선진국들과 스킨십을 지속하고 그 그룹 안에 들어갈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G20 회의 개최가 선진국 진입의 중요한 발판이 될 것이다. 돌이켜보면 한 때 우리경제의 근간마저 위협했던 글로벌 위기의 강도는 점차 낮아지고 있지만 그 여파는 세계경제 전반에 여전히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선 전대미문의 위기국면을 거치면서 세계경제의 상황부터가 판이하게 달라졌다. 위기 이후 세계경제 상황을 간략히 살펴보자. 먼저 세계경제는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에 따른 1차 충격, 가처분 소득 하락과 소비위축에 의한 2차 충격, 증시하락에 의한 부의 자산효과라는 3차 충격이 이어지면서 실물경제 위축이 지속되고 있다. 경기침체 국면도 여전하다. 세계경제는 선진국을 중심으로 경기침체가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개도국들의 경기도 크게 둔화되는 등 전반적인 경기급락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같은 경기급락은 교역통로를 통해 확산되면서 세계경제의 동반위축이란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1950년 충북 청주 생 서울대 경영학과ㆍ서울대 행정학 석사 미국 펜실베니아대 경제학 박사 재경부 예산심의관ㆍ경제정책국장ㆍ국고국장 세계은행 Economist 국민경제자문회의 기획조정실장 재정경제부 세무대학장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장 공공기관 경영평가단장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 KDI 원장(2009.3~ 현)

실제 선진국의 수요둔화로 세계교역량은 위기 이후 급속히 위축됐다. 글로벌화의 진전에 힘입어 꾸준한 증가세를 보였던 교역량은 지난 2007년 전년에 비해 7.3% 증가했으며, 이어 2008년에도 3.0%의 증가세를 보였다.
하지만 2008년 하반기 시작된 위기국면이 경제전반을 급속히 위축시키면서 2009년에는 -11.9%를 기록할 것으로 IMF는 전망하고 있다. 교역량의 급속한 추락은 대외의존도가 높은 신흥국 경제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대선진국 수출 감소로 어려움을 격고 있는 이들 신흥국들은 내수진작을 통한 성장에도 한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불안감 해소, 안정 모드로 전환
급속한 경기침체가 이어지면서 대응방안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특히 위기의 진원지인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들은 과감한 유동성 공급과 적극적 재정투자를 통해 위기극복에 힘을 쏟고 있다. 이들은 ‘선제적이고, 확실하며, 충분하게’라는 원칙 아래 대대적인 경기부양책을 집행하고 있으며, 선진국과 신흥국을 아우르는 G20 중심의 국제공조에도 동참하고 있다. 이같은 노력들이 효과를 발휘하면서 최근 세계경제는 점차 회복세로 돌아서고 있다.

특히 일부 소비가 늘어나는 등 실물경제지표들이 개선되면서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가 확대되고 있음을 반영하듯 최근에는 주요 국가의 장기금리가 점진적인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주요 선진국의 경기침체가 여전히 진행 중임을 고려할 때, 금융시장 불안 우려가 완전히 해소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향후 세계경제의 개선이 주요 개도국을 중심으로 나타날 것으로 기대되고 있지만 선진국의 저축률 상승, 유가 상승 등은 대외 의존도가 높은 개도국들의 경제성장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세계경제의 급박한 위기국면이 어느 정도 해소되면서 국내경제 상황도 많이 달라지고 있다. 먼저 위기 발발 초기 변동성 확대로 유동성 악화, 주가 폭락, 환율 급등 등 심각한 국면으로 치달았던 금융시장이 최근 들어 안정적인 모습으로 돌아섰다. 특히 미국을 비롯한 각국의 노력으로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이 다소 진정되면서 국내시장의 패닉도 진정되고 있다. 실제 지난해 하반기 이후 주가와 금리, 환율 등 지표들이 빠르게 안정되면서 신용경색 국면이  완화되고 있다.

주가의 경우 리먼 사태 이전 수준 가까이 회복했으며, 국채와 회사채간의 스프레드도 우량 회사채를 중심으로 빠르게 좁아들고 있다. 기업의 자금사정이 호전되면서 기업과 가계의 심리지수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기업과 가계의 심리도를 나타내는 BSI & CSI는 2008년 9월 각각 73과 96에서 위기국면이 지속되면서 2009년 1월 47과 84로 급락했다. 하지만 이 수치가 10월에는 92와 117로 급속히 회복되면서 향후 경기에 대한 긍정적 전망이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경제에 대한 국제금융시장의 시각도 달라지고 있다. 당장 우리나라에 대한 신용위험이 큰폭으로 축소되면서 국제금융시장에서의 자금융통이 정상수준으로 회복되고 있다. 일례로 2009년 10월 중 해외채권 발행액은 199억달러 수준으로 지난해와 대비해 2.6배 늘어났다. 원화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크게 완화됐다. 무엇보다 그동안 원화 약세의 주요원인으로 지목되던 단기외채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가 이어지면서 상당부분 완화됐다.
국내 기관들의 장기채권 발행이 연이어 성공하면서 외화유동성에 대한 우려도 거의 해소되고 있다. 환율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그동안 썰물처럼 빠져나가던 외국자본이 다시 국내금융시장으로 밀려들면서 환율변동성이 빠르게 낮아지고 있으며,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이 잦아들면서 국내 주식시장도 안정된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성장률 OECD 국가중 가장 빨라
금융시장이 안정되면서 설비투자도 조금씩 개선 기미를 보이고 있다. 특히 그동안 경기를 이끌어 왔던 정부의 재정투자가 한계에 달한 가운데 민간투자가 극심한 위축에서 벗어나고 있다. 수출의 경우 회복세가 많이 둔화되고 있기는 하지만 개선추세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최근 재고가 큰폭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생산 및 재고 조정이 상당 수준 이뤄졌음을 보여주고 있다. 실제 지난 9월 제조업 평균가동률이 80.2를 기록해 14개월만에 80%를 상회했으며, 이같은 추세는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경기의 저점 통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성장률 지표도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의 성장률은 지난해 1분기 이후 OECD 국가중 가장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며, 1분기 0.1, 2분기 2.6, 3분기 2.9로 회복의 속도 또한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IMF(-4.0→-1.0), 세계은행(-3.5→-0.7), OECD(-4.0→0.1), 노무라증권(-6.0→0.0) 등 해외기관들도 잇달아 2009년 한국경제의 성장률에 대한 전망치를 상향조정하고 있다.  
이같은 현실을 바탕으로 우리경제의 현주소를 종합평가해 보면 국내외 금융시장의 안정세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교역조건 개선, 물가안정 등 경제여건이 호전되면서 내수부진이 빠르게 완화되고 있다. 내수개선은 환율안정 및 국제유가 하락 등에 따른 교역조건개선(실질구매력 강화)이 중요한 요인으로 판단된다. 실제 2008년 4분기까지는 유가상승 등 교역조건의 악화로 GDI(국민 순소득)가 급락했지만 최근 교역조건이 개선되면서 GDI 증가율이 GDP 성장률을 훨씬 상회하고 있다. 이는 2008년 하반기 이후 확대된 정부의 재정지출 효과가 비교적 신속히 나타난 때문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금융부문의 취약성이 일부 잔존하는 등 불확실성이 높은 구조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새해 경기회복 V에 가까운 U자 예상
그렇다면 새해 경제는 어떤 모습을 보일 것인가? 먼저 해외경기의 경우 개도국을 중심으로 경기개선이 진행될 것이지만 선진국들의 고용부진으로 경기위축이 빠르게 완화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세계경기의 회복과 관련해서는 V, U, W 등 여러 관점이 나오고 있지만 우선 더블딥을 의미하는 W국면은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개인적으로는 V에 가까운 U가 아닐까 생각한다. 반면 위기국면이 해소된다고 해도 부정적 영향은 오랜 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이번 위기로 세계경제의 잠재성장력이 크게 낮아졌으며, 이같은 잠재성장력이 위기 이전의 수준으로 회복되기는 앞으로도 어려울 것이란 것이 대부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리경제 또한 2009년 하반기 이후 이어진 개선 추세가 유지될 것으로 판단되지만 개선 속도는 둔화될 전망이다. 먼저 세계경제가 점진적으로 개선되는 가운데 개도국들의 경기가 상대적으로 빠른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어, 수출 회복세는 견실하게 유지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수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OECD 선행지수가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으며, 중국을 비롯한 주요 수출대상국들의 경기 개선도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세계경기의 하강세가 진정되는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중국경제의 회복세가 가시화되고 있어 우리 수출도 증가세를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지난해 400억달러에 달한 경상수지는 경기 개선 및 환율 하락에 따른 수입 증가로 규모가 다소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재정여력이 약화되겠지만 재정지출 확대의 파급효과가 일부 이연되고, 민간부문의 소비 및 투자도 점차 회복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또 기업들의 재고 조정이 마무리됨에 따라 향후 대내외 수요 증가가 견실한 생산 증가세로 이어지는 추세가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2/4분기 이후 꾸준한 개선 추세를 보이고 있는 기업부문의 투자도 금융시장 불확실성 완화 및 수출 호전 등으로 증가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최근의 경기 개선속도가 정책효과는 물론 2008년 4/4분기 경기 급락에 따른 반등효과에 기인한 측면이 있음을 감안할 때 경기 개선속도는 다소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 물가상승률은 하락세를 나타내면서 연간으로는 2%대 후반을 기록할 전망된다. 금리 수준은 당분간 낮게 유지될 것이며, 이는 내수 회복에 상당 수준 기여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민간소비는 최근 자동차 부문의 일시적 요인을 감안하더라도 당초 전망을 상회하는 수준으로 개선되고 있다. 반면 완만한 성장이 실현되더라도 민간부문의 고용회복은 지체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은 전체적인 상황을 고려할 때 2009년 성장률은 당초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0% 내외를, 그리고 새해인 2010년에는 5%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성장률 전망과 관련, 5% 전망치에 대해 다소 낙관적이 아니냐는 의견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리경제의 최근 상황을 고려할 때 5%대의 성장률은 오히려 ‘보수적’이란 것이 KDI의 판단이다.

당분간 확장적 정책기조 견지해야
마지막으로 이같은 위기국면을 슬기롭게 헤쳐나가기 위한 정책대응방안에 대해 간략히 말씀드리고자 한다. 먼저 우리는 이번 ‘세기적 위기’를 생존을 위한 위기관리, 위기국면의 전환을 통한 미래 준비, 공세를 통한 경제 재도약 등 다양한 정책 대응을 통해 위기를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이를 위한 정책의 기본방향은 경기회복세가 지속가능한 성장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회복국면으로의 전환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되 구조조정 정책은 중장기적 관점에서 시장규율이 이완되지 않도록 추진해야 한다. 또 거시경제 정책은 대외경제 경기상황에 맞춰 신축적으로 조정하되, 중장기적 구조개혁 정책은 일관된 방향에서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보다 구체적으로 말씀드린다면 먼저 경기회복 기반을 강화해야 한다. 시장의 기본 질서를 확립하는 구조개혁정책이 경기부침에 따라 자주 변경될 경우, 이는 시장에 혼란을 야기함으로써 정책신뢰를 훼손하는 한편 시장규율을 이완시킬 우려가 있다. 따라서 경기회복세가 가시화될 때까지 당분간 확장적 정책기조 견지하면서 한시 대책의 실효성을 점검하고 이를 무리 없이 정상화시켜야 한다. 특히 주택시장 등 자산시장 상황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G20 정상회의 등을 통한 거시경제 정책의 공조 노력도 강화해야 한다. 일자리 창출 및 서민생활 안정을 위해서는 서비스산업 고용창출력 제고, 창업활성화 등 정책의 실효성을 점검하고 보완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구조조정 가속화도 빼놓을 수 없다. 이를 위해서는 채권단 중심의 상시 기업구조조정을 강화하고, 노동시장 유연화 및 노사관계 선진화를 위한 제도개선도 가속화해야 한다. 또한 현재 진행 중인 공공기관 경영효율화와 민영화도 적극 추진해야 한다. 더불어 위기 이후 도약을 위한 대비에도 힘을 쏟아야 하다. 위기 이후 도약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생산성 향상을 통해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력을 높이는 일이다. 따라서 새해에는 정부와 민간 모두가 노동시장 유연화, 투자여건 개선, 기술개발 등 중장기적 생산성 향상을 위한 기반 마련에 총력을 쏟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