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시장 非常   “새 집에 이사를 하려 해도 살고 있는 집이 팔리지 않아 이사를 못하고 있다.” 이런 하소연을 하는 사람들이 수도 없이 많다. 주택거래가 뚝 끊겼다. 지난해 전국 주택거래는 2007년 대비 1.2% 줄었고, 특히 서울과 수도권은 각각 14.9%, 14.1%나 줄었다. 최근에는 아예 실종되다시피 했다. 거래위축 속에서 악성 미분양 아파트가 쌓이고 있다. 지난해 말 16만 5000호를 기록했던 미분양 아파트는 올 3월 11만 6000호로 줄었다. 정부의 미분양 매입 효과가 크게 작용했다. 정부는 지난달에도 5조원의 자금을 투입해 미분양 아파트를 4만가구 더 사들이겠다고 밝혔다.

온기운 매일경제신문 논설위원

 

그러나 그 대상은 준공전 아파트다. 준공후 미분양 아파트 물량 비중은 전국적으로 2008년 27.6%에서 지난해 40.7%로 상승했으며, 서울은 2.9%에서 23.2%로, 수도권은 5%에서 12.6%로 급속히 높아졌다.

 

미분양 물량이 적체되고 신규 아파트 입주예정자들의 잔금지불이 지연되다 보니 건설사들의 자금난이 심화될 수밖에 없다.

대주, 신성, 성원, 남양 등 중견 건설사들이 줄도산했다. 금융권도 비상이 걸렸다. 2008년 6월 3.5%였던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연체율은 지난해 말 6.37%로 상승했으며, 특히 증권사의 경우 연체율이 30.28%에 달하고 있다. 82조원의 PF 폭탄이 제2금융권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PF 부실로 건설사와 금융회사의 연쇄부도 위험이 높아지자 정부가 공적자금을 투입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

 

주택거래가 실종된 것은 수요가 없기 때문이다. 인구구조 변화 등에 따른 중장기 주택가격 하락 예상이 수요를 줄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건설업체나 일부 전문가들은 총부채상환비율(DTI), 주택답보인정비율(LTV) 등의 규제도 한몫 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거래도 거래지만 집값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소위 버블세븐 지역의 집값이 6월 초 현재 4개월 이상 하락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집값이 대세하락기에 접어들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지금의 집값하락이 순환적 현상의 한 단면인지 대세하락의 서막인지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자신있게 말할 수 없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집값이 단기간에 급락할 경우 역(逆)자산효과에 따른 경제적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우리나라 가계 총자산의 75%가 부동산으로 돼 있는 상황에서 집값급락은 소비위축을 통한 경기급랭과 금융권 부실 심화 등을 초래할게 뻔하다.

 

정부는 현 상태를 가볍게 봐선 안된다. 최근 발표한 미분양 해소 대책은 거래활성화와는 거리가 멀다. 한 편에서는 보금자리주택이나 시프트 등의 물량공세를 퍼부으면서 다른 한편에서는 국민혈세를 투입해 미분양 물량을 매입하는 엇박자 정책은 곤란하다. 최근 신한은행 설문조사 결과 2136명의 음답자중 82%가 보금자리 주택 때문에 집을 안사는 것으로 나타난 점에 주목해야 한다.

 

대출규제도 개선의 여지가 없는지 따져봐야 한다. 우리나라 금융권 전체의 평균 LTV는 46.2%로 거품당시 일본의 120%(1980년대 후반)나 미국(2000년대 중반)의 80%보다는 훨씬 낮다. 지역이나 소득 계층에 따른 탄력적 규제를 적용해 볼만도 하다.

미분양 책임은 건설사 스스로 져야 함은 당연한 일이다. “일단 지어놓으면 분양이 되겠지” 하며 막무가내로 아파트를 지어댄 건설사들은 스스로의 도덕적 해이를 깊이 반성해야 한다. 5300여개나 되는 주택전문 건설업체 수는 너무 많다. 부실 건설사는 조속히 정리돼야 한다.

 

주택거래 숨통은 트여야 한다. 그래야 금리인상에 대비해 가계가 빚을 갚고 새 집으로 이사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과 같이 집을 팔아 빚을 갚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상황이 지속돼선 곤란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2004년 6월부터 1%인 기준금리를 계속 끌어올리자 이듬해 중반부터 주택매매가 크게 줄고 집값이 본격 하락하기 시작해 급기야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야기했다. 일본도 1990년대초 금리를 인상하고 대출규제를 강화하자 거품이 붕괴되기 시작했다.

집값거품은 막아야 하며, 이를 위해 적절한 규제와 거시정책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것이 과도해 집값붕괴를 초래해선 안된다. 정책당국이 현명하게 대응해야 할 이유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6월 5일 ‘싱가포르경제인연합회’ 초청 간담회에서 “지난해 부동산 분야가 주춤했다.

 

하지만 하반기부터는 부동산 분야도 본격적으로 회복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6․2 지방선거에서 많은 유권자들이 여당에 표를 던지지 않은 이유중 하나가 꽁꽁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에 대한 불만 때문이라는 일각의 지적을 의식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이 발언이 정책당국이 현재의 주택시장을 총체적으로 재점검하는 계기가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