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기업들은 늙어가고 있다.
지난 7월 통계청이 발표한 ‘연령별 경제활동인구’ 자료에 따르면 6월말 현재 우리나라 경제활동인구 2358만5천명 중 40대는 27%를 차지해, 30대의 27,2%에 육박했다.
특히 취업자 수로만 보면 40대가 624만9천명에 달해 624만6천명에 그친 30대를 추월했다. 노둥부의 자료는 국내 기업의 인력 구조에 일어난 변화를 보여준다.
고연령자의 재취업에 따른 인력 노령화가 두드러진다. 고용노동부의 고용형태별 근로실태 조사에 따르면 5인 이상 사업체에서 근무하는 근로자의 평균연령은 지난 2000년 36.3세에서 2009년 38.5세로 2.2세가량 높아졌다.
특히 건설업은 근로자의 평균 연령이 이미 40대를 넘어섰다. 국내 기업 근로자의 평균 연령은 1990년 32.6세, 1999년 35.9세에 이어 줄기차게 상승 추세다. 특히 자동차, 철강, 조선, 화학 등 주력제조업과 대기업의 고령화는 진전 속도와 규모가 매우 빠르다. 

일하는 사람만 그런 것이 아니다. 국내 기업들의 현금성 자산은 2000년 말 31조1751억원에서 작년 말 104조3617억원으로 증가했다. 반면 투자로 이어질 수 있는 유형자산 보유 규모는 2000년 말 285조4000억원에서 작년 말 395조원으로 연평균 2.8% 증가하는 데 그쳤다. 유형자산이 벌로 늘어나지 않았다는 말은 낡은 장비를 그냥 쓴다는 말에 다름 아니다. 감가상각 대상 자산의 평균 사용연수는 10여년 전에는 3.9년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7.9년으로 두 배 늘었다. 그만큼 오래된 자산을 갖고 있다는 뜻이다. 총투자금액 대비 감가상각 누계액으로 계산한 생산설비 노후화율은 2000년 35.5%에서 56%로 20%포인트 이상 높아졌다. 기업들이 보유한 생산설비가 전체 사용가능 기간의 절반을 넘어섰다는 얘기다. 기업들은 사실상 몇 년째 설비투자와 기술개발투자를 포기한 상태다. 새 기술과 새 장비 없이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생산 가능한 인구가 줄고 그래서 흔히 말하는 경제활동 참가율이 낮아지면 그 다음 단계는 당연히 잠재성장률 하락이다. 여기에 설비까지 낡아지고 있으니 더 말할 것도 없다. 성장잠재력은 많은 변수에 의해 결정되지만 가장 중요한 변수는 결국 인적자본과 투자자본이다. 생산설비와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투자는 물론 기술개발과 인적자원에 대한 투자도 성장잠재력 유지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선진국들도 국민소득이 증가함에 따라 잠재성장률이 하락하기는 했다.

그러나 우리나라만큼 빨리 산업이 늙어가는 경우는 없었지 싶다. 일하는 사람은 나이가 들어가고 장비는 낡아가고, 세계시장에서 잘 나간다는 삼성과 현대, LG만이 우리 경제의 다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