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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2중 잣대'

이규민 / 한국시장경제포럼 회장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음속에 두 개의 상반된 기준을 갖고 살아간다.

사회심리학자들은 동물가운데 유일하게 인간에게서 그런 성향이 나타나는데 그 원인은 위선, 탐욕, 반항심, 이기심 등에서 비롯된다고 말한다.

자신이 원하는 것과 사회의 요구기준이 다를 때 지식과 교양이 있는 사람은 자기억제력을 발휘하지만 탐욕은 강하고 수치심이 둔한 사람은 거침없이 모순된 행동 쪽을 택한다.

자신이 원할 때 편한 기준을 꺼내 세상을 재단하는 이 인격의 2중성을 우리는 일상에서도 자주 목격한다.

이규민/한국시장경제포럼 회장

예를 들어 사람들은 부자를 비판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부자가 되고 싶어 하고 정치인을 비난하면서도 권력과 친한 사이가 되고 싶어 한다.

사람들에게 "당신은 인종차별주의자인가"라고 물으면 대개는 아니라고 대답하지만 막상 "그럼 당신 딸이 중동이나 아프리카 출신 외국인과 국제 결혼하는 것을 허락하느냐"고 물었을 때 선뜻 그렇다고 대답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과거 KBS사장을 지낸 어떤 이는 입만 열면 반미를 외치면서도 아들 둘을 모두 미국에 유학시키고 그곳에 눌러 살게 했는데 이것 역시 이기심이 사람의 마음을 장악할 때 나타나는 2중 행동이다.

이기심 때문에 사람들은 어떤 사안이 내 자신과 관계없을 때는 매우 객관적이고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지만 나와 이해관계가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매우 비합리적이고 미련한 결정을 내린다.

예컨대 내가 연봉 5천만 원을 받고 내 경쟁상대가 3천만 원을 받는 쪽과 반대로 내가 1억 원을 받고 내 경쟁상대가 2억 원을 받는 것 중에서 선택하라고 할 때 압도적으로 많은 숫자가 전자를 택했다는 사회학자의 실험결과도 있다.

그런 어리석은 판단을 자연인 아무개가 한다면 문제가 안 되지만 공인이 그렇게 행동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선거 때 후보자에게 설렁탕 한 그릇만 얻어먹어도 50배의 과태료를 물리는 법이 있는데 교육비리 척결을 공약으로 내세운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이른바 진보진영 후보 단일화를 위해 2억 원이나 뿌리고도 ‘살림이 빈궁한 상대방이 자살할까봐 선의로 준 돈’이라고 주장하는 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그런 그가 기초생활비조차 없어 죽어가는 더 딱한 사람들에게 ‘선의로’ 돈을 줬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법학교수 출신인 그가 “합법성만 강조하고 인정을 무시하면 몰인정한 사회가 된다”는 탈법조장 논리를 주장한 것은 전형적인 ‘내 마음의 2중 잣대’이다.

곽 교육감이 속한 속칭 진보진영의 인사들은 대개 ‘도덕성’ ‘인권’ ‘평등’ ‘정의’ 같은 좋은 단어들을 전유물처럼 말해 사람들에게 기대를 갖게 한다.

그러나 그들의 말과 행동의 일치도가 그리 높지 않은 것은 실망스러운 일이다. 도덕성만 보더라도 경실련 분석자료에 따르면 진보가 집권했던 참여정부시절 부패사건과 관련해 검찰에 적발된 뇌물액이 김영삼 정부의 2.9배, 김대중 정부의 4.3배에 달했다. 참여정부 내 진보의 대표주자였던 386들은 거의 예외없이 부패혐의로 구속됐고 그 와중에 우리는 전직 대통령의 자살이라는 안타까운 사건을 겪어야 했다.

우리 사회의 인권상황을 규탄하면서 북한주민의 가난과 인권 유린에 침묵하는 것이나 북한군이 서해5도 점령을 위해서 특수부대 기지를 황해도에 건설했다는 소식에는 침묵하면서 우리 해군지기를 제주도에 건설하는 것에 목숨 걸고 반대하는 것, 그리고 6.25 한국전쟁 때 참전 미군의 전사율이 2.2%에 달했지만 7억분의 1 위험이 있다는 미국산 광우병쇠고기의 수입에 대해 결사적으로 반대하는 것은 마음속 2중 잣대가 사회를 2중 구조로 몰고 간 대표적 사례들이다.

나는 이 민족의 역사, 자유 대한민국의 존재 그리고 북한주민의 인권 등에 대한 가치를 지킨다는 전제만 충족된다면 진보든 보수든 어떤 의견도 존중돼야 한다고 믿는다.

‘나는 당신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러나 만일 당신이 그 의견 때문에 박해를 받는다면 나는 당신의 말할 자유를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다’라는 프랑스의 대사상가 볼테르의 말을 존중하기 때문이다. 이 나라에서 진보주의를 욕되게 하는 것은 바로 진보주의자들의 2중 행동 그 자체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