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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을 위한'정치 사기극

이규민 / 한국시장경제포럼 회장

요즘처럼 정치인들이 서민걱정을 많이 해준 적도 없을 것 같다.

정치인들이 유난히 서민을 많이 거론하기 시작하면 그것은 선거가 1년 이내로 다가왔음을 의미한다.

특히 내년에는 국회의원 선거와 대통령 선거가 한꺼번에 실시되는 해라 올해에는 정치인들이 서민을 언급하는 빈도가 부쩍 높아졌다.

'악어의 눈물'처럼 서민의 고통에 함께 아파하는 척 하는 것이 선거에서 늘 남는 장사였다는 사실을 정치인들은 체험으로 알고 있다.

이규민/한국시장경제포럼 회장

전 국민의 90% 가까운 사람들이 스스로를 서민으로 생각한다는 여론조사 통계는 정치인들이 왜 선거철만 되면 서민을 입에 달고 다니는지를 알려준다.

자본주의 국가에서 소득순위 상위 20% 사람들의 자산이 하위 80%의 자산 전체보다 많고 상위 20% 사람들의 소비가 하위 80%의 소비보다 더 많다는 것은 상식이다.

경제학에선 이것을 20대 80의 법칙이라고 한다. 더 심하게는 가장 부유한 5% 사람들의 소득이 국가인구의 절반인 하위계층 50%의 소득보다 많다는 통계도 있다.

그런데 투표권은 부자건 서민이건 무조건 1인1표씩 주어진다.

그래서 선거철이 되면 정치인들은(이유가 합리적이든 아니든 상관없이)부자들을 꾸짖고 훨씬 더 많은 수의 저소득층을 역성들어주는 흉내를 낸다.

더 나아가 부자들의 재산을 끄집어내 서민들에게 나눠주겠다고 약속할 때 '덜 가진'(혹은 덜 가졌다고 느끼는) 95% 유권자의 표를 챙길 수 있다는 사실도 정치인들은 잘 안다.

그래서 야당은 물론, 정부여당까지 선거가 가까워질수록 가진 자를 공격해 일단 여론재판에서 승기를 잡으려 한다. 물론 부자들과는 어두운 데서 '거래'를 한다.

"걱정마세요, 이건 어디까지나 선거용이지 우리 마음은 절대로 당신들한테서 떠나지 않는단 말이에요" 정치인들이 부자신세 안지고 선거하기는 매우 어렵다.

포퓰리즘이란 태풍은 그렇게 다수를 악용하려는 정치인들의 검은 마음에서 탄생한다. 야당이 하면 여당이 따라가고, 여당이 하면 야당이 뒤따라야 하는 경쟁구조 때문에 예방책이나 치료약이 없다는 것이 이 질병의 가장 큰 특징이다.

주기적으로 재발성이 강한 이 유행병은 선거가 임박하면 마침내 그 증세가 극에 달한다. 반값등록금, 무상급식,무상교육, 무상의료, 전월세 상한제, 타임오프제 폐지, 저축은행 피해 전액구제 등 종류도 다채롭고 듣기에도 달콤하다.

이런 것들이 모두 해결될 수만 있다면 우리나라는 그야말로 세계에서 가장 걱정없고 살기좋은 '아~대한민국'이 될 것이다.

문제는 이 포퓰리즘의 대공급이 나라의 곳간, 즉 국가재정을 풀어야 실행이 가능하다는데 있다. 이 말은 정부의 재정을 매개로 누군가가 다른 누군가에게 부담을 전가해야 혜택을 받는 것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정치인들의 말대로라면 이 게임에서 서민들은 수혜자이고 돈은 부자들이 주머니에서 빼내면 된다. 이 구도는 겉으로 보기에 매우 아름답고 정의로워 보인다. 정치인들은 더 가진 자들의 양보로 덜 가진 사람들도 함께 잘사는 사회가 만들어진다고 주장하지만 그렇게 쉬운 일을 왜 역대정치인들은 이루지 못했을까.

아니 왜 그런 좋은 정책을 실천했던 아르헨티나 같은 나라가 1940년대 세계경제 4위국에서 지금 마이너스 성장의 구렁텅이에 빠졌을까.

억만장자 아들에게까지 대학등록금 절반을 나라가 대줄 때 독거노인의 점심도시락은 날라 가고 지하쪽방의 극빈층은 기초생활자금을 포기해야 하며 소년소녀가장은 거리로 나앉아야 한다. 물론 그때도 정치인들의 세비는 줄지 않을 것이다.

세금을 많이 뜯긴 부자들이 구두 한번 덜 닦고 외식 한번 덜 할 때 부자들은 그냥 조금 불편할 뿐이지만 구두 미화원이나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서민은 직업을 잃는다. 선거 때마다 정치권이 쏟아내는 서민정책들은 이렇게 위선적이고 실현 불가능한 허구들이 대부분이다.

그런데도 이런 대규모 정치사기극이 선거철만 되면 반복되는 것은 정치인들이 혹시 대중을 손쉽게 속일 수 있는 건망증 환자들로 보기 때문은 아닐까.

그렇게 서민을 우습게 보는 사악한 정치인들에게 유권자들이 할 수 있는 가장 통쾌한 복수는 선거를 통해 그들을 정치판에서 솎아 내는 것이다.
그 시점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