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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도 FTA 반대인가

온기운/ 매일경제 논설위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전면폐기를 주장했던 민주통합당이 4/11총선에서 과반수 확보에 실패함으로써 FTA 반대론자들이 급속히 힘을 잃게 됐다.

지난달 15일 한미FTA 발효후 긍정적인 효과들이 나타나기 시작하고 있는데도 이를 무시한체 반대투쟁만을 일삼는 정치인들에 대해 유권자들은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온기운/ 매일경제 논설위원

한미FTA 발효후 대미수출은 눈에띄게 증가하고 있다. 3월 우리나라의 전체수출은 전년동월 대비 1.4% 줄었지만 대미수출은 27.9% 늘었다. FTA 발효즉시 미국이 8061개 품목의 관세를 인하/철폐하는 등 수입장벽을 제거한 덕분이다.

수출이 유리해지자 미국 현지생산을 늘려왔던 한국기업들이 국내 생산시설 확장 쪽으로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한국산 제품에 대한 미국 바이어들의 러브콜이 이어지자 중국에 투자했던 기업들이 한국으로 유턴하고 있기도 하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에 따르면 지난해 7월부터 발효된 한/EU FTA에 더해 한미FTA가 발효되면서 기아차가 내년까지 전남 광주 공장의 생산능력을 연산 46만대에서 62만대로 늘리기로 했다고 한다. 일본 도레이는 경북 구미에 4600억원이 투입되는 탄소섬유 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 등 생산비용이 더 낮은 국가에 대한 투자를 검토했던 외국기업들이 한국에서 제품을 생산해 수출하는게 더 유리하다고 판단해 투자대상을 바꾸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들이 우리나라의 경제활력을 높이고 당면한 지상과제인 일자리 창출에 긍정적 효과를 미침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우리나라도 수입관세를 인하철폐해야 하는만큼 외국제품의 수입가격이 낮아져 이와 경쟁해야 하는 국내기업은 힘들어질 수 있다. 농축산물이나 일부 공산품 분야에서 시장잠식 현상이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무수한 소비자들이 얻는 막대한 후생증대 효과를 고려한다면 이게 FTA반대 이유가 될순 없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한미 FTA발효후 관세가 50%에서 30%로 떨어진 오렌지의 수입가격은 이미 25% 내렸다. 아몬드와 호두의 수입가격도 8∼10% 떨어졌다. 발효즉시 청바지, 핸드백, 와인 등 오렌지주스, 아몬드, 체리 등 미국으로부터 수입하는 9061개 품목의 관세가 철폐됐다.

앞으로 철폐 품목은 계속 늘어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소비자들은 이전보다 더 싼 가격에 미국산 제품을 소비할 수 있다.

민주당은 한미FTA가 철저하게 불평등 협정이며 반서민 정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한미FTA가 수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물가안정에 기여하는 진정한 서민정책이라는 사실을 모르는가. 장바구니물가 하락에 만족스러워하는 4800만명 소비자들의 모습을 보라. 정부가 한해 10조 9000억원(작년 기준)에 달하는 관세수입의 상당부분을 포기하고서라도 서민들의 어려움을 달래줄 수 있다면 이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미국은 GDP가 15조 1000억달러로 우리의 14배다. 수입규모가 2조 2000억달러로 세계 수입의 12.8%를 차지하며 중국의 1.4배다. 이러한 세계 최대 단일시장을 우리 제품의 수출기지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
물론 앞으로 보완해야 할 것도 많다.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 이라는 공리주의식 접근으로는 당연히 FTA는 추진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피해를 입는 계층을 무시해선 안된다. 그들에 대한 적절한 보상프로그램이 작동돼야 한다. 무역조정지원 제도를 제대로 실시하는 것이다.

수입품 가격인하가 실제로 소비자 가격인하로 이어지도록 유통구조를 혁신하는 일도 빼놓을 수 없다. 관세가 내려도 와인 가격이 요지부동인 것은 과세편의주의에 젖어있는 세무당국의 안이한 태도 때문이기도 하다. 수입상이 바로 소비자판매도 할 수 있도록 법개정을 서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