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간을 늘리려면 중간 중간 보수할 시간이 필요하다.

여름, 그것도 절정인 8월의 작열하는 태양을 등지고 떠나는 휴가가 바로 그런 시간이다.
‘삶은 투쟁 극복의 연속이다’라고 말한 칼 포퍼의 말쯤 한 인생 살다보면 절로 느껴지는 상식이다. 모두에게 그건 너무 강한 진실이 까닭이다.

그런데도 휴가를 거부하는 사람, 잠과 식사 시간까지 줄여가며 일에 미친 일벌레들이 득세하는 세상은 아이러니다. 말인즉슨 휴가를 떠나라고 조직은 말하지만 막상 떠나는 자 뒷통수에 눈총을 주는 상사들이 즐비한 것도 한국적 사회 비극이다.

언론 역시 마찬가지다. 캐머런 영국 총리가 휴가를 위해 통째로 성을 빌렸다고 하는가 하면 메르켈 독일 총리,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2011년 8월 미국 신용등급이 70년만에 트리플 A에서 한등급 떨어져 세계경제가 요동치는데 2주 이상씩 휴가를 냈다고 대서특필한다.

뉴스이긴 하지만 부당하다는 논조가 주지다.
이명박 대통령이 만일 그랬다간 당장 난리가 날 지 모른다.

그 결과 단기적 성과가 올랐다 하자. 하지만 그 대가는 너무 혹독하다. 열매는 오너와 경영인 몇명이 먹고 죽기 살기로 휴식을 포기했던 많은 조직원들은 심신이 피폐해진다. 세계경제에 신자유주의 바람이 불고 난 뒤 이런 현상은 심해졌다.

요즘 강남 좌파와 국적은 미국인 채 한국에서 지식인 활동하면서 성가를 날리는 약삭빠른 이른바 진보계 인사들이 설칠 자리를 만들어 준 것이다.원래 복지 확대야 인류 지상의 목표 아닌가. 다만 감당할 수 있는 범위에서 차분히 해가야 하는데 여기 정치 바람이 불자 여 야, 좌 우파 구별 없이 당장 모두를 즉각 하자고 덤비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그리스 포르투갈, 스페인에 이어 마침내 미국까지 국가 부도 사태 직전에서 허덕이는 현상이 벌어진 것은 복지 포퓰리즘 확대 주장에도 휴식 없이 떠들어 제킨 결과다. 아니 일부 돈 많고 시간 많은 정치인 지식인들은 지나친 휴가를 즐긴 나머지 미안해서, 또는 역설적 체험 결과로 더 강한 주장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 서민 중산층 조직원들은 그런 시간적 금전적 여유를 갖기가 힘들다.

그래서 필요한 휴가를 어떻게 보내는가 하는 내용은 매우 중요하다. 한마디로 내려놓는 휴식을 택하라고 권하고 싶다. 돈과 시간이 넉넉한 사람보다 그게 모자라는 사람들의 휴식이야 말로 달콤하다. 진정한 의미의 휴가, 또는 휴식인 것이다. 일을 휴가지까지 달고 오는 사람, 남의 눈을 의식해 과장된 휴가를 분수넘치게 즐기려하거나 복잡하게 사연을 만들 경우 오히려 괴로움이 커진다.

가족과의 관계도 내려놓지 않으면 휴가 이후 이별 사태가 벌어질 수있다. 이는 가진 자들도 마찬가지다. 왕년의 명화 ’피서지에서 생긴 일’ ’로마의 휴일’등지에서 벌어지는 휴가중 로맨스는 과연 휴식일까, 삽살할 서러움일까.

아마 추억 만들기에는 성공했을지 모르나 본인과 가족, 주변에는 후일 고통으로 남을 가능성이 더 크다. 특정 장소에서 머물 때는 좋은 책, 재미있는 책을 읽고 테니스 골프등 운동을 하고 산보하고 미처 못본 관객 몇백만 돌파의 영화 디스크를 돌려도 충분한 휴식이 된다.

아니면 주유 천하식으로 이곳 저곳 부단히 움직일 수도 있다. 귀화 독일인으로 독일 이씨 조상이 된 이참 한국관광공사 사장은 방학중 독일 유학지에서 귀국한 자녀들과 함께 강원도 평창에서 남해 섬마을까지 10여일의 2000km 주행 여행을 즐겼다.

그의 지론이 단기보다 장기 휴가인 것은 유럽 출생답다. 일찍 휴식문화가 발달한 유럽에서야 한달씩 세계 배낭여행을 떠나는 상사원 ,교사, 공무원등이 넘쳐나는 때문이다. CEO들은 두달씩 휴가를 즐긴다니까 할 말이 없다. 상사 눈치보기에 급급한 우리와는 처지가 다르다. 요컨대 휴가가 소비냐, 생산적이냐 관점에 달린 것 같다. 우리에겐 아직 소비라는 인식이 짙다.

그러나 생각해보라. 심신이 지친 상태에서 창조적인 일과 의욕적인 판매가 성과를 내겠는가. 뻔히 알면서 못하는 한국 사회현실을 누군가 깨야 한다. 그 누군가는 아무래도 언론이 적격 아닐까. 적어도 법정 휴가는 제대로 찾아 쓰도록 사회에 종을 울리고 그게 바로 한국의 생산성을 높이는 복지정책의 큰 줄기라고 외쳐대는 언론이 필요하다. 그런데 정작 언론인 스스로 휴가에 몸을 사리는 현실은 누가 깨야할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