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을 통해 수출경쟁력을 회복, 경제를 되살릴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다. 그중에도 입지 좋은 부산 진해 경제자유구역이 주목받고 있다. 이순신장군의 전승지인 다도해를 눈앞에 좍 깔고 있는 부산 강서구, 경남 하동군 일대 약 2500만평이 바로 그 곳이다.

지난 2003년 자유구역 지정 이후 약  1000만평을 이미 개발, 외견상 일단 잘나가는 모습이다.

하지만 속은 시커먼 그을음에 쌓여있다. 말이 자유구역이지 각종 규제와 제도 절차가 복잡하게 얽혀있기 때문이다. 하명근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장은 임기말을 앞두고 다소 지친 기색이다. 그의 바램은 한마디로 경제자유구역에 걸맞는 운영의 자유를 달라는 것이다.

예컨대 비정규직 직원 한명조차 도가 임명, 청장이 적임자를 찾지 못하고 파견 공무원에 대한 인사권 역시 청장과는 무관하다. 일은 청장이 하는데 직원 임용은 도에서 하니 영이 제대로 서기 어렵다. 우선 인사권의 위임과 더불어 계약직 인건비만이라도 중앙 정부 직접 지원으로 전문인력을 청장이 찾을 수 있게 해야 한다. 인사권과 예산권없이 조직을 잘 운영하기는 어렵다.

특히 외국인 상대 기업 유치 활동은 보다 전문적이어야 하는데 이를 정치적 인사로 메우는 일은 당장 시정해야 마땅하다.

나아가 경제자유구역(FEZ)에 투자하는 국내 기업에게도 싱가포르, 홍콩, 두바이 등 주요 경쟁국과 같이 외국 기업과 동일한 인센티브를 줄 필요가 있다. 외국 기업과 차별적인 대우를 받으며 국내 기업이 굳이 자유구역에 들어올 이유가 없다. 소득세, 법인세 100% 3년 감면, 이후 2년 50% 감면에 지방세 15% 감면 등은 일종의 특혜다. 
 
땅값, 임대료도 낮다. 국내 기업의 자유구역 투자가 ‘마중 물’효과를 일으킨다는 사실은 더 중요하다. 하청장이 외국 기업 유치를 권장할 때 첫마디가 ‘삼성과 SK, LG’도 입주했느냐‘라는 것이다. 일종의 입주 바로미터인 셈이다. 국내 대기업이 들어와 있다면 우선 투자 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간접적 증거가 된다. 또한 세금 감면, 낮은 땅값, 부담금 감면, 관세 수속 편의 등이 주어진 곳은 국내 기업도 함께 향유할 수 있어야 경쟁원리에 맞는다. 국내 기업에 역차별을 주어서는 안된다.

원래 경제자유구역은 1959년 아일랜드가 농업국가에서 공업화를 서두르며 섀넌지구에 세계 처음으로 창설했다. 이게 효과를 보자 70년대 이후 중국 등 아시아태평양 연안 국가들이 너도 나도 만들어 지금은 119개국 2300여개소나 된다. 성공 사례가 많지만 그 중에는 관료주의나 정치논리에 빠져 실패한 곳도 작지 않다. 이집트 시리아 콜럼비아 등지에서 그런 사례가 많이 발견된다.

우리라고 안심하기 이르다. 2010년 미래전략연구소가 세계경제특구 2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입지, 요소, 정책운영경쟁력 등에서 싱가포르, 홍콩, 상하이가 1,2,3위를 휩쓸었으나 우리는 상위권에 들지 못했다. 특히 정책 운영면에서는 인천 15위, 부산. 진해 17위, 광양만 19위로 꼴찌 수준을 면치 못했다. 김대중 정부 때 출범, 이제 10년차에 들어서며 지역적으로 6개소나 만들어졌지만 내용은 허술하기 짝이 없다. 제도적 틀을 새로 짜야 한다. 어떤 초등학교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남한 총각과 북한 처녀가 호젓이 만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하고 물으니 곧장 나온 대답이 “뜨거운 밤이 되겠네요”했다는 당찬 조크가 있다. 그러니까 국내 기업과 외국기업이 만나 함께 어울리는 자유구역이 되어야 상생 효과를 일으켜 뜨거운 밤, 시너지 창출이 가능할 것이다.

이런 어수룩한 판에 FEZ의 추가 지정 운운은 너무 정치적이다. 명분이야 균형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라지만 지나치면 독이다. 다시말해 집적의 효과가 사라진다. 중국이 우리보다 국토면적 96배, 국내 총생산(GDP)6배에 이르는 대국이지만 8개의 경제특구만을 운영하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일단 건설중인 6개소를 잘 운영해 경제 회복의 디딤돌로 삼고 그 이후 다시 추진해도 늦지 않다. 무조건 정치적 논리로 지역마다 건설하다 보면 막대한 투자비를 들여 건설한 지방공항 꼴이 날지 모른다. 자제가 필요한 시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