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다시 담뱃값 인상 얘기가 불거지고 있다.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에는 인상 방안이 빠져 있었지만 의논은 계속될 모양이다. 요점은 담뱃값이 너무 싸서 피우는 사람들이 많으니 국민건강을 위해서라도 올려야 되지 않겠냐는 것이다. 물론 반대하는 쪽에선 안 그래도 걱정할게 많은 물가문젠데 담배까지 올리면 어떻게 하냐는 거고.

사실 다른 선진국들과 비교해보면 우리나라의 담뱃값이 좀 싸기는 하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유럽연합 산하 담배규제위원회가 경제협력개발기구 주요 22개회원국의 가장 많이 팔리는 담배 제품 가격을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가 2500원으로 가장 싼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일본 같은 나라는 우리나라의 1.5배정도인 3천5백원 수준이고 독일이나 프랑스는 세배가 넘는 8,9천원 수준이다. 제일 비싼 아일랜드는 담배 한 갑에 1만5천원이다. 우리나라의 6배다.

물가수준을 감안한다 해도 우리나라의 담뱃값은 상대적으로 매우 저렴한 수준이다. 물가수준을 얘기할 때 보통 맥도날드햄버거 한 세트 값을 비교하는데 이코노미스트라는 잡지에서 조사하는 세계 빅맥 가격 통계에 조사값이 존재하는 OECD 9개국 가운데 담배가 빅맥보다 싼 나라는 우리나라와 일본뿐이었다. 오스트레일리아의 경우는 담뱃값이 빅맥세트의 거의 세 배, 노르웨이도 약 두 배였다.

하지만 담뱃값하고 흡연률의 상관관계를 한 마디로 간단하게 말하기는 어렵다. 담뱃값하고 흡연률이 반드시 비례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담뱃값이 비싸고 싼 수준에 따라 흡연률이 높고 낮은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이건 어려운 말로 수요의 가격탄력성이 작기 때문이다. 보통은 어느 상품이든 가격이 오르면 수요는 줄고 반대로 값이 내리면 수요는 증가한다. 하지만 담배라는 상품의 특징이 있다. 중독성이 있고 담배의 종류가 많기도 하다. 특정한 담배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는 약해서 어느 담배가 특별히 값이 많이 오르면 다른 값이 싼 담배로 갈아타면 된다.
이를테면 중독성 때문에 흡연자에게는 필수품인 셈이고 종류가 많으니 대체할 상품도 있다. 과거 특정 담배회사에서 자기회사에서 만드는 담뱃값을 올렸다가 판매 감소를 겪었지만 전체 흡연인구가 줄어든 건 아니었다.
값이 오르지 않은 다른 담배를 찾아서 피우면 된다. 요컨대 담배는 가격이 오른 만큼 수요가 줄지 않는 ‘비탄력적’ 상품이다. 값을 왕창 올린다 해도 가시적 효과는 생각만큼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