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 침체 끝이 안보인다

 

         우득정/ 서울신문 논설위원

 

 

  부동산 시장 침제의 끝이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7월 17일 기준으로 법원의 부동산경매시장에 매물로 나온 수도권 소재 아파트는 1만 9348채로 역대 최고기록을 경신했다. 부동산경기가 극도로 위축됐던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4.3%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부동산 거래량은 2006년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수도권 일부 신도시의 경우 아파트 거래가격이 2006~2007년 최고가 대비 39%나 떨어졌다. 지난 7월 초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구조조정 대상 40개 기업 중 건설업체가 절반인 20개를 차지했다. 1940년대 근대적인 모습으로 건설업계가 태동한 이래 70년만에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는 건설업계의 현주소다.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건설업계는 생존의 기로에 서 있다. 5년새 국내 100대 건설업체 가운데 21곳이 법정관리나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2,3차 하청, 재하청업체까지 포함하면 부도난 건설업체 수는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올 1분기 국내 건설 수주액은 16조 5000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무려 35.1%나 줄었다. 올해 공사물량도 지난해보다 3.4% 줄어든 98조원으로, 8년만에 처음으로 100조원을 밑돌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취득세 감면 종료에 따른 ‘주택거래 절벽’, 미분양 누적(올 상반기 기준 7만 5000가구), 단군 이래 최대 국책사업으로 일컬어졌던 4대강 사업의 담합의혹 수사, 해외건설 적자 누적, 부도업체 급증...  건설업계를 빈사상태로 몰아넣은 이러한 대형 악재들은 건설업계의 자정이나 구조조정 노력만으로는 극복하기 어려운 것들이다. 건설업들이 생존을 위해 저가 덤핑수주경쟁을 펼치면서 최근 공사이윤은 1.4%까지 떨어졌다. 죽지 못해 살고 있다는 업계 관계자들의 말이 실감나는 수치다.

 

  문제는 부동산시장의 장기 침체는 경기 불황 외에도 과도한 가계부채, 인구증가율 둔화라는 구조적인 문제와 맞물려 있는 탓에 해법 도출이 쉽지 않다는데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일본의 ‘잃어버린 20년’과 미국의 2008년 금융위기, 2010년 이후 수렁으로 빠져든 스페인 경제위기가 모두 15~64세 생산가능인구의 감소세 전환과 무관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구매력을 지닌 계층의 감소가 수요 위축으로 이어져 결국 공급 과잉을 초래했다는 논리다. 우리나라도 2012년을 정점으로 15~64세 인구비중(73.1%)은 갈수록 줄어든다. 이러한 인구 추세를 감안하지 않은 채 과거처럼 공급자 중심의 주택 공급정책을 펼쳤다가 제 발목을 잡게 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참여정부가 추진한 수도권 2기 신도시 건설과 이명박정부의 뉴타운 개발사업이 대표적인 사례다. 부동산시장 침체에 직격탄을 날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사업도 마찬가지다.

 

  또 금융기관과 가계 건전성 확보를 위해 금융당국이 고수하고 있는 담보대출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도 부동산시장에는 독약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렇다고 부동산시장을 살리려고 규제를 풀 수도 없다. 올 3월말 현재 가계부채 규모는 961조 6000억원이다. 2004년 말 494조 2000억원에서 8년여만에 2배로 증가했다. 1999년부터 지난해까지 연평균 가계부채 증가율은 11.7%로, 같은 기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7.3%와 가계가처분소득 증가율 5.7%를 크게 웃돈다. 2011년 기준으로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89.2%로 OECD 평균인 74.5%보다 월등히 높다. 소득 증가율을 크게 앞지르는 가계부채 증가가 집값 폭등의 주범이다.

2008년 이후 부동산시장이 장기침체 국면에 접어들고 집값 버블이 꺼지면서 우리 경제를 전방위로 압박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 ‘하우스푸어(내집빈곤층)’ 양산이다. 무리하게 빚을 내 집을 샀다가 팔지도 못하고 이자부담에 짓눌려 생활고로 허득이는 ‘신빈곤계층’이다.

 

  앞으로 집값이 10% 추가 하락하면 고위험으로 분류되는 대출금은 35조원에서 71조원으로 2배 늘어난다. 집을 팔아서도 빚을 다 갚지 못하는 ‘깡통주택’은 10만 1000가구에서 11만 7000가구로, 주택원리금 상환부담은 2조원에서 6조원으로 급증한다. 또 금융권 손실은 10조 7000억원에서 13조 2000억원으로 늘어나고, GDP 성장률과 민간소비는 각각 0.2%, 0.6%로 하락하는 것으로 추정(한국은행, 금융연구원, KDI)된다. 한마디로 중산층이 붕괴하게 되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가 ‘4.11 부동산 활성화대책’의 초점을 하우스푸어 구제에 맞춘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소득 증가가 뒷받침되지 않은 상황에서 추진되는 하우스푸어 구제책은 폭탄돌리기식의 시간벌기용에 불과하다. 더구나 복지재정 압박으로 이명박정부의 4대강 사업 이후 정부 차원의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 공사 발주는 불가능하다. 복지 수요로 정부 예산에서 경제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갈수록 줄어들 수밖에 없다.

 

  따라서 부동산정책 당국자들과 시장참가자들은 인구 감소와 한계에 직면한 수요, SOC 투자 감소라는 추세에 맞춰 정책과 경영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경기조절용으로 규제와 조장을 되풀이해온 냉탕-온탕식 대응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고통스럽더라도 시장 변화 추이에 맞춰 몸집을 줄이고 체질을 바꿔야 한다. 무엇보다 먼저 국내 시장에서도 공정거래 관행이 자리잡을 수 있게 정당한 게임의 룰을 세워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투자은행 모건 스탠리의 지적처럼 전환기를 맞아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이 중요하다.